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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그제는 그렇게 추웠을까?
그때나 오늘이나 온도차이, 바람차이가 별로 없어보이는데
준비되지 않았을땐 늘 당황스럽고 더 고통스러운것이겠지
감기약발이 잘받는지 콧구멍은 간질간질하지만 콧물은 개운하게 말라있다.
아르코미술관에선 새로운 전시를 시작한것도 기분좋은일. ^_^
제목이 분홍분홍한듯 해서 일년에 한두편은 간질간질한걸 봐도 무리없을듯 하여 선택하긴 했는데
티켓을 받으러 극장에 들어서는데 중년 남녀(주로 부부같기도 하고)가 무척 많다.
그리고 흔치 않은 만석, 미흡한 자리 배치 운영등 초반엔 짜증이(뒷쪽 구석탱이를 앉게 되서 더욱더)
생겨난다. 왜 나중에 온 사람을 가장 앞자리 등받이 있는 보조석(바닥에 놓는)에 앉으라 하고
나는 뒷쪽 잘 보이지도 않는 구석탱이에 박혀서 봐야 하는걸까? 최소한 선택권은 줘야 하는거 아닌가? 젠장
분위기는 소문나서 만석이 된것과는 거리가 멀어보이지만 연극만으로 보면 소문이 나도 될법 하다. ^_^
전체 줄거리는 상투적인 과거 회상형 사랑 얘기라서
연극,영화,소설등 수도없이 많이 이용되는 구성으로 잘 만들어지면 어느정도 나이든 사람들 속을 살랑살랑 건들기 좋다.
물론 그 어느정도 나이든 사람에 나 역시 포함된다.
원래는 너댓명 구성인 연극이라는데 두명으로 각색하였다고 하지만
연극을 보고 있으면 여성이 한명정도 더 있으면 좋지 않았을까?란 생각이 든다.
남자는 일관되게 한명만이 나오지만 여자는 과거와 현재의 서로 연관성 없는 사람이 나오는데(총 3인물을 한명이 함)
이걸 한사람이 하다보니, 헷갈릴만한 일은 벌어지지 않았지만 난 과거의 여자와 관계된 사람이 현대의 여자인가?란
착각을 하기도 했다.(착각일뿐 전혀 관계 없는 영화 제목처럼 완전한 타인임 ^_^)
작가가 그리 오래된 사람도 아니고(70년생이니 아직 50도 안됨) 2002년에 나온 소설인데
연극의 느낌은 1900년대 초에 써지고 초연된거 같은 낡음이 보인다.
대사톤, 구성, 배경, 갑자기 튀어나오는 당황스러운 웃음연출등
소설을 읽지 않았으니 단정짓긴 어렵지만 연인간의 끈적함이 있었을거 같은데(프랑스 문학 특유의?)
이 연극은 대단히 담백하다.
어쩜 이리도 객관적이고 차갑게 표현했는지
물론 인생 끝무렵에 앉아있는 한 노인과 그 노인의 자식과 헤어지기 직전의 한 여성(며느리)간의 하룻밤 대화를 그리지만
뭐랄까? 이건 과거를 끌어내기위한 수단으로 이용될뿐 중요한것은 그 노인의 젊었을때의 외도, 사랑에 관한것이 주된것일텐데
연극은 좀 어지럽다.
남자의 과거 사랑얘기를 꺼내기 위한 소재로 사용된것이 자식의 외도로 떠나버린 후 떠나기 하루전의 며느리와의 대화?는 좀 흐름이...
(소설책은 납득될거 같긴 하지만 책읽는건 귀찮으니 파스~)
아무튼 뭐랄까? 노인은 자신의 감정을 토로하는데 빈틈이 없다.(외도로 떠나버린 자식의 변론도 어느정도 함)
반면 며느리는 빈틈 투성이로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조차
이 둘이 부부라면 그림이 될거 같지만 그렇진 않다. 그래서 설마 저 노인이 며느리를 흠모? 물론 내 착각이다.
과거 회상형 사랑얘기는 빨려들기 무척 쉬운데 아마도 결과가 이미 나와있기때문에
둘간의 감정에 몰입되도 부담없기때문이다.
(현재 진행형인 것은 미래에 대한 답답함으로 당장의 저들 감정에 진입한다는게 쉽지 않다.)
피에르(노인)와 마틸드(과거여자)간의 사랑얘기 그리고 묘한 후회?
(후회를 하고 있는건지 현실에 어느정도 만족하는건지 좀 모호함)
이런것을 접할땐 감정이 흐믈흐믈해지지만 내용에 따라선 오래가기도 하고 금세 닫혀버리기도 하는데
이번것은 후자에 가깝다.
음... 과거에 누군가를 사랑했다. 뭔가 좀 이상하게 시작했지만 아무튼 그렇게 시작해서
얼마간 감정에 충실했고 현실과 타협하여 늙은 지금은 약간의 그리움과 후회를 하는구나.. 정도 그 이상은 없다.
여운이 오래 남기에는 상황이 특이하고 그들의 환경이 일반적이지도 않다.
TV 드라마(딴세상을 보듯 감정만 낭비하는)같은 기분이랄까?
그러나 어떤것은 감정이입이 너무 독하고 강하게 되서 몇일동안 감정을 추스르느라 고생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것들의 공통점은 현실에서 흔하게 있는, 있을법한 그런 내용
그 속에서 나오는 후회와 절규를 극적으로 표현한 보편적 통증들
노래,영화,연극,소설...등 그 어떤것이라도 현실의 무엇을 건들면 여지없이 감정은 무너진다.
하지만 이 연극은 너무 건강하다. 그래서 그냥 잊혀진다.
기억나는것은 내일 떠난다는 클로에(며느리)의 말정도?(마틸드의 마지막 말이 순간 울컥했는데 기억나질 않음)
이들이 눅눅하고, 끈적였다면 지금처럼 개운한(?) 느낌은 들지 않았을수도 있는데
이들은 어떤 보약을 먹었길래 사랑하는 사람을 잃었음에도 이렇게 꿋꿋할 수 있는걸까?
감정의 만병통치약은 시간이라 하지만 여기서 말하는 시간은 흐름의 시간이 아니라 단절의 시간이 아닐런지
내 감정이 손해보진 않을거 같은 기분이 들어서 극단김동수컴퍼니의 팬이 되야 겠다.
2018년 작은 취미생활은 이렇게 끝나는건가?
마무리는 미술관을 가고 싶은데..
출연 : 방영, 김병순, 박일목, 김은채, 함수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