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1절에 일제강점기 시절 일본의 한 가정사를 그린 연극이라니
우연은 아닐거같고 아르코극장에서 어느정도 시기를 맞춘것을 내가 구매한것이겠지
요즘은 점차 연극을 보기 앞서서 시놉시스를 좀 보려고 애쓰는 편인데 하필 이번엔 보질 못했다.
제목이 '튤립'이니 솔직히 멜로인가? 싶었다. 포스터도 진한핑크? 보라? 배경이라서 더욱더 그렇게 생각한거 같다.
물론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지만 아쉬움따위는 생각나지 않을만큼 연극이 무척 훌륭했다.
일단 무대가 온통 검은색으로 칠해져 사방을 막아버렸다. 대형극장이니 주변에 배우들의 통로가 있을텐데
이 모든것을 막은 대형 검은색 곽의 형태로 심지어 배우들이 입장할때도 관객석 통로에서 들어온다.
이건 무척 특이한 설정이다. 배우들은 어디도 갈곳이 없어서 자신들의 역할이 끝나면
벽쪽으로 붙어서 앉아있거나 서있는다.
환경이 이러한데 연극의 흐름은 묘한 반전이 있다고 해야 할지 아니면 국가 잃은 아픔의 변질된 형태인지.
아들인 쥬리프의 행동이라거나 쿠로(조선까마뒤)와의 관계라거나 여기 나오는 모든 인물들이
무엇인가 조금씩 트러져있어 보인다. 일반적으로 보이는 행인 조차 없는, 어두 침침한 암흑속
좀 특이한것은 왜 튤립이냐는 것인데 꽃말은 전반적으로 '사랑 고백' 같은 류이다.
오래전에 일본군이 한국의 갓난 아기들을 참혹하게 죽인 일들이 있다. 하지만 이 군인은
특이하게도 갓난 아기를 대려왔다. 너무나 사랑하는 친자식처럼 대려왔다.
엄밀히 보면 훔쳐왔다? 빼았다? 아기의 엄마가 있었으니까. 이부분에서 작가는 어떤 감정으로 이러한 서사를 그려같거지?
보통은 아기엄마가 죽었을때 아기를 못 본척 하려다가 마지못해 대려같다거나하는 전개인데
엄마가 죽은것이 아닌 아기를 빼앗고 엄마를 죽인다. 왜? 이 일본군은 결혼을 했지만 아이가 없었다.
그 이유때문에? 주변에 튤립이 엄청 많았다던데 이건 또 왜? 연해주의 연추에 튤립이 많은 곳인가?
뭔가 내가 모로는 역사가 있는것인지 궁금하지만 마땅한 정보가 없다는게 아쉽다.
그리고 그로 인해 계속되는 관계가 좀 모호하다.
일본군 부부는 이 훔쳐온 아이를 지극정성으로 키웠다고 말한다. 엄마도 아빠도
부부의 관계는 무척 안좋지만 아이를 중심으로해서 버텨가고 있는것 같은 늬앙스를 풍긴다.
이 군인은 아이가 없으면 부인과 헤어질거 같은 두려움에 아이를 훔쳐던것이 아닐까 싶은정도의 특이한 가정.
여기에 쥬리프의 친아버지가 한국을 건너 일본으로 온다. 물론 아기를 찾기 위해서이다.
군인은 친아버지가 찾아왔을때 죽이거나 쫓아내지 않고 동경대 다니는 자식학교에서 일을 하게 해준다.(해준건지 찾은건지)
일말의 양심같은것이었을까? 침략자의 여유, 관대, 나태였을까.
독특한 흐름의 느낌을 꼭 찝어서 표현하기는 어려운데 저들의 대사 한줄 한줄에 온갖 신경이 곤두선다.
하지만 금세 잊혀진다. 몰일하다가 힘이 풀린다고 할까?
결국은 일제강점기때의 이 가정에서 한국 사람들은 모두 죽게 된다. 그나마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일본인들 비위를 맞추며 살던 미호만이 살아남는다. 쥬리프도 극상으론 살아남은거 같지만 히로시마로 일을 하러 가고
당시가 1920년대였다면 25년후 죽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무엇을 말하려는지 명확하진 않아보이지만
적어도 당시에 한국인들의 일상과 전쟁을 일으킨 당사자인 일본인들의 합리화로 애쓰는 모습들만큼은 확실하게 그려가고 있다.
그렇다고 이것이 주제라고 보여지진 않는다.
튤립의 구근(마늘같은?)이란걸 많이 강조하는데 이것으로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것까지는 모르겠지만
한국인은 뿌리까지 말살하지 않으면 항상 다시 되 살아난다는 의미였을까
겉으로 보이는 것이 모두는 아니라는 것이었을까.
3.1절이 일본을 긴장하게 만들고 세계적으로 알린 사건이라고 하지만
이때 우리 한국인들은 많은 피해를 입었고 또 이후로 많은 변절자들이 생겼다고 한다.
그럼에도 우리는 지금 세계 상위권 강국이 되어 있는걸 보면 튤립의 구근같은 민족이 아닐까.
멋지고 훌륭한 연극이지만 기분좋게 일어나긴 어려운 연극이었다.
출연 : 김정호, 김하람, 권정훈, 윤경, 황순미
-추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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