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공연2024. 3. 10. 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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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위가 사그러들어 돌아다니기 적당한 기온의 하루
오랜만에 서울시립미술관을 들러 구본창 작품전도 보고
여유롭게 길을 거닐지만 한국은 지독한 열병에 시달리고 있어서 마음 한편이 편하질 않다.

늘 먹던 칼국수 집에선 이젠 물어보지도 않고 수제비를 칼국수에 넣어서
먹는 시간이 오래 걸려 하마터면 연극에 늦을뻔..(맛은 있지만 오늘처럼 시간여유가 없을땐 칼국수만 먹는게 좋은데)
부랴 부랴 빨음 걸음으로 극장에 도착하니 10분정도 여유가 있어서 숨도 고르고
어떤 연극일지 생각해보지만 연극에 대한 예의가 아닐까? 제목이 생각안난다.
티켓과 리플랫을 꺼내보면 될것인데 그러면 시놉까지 모두 읽어버릴거 같아서 제목을 모른 채 봐버렸다.

죽음에 대해 초반에는 조금 가볍게 시작하나 싶었지만
글쎄
죽음을 가볍게 넘길만한 예술가가 어디 흔하랴
온갖 썰들이 난무한다. 수많은 한자들마저 동원하면서
한자를 말한 이상 그 해석도 말을 해줘야 관객이 알아들을테니 모두 해석까지 고맙게 해준다.
이럴바엔 그냥 해석만을 말해도 흐름상 전혀 문제될것이 없어보이는데 끝까지 한문을 말한다.
심지어 리플랫에도 한자들로 가득하다.(중국인용인줄 순간 착각)

두 가정이 나오고 서로 다른 죽음에 대한 괴로움을 토로한다.
한쪽은 최대한 여파를 줄이기 위해 앞으로 남은 시간을 최대한 할애하여 죽음에 대한 이야기들을 가족끼리 나누고 토론한다.
다른 한쪽은 준비되지 않은 딸의 죽음으로 괴로워 하는 어머니와 아버지가 나온다.

두 가정의 공통점은 유가족이 될(된) 사람들은 죽음을 맞이할(한) 사람에 비하여 훨씬 괴로워 한다는 것
남겨진 자들의 슬픔을 표현한것인지

나 또한 유한한 인간의 짧은 생에 대해 항상 많은 생각을 한다. 하지만 연습할수도 없고 돌이킬수도 없기때문에
항상 물음표만이 남는 결론 없는 맽음으로 지워지곤 했다. 어느날의 어떤 경험이 있기 전까지는.....

예술가들역시 죽음에 대한 깊은 통찰을 원하고 추구하지만 찌릿할정도의 작품을 본 기억은 없는거 같다.

나는 아직도 영생을 하면 내가 하고 있는 모든것들의 시간이 멈출것인가란 질문을 던져보곤 하는데
들리지 않는 메아리일뿐

연극을 보다보면 갑자기 급발진 하는 부분들이 있다. 순간적으로 감정이 격화되면
내 안에선 이상한 보호본능이 발동해 감정선을 닫아버리는 경향이 있는거 같다.
그래서 연극에서 오열을 토하는 장면은 가급적 없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는데 이 연극은 그러지 않는다.
부모로서, 가족으로서의 극한의 슬픔을 몸으로 표현하니 다소 거부감으로 다가온다. 이들의 슬픔을 관객에게 돌려줄순 없는것일까?
관객이 슬퍼하지 않도록 배우들이 슬퍼해주는 것일까. 나는 가급적 내가 슬퍼하고 싶지 배우들이 슬퍼하는걸 보고 싶진 않다.
배우들은 내가 슬퍼할수 있도록 밑자락을 깔아주기 기대한다. 물론 슬퍼야 할 부분에선만 말이다.
요즘 보는 연극들은 대부분 배우들이 모두 슬퍼한다. 한국사회가 어지러우니 배우들이 대신 슬퍼해주고
극장을 나설때 관객의 기분좋길 기대하는것인지는 모르겠다만 좀 아쉬움이 크게 다가온다.

그리고 할아버지의 목소리는 어쩜 그리도 청량한지. 사람이 나이를 먹으면 목청에 힘이 빠지기 마련인데
이 할아버지는 산삼을 드셨는지 혼이 되어서도 목소리가 너무 쩌렁쩌렁해서 할아버진지 청년인지 도통 감이 안온다.
인물에 대한 해석이 이상한건지 연출이 이상하게 표현한건지 후반부로 갈수록 그 어색함은 지칠줄 모르는 철마같다.
조금은 아니 아주 많이 기운을 뺐다면 그가 가는 길 좀더 아쉬웠을까..

죽음을 지혜롭게 그리고 삶의 한 부분으로 인정하기 위한 마무리는 식상하고 그다지 납득되지 않는 그냥 그렇게
아버지는 현대의학으론 거의 효과가 없어서 죽음을 택했는데 수술 후 멀쩡히 살아있고..(앞으로 치료가 많이 남았다곤 하지만)

그냥 그렇게 죽음을 생각하는 온갖 말들이 난무하지만 결론은 살아있으니 그냥 살자 정도로 보이는 연극이다.

'네가 헛되이 보낸 오늘은 어제 죽은 이가 그토록 바랬던 내일이다' 라는 말처럼 인간의 유한한 삶에 대한
미련과 슬픔, 두려움 같은것이 녹아들어 가슴 먹먹하면서 후련함이 남는 죽음에 관한 연극 한편이 그리워지는 연극이었다.

출연 : 조주현, 김효신, 이태식, 시민지, 박유진, 윤지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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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시세상
연극.공연2024. 2. 25. 1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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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일 공연은 어찌됬던 부담이 된다.
7시30분 공연이라도 회사 퇴근 후에 볼 수 있는 시간이지만이 끝나고 집에 오면 9~10시 사이
이때 저녁밥을 먹으면 소화되기도 전에 누워야 된다.
물론 이것은 내가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기 위한 행동이라 내 탓일 수 있지만.

이날은 다행히 한 몇십분 일찍 끝날수 있어서 조금 여유있게 들어선 풍류사랑방
이곳은 신을 신지 않고 맨발로 들어가는 특이한 공연장이다.
하지만 걷는 바닥의 느낌은 그다지 좋지 않다. 딱딱하다고 해야 하나
마루바닥인데 왜 느낌이 안좋은지 모르지만, 대충 느낌은 별로라는게 지워지지 않는다.

양반다리를 하고 앉을수 있는 푹신한 방석과 등받이. 그런데 고정이 되지 않아서 양반다리하다가
옆자리와 붙을수 있기때문에 이것도 그렇게 까지 훌륭하단 느낌은 안든다.

꽤나 고풍스럽게 꾸미려 애쓴 공연장이긴 한데 이런 공연이 어울리는 곳인가?

적로? 이슬방울? 피리적(笛)자인줄 알았지만 물방울 적

창극이라 하기에도 그렇고 이미 몇년전에 봤던 극이란걸 시작한지 조금 지나니 익숙한 진행으로
알게 되었다. 그리고 보지 않았더라도 그다지 내용 전개가 특별하진 않아서 말 그대로 뻔할뻔자다.
잊기 힘든 어떠한 인물과 얽혀있는 기맥힌(?) 사연정도?
두번째 봐서 그런건 아닌데 전체적으로 엄청 지리하게 내용을 끌어 간다.
(60분짜리 공연을 80분짜리로 억지로 늘려놓은 기분이 들정도)

신파 물씬 풍기는 억지 눈물샘 자극도 많고

무엇보다도 노래가 너무 어색하다. 뭔가 현대 음악인듯 하기도 하고 오랜시간 내려온 거 같기도 하고
두마리 토끼를 잡으려다가 아무것도 못잡은 꼴같다.
그래서 노래부르는 장면만 오면 졸려지고 가슴아린 가사들이 이상한 가락에 모두 파묻혀버린다.

민요나 판소리도 엄청 구슬픈 대목들이 많은데 그런식으로 만들던가.
아예 현대 노래로 만들어 소리와 현대 음악을 조화롭게 섞던가.
연주자중엔 피아노 연주자도 있고 많은 부분을 차지하며 어색하지 않고 매끄럽게 섞여있는 멋진 연주 음악들인데
왜 노래는 그렇게 되질 못한건지. 심지어 따라부를수 있는 음율도 아닌. 내가 이쪽에 식견이 없어서 그런지
내 느낌으론 그지 깽깽이같은 노래들이었다.

젓대소리로 유명했다던 박종기 선생에 대한 일대기도 아니고 모두 허구인 내용인데
마지막에 두 예인의 돌아가신 내용을 적어놓으니 실화를 그려놓은것 마냥 착각하게 만든다.
(실화도 아니면서 실제 있었던 일인냥 꾸며놓는건 보고 난 후 좀 짜증나던데)

전체적인 흐름만 놓고 보면 뻔하디 뻔하기때문에 영화 서편제가 훨씬 재미있으나
너무 멋진 연주로 이 연극을 볼 그 가치는 충분해 보인다.
발때문에 연주자들이 공연내내 안보인데 그렇게 할필요가 있었을까? 오페라처럼 연주는 앞쪽이나 옆쪽에
그대로 노출되도 좋았을텐데. 젓대 연주 명인 두사람의 이야기지만
이 공연의 백미는 대금보다는 그 외의 연주들이 특히 더 멋진데, 정말 신명난다는 말이 딱 맞다는 생각이다.

뭔가 이도저도 아닌 이상한 노래들
하지만 발 뒤에서 미친 연주를 보여주는 멋진 공연

불필요한 신파를 넣어서 눈물샘 자극하지 말고 담백하면서 덤덤히, 상여소리처럼 품격있게
시조처럼 기품이 흘러넘치는 그런 한국전통의 신선한 작품들이 많이 나오길 기대해본다.

출연 : 이상화, 정윤형, 하윤주

Posted by 시세상
연극.공연2024. 2. 9. 2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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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전날엔 어떤 마음다짐이 필요할까
전날까지 일하고 쉬는날이라고 늦잠을 잔 후에 나가는 것이 무척 어중간한 3시 공연
그런데 공연시간은 고작 한시간. 시내도 아니고 예술의 전당처럼 전시장이 있는곳도 아니다
국립극장이 덩그러니 있는 남산 주변

이곳에 오면 늘 쓸쓸한 기분이 드는데 산이 차갑고 공연이 멋졌으니
공연장을 나올땐 허무하면서 외로움이 생겨나는 것일뿐

한국에서 설은 분명 축제기간이긴 하다.
그런데 언제부터 축제였고 언제까지 축제였을까.
언제부터인가 연휴때 거리를 다니면 서성이는 외국사람들을 많이 본다.
명절인만큼 다들 가족과 보내는 것인지, 한산할뿐 축제라고 할수 없는 기간이다.

축제란게 어떤 염원을 비는 제사라는 의미인지
추석과는 다르게 설에는 아무래도 한해 잘되길 기원하는 바람이 크기때문에 어울린다.
이것을 공연으로 만들었다곤 하는데 순수하게 공연만 봤을때 이해가 되는지는 좀 다른문제이다.

팜플랫을 보면 뭔가를 기원하고 귀신도 쫓아보내고 살풀이에 온갖것들이 다 들어있다고 한다.
한시간동안 참 많은것들을 우겨넣은 기분이다.

전통도 좋은데 전통적으로 이어져내려왔었지만 지금의 민중속에 녹아있는것과 다르다면
그것은 그것대로 공연하고 오늘같이 설연휴라면 대중이 알수 있는 대중을 위한, 현대인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면 안되는 것일까?
보는 내내 꽤나 어색한것이 언제 박수를 쳐야 할지, 추임세따위는 이미 사라진 문화이고
마당놀이란게 없어진 한국에서 저들이 저렇게 전통적 미를 추구한다고해도 관객석에서 리듬에 맞춰서
박수를 칠 사람은 이젠 없다. 차라리 누군가 옆에서 박수를 치라고 손짓 발짓을 해주던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게 되버린 한국의 전통 공연예술은 바껴야 할 전환점이 필요한 시점같아보인다.

이토록 고혹적인 예술문화가 이리도 어색할수 있다는 것이 한편으론 안타깝기만 하다.

철저하게 공연에만 초점을 맞춰 기승전결을 명확하게 만들어 관객이 전체 흐름을 파악할수 있도록 해주던가
완전히 고전 그대로를 공연해서 옛것의 정취만을 충분히 만끽하도록 하던가

이번 공연은 관객을 사로잡지도 못하고 전통예술을 전달하지도 못한 이상한 공연으로 보였다.

그리고 예술의 전당과 다르게 이곳은 이것을 보면 그냥 집에 가야 하는 곳이다.
그런데 한시간 공연이라니. 공연도 딱 구청에서 노인들 모아놓고 효도공연하듯 순회공연하는것마냥 그냥 그러한 래퍼토리를
국립극장이라는 좀 크고 잘 갖춰놓은 곳에서 설을 기념하기위해, 축제라는 타이틀을 걸고하는 공연이라면
제대로 만들어 90분에서 120분정도는 맞춰야 돈과 시간을 들여 찾아온 관객을 위한 예의가 아닐까.
한시간 춤, 한시간정도 각 도별로 유명한 민요, 판소리 몇 대목씩만 해도 나머지 한시간은 그냥 채워질텐데
씻고 나왔다가 공연끝나고 집에 와서 다시 씻는 시간이 한시간은 더 걸리겠다 젠장.

짧막한 공연들 여럿을 묶어서 한시간정도면 인사동, 세종로, 종로 한복판에서 연휴때 거리 공연정도로 가볍게 하는 정도지
이걸 정식으로 광고해가며 할정도의 가치가 있는것인가
한정된 관객석으로 오히려 많은 사람들에게 보여줄수 있는 기회도 놓치고 기껏 먼곳에서 찾아온사람들 허탈하게만 만들고
거리공연을 하면 차라리 한국의 전통이라고 하는 마당놀이문화도 어느정도 맞아떨어지는데
(나는 마당놀이 세대는 아니라서 구체적으로 어떤 융화적 공감이 있는지는 모르겠다)

어떤 기분이었냐면 관광지에서 매일 공연하는 그곳의 수십분짜리 전통 춤추는 공연을 본거 같은 기분으로
(하와이같은곳에서 빤쓰만 입고 나와 타악기 두드리며 공연하는 원주민 춤같은)
한국사람이 명절에 맞춰서 한국사람을 위해 만든 공연이라곤 도무지 생각되지 않는다.

묵향같이 색다른 맛이 있는것도 아니다. 묵향도 여러번 보고 싶을 정도의 엄청난 공연은 아니지만
이번 공연보다는 훨씬 신선하고 멋진 기억에 남는다.

관객을 위한 공연이니 관객의 입장을 생각하는 한국공연이 되길 기대한다.

출연 : 국립무용단

Posted by 시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