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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2024.04.05 국악 -하나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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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2024.02.25 국악 -적로(滴露)-
  5. 2023.10.09 국악 -산전수전 토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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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2023.04.30 연주회 -일이관지-
연극.공연2024. 11. 21. 2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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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내린비는 겨울빈가? 가을빈가?
입동은 지난지 좀 되었는데
이 집에 있을동안 첫눈을 볼 수 있으려나 기대했지만 열흘정도 남은 지금을 보면
가능해 보이진 않는다. 늦은 눈오는 밤에 가로수길을 거닐면 고요함이 참 좋은데 아쉽다.

신사동은 국립국악원과 멀지 않은 거리임에도 저녁 7시30분 공연을 보고 집에 오면 10시정도 된다.
이것도 한시간 정도 되는 공연을 보고 출출해서 우동 한그릇 하면 이렇게 된다.
다음달 예매한 공연은 군자동 집에서 보러와야 하는데 얼마나 더 늦은 밤에 도착할까
이 집에 대한 내용은 나중에 제대로 한번 써봐야 겠다. 18년이나 살았으니 회상할 내용도 적진 않겠지.

인왕산에 필운대란 곳이 있는줄 오늘 처음 알았다. 지금은 흔적정도만 남아있고 그마저도 여고 안에 있는듯 하니
알턱이 없지. 봄무렵 소풍나와 풍류를 즐겼다고 하지만 일반인들은 아닌거 같다.
겨울인 지금 왜 이 공연을 하게 된거지? 무대는 소박하면서 예쁜긴 하지만
무대처럼 어떤 정자, 평상같은것이 있다기보다는 산 중턱에 앉아 즐겼던거 같다.
(정선 필운대상춘 그림에 나와있듯)

조선시대 배경의 선비들 영화를 보면 가끔씩 산중에서 놀음을 하는 장면들이 나오는데
이번 공연처럼 새벽부터 해질녘까지를 담지 않고 여러 장르를 보여주지도 않는다.
단지 잠시 흘러가는 순간 정도.

이번 공연은 약간의 어색한 연극(몇마디 대화정도라고 해야 하나?)도 좀 있는데 다들 예인으로 평생을 보냈을텐데
연기가 어색한것을 보면 뭐랄까... 가무와 연극은 다른 분야인듯 싶지만 그래도 특성상 연기는 배워둬야 하지 않을라나?

자주 접하지도 못하고 공부를 별도로 하는것도 아니기때문에 시조같은 경우 그 음율을 이해하지 못한다.
시의 글과 뜻 그것만으로는 그 맛을 이해하긴 어려운것인지
시는 글보다 노래라는 의미가 강하다곤 하지만 왜 저렇게 음률을 잔뜩줘서 부르는건지 그리고 그 맛이 무엇인지
알기 쉽지 않다. 특히나 한문 그 자체인경우도 많아서 이중고를 겪게 되는데
왠일로 자막이 나와서 무슨 의미인지는 알겠지만 문장 문장마다 길게 끌리는 그 특유성 때문에
경극같기도 하고 정제된 표현같기도 하고 아닌거 같기도하다. 문제는 감동이나 감흠이 잘 생긴다는것인데
지금도 조금이나마 더 이해해보려고 평시조를 듣고 있지만.. 왜 저렇게 해야만 하는지는 아직은 모르겠다.
시조의 내용에 있는 물체의 형상을 구음으로 표현하는것일까 아닌거 같은데

아무튼 이렇게 몇가지가 지나간다.
그나마 창, 단가, 대금독주나 매화가나 서도소리, 춤은 박수가 절로 나오긴 했는데
이정도는 전체의 절반도 안되니 공연이 끝났을땐 나에 대한 섭섭함이 컸다.

외국도 고전음악은 다들 어렵게 받아드릴까..
한국 고전도 고려까지 넘어가지 않는다면 이런 시조를 제외하면 크게 어렵다고 할순없다.

시조, 판소리, 거문고 이런 공연을 보면 정제되어 격조가 높은 예술이란것은 직감적으로 와닿는다.
군더더기를 모두 쳐내서 액기스만 남아있는 자극적이지 않은 밍밍한맛이지만 그 속에 담겨진 기품이 느껴진다.

그래서 내게 안맞는 옷일수 있다. 내가 그런 수준과는 거리가 있기도 하고
양반이나 상류층의 문화가 몸에 붙어있는것도 아니니 아무리 아름다운 예술이라도
몸이 거부하면 어색할수밖에... 국악을 내 몸이 거부한다는 말은 아니다.
다만 익숙하지 않은 부분이 좀 많다는 것일뿐..
그만큼 한국 사회에서 한국 고전 음악을 천대했었기때문일수 있다.
사람들과 멀어질대로 멀어진 이 나라 전통 예술.

좀더 자주 보고 싶긴 하지만 연극이나 다른 공연들이 엄청 많고
내 시간도 한정되어 있으니 기회 될때만이라도 충분히 즐길수밖엔 없어보는 어려운 분야.

그런데 시조는 왜 그렇게 꼭 불러야 하는건가?
중국의 경극은 왜 그렇게 띠용요용요요요 거리는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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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시세상
연극.공연2024. 4. 5.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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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떠게하면 평일에도 회사원들이 편하게 공연을 관람할 수 있을까
어렵지 않는 문제인가. 휴가를 내고 마음 편히 저녁 먹고 가면 되는것?
때때로 이런 소소한 행복이 의외로 쉽지 않은 문제가 되기도 한다.

오늘은 평일 그리고 공연관람이 있다. 여러모로 긴장되는데
시간을 맞춰 갈수 있을지, 공연은 재미있을지, 저녁은 어떻게 먹지 등등

그렇게 대수롭지 않은 고민을 하다보니 벌써 하루가 지나고 다음날 아침이다.

총 6개의 공연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서로의 연관성이 있어보이진 않는다.
(공연기회자는 주제를 연결했을지 모르지만 듣는 내입장에선 모르겠음)

첫번째인 뱃노래라는 국악관현악(오케스트라?) 공연인데
솔직히 좀 놀랐다. 그동안 들어왔던 서양의 오케스트라를 국악기로 재편성된 일종의 아류작같은 느낌을 받았기때문인데
왜 이렇게까지 서양악기를 따라해서 구성되야 하는지 연주를 듣는내내 납득되지 않았으며 이유도 찾지 못했다.
한국 정서에 맞도록 그동안 이어져온 것에서 조금씩 각색하면 안되는 것이었나 등 온갖 잡생각이 들었다.
서양에 대한 열등감의 산물일까 아니면 음악사가 원래 이렇게 진행되고 우리도 그 흐름을 지나가고 있는것일까

아무튼 저 많은 단원들이 어떤 특수 효과음을 내는 구성원인듯 오묘한 기분이 든다.
이와중에 튀는 팀파니(북치곤 너무 고급진 소리를 내는 북)와 더블베이스

악기 배치도 뭔가 서양 오케스트라와 비슷한거 같은데 고음은 해금, 저음은 아쟁? -.,-;;;
관악기는 저~ 뒤로 밀려있던데 대금은 음량이 크지도 않은데 왜 저렇게 뒤로 밀려있는지..

아무튼 지난번에도 느꼈지만 상대적으로 거칠고 약간은 불규칙한 음들이 많이 섞인 한국 악기를
합주한다는 것은 듣는 입장이나 연주하는 입장에서도 좋은 화음을 낸다는건 쉽지 않게 느껴진다.

감상하기에 좋은 자리에 앉았는데도 산만함이 느꼈것은 왜일까

한국 관현악단에도 콘마(콘서트마스터)가 있는건가? 좀 우끼긴 하지만 단체니 중간 관리자가 필요하긴 할텐데
보통 바이올린이 콘마를 하던데 국악기에선 해금(깽깽이) 연주자가 콘마역활을 대행(?)하는거 같다.
서양시스템과 같을 필요는 없지만 아무튼 보여지는 행위는 매우 비슷하다. (저 해금 연주자가 수석이려나?)

두번째 연주는 재수굿이라는데 하늘과 땅에 일이 잘 풀리도록 해달라는 굿이라고 한다.
그 동안 봐왔던 것과는 다르게 굿 도중에 관객이 막 몰려가 돈 통에 돈을 넣는다. 앞에서 덩실 덩실 춤도 춘다.
미리 기획된 것이겠으나 순간 좀 놀랐다. 관객이 난입하는것인가? 이러다 공연 망가지는거 아닌가? 온갖 잡생각이 들었지만
어느정도 시간이 흐르고 어떤 절차대로 진행되니 불안감은 사라졌다. 유지숙 예술감독은 서도소리로 유명한 분이라 황해도에서
한다는 굿을 한건지 모르지만 국악인들은 이런 여러가지를 다 해야 하는건지, 심지어 신내림받은 무당이 하는
이러한 굿판도 할줄 알아야만 생계를 유지할수 있다는것인지, 아무튼 어려운 직업군이 아닐수 없다.
신명은 나는데 전체적으로 익숙한 소리가 아니라서 그 속으로 빠져들기엔 알수 없는 벽이 느껴졌으나
서도소리 자체가 남한에서 자주 나오는 부분도 아니니

세번째 협주는 좀 난해한데.. 해금 협주곡 Verses??
Verses가 무슨 뜻인가 보니 노래,시의 구절 같은 의미라고 하고 해설을 보면 뭔가 거창하다.
하지만 들으면서 그러한 느낌을 받기엔 처음들어서 이해하기 어렵고
해금의 그 알수 없는 코맹맹이 소리때문에 더욱더 조화롭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보통 악기가 오케를 뒤로 깔고 협연할땐 독주곡은 상대적으로 부각되지만 오케를 이끌어가는 힘또한 중요하다.
그렇지만 이 곡은 왠지 전혀 그런맛이 없다. 협주라기보다는 그냥 그 속에 섞여서 가끔 솔로 파트가 있는 단원 정도?
게다가 해금소리를 잘 듣다보면 여느 현악기와는 많이 다른 답답한 소리가 있다. (깽깽이,깡깡이,앵금이란 이름이 괜히 나온게 아님)

이런 악기가 수많은 악기들을 이끌수 있을리가..
게다가 현 한개로 연주하는것 치곤 화려한 테크닉이 있지도 않고 솔로 연주가 아니니
여운을 깊게 만들기도 벅차보인다.

시조를 표현하기에 좋은 악기였을까. 저들의 선봉에 설 수 있는 악기였을까?

우리가 보통 협연을 할때 보면 바이올린은 있지만 비올라는 상대적으로 적다.
소프라노는 많지만 있지만 메조나 알토 협연은 상대적으로 적다.
테너는 많지만 바리톤, 베이스는 적다.
오보애는 협주가 있지만 바순 협주를 본적있는가? (찾아보면 있긴 있음)

이런 현상은 다 그만한 이유가 있는것이다.

먹어들어가는 이 소극적인 소리는 사람의 심묘함을 표현하기에 뛰어날수 있을지 몰라도
대중들 앞에서 용기있고 호소력깊게 연설할수 있는 소리는 아니다.

네번째는 3중 협주곡 舞散饗(무산향)
아쟁, 가야금, 대금과 국악관현악단
모두 솔로일때 뛰어난 악기들이긴 한데
잘 모르겠다. 좋다 나쁘다를 판단하기엔 독주할때를 제외하곤 그냥 국악관현악단의 일원으로 섞여든다.
음량이 좀더 크기때문에 저들의 연주를 골라낼순 있지만 산조를 대편성으로 만들면 산만해지는 느낌이 지워지지 않는다.

그냥 솔로 파트에서 가야금은 참~ 매력적인 악기란 생각이 드는 정도와
해금보다 아쟁의 협주곡이 좀 생기면 훨씬 매력있지 않을까란 생각이 들게 한다.
아쟁의 연주 테크닉이 비약적으로 화려해져야 하겠지만.....

다섯번때는 호적 풍류 협주곡
아~ 내가 개인적으로 태평소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트럼펫같이 쭉! 뻗는 소리도 아니고
음량이 작은것도 아니다보니 왠만해서는 너무 튄다고 할까?
이 악기는 특이하게도 관악기(금관악기라 해야 하나?)에 대금처럼 청이 있는것도 아닌데
소리가 매우 거칠다. 옹알옹알 하듯 말려드는 소리도 특이하지만 내 취향은 분명히 아닌 음색을 지녔다.

그런데 이번은 달랐다.

대편성 곡을 이끄는데는 그 우월성이 탁월하단 생각이 든다.
원래 꽹가리가 그 역활을 하는거 아니었나?싶을정도로 훌륭히 존재감을 드러낸다.
관악기류가 뻗는 소리에 좋기때문이기도 하지만 편곡이 극적으로 무척 잘 되서 사람들로 하여금
환호성을 자아내게한다.

아마도 한국의 색이 지워지지 않으면서도 협주곡으로서의 솔로 매력과 대편성곡의 웅장함을 잘 표현한 곡으로 생각된다.

모든 협주곡들이 이렇게 화려할 필요는 없지만 일단 대중의 관심을 받기위해선 어느정도 필요하지 않을까....

마지막으로 가야금,아쟁,거문고의 산조 협주곡 時節風流(시절풍류)인데
산조는 독주가 제일 잘 어울리는 곡으로 생각은 되지만
현악기 삼중주도 아니고 이들 뒤엔 국악관현악단이 있는 협주곡 형태라 특이하다.
서양악기 현악기 삼중주 오케 협연곡이 뭐가 있을까? 인터넷에서 찾아보니 베토벤 3중 협주곡이 있는데
바이올린, 첼로, 피아노 그리고 오케스트라(유튜브에 나와있으니 보면 됨)
일단 피아노가 다중주에 끼게되면 오케스트라는 좀 의미 없어지는거 아닌가 싶지만 아무튼 훌륭하다.

삼중주도 아니고 협주라고 하기엔 솔로가 삼등분되니 좀 섭섭하고
가야금이 가장 돋보이고 개인적으로 거문고를 좋아하지만 아쟁도 훌륭하다.
이들 개개인 모두 뛰어난 기량을 펼친다만 역시 관현악 협주라면 이들의 전체 조화를 보지 않을순 없다.

결론은 잘 모르겠다.
귀명창이라했던가 듣는 관객 또한 그 능력이 되야 감동도 올라갈텐데..
서양 오케스트라와 느낌이 달라서인지 이런 구조가 아직은 낯설기때문인지
아무래도 좀더 자주 들어봐야 할듯싶다.
올해는 서양 오케를 좀더 집중해서 관람을 할까싶었는데 국악 오케도 관심이 많이 가는 계기가 되었다.

Posted by 시세상
연극.공연2024. 3. 31. 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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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때는 연극이 엄청 보고싶을때가 있다. 왠지 모르지만 아무튼 그럴때가 있는데
이번주가 그때였지만 막상 서울에서 하는 연극중 마땅히 손가는게 없다는 아쉬움이 생긴다.
그래서 아무것도 안보려다가 국악쪽엔 뭐가 있을지 찾다보니 매주 하는 공연 '토요명품'이 보여서
미술관도 들러서 볼겸 해서 예매

하지만 연극이 아니라는 아쉬움때문인지 미련이 계속 남는다.

버스를 타고 국립국악원을 가서 기다리는데 햇살 좋은 완연한 봄
햇볕을 맞으며 눈 감고 있으면 세상 편하지만 시간이 얼마 없어서 의자에 누워 잠 잘순 없었다.

극장에 앉으니 국립이라 시설은 대단히 좋지만 생각보단 소극장 정도의 무대 크기
무대장치랄것도 없는 조촐함. 여러팀이 나와서 공연하니 단독 공연의 무대 세팅같은건 없겠지만
'너무 없는것이 아닌가'란 생각도 든다.

총 7팀의 무대인데 80분 공연으로 대략 10여분남짓한 공연들이다.
이 10분중에도 바닥에 돗자리 깔고, 다들 자리 세팅 하고 악기 만지고 하다보면 5~8분정도 되려나?

이렇게 여러팀이 나와서 짧게 공연해도 되는것인지
민요 3곡 하고 들어간 팀이 있는데 딱 그정도 길이다.
관광지 가서 관광객들 상대로 공연하는 짧으면서 강렬한 몇가지 빠르게 보여주고 끝내는 허무한 그런 공연같다.

기억에 남거나 감동따위는 별로 없고 감정의 고저를 고려한것인지 안한것인지
피리합주, 생(황)소(금) 병주, 기악합주,가야금병창,살풀이춤,경기민요,소고춤
이런 순으로 공연이 나왔는데 특정 주제를 두고 흐르는 공연이란 생각은 들지 않는다.
그러니 다들 따로 논다고 해야 하나. 그래서 암전시간이 그렇게 길었는지
암전시간이 기니 사람들이 웅성웅성거리기도 하고
공연중 휴대전화 문자로 대화를 나누는데 그 어떤 스태프도 제지하지 않는다.
소리났던것은 아니지만 환한 휴대폰 화면이 눈에 거슬림에도 수많던 안내원들은 다 어디간건지

무대밖의 좌우 끝에 있는 모니터에서 그지같은 자막이 나오고.
도데체 이걸 보라고 있는건지.. 무대 중앙 예인들 뒷쪽 놀고 있는 벽에 한글과 영어 자막을 쏴주면
공연도 보면서 자막도 쉽게 보고 훨씬 편할텐데 고개를 계속 돌려 보는 외국인들에게 왠지 미안함이 드는건 나뿐인가

특이하게도 외국인이 제법 많았는데 이렇게 맥락없는 공연들을 보는게 과연 한국 문화를 알수 있는 계기가 될런지도 모르겠다.
어떤 줄거리, 시대적 배경 등 왜 저들이 저렇게 구성지게 때론 흥겹게, 격동적인지 그것을 알면
뭔가 와닿을게 있을수도 있겠지만 한국사람인 나도 90%이상을 이해를 못하는게 한국 국악인데
외국인들이 이해하길 바라는건 애초에 말도 안되는거겠지.

난 오늘에서야 한국악기는 합주보단 독주에 좋은 악기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적어도 같은 악기 여러대는 음이 흐트러져서 음율보다는 잡음(노이즈)처럼 변질된다는것을
피리합주(첫공연)를 들으며 처음 느꼈다. 왜 그럴까 곰곰히 귀 기울려 듣다보니 악기 소리 자체가 너무 탁해서 섞기 힘든게
아닐까란 나만의 결론에 도달했다.
목소리가 대단히 거친(허스키)사람들이 같은 음정으로 함께 합창을 하게 된다면의 같은 상황이될까?

아무튼 너무 거칠고 투박한 소리는 많은것을 느끼게 해주지만
한개 더, 또 한개 더 섞이다보면 결국 노이즈가 되는거 같다. 음정을 알아듣기 힘들정도의 소음처럼

공연들을 각기 놓고 생각하면 절반정도는 좋고 절반정도는 모르겠다정도
평생 노력하는 분들의 공연이니 명품, 명작, 명연기, 명연주 그 어떤 최고의 단어를 붙여놔도 부족하겠지만
집에와서 저녁을 먹고 잠시 잠을 잤다가 일어난 지금 기억에 남는것은 특별히 없다.
딱 그만큼 아쉬운 공연이었다.

그런데 왜 커튼콜이 없이 그냥 불을 켜버리고 공연을 끝내버리는걸까?
마지막에 모두들 나와서 다함께 인사하며 서로 박수치고 끝나면 안되나 다들 고생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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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시세상
연극.공연2024. 2. 25. 1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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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일 공연은 어찌됬던 부담이 된다.
7시30분 공연이라도 회사 퇴근 후에 볼 수 있는 시간이지만이 끝나고 집에 오면 9~10시 사이
이때 저녁밥을 먹으면 소화되기도 전에 누워야 된다.
물론 이것은 내가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기 위한 행동이라 내 탓일 수 있지만.

이날은 다행히 한 몇십분 일찍 끝날수 있어서 조금 여유있게 들어선 풍류사랑방
이곳은 신을 신지 않고 맨발로 들어가는 특이한 공연장이다.
하지만 걷는 바닥의 느낌은 그다지 좋지 않다. 딱딱하다고 해야 하나
마루바닥인데 왜 느낌이 안좋은지 모르지만, 대충 느낌은 별로라는게 지워지지 않는다.

양반다리를 하고 앉을수 있는 푹신한 방석과 등받이. 그런데 고정이 되지 않아서 양반다리하다가
옆자리와 붙을수 있기때문에 이것도 그렇게 까지 훌륭하단 느낌은 안든다.

꽤나 고풍스럽게 꾸미려 애쓴 공연장이긴 한데 이런 공연이 어울리는 곳인가?

적로? 이슬방울? 피리적(笛)자인줄 알았지만 물방울 적

창극이라 하기에도 그렇고 이미 몇년전에 봤던 극이란걸 시작한지 조금 지나니 익숙한 진행으로
알게 되었다. 그리고 보지 않았더라도 그다지 내용 전개가 특별하진 않아서 말 그대로 뻔할뻔자다.
잊기 힘든 어떠한 인물과 얽혀있는 기맥힌(?) 사연정도?
두번째 봐서 그런건 아닌데 전체적으로 엄청 지리하게 내용을 끌어 간다.
(60분짜리 공연을 80분짜리로 억지로 늘려놓은 기분이 들정도)

신파 물씬 풍기는 억지 눈물샘 자극도 많고

무엇보다도 노래가 너무 어색하다. 뭔가 현대 음악인듯 하기도 하고 오랜시간 내려온 거 같기도 하고
두마리 토끼를 잡으려다가 아무것도 못잡은 꼴같다.
그래서 노래부르는 장면만 오면 졸려지고 가슴아린 가사들이 이상한 가락에 모두 파묻혀버린다.

민요나 판소리도 엄청 구슬픈 대목들이 많은데 그런식으로 만들던가.
아예 현대 노래로 만들어 소리와 현대 음악을 조화롭게 섞던가.
연주자중엔 피아노 연주자도 있고 많은 부분을 차지하며 어색하지 않고 매끄럽게 섞여있는 멋진 연주 음악들인데
왜 노래는 그렇게 되질 못한건지. 심지어 따라부를수 있는 음율도 아닌. 내가 이쪽에 식견이 없어서 그런지
내 느낌으론 그지 깽깽이같은 노래들이었다.

젓대소리로 유명했다던 박종기 선생에 대한 일대기도 아니고 모두 허구인 내용인데
마지막에 두 예인의 돌아가신 내용을 적어놓으니 실화를 그려놓은것 마냥 착각하게 만든다.
(실화도 아니면서 실제 있었던 일인냥 꾸며놓는건 보고 난 후 좀 짜증나던데)

전체적인 흐름만 놓고 보면 뻔하디 뻔하기때문에 영화 서편제가 훨씬 재미있으나
너무 멋진 연주로 이 연극을 볼 그 가치는 충분해 보인다.
발때문에 연주자들이 공연내내 안보인데 그렇게 할필요가 있었을까? 오페라처럼 연주는 앞쪽이나 옆쪽에
그대로 노출되도 좋았을텐데. 젓대 연주 명인 두사람의 이야기지만
이 공연의 백미는 대금보다는 그 외의 연주들이 특히 더 멋진데, 정말 신명난다는 말이 딱 맞다는 생각이다.

뭔가 이도저도 아닌 이상한 노래들
하지만 발 뒤에서 미친 연주를 보여주는 멋진 공연

불필요한 신파를 넣어서 눈물샘 자극하지 말고 담백하면서 덤덤히, 상여소리처럼 품격있게
시조처럼 기품이 흘러넘치는 그런 한국전통의 신선한 작품들이 많이 나오길 기대해본다.

출연 : 이상화, 정윤형, 하윤주

Posted by 시세상
연극.공연2023. 10. 9. 0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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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국악원에서 공연을 할때 특히 오늘같이 낮 공연일경우에
예술의 전당 미술관에서 미술전 한편 보고 갈수 있어서 좋다. 하지만 이곳에서의 공연은 비싸서 보기 어렵다.
마침 현대한국화전을 하고 있어서 기분 좋게 들렀는데 그림수가 생각보다 많지 않고
걸음을 멈추게 하는 작품들도 있고 지나치게 하는 작품도 있지만
문제는 보는 사람이 거의 없다는 것. 구입하긴 어려울수 있어도 외국 작가 작품들 돈내고만 보지 말고
한국 작품들, 팔기 위해 전시하는거 한자리에 모아놓은 이런 전시회는 발품을 덜고 많은 그림을 볼 수 있으니
관심을 갖어보는것도 괜찮아 보인다.

별주부전, 수궁전, 토끼전라고들 하는데 판소리는 수궁가지만 토별가라고 각색한 창극이다.
전체 내용은 크게 바뀐것은 없고 좀더 해학스럽고 현실을 약간은 풍적로 묘사했다는게
판소리와는 좀 다르긴 한데 현대어로 바꾸고 어쩌구 저쩌구 프로그램에 적혀있길래 좋은 현상이라 생각했지만
그다지 바껴있는거 같진 않고 내용을 각색하면서 현대어로 대본작업을 한정도로 보인다.
결론은 아이들이 보긴 어려운 고어와 한자들 투성이의 창극인데 아이들이 많이 보인다.
아이들용은 별도로 만들고 그러던데 부모들은 왜 이걸 아이들에게 보여주려 한것일까
뒤에 앉은 어린놈이 의자를 발로 툭툭 치고 기본적인 관람예의도 가르치지 않는 그 아이의 부모놈과 꽤나 잘 맞는 조합이 아닐수 없다.

제발 아이들이 보기 어려운것은 경고문구라도 좀 넣고 아이는 아이들 석을 별도로 마련해라
중간 중간 섞어놔서 시끄럽거나 산만해서 타인들 관람 방해하지 못하게
그리고 제목만 보고 아이들이 봐도 되겠거니라는 어리석은 부모가 되지 말자.

상황이 이렇다보니 풍자와 해학에서 빠질수 없는 약간은 노골적인 대사들은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다.
심지어 흔한 욕한마디 없다. 그래서 심심하고 산만하고 시끄럽기만 하다.
내용에 임팩트가 없이 떼창만 드럽게 많이하는데 어쩜 그렇게 소란스러운지

각색도 뭔가 어설픈데 구성까지 이상해서 무척 섭섭한 극이다.
국악은 오랜시간 수련의 결과들이라 웬만하면 실망하기 어려운데 실망스럽다.

국악에서 제일 특이한게 떼창, 민요든 뭐든 떼창이 서양과 같은 화음이 아니라
그냥 서로들 같은 음으로 불러댄다. 음량을 높이기 위해도 아니고 피날레 다같이 합창도 아니고
아무튼 국악의 합창은 항상 납득이 되지 않고 듣는것도 무척 거북스럽다.
(후렴구만 합창하고 각 대목은 한사람씩 하는 것을 말하는게 아님)

음향감독은 귀를 먹은것일까, 난청인가.
사람들의 노랫소리보다 음악 소리가 더 크다
다들 목청 터져라 소리를 질러대고 악기 소리는 이보다 소리가 더 크고

국립국악원은 국립극장과 비슷하면서도 음향쪽 설정이 늘 엉성하다.
왜 같은 국악인데 이렇게 다른것인지..

그지같이 소리만 크게 하지 말고 조화를 좀 찾자. 떼창도 좋고 다 좋으니
가사를 들을 수 있게. 관계자들 너만 들린다고 다가 아니다. 관객의 귀에 쏙쏙 잘들려야지

노래 자막이 나오는건 좋으나 무대 양옆 맨 끝의 모니터에 나온다.
이걸 보라는걸까? 무대 감독이란놈은 도데체 무슨 생각을 하는걸까
국악은 대부분 국가에서 지원하는것이니 대충 하면서 돈만 받으면 땡이란 건지

배우들과 아주 가까운곳에 자막 넣어서 머리를 돌리지 않으면서도 가사를 이해하고 듣고 보고 싶도록
셋팅 하고 싶은 충동이 안생기나

이런 그지같은 세팅들을 해놓고 아이들은 왜 받은걸까
난청생기고 두통오기 딱 좋은 구성

좀 관객입장에서 생각하자. 요즘 한국 경제를 말아먹으려고 온갖짓거리들 하고 있는데
이중에 한국 문화가 없을거 같냐?
국악 지원금 줄이면 순식간에 사라질 풍전등화같은 존재라는걸 알고 있다면 안주하지 말고
공연예술로서 대중성을 잃지 않도록 고민에 고민을 거듭 해서 어떤 정부가 들어서도 존립이 위협받지 않도록
경쟁력을 갖췄으면 좋겠다.

그리고 적어도 새로운 창극이라면 전국 팔도 사투리좀 넣고.
어떻게 아직도 전라도 사투리만 넣고 창극을 만드는지 에휴

출연 : 아주많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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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시세상
연극.공연2023. 7. 9. 2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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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평일에 공연을 본다는건 쉽지 않다.
7시30분 공연인데 회사 반차를 사용하지 않으면 볼 수 없을만큼 회사가 먼곳에 있다니 에휴
게다가 오늘의 주제는 죽은 사람을 떠나보내는 상여소리다.

비도 추적추적 내리고 주제도 그렇고 지금 내 처지도 별로인 하루

어떻게든 시간을 맞춰 입장해서 기다리는데 국립극장과 느낌이 비슷하다. 하지만 무대가 높지 않아서
적어도 출연자들의 발을 못보는 사태가 벌어지지 않을거 같아 안심아닌 안심이 된다. 물론 이번도 맨 앞자리

요즘은 노안이 와서 안경을 새로 맞추는것도 좀 그러다보니 버티고 있어서 가까운곳과 먼곳이 잘 안보인다. 그래서
맨 앞자리가 가장 좋은거 같다.(맨 앞자리를 늘 선호함) 오페라망원경이라도 사야하는건가.

이 공연은 내용 만큼이나 서글픈 제목을 지녔다. 순전히 제목만 보고 꼭 봐야겠다 싶었던 공연
아련하고 후회스럽고 슬픈 제목..

남자는 꽃신 신을 나이쯤 무슨 생각을 할까
여자는 꽃신 신을 무렵 무슨 생각을 할까

사람으로서 미래에 대한 기대와 흥분으로 밤잠 못잘때가 꽃신 신을날(결혼)이 아닐까
이후부터 일반 사람들은 죽을때까지 수많은 걱정과 고생, 고뇌, 고통속에서 살아간다.
그리고 그렇게 고단한 삶의 마지막을 보낸다.

이 제목은 그 고단함을 저승가는 길이라도 가볍고 홀가분하게 그리고 그때 그 기분으로 가시길 기원해주는거 같다.

지금 세대는 어떤지 모르겠지만 나는 결혼을 하지 않았기때문에 부모로서의 짐을 알지 못한다.
하지만 나를 키워주신 할머니께서는 아파서 앓아누우셨을때 항상 '아이고 어머니'라며 할머니의 어머니를 찾아셨다.
어머니를 찾을만큼 그리움의 대상이기도 하지만 그만큼 힘드신 삶을 살아오셨으리라.
돌아가시고 안계신데 처음 혼인할때 신으신 꽃신을 신고 홀가분하게 가셨길 보고싶은 그리움을 담아 기원해본다.

외국도 다 비슷한건지 타국의 장례문화를 본적 없어서 모르지만
한국은 산사람을 위로하고 죽은자의 미련을 벗게 해주는 품격 높은 장례를 보여준다.

이토록 격조있으면서도 무겁지 않고 그러면서도 경박스럽지 않은 장례가 또 있을까
내가 상여를 본것은 아마도 나의 할머니 상여가 마지막이었을거다. 당시엔 지금처럼 병원에서 치루는 장례는 없었기때문에
집에서 모든 장례를 끝마치고 장지까지 몇백미터정도 상여로 모셨던거 같은데
그때 소리하는 분도 계셨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다 이렇게 잊혀지는거겠지.

각 지역마다 장례가 조금씩 다를텐데, 이 공연은 지역마다 장례에 나오는 소리와 공연을 선사한다.
어느지역은 품바같은 사람들이 나와서 슬픈 분위기를 돌려놓기도 하고

판소리 대목도 나오고 단가도 나온다.

전체 구성은 서도소리로 시작해서 경기도를 지나 진도 다시래기(?)로 맽음된다.
전체 80분정도의 길지 않은 공연인데 한곡 한곡 끝날때마다 각기 다른 색채로 지루할틈이 없고
약간은 기분전환도 되는 것들이 중간에 들어가 있어서 한국의 희노애락을 장례에 담는 기분마져드는 공연이었다.

그러나 국립극장(해오름)과 무척 비슷한 느낌이지만 음향은 좀 후진듯하다.
거의 비슷한 맨앞 왼쪽에 앉아있었는데 국립극장과는 다르게 약간은 먹은 소리와
과할정도로 큰 소리는 극장 크기에 비하면 좀 심하다 싶을정도다.

국악을 위한 극장 아니었나? 왜 이러지? 창자들의 갈고 닦은 견고한 소리를 듣기엔 많이 부족해보이고
밸런스가 좋지 않아서 악기들과의 조화도 그다지 좋지 않았다.
그래서 꽹과리와 징만 살살 치며 하는 회심곡이 훨씬 품격있게 느껴진다.

다시래기를 볼때는 진도에서는 그런가보다 하겠지만 흐름에는 뭔가 맥을 끊는 느낌도 든다.
(예전에는 지역을 돌며 공연하면서 약팔는 공연단체가 있었는데 그런 느낌같이 좀 붕떠이는듯) 

무대의 깊이가 엄청나던데 꼭 그렇게 안쪽에서 시작을 해야 했을까란 아쉬움도 따른다.
최대한 앞쪽에서 관객과 눈을 좀 맞춰주지..
소극장 공연을 많이 보다보니 이런점에서 특히 아쉬움이 크게 느껴진다.

이토록 슬프며 점잖고 격조을 갖춰서 품격있게 죽은자를 위로하고 산자를 다독이는 장례문화가 있었다는것은
한국의 큰 유산이지만 병원에서 인스턴트화되어 모두 사라지고 있는것을 보고 있자면
자본의 논리앞에서 힘없이 무너지고 사라져가는 문화들이 상여소리만큼이나 서글프고 처량하고 애처로워진다.

꽃신을 처음 신던, 설래이는 그 시절로 돌아갈수 없다면, 후회없이 훨훨 날아가시길....

출연 : 아주많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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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시세상
연극.공연2023. 4. 30. 0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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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국악 정보를 접할수 있는 방법은 길을 걷다가 우연히 보게 되는 포스터
또는 몇몇의 공공기관이 운영 문화 사이트에서 오는 메일
그리고 페북같은 SNS에서 친구로 맽어놓은 국악인들이 올리는 정보에서 공연정보를 얻는데
이번과 같이 평일에 공연하게 되면 회사원인 입장에서 관람하기 쉽지 않지만
잠시 백수가 되어 좋은 기회다 싶어 국립국악원에서 연주회라고 해야 할지 아무튼 공연이 있어서
바로 예매했지만 평일 오후 7시30분에 관람한다는건 집에 오면 9시가 넘기때문에 아무리 백수라도 부담이 된다.

부담 되더라도 어째서인지 모르지만 올해는 연주회를 좀 다니고자 하는 생각이
봄 언제쯤인가 문득 생각이 들어서였다.

단독 콘서트는 아니고 두명이 나와서 한시간동안 연주하는것이라 국악을 잘 모르는 나라도 크게 걱정이 되진 않았다.

예술의 전당 미술관은 적지않게 다녔지만 바로옆에 붙어있는 국립국악원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리고 독특하게도 신을 벗고 들어가야 하는 풍류사랑방.. 크~~
옛 선비들이 모여 명인의 연주회를 들으며 풍류를 즐기던 그런 모양은 아니지만 ^_^
조금 상상은 할수 있다. 어떤곳인가 인터넷을 찾아보면 다기와 차도 주던데 이번은 그런게 없었다.
그리고 양반다리를 할수도 있지만 좌석 거리가 좀 좁아서 양반다리하는게 조금 불편했지만 가능 하다는게 기분좋다.
첫날은 비가 와서 바닥을 온돌처럼 따뜻하게 해놨던데 공연장에서 엉덩이가 따뜻해본적 있던가
(오늘은 덜 춥다고 히터를 끈거 같음 ^_^;;)

폭신한 좌식의자 하지만 좌석간 거리가 좁아서 좌식으론 못 앉는 이상한 배치(널널하면 그만큼 관람인원이 줄어드니 이해함)

첫날도 긴장되고 둘째날인 오늘도 긴장된다. 왜냐면 음악의 선율을 이해하기 어렵기때문이다.
국악 음반이 좀 있는데 주로 판소리, 민요같은것이고 연주는 가야금, 대금 산조들이 나머지지만 듣다보면 솔직히 무엇을 표현하는지 모르겠다.
무엇이 연상되거나 어떤 느낌이 난다거나 해야 할거 같은데 한국것임에도 모르겠다.
내게 와닿는 느낌은 약간의 변조가 버무려진 도돌이표같다고 해야 할지, 비발디 4계도 이보단 덜 반복적일듯 싶다.

아무튼 시작되는 첫무대는 피리
얘는 목관악기겠지만 흔히 서양악기의 목관악기 음색을 생각하면 제법 난감하다.

그냥 풀피리 같기도 한 대나무에 구멍 뚤어놓은듯한 나무 막대기
'서'라고 하는 리드와 나무 한개가 끝인데 소리도 맑고 청량하고 투명하다거나 부드럽다와는 좀 거리가 있다.
말 그대로 투박한 소리가 나온다. 고급진 소리보단 군살 잔뜩 붙어있는 농부의 손같이 거칠거칠하다.

끊임없이 무엇인가 반복되는 멜로디가 있는데 이것이 무엇을 상징하는지 모르겠다.
기승전결이 있는 것인지도 솔직히 잘은 모르겠다.
다만 저 투박해 보이는 악기위의 손가락의 움직과 그에 맞춰 퍼지는 선은 때론 곱고 때론 강렬하고 이상하다.

아기처럼 섬세하기도 하고 쟁기질을 하듯 거칠다.
그렇지만 무엇인지는 모르겠다.
판소리는 문자화된 구체적인 서사가 있기때문에 읽을 줄 알고 뜻만 알면 충분히 즐길 수 있다.

사양 고전음악류들 역시 기승전결이나 주제가 있기때문에 감정이 선율의 고조에 맞춰 긴장이완을 충분히 할수 있어서
시간의 아름다움을 만끽할수 있지만 한국의 피리연주는 모르겠다
왜 이렇게 반복이 많은걸까. 이것이 주제는 아닐건데, 이것이 주제라면 그것은 또 무엇인가.

국악의 특징인지 모르겠지만 연주자의 무표정 또한 한몫 크게 한다.
한국 사계를 말하는걸까, 선비의 올곧음일까, 연인의 사랑일까
아무튼 무엇인지 모르지만 길지 않은 시간이라 짧게 즐겨봤지만
피리 연주로 한시간정도 했다면 나는 틀림없이 졸았을 것이다. 대금산조는 음이 표현하는 것들이 많아서
좋던데 피리는 그렇게까진 만들기 어려운지 솔로 연주에 특화된 악기가 아닌것인지 아무튼 미묘한 변화 말곤
전체적으론 단조로운 반복의 연속이었다.

두번째는 내가 좋아하고 배우고 싶어하는 거문고연주다.
거문고를 좋아하는 것은 지독히 간결하고 절제된 선율때문인데 이번 연주자(박영승)의 연주는 내가 생각했던
그런 연주는 아니었다. 생각한 거문고 연주보단 훨씬 경쾌하다고하면 맞는 표현인지
그리고 서양 악기 연주자 처럼 온몸으로 운율을 타는 모습이 사뭇 신기하기도 하고 멋지기도 했다.

악기 연주자니 손의 움직임을 아무래도 보게 되는데 흐름이 끊김없이 물 흐르듯 유연하며 강렬하다.
글로 표현하긴 아직 어렵지만 거문고 특유의 독특한 여운은 비록 좀 빠른 연주라 덜하더라도
사이 사이 사그러드는 물결은 순간의 고요함으로 다가온다.

이렇게 나의 국악 연주회 첫경험을 모르쇠로 일관하며 끝나버렸다 ^_^;;;;

둘째날인 오늘 세번째는 다시 피리
피리는 참 어렵다. 아니 단조롭다.
미세한 변화를 알아야내야 하는건지 미세한 음 컨트롤에 환호해야 하는건지
이 음악은 누구에게 무엇을 보이기 위해 작곡된것인지 두번째 들어선 도무지 모르겠다.
연주자(박치완)께는 미안하지만 두번째 경험따위로는 아직 안되나보다.

연주시간이 짧아서 지루하진 않으나 두번째 경험도 이렇게 지나쳐버리니 아쉽다.
관객입장에서 무엇을 공부해야 하는걸까.
우리 음악을 듣는데 공부를 해야 할정도면 초중등교육이 심각하게 왜곡되어졌다는 의미일수도 있겠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가야금이다.
가야금은 기본적으로 너무 익숙하고 민요, 창등 병창에도 많이 나와서 어색함이 전혀 없다.
음 표현의 다채로움으로 귀가 무척 즐겁지만 국악기중엔 너무 핑크핑크한 느낌이라 배워보고 싶진 않았던 악기다.

처음은 가야금 산조인데 여느 가야금 산조와 크게 다름은 없어보인다.
다만 이렇게 가야금 산조를 눈앞에서 본건 이번이 처음이라는 것인데,
짧막하겐 보적 있고 각종 영상 매체에서도 많이 봤는데 느낌이 너무 다르다.

서로 각기 다른 놀림의 왼손과 오른손,  그 것들을 묵묵히 지켜보는 지긋이 바라보는 두 눈과 근엄한 몸짓

분명히 한사람의 연주를 보고 있는데 소편성 교향곡을 눈으로 보고 있는 느낌이 든다. 물론 눈만 그러하다.
소리는 잘 녹음된 수많은 연주보단 훨씬 음장이 좋지만 그렇다고 엄청난 차이가 나는것은 아니다.
그래서 가야금 연주가 비주얼적으로 이렇게 강렬한지 오늘 처음 알았다.

연주중에도 틈틈히 얼굴에 뭐가 묻었는지 닦아내는데 결코 급하게 닦지 않는다.
매우 리드미컬하다고 해야 할지 그러면서 끊김없는 손동작으로 얼굴을 닦아내고 다시 현으로 손을 올려놓는다.
(국악기 연주자들은 이런 손동작도 따로 교육을 받는건가? 의문이 들정도로 부드러운 선을 유지한다.)

역시 종특이라 해야 할지 단아함 그 자체의 표정으로 변화없는 매력을 뿜어낸다.

양손은 저리도 바삐 움직이는데 저런 고운 자태를 만들수 있는것은 저 사람의 수많은 피땀의 결과겠지만

가야금연주를 배워보고 싶게 하는 짧은 시간의 황홀함이었다.

한국악기중 가야금, 거문고는 한사람의 각 기관이 서로 침범하지 않으면서 조화로움을 만들어내는것부터 시작일까

미치도록 절제된 움직임속의 실내악.

마지막으로 피리와 가야금이 함께 연주하는데 특별한 고저가 없이 처음부터 끝까지 미묘한 변화를 지속한다.
차한잔 마시며 친구와 도란도란 담소나누기 좋은, 절의 풍경소리 같은 연주다.
가야금은 각 음절의 시작과 끝을 담당하고 피리는 살을 붙이는 식이라고 해야 하나
이런것을 무엇이라 하는지 모르겠지만 시조의 운율 같아보이기도 하다.
무엇이 되었던 이들을 떼어놓으면 한쪽이 너무 외로울거 같은 조합으로 끈끈히 이어가다가 조용히 막을 내린다.
연인의 삶일까, 벗의 관계일까, 외로운 군자의 삶은 아닌거 같다.

어쩜 이리도 근사할까..

그러나 아직도 잘 모르겠다. 좀더 많이 봐봐야 할거 같은데 백수생활도 끝나가고
평일에 어떻게 봐야 할지도 걱정이다.
올해는 되도록 연주를 많이 보고 싶은데

출연 : 거문고 박영승, 피리 박치완, 가야금 김윤희, 피리 고우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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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시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