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공연2023. 2. 26. 2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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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어지러운 회사와 심난한 봄 등 여러가지가 겹쳐서
안정된 기분을 갖기가 어렵다.
어쩌면 다시 실직상태가 될수도 있어서일까? 평일에 미술관을 갈수 있다는것은 꿀맛인데
기대도 되고 걱정도 된다.

이런 산만한 기분과는 다른 연극
건축설계사 김수근 설계사무실에서 설계된 남영동 대공분실과 이곳에서 고문받다가 돌아가신 박종철 열사

내용은 오묘하다.
현재, 고문받던 과거, 건물을 설계하던 더 오래된 과거

이렇게 3가지 시간이 번갈아 진행되면서 그 당시 고통 받던 이들과 남겨진자들의 슬픔을 표현한다.
당시 대표적인 고문한 경찰 놈 이근안은 목사라며 아직도 고문 받던 사람들을 조롱하다가 목사직을 박탈당하기도 했는데
죄의식을 갖고 있지는 않아보인다. 오래전 조선시대였다면 받았던 고문을 고스란히 되돌려줬을까?

아무튼 이 3곳의 서로 다르면서 연결된 공간을 보여준다.
고문받던 시간과 그 시간을 회상하는 현재의 시간

문제는 바로 대공분실을 설계한 자에 대한 것인데 당시엔 사무실에 여러설계자들이 있었다고 해서
김수근이 직접 설계하지 않았을거라고 주장도 한다. 그렇다고해서 김수근 이름을 걸고 설계하는데
고문실을 설계한것의 문제점이 사라질수 있을까. 당시엔 정부의 개가 되어 부귀영화를 누리거나
정부에 반한 일을 해서 고문실로 끌려가 고문을 받거나 둘중 하가지였을거다.
(김중업은 정권과 싸워 결국 해외로 쫒겨났다)

당시에 대가리가 친일매국노였으니 반공몰이를 한건 이해하겠는데
지금도 정부에 친일매국노, 토착왜구놈들이 잔뜩 들어가 있는것인지 난대없는 21세기에 반공몰이를 하고 있다.
어메이징한 코리아가 아닐수 없는 대목이랄까..

김수근과 그 일파는 당시 정부에 부역하는것으로 정했을것이다.
그런 엄혹한 시대에 승승장구할수 있다는것은 지극히 당연하게도 그 정부에 빌붙었다고밖에 더 있을까
한국에서 친일매국노들은 계속 잘 살고, 독립운동가는 폐지로 생활을 연연한다는 말이 비단
일제강점기만의 일은 아닐것이다. 지금도 군부 쿠테타 세력에게 빌붙어 부를 축적한놈들이 있어서
어떤 정부가 들어서도 각종 비리가 도무지 근절되지 않고 있는 원인이 된다.
이렇게 부역한 놈들이 하는 말이 꼭 있다. "그당시 나도 고통스러웠다.", "어쩔수 없었으니 이해해달라"
개소리중 이런 개소리도 없다. 반한 행동을 해서 고문받으란 소리가 아니다.
하지만 부역해서 부를 축적한 새끼가 자신이 쌓았던 부를 내려놓는것도 아니고
무엇 하나 놓으려 하지 않으면서 지금 이 상황을 모면하려고 뱉어내는 엿같은 말들
김수근도 별반 다르지 않는다. 그리고 연극도 그것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그래서
연극을 보는 내내 모든 시공간이 먹먹해진다.
그 어떤곳도 마음 놓을수 없다.
눈을 감아버리고 싶고, 이상하게 저들에게 미안하기도 하다.

연극이 끝나고 나선형 계단을 걸어올라갈수 있도록 했는데 아르코극장도 김수근의 작품이고
나선형 계단을 좋아했다고 하지만 나의 개인적인 취향으로는 이렇게 빛이 간접적으로 들어오는 건축물을 특히 답답해 한다.
그리고 쉴수 없는 나선형 계단은 고문하는것과 같다고 생각된다. 거기에 계단 소리까지
연극을 보고 난 후라서 더욱더 계단 소리가 공포스럽다.
(벽돌 건축물이 사람들의 손을 많이 타지만 저소득층의 수많은 고통소리도 함께 묻히는 건축물 아닌가? 왜 좋아한건지..)

아르코 미술관도 그렇고 왜 이렇게 답답하게 건물을 지었을까? 싶었는데
모르겠다. 김수근 이 사람은 이런 음침한 환경을 좋아한것일지도

아무튼 친일매국노 쿠테타 세력에게 부역한 한 건축가, 그 곳에서 고통받던 민주투사, 그들을 봐왔던 사람들

조금은 불편하고 무겁지만 많은 분들이 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영화 '다음 소희'가 한국 사회에 이슈가 되길 바라듯
과거와 현재가 연결된 많은 부조리의 종식을 기대해본다.

출연 : 전국향, 손성호, 이종무, 이가을, 김시유, 최지환, 송현섭, 송지나, 유지훈, 박양지, 전민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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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시세상
연극.공연2023. 2. 19. 2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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얇은 옷을 입고 다니기엔 아직 이른가.. 춥지만 콧구멍으로 들어오는 바람은 제법 괜찮다.
장시간 걷기엔 역시 춥지만

이 극장은 지난주와 더불어 두번째인데 어색함 없이 낡은 티가 나서 좋다.
하지만 이번은 왠지 객석 의자가 그다지 편하지 않게 느껴지는것은 슬슬 단점들이 보인다는거겠지
그럼에도 혜화동의 왠만한 소극장에 비하면 월등히 좋은 곳이다.

극의 전반적인 흐름은 꽤나 식상하다.
별다르게 새련된 느낌도 없고 내용이나 구성의 신선함 역시 별로 없다.
전체적으로 극장처럼 연극도 낡은 느낌이 든다. 그래서 그냥 저냥 좋은 배우들의 명품연기를 감상하면 되겠다싶었지만
역시나 구성의 낡음에서 오는 익숙함은 약간의 지루함을 없앨수는 없나보다.
그래도 저렇게 다들 각각의 사연과 개성으로 노후를 지내는거겠지라는, 지는 석양처럼 외롭지 않게 바라본다.

내가 저들의 나이가 되어보지 못했기때문에 저들의 심정을 모두 이해할수는 없다.
그럼에도 많이 나오는 이야기중 한가지가 사람의 늙음과는 관계없이 로맨스를 꿈꾼다는 것이고
외로움을 연인에게서 달래고자 한다는 것이다. 이 연극은 이것을 주된 내용으로 진행된다.

내 처지를 보면 충분히 이해되야 할것도 같지만 혼자이면서도 특별히 외롭다는 감정이 크지 않는 지금의 나로서는
잘은 모르겠다. 오히려 혈기왕성할때가 지금보다는 훨씬 외로움을 많이 탔던거 같다.
그래서 사람이 나이를 먹을수록 외로움을 안타게 되는가보다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이 연극은 정 반대의 경우를 표현한다.
연극이니 한가지의 주제만을 부각시키는 것이라 생각하면 이해 안될것도 없어보이지만 아무튼 잘 모르겠다.

그런데 아~
마지막의 반전은 순간 울컥해진다.
어느정도 예상이 되었기때문에 놀랄만한 사건은 아닌데
치매로 모든 시간을 잃어버린 남자노인을 보며 휠체어에서 우는 여자노인의 장면은
엄청난 슬픔에 휩싸여 감정을 추스리는게 너무 힘든 당황스러운 순간이었다.
그리고 휠체어를 밀어달라며 체념하는.. 아~ 지금 다시 생각해도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이상하다. 왜 수많은 장면중에서 그 장면이 그렇게도 강한 슬픔으로 다가올까..
단 몇분간의 절망같은 엔딩을 본거같다. 하지만 노인들 특유의 여유롭게 대처하는 지혜라고 해야 할지.

일본 애니매이션중 '건버스터'라는 것이 있는데
엔딩에서 모든 감동을 만드는다는 이야기가 있을정도로 전체적으로 재미가 없다가 엔딩에서 감동으로 눈물 찔끔하게 만드는데
이 연극이 그렇다. 전체적으로 무덤덤한 나와는 멀찌감치 떨어진 내용같았는데
막판에 모든것이 뒤집혀져 훌륭하고 멋진 연극으로 마무리 된다.

너무나 아름답고 고요한 붉은 노을같은 연극이었다.

출연 : 정현, 원미원, 공호석, 심우창, 나종은, 김연재, 이혜연, 홍광표, 최재경, 송정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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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시세상
연극.공연2023. 2. 12. 2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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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슬슬 포근함이 느껴지는 늦은 겨울 그리고 입춘
하지만 광화문에선 1029 이태원 참사의 100일 추모집회가 열리고 이새끼라 한놈 퇴진 집회도 열리는 등
나라의 권한이 한사람에게 집중되는 것이 과연 옳은것인지
일부 세력은 기소조차 할수 없는 무소불위 집단이란게 국가내에서 존속 할 수 있는것인지
회사일로 복잡하고 주변도 복잡한 2023년 초이다.

우주에서 보면 물과 땅이 좀 있는 작은 행성정도인데, 이 게딱지 만한 행성에서 희노애락을 고민해야 한다니... 에휴

그런데 연극은 이 와중에 500년이 지난후 환생한 이야기다.
물론 장르가 환타지스럽지는 않다. 어찌됬던 전생이 기억되는 환생이라면 나의 과거도 궁금해지긴 한다.

전체적인 줄거리는 책속의 내용(과거)에 얽혀있는것과 현재에 얽혀있는 것들의 교차점이 있지만
그것은 연극을 통해 설명하지 않더라도 수많은 예술장르에서 표현하기때문에 신선하지 않아서
연극 전체 줄거리는 다소 식상함이 보인다.

과거에 이루어지지 않은 애틋함은 있어보이지만 이것은 과거와 현재의 동일한 반복일뿐
아무것도 바뀌지 않고 미래로 넘겨버린다. 과거의 노비와 지금이 다른점은 자유인이 된 그날 바로 죽지만
현재는 그렇지 않는다는것인데 그분?이라는 어떠한 권력이 저 사람을 가만히 두었을지 알수 없다.
행복한 자에게 죽음이 찾아온다는 묘한 역설은 표현하기 힘든 독특한 설득력을 지닌다.

전체적인 흐름은 진부할수 있지만 그렇다고 결코 만만히 볼 연극은 아니기때문에
충분히 집중을 할 수 있도록 잘 구성되어있는 좋은 연극이었다.
특히 배우분들의 연기력은 너무나 뛰어나다.

오래된 나무의 냄새가 퍼져있는 폭신한 관객석의 정동극장..

연극에서도 500년된 고서를 분석하는 배경이라서 무대 배경도 옛것 스럽게 구성되었지만
정동극장 자체가 오래되보이니 더욱더 잘 어울린다.(극장이 너무 현대적이었다면 좀 다른 느낌이었으려나)

그런데 영월행일기는 허구겠지?
단종 그의 쓸쓸한 암울함이나, 종살이 하는 두 인물의 어두운 미래나 무엇이 다르겠냐만은
이루어지지 않은 연극 속 인물들을 뒤로 한 채 한국의 미래가 지금보다는 나아지길 기대해본다.

출연 : 이성원, 임솔지, 배상돈, 최승일, 문경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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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시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