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공연2024. 3. 17. 1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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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완연한 봄이었다. 손을 주머니에 넣지 않고 걸어도 전혀 추운 느낌이 없는,
기운빠진 겨울이자 먼 발치에서 손 흔들며 달려오는 어느 봄
이런 날은 오래 걸어도 힘든 느낌이 적어서 연극 전 후에 계속 걷긴 했지만
혜화동에서 집(신사동)까지 걸어오는게 그렇게 어려운일이 아님에도 차마 그렇겐 하지 못했다.
왜냐하면 오랜만에 쓸쓸함이 급격히 밀려와서였을까

아르코 대극장은 그래도 관객석이 좋은 편인데 소극장은 너무 허접하다.
엉덩이 아프고 자세도 매우 안좋은 불편한 의자. 어디서 이딴걸 구해온걸까.
이런곳이 돈을 많이 벌순 없겠지만 관객석은 그래도 좀 좋게 해줬으면 좋겠다.

테디인형을 달고 있는 아버지(대디)
종횡무진 뛰어다녀서 런(run)이라고 한건지

정작 아빠는 뛰어다니지 않는다. 테디 데디와 뛰어다니는 딸들?

배다른 두 딸들이 서로다른 이유로 아빠를 찾는 내용인데
문제는 각 딸들의 시선에 맞춰서 두번 반복한다는 것이다. 타임루프물은 아니고
영화 '슬픔보다 더 슬픈 이야기'같이 인물의 시선별로 시간이 반복된다.

이게 옴니버스 영화 여러편을 보는 느낌과는 다르게
그냥 두번 반복되는듯 지루함이 보인다. 왜 이렇게 해야했을까

물론 두 딸인 윤서와 니나는 같은 아버지를 가졌음에도 다른 환경에서 자랐기때문에
환경에 따른 두 가지 시선을 보여준다는 것은 충분히 이해되는 일이긴 한데
동일한 사건을 놓고 서로 다른 심정을 동시에 표현해도 되고 서로의 갈등요소로서도 나쁘지 않은 소재임에도
불필요하게 두번 반복하는 구조를 채택했다는 것이다. 이래서 중복되는 내용들이 많아지고
시간은 길어져서 전개가 느리지 않음에도 지루하게 느껴진다.

도입부에서 분명 둘은 어느정도의 갈등 요소를 보이다가 서로 섞이는 듯한 늬앙스를 풍기는데
결론이 그렇게 되지 않겠냐는 복선같은 냄새라서 끝도 그다지 궁금증이 생겨나진 않았다.

그리고 이건 단순한 기분인데 자주 뛰어다니는 장면이 나오는데 저렇게 뛰어다는걸 어디서 봤던가.
뛰어다니는 연출이 별다른건 아니라서 다 비슷해보일수 있지만 그렇다고 이리도 기시감이 드는것은 왜일까
갑자기 떠오른 연극 한편. 얼마전에 봤던 '아들에게'라는 이곳의 대극장에서 한 연극이 떠오른다.
연극에서 뛰어다니는게 흔한 설정은 아니지만 왜 이렇게 이 연극의 뛰어다니는 장면하고 비슷한 기분이 드는지
그냥 그분이 그럴뿐이다. 두 연극 모두 많이 뛰어다는 연극이라서 같은 기분이 들었을지도.

필리핀이라 하면 한국에서는 꽤나 인식이 좋진 않다. 한국 범죄자들이 숨어드는 곳, 청부살인, 부패한 정부 등
연극역시 그렇게 그리고 있다. 그리고 한때 문제됬던 현지 처 같은 사생아 관련한 문제들
극중 인물인 니나가 그러한 인물인데 아버지는 니나의 어머니를 기억하지 못하고 있다.
보통 사생아를 코피노라 한다는데 이건 현지에서 가정을 꾸리고 살다가 생긴 자식을 말한다.
이렇게 아예 기억도 못하는 설정은 뭘까. 게다가 아버지는 같은 지역에서 사업을 하고 있다.
물론 윤서와 한살 차이가 나는걸 봐서는 오래전 필리핀에 갔을때 만났던 사람인지는 구체적인 설명이 없지만
휴대폰으로 메세지를 주고 받기도 했는데 모른다? 무엇인가 설정에서 오류가 생긴것인지
내가 잘못 이해하고 있는것인지

그냥 이곳 저곳 많이 돌아다니고 다들 친절한듯 보이지만 속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로 아버지도 좋지 않은 일을 했다는것인지
정작 연극에서는 이게 전혀 중요하지 않아보인다. 왜 필리핀 딸은 이렇게 모르고 살아왔는지
그 딸은 왜 아버지를 찾아보려 하지도 않았는지. 그러면서 왜 문자로는 대화를 나누고 있었는지

연극의 끝은 델마와 루이스 아류작처럼 그냥 둘이 떠난다. 델마와 루이스는 친구였는데 그리고 그 끝은?
이들은 자매로 어디론가 그냥 떠난다. 물론 필리핀의 어딘가로 간다. 세계는 넓지만
니나는 아직 출생신고조차되지 않았으니 다른 나라로 갈수는 없었겠지
필리핀은 출생신고가 안된 아이의 교육은 어떻게 되는걸까? 드라마를 보고 한국어를 익혔다고 하는데
기분 교육 지식이 없는 문맹인 수준이었을 니나가 다른 나라 언어를 단순히 외워서 익힐수 있다면 언어의 천재가 아니었을까
(니나 엄마가 나중에 아빠가 한국으로 대려갈것을 대비해서 한국어 교육을 시켰나?)

숨가쁘게 뭔가를 주저리 주저리 설명하는데 솔직히 남는 말들은 극히 없다.
산만하게 이리 저리 움직이면서 관객에서 설명을 하니 어지럽기만 하고
귀 기울려도 막상 그다지 들을만한 내용도 없다.
엄마나 남자 두명이 독특한(?) 춤을 추며 대화 하는게 내입장에선 연극으로서 훨씬 설득력 있게 다가왔다.

아직도 작가가 말하려고 하는, 연출이 보여주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잘 모르겠다.
환경이나 배경, 상황은 전혀 그렇지 않지만 사춘기 소녀 둘의 치기어린 외출 또는 가출정도?

주제를 좀 명확하게하고 그에 맞게 설정을 맞췄으면 좋으려만
리드미컬한 엄마만이 기억에 남을뿐인 연극이다.

출연 : 이동규, 서이주, 강희만, 김병춘, 진민혁, 이주환, 조경미, 한소진, 이시향, 박인옥, 엘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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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시세상
연극.공연2024. 1. 28.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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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난의 하루였던거 같다.
목감기와 코감기가 함께와서 집밖을 나서기 힘들었지만 예매해놓은 연극이 있으니
나오지 않을수 없어서 계속되는 갈등. 미술관도 가고 싶었는데.

콧감기로 재채기, 목감기로 기침, 마스크 속에선 콧물과의 사투
안밖으로 난리가 아니다. 물론 사람들은 마스크때문에 모르겠지만

연극은 이런 소재의 전형적인 스토리를 따른다. 전체적인 흐름이 뻔하디 뻔하다보니
끊임없이 어떠한 자극을 주려는 의도가 보이지만 자극되지 않는 안타까움일까
옆자리 아저씨는 연극 보는 내내 휴대폰을 켰다가 껐다가를 반복, 왠 개똥 매너인지..
참고 보기 싫으면 그냥 나가던가. 자식이 출연하는거라면 이러진 않았을텐데
관심 없어보이는 사람들이 좌우로 포진. 초대장은 좀 봐가면서 뿌리길 권장한다.

총 7장으로 짧막한 소제목들로 이루어져있지만 그다지 와닿진 않는데
불필요해 보일정도로 모두 연결된 한공간과 이어진 시간대일뿐.
(소제목이 들어가려면 전체 흐름을 깨지 않는 한도에서 일정 수준의 독립적인 면은 있어야 하는거 아닌가)

차라리 코믹하거나 단백하게 구성되어있으나 생각할수록 슬프게 만들거나
미친척하고 신파로 도배를 하거나..(못 우는 사람은 신파같은거라도 보며 울면 좀 풀릴수도)

무대라도 좀 허름한 집처럼 꾸며주지, 너무 섭섭하다.
흔한 브라운관 TV와 서랍장 한개라도 좀 놔두던가

말과 연기로만 풀기에도 전체적으로 좀 빈약하고 비주얼로 풀기에도 섭섭해서였을까..
오버액션들로 빈곳을 채워가려하지만 연극에서 오버액션은 과유불급의 전형일뿐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지 못한다.

목감기, 코감기로 예민해져있어서 멀쩡하고 훌륭한 연극을 제대로 관람 못했을수도 있다.
그렇지만 어디까지나 숨만 적당히 조절해도 연극에 집중할수 있다. 암전때 콧물 닦으면 되고
목이 간질간질해서 기침이 나와도 크게 문제될정도는 아니고
다만 요즘은 극장 온도가 따뜻하거나 푸근하지 않고 쌀쌀하게 셋팅하던데
배우들이 조명으로 뜨거울까봐 일부러 그렇게 해놓는건가? 겉옷을 벗을수가 없다.
근래 모든 극장들이 추워서 겉옷을 벗고 본적이 한번도 없다. 오히려 실내임에도 겉옷을 입고 봐야
괜찮은 체온을 유지할수 있을정도였다. 왜 그런지는 모르지만 전과는 좀 다른 느낌이 든다.

식상한 줄거나와 전개, 이것들을 전형적으로 풀거가는 씁쓸한 연출
전체적으로 특별한 감동을 찾아볼수 없지만 독립영화나 김상수영화처럼 간이 되지 않은 슴슴한 음식을 먹듯
풀어놨더라면 좀더 특색있었을까.. 아마도 극장을 나와 집에 올때까지도 계속 곱씹을순 있었겠지..

걷고 싶은 하루였는데. 그지같은 코감기때문에 걷지도 못하고, 함박눈 내리던 그 짧은 순간엔
미친 졸음이 밀려와 눈떠보니 길가는 다 녹고 지붕에만 하얀 흔적이 남아있는 쓸쓸한 초봄이다.
(눈내릴때 카메라로 동내 풍경을 동영상으로 찍으려 했는데 한번을 못하네 에휴)

출연 : 종애화, 서진, 이유진, 박선혜, 김예림, 오혜진, 유지안

Posted by 시세상
연극.공연2024. 1. 19. 0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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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이렇게 눈이 왔을까? 어제 잠자기 전까지 안온거 같은데
무엇에 쫓기듯 갑자기 엄청난 졸음이 와서 잠들었다가 일어나 밖을 나오니
온세상이 하얗다. 아쉽다. 저들이 내려올때 깨어있어야 했는데

정동세실극장에서 하는 공연들은 저렴하면서도 전체적으로 품질이 높다.
극장도 크고 좌석도 소극장보단 훨씬 좋고

그런데 오늘은 좀 다르다.
장르가 음악극(뮤지컬)인데 음향이 똥망이다.
극이 시작되고 처음 배우들이 말하는 소리를 듣는데 깜짝 놀랐다. 80년대 라디오 소리만도 못한 그지같은 음향은 무엇일까

음향전문가가 없나? 음악극은 음악이 생명일텐데 이렇게 구린 음향으로 공연한다고?
꼭 이것만은 아니겠지만 아무튼 대사 전달력이 완전 폭망 수준같다.
이런 큰 극장의 시설이 낡았더라도 어느정도 수준은 유지할텐데 세팅의 문제인지 설비의 원천적인 문제인지..

게다가 이 극은 총체적으로 구성의 엉망이 돋보인다.
좌우 한 60인치정도 되는 모니터에 시를 읽으라고 표기한다. 폰트는 작고 모니터가 큰 무대 좌우에 있어서
목이 아프다. 물론 이건 내가 맨 앞쪽에 자리하고 있었기때문으로 조금 뒤에 있는 사람들은 덜 했을것이다.

구성이 엉망이라 하는것은 무대만큼 크게 뒷면에 프로젝터로 스크린에 영상을 쏜다는 것이다.
이곳에 시를 쏘면 보기도 좋고 읽기도 편할텐데 
좌우 작은 모니터에 글자를 뿌리면 관객이 대충 읽겠지라고 생각한것은 도데체 어떤 머저리의 생각일까

그렇다면 중앙 큰 스크리는 어떤 용도?
13 후르츠케이크 제목에서 조금 엿볼수 있는 13개의 LGBT 관련한 역사적 사건들을 옴니버스식으로 진행하는데
그 역사적 배경을 영화처럼 스크린에 쏘고 있다.
이럴거면 영화를 만들지 왜 연극을 만드는 걸까? 이런것에서 연출의 게으름이 보인다.
장르가 공연이면 철저하게 공연으로 풀어가야 하는데 표현하기 귀찮으니 스크린에 대충 그림들을 쏘고
엿같은 나래이션으로 모든걸 채워간다. 나래이션 역시 그지같은 남녀 목소리를 합쳐놔서 SF영화의 중성적의 이상한 소리로 읽어댄다.
제발 그냥 사람목소리를 좀 써라. 레인보우 빛을 섞으면 흰색이 나온다는걸 모르냐..
왜 어울리지도 않는 회색 목소리를 만드는지 도무지 이해할수 없다.

모든 내용을 이렇게 영상으로 떼운 후에 배우들이 나와서 갑자기 노래를 한다.
그것도 해당 인물의 나라 언어로.. 물론 자막은 없다. 그 전에 나온 시를 가사로 했을텐데 순간 읽고 외울리도 만무하고
음악극에서 노래가 상황에 맞게 전달하는 대사가 얼마나 중요한것인지 연출이 모를리 없을텐데
아니면 연출은 모든 언어를 알고 있어서 지혼자 감동을 쳐받고 눈물 흘렸던가

대형스크린은 사건 개요를 설명할때만 사용하라도 주최측에서 압박이라도 준것인지

아름다운 선율과 상황에 맞는 노래들일텐데 알아들을 수 없다. 시를 한번읽고 그 의미를 단번에 이해하고 가수가 노래할때
되세김질 하며 공연에 접목시킬 능력도 없다. 그래서 전혀 공감이 안된다.
외국어 모르는 사람이 외국어로 된 뮤지컬 보고 감동을 받길 바라는 건지

너무 오만한 구성이 아닐 수 없다.

이 좋은 극장. 저렇게 열정적이며 아름다운 배우들, 노래 솜씨는 또 얼마나 멋있고 감미로운가.
훌륭한 이 모든 것들이 연출하나 잘못 만나 쓰레기통에 들어가는거 같아 보는내내 마음이 아파온다.

주제가 LGBT라 해도 분명한것은 인간의 사랑과 삶에 관한 이야기라서 간접적으로 감동이 희미하게라도 전달되는데
저들의 감정이 직접적으로 내게 전달되었더라면 얼마나 가슴 절절했을지 아직도 아쉬움을 지울수가 없다.

관계자들 자기 위주가 아닌 관객 위주로 고민해주길 부탁한다. 제발
그리고 왠만하면 프로젝터와 녹음된 나래이션 따위는 쓰지 말고. 이럴거면 영화를 보지 뭐하러 공연을 보나

내년에는 LGBT를 떠나 가슴 뭉클해지는 저들의 이야기를 아름다운 노래와 함께 느껴보길 기대해본다.

출연 : 전호준, 조은체, 모지민, 전성혜, 이형동, 유영승, 최재훈, 김건우, 김성현, 임한빈, 박선주
           안솔지, 이동주, 이승준, 김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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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시세상
연극.공연2024. 1. 14.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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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까지만해도 날이 너무 추웠으나 오늘을 풀린다고 하던데
역시나 춥다. 하지만 이게 겨울의 모습 아닌가. 오히려 그 전이 너무 더웠을뿐

국립극장은 집하고 가깝지만 추워서 멀게 느껴진다. 그래도 설래임이 있다.
인지도 높은 배우들. 모든 배우들이 만랩을 오래전에 찍은 최고의 자리에 오른 배우들. 최고 극장

그런데 짜증난다. 커튼콜때 사진 찍을수 없단다. 인터넷에 보면 이미 사진들이 널려있는데
찍지 말란다. 이런 분들 사진 한컷 찍는게 그렇게 아까운것인가? 그지같이 엿같은 정책이다.

'고도를 기다리며'는 본것 같으면서도 안본 연극
안봤을때도 무슨내용인지 모르겠고 봐도 무슨내용인지 모르겠다.
그렇지만 어떤 느낌은 다가온다. 고도라는 존재는 인간의 미련같은것으로 봐도 될듯 싶고
그것을 놓기 무척 어려워 매일 매일 미련을 둔다. 미세한 희망을 소년이 그날 그날 끝무렵 뿌리고 가면
이들(고고, 디디)은 다음날도 어김없이 기다리게 된다.
인간의 기대감이 섞인 미련한 미련을 보는거 같지 않은가. 보는 내내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인간답고 그에 맞게 어리석은.
물론 이것도 다 스스로의 명분이 있어야 하는것일텐데 이것을 고고와 디디가 상호작용을 하며 만들어간다.
이들의 대화는 동문서답하는것 처럼 보이지만 우리가 내 자신을 합리화 할때 거부하는 자아와 용인하는 자아가
상충되어 서로 말도 안되는 것으로 싸우듯, 이들의 행동은 내 자신속 나를 보는듯 싶다.

여기 돌멩이 한개 던져 파동을 만드는 사건으로 포조와 럭키가 나오는데 이들의 존재는 또 무엇일까
난대없다. 작가의 의식 속에 자리잡고 있는 이들의 정체는 무엇이었을까.
사회부조리도 아닌 연극 자체가 부조리극이라니. 정보를 찾아봐도 연극자체가 상호 모순된 형태를 갖아서
이해하기 어려운 모던 예술의 한 형태라는데.
예술이란게 미학 만을 추구하는것도 아니고 작가 자신을 알리기 위한 처절함 속에서 탄생하는 사회와 다소 모순된 형태도 띄기때문에
이상한 장르가 나오지 말란법은 없다만 작자 본인도 설명하기 힘들다면 피카소가 가자미 눈같이 한쪽으로 몰아서 그린것처럼
이 작품 역시 그럴수도 있어보인다. 인간(작가)의 욕망과 의식의 흐름에서 용인과 거부의 자아가 충돌하며 탄생한
또 다른 괴물일수 있다. 그러나 이런 표현의 최대 단점은 그 외 사람들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것
직감적으로 오는 느낌정도일뿐 정의내리기 어렵다. 작가가 노벨상을 받아서 유명해진 작품일수도 있으나
오묘한 느낌을 주는것이 특이한 경험을 할수 있다는 것이긴 한데, 전반적으로 매우 졸린 연극이다.
모호한 만큼 감정의 동요도 좀 특이해서일까? 두시간이 넘는 긴 연극인데 결코 짧게 느껴지지 않는다.

특히 럭키(박정자)가 말을 하기 시작할땐 너무 놀랐다. 저렇게 멋지게 연기를 할수 있다고?
연결성을 찾기 어려운 저 독특한 대사들을 저렇게 멋지고 몰입감 있게 연기한다고?
전체시간에서 매우 짧은 시간이었지만 나는 이 한대목 만으로도 이분이 나오는 이 연극을 볼 가치가 있다고 본다.
제법 큰 충격이었고 강렬해서 오늘부터 박정자 배우의 팬이 되기로 했다.
이분이 나오는 연극은 대부분 매진되어 보기 어렵겠지만 그래도 왠만하면 봐봐야 겠다는 생각이 든다.

고고와 디디는 연세때문일까 대사가 귀에 쏙쏙 꼿히는 맛이 없다.
연기력이야 어찌됬던 한국을 대표하는 배우분들이니 숨만 쉬어도 감동인데
작가가 다른 여러 그림을 섞어놓은거 같은 이런 연극에서 대사 전달력이 미흡하다는 것은 섭섭할수밖에 없다.

연극은 전체적으로 졸립지만 그래도 멋진 배우분들의 연기를 직접적으로 볼 수 있다는 것에
큰 의의를 둬도 좋은 극이었다.

그런데 달오름극장 관객의자가 이렇게 후졌었나? 앞뒤거리도 짧고

출연 : 신구, 박근형, 박정자, 김학철, 김리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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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공연2023. 12. 30. 2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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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치곤 너무 따듯해서 기운이 없는건지 회사일이 막바지라 정신 없어 피곤한건지
집밖을 나오기 귀찮은 기분이 든다. 미술관을 들렀다가 서점가서 책한권 사고
연극을 보려했지만 모든 계획은 무산되고 연극만 보기 위한 직행

무겁지 않은 카메라 한개 짊어지는게 이토록 귀찮게 느껴져, 작은 가방 하나만 걸치고 나온 포근한 하루

'컬렉션'포스터를 보면 스릴러? 추리극? 같은 기분이 들지만 내용은 그냥 드라마
네명의 인물들은 각기 다르고 이해할 수 없는 행동들
격조 높다고까지는 어렵지만, 처한 상황과는 다른 납득되지 않을정도로 정갈하고 말끔한 대화들을 한다.

자신의 와이프, 애인(동성애)이 외도를 했는데 그 상대자들은 평정심을 잃지 않는다.
영국의 허세 중 하나일수도 있겠지만 무슨 일이 발생할거 같은 위태로움도 끊임없었으나 기우에 불과했다.

네명중 두명은 은근히 상황을 즐기는듯 보이고 나머지 둘은 권위적이면서 치졸하게 상대방을 옥죄어 온다.
모두 연결고리가 섞여있어 보이지만 물과 기름처럼 보이지 않는 벽을 치고 있어서
대화가 무미건조하고 심심하며 뜬구름잡듯 허공을 향해 외쳐대는거 같아 80분연극치곤 지루함을 이겨내기 어려웠다.

작가 핀터가 어떤것을 보이려 했던걸까. 칼을 쥐고 있는 자들(빌,스텔라)에게 놀아나는 부류(해리,제임스)를 그리고 싶었던건지
귄위적인 사회 형태(해리, 제임스)와 그 힘에 눌려있는 자아를 표현하고 싶었던건지

컬렉션에서 만난(?) 빌과 스텔라는 어떤 모의를 했는지 모르지만 이들은 위험하고 위태로운 유희를 즐기고 있어보인다.

그러나 연극은 그것을 세밀하고 디테일하게 표현해주지 못한다.
네명의 심리묘사가 어둡고 침침 무대와 잘 들리지 않는 발성으로 모두 뭉개진다.

가끔 대사 전달이 엉망인 공연들이 있다. 웅얼웅얼거리는 말들
하지만 관계자들은 모든 내용이 머리속에 있으니 그것을 알아차리지 못하고 그냥 무대에 올라오는 경우가 있다.
이렇게 되면 명주실같은 보일듯 말듯한 미세한 묘사들을 관객은 느낄 수 없게된다.
숨소리, 시선, 발성, 표정, 작은떨림, 망설임 등

그래서 대형 극일수록 액션이 크고 발성은 오버스러울정도로 질러대고 대사는 단조롭고 직선적인것이 아닌가
어차피 정교함따위는 관객에게 보이지도 않으니말이다.

이극은 인물들을 표현하기엔 많은것이 사라진거 같아서
배우와 거리가 가까운 소극장에서 하면 재미있을것 같은 아쉬움이 남는다.

감정전달이 막혀있다는것은 결국 망했다는것이지만(나올때 관객의 멍~한 반응이 직접적으로 느껴지기도 함)
무대도 좋고 극장 시설도 훌륭하다. 그래서였을까 관객은 참 많았다. 이런 감정은 아쉽다고 표현해야 하는건가?

특정 독립영화들처럼 특별한 결론을 만들어내지 않기때문에 관객입장에서 고민하려한다면 다양하게 화두를 만들어낼수 있어서
집에와서 아쉬움을 찾기위해 이것저것 자료를 보지만 역시 별다른 내용은 없다. 모든 내용의 시작과 끝은 관객의 몫으로 남겨 있으면서도
배우들 심리의 호기심을 이끌어낸다는것이 이 극의 특징같고 나 또한 호기심을 잃지 않고 봤기때문에 그러한 해석들은
충분히 설득력있어보인다. 감정표현에 집중해서 몰입할 수 있도록 구성되었더라면
간결하면서도 깊은 울림이 있는 극이었을텐데 아쉬움이 적지 않은 극이었다.

내년에도 다시 공연한다면 또 좋겠다.
오늘은 거의 앞자리였지만 다음엔 완전 앞자리에 앉아 인물들의 땀 흐르는 소리를 들으며..
(땀나는 연극은 아님 ^_^;;)

그런데 서울시극단 연극도 문화릴레이티켓인가?

출연 : 강신구, 정원조, 최나라, 김신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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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공연2023. 12. 24.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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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밖을 나오는데 물방울 한두개가 떨어져 바로 다시 들어가 우산을 들고 나왔지만
더이상 비가 오지 않아서 후회스럽다가도 버스안에서 창밖을 보니 눈인지 빈지 구분이 안되는
무언가가 갑자기 내리기 시작할때는 우산을 잘 가져온건가? 싶었지만
버스에서 내릴땐 파란 하늘이 절반 이상, 햇살 쨍쨍하고 청명함 그 자체였다.
그래서 작은 호주머니에 들어가는 자그마한 우산은 한번도 펼쳐보질 못한채 그대로 집까지 왔다.

안톤체홉은 무척 많은 작품을 썼나보다.(다작한 작가라곤 하던데)
대형 작품들은 어느정도 추려지지만 이런 자잘한 것들은 알듯 말듯 새롭다.

지난번 굿닥터와 더불어 이번 단편집들 역시 짧은 것들의 특성답게 임팩트가 있다.
깊이가 좀 부족할순 있지만 지루함 자체를 찾아볼수 없어서 보는 내내 생각을 많이 하게 만드는 매력이 있었다.

아홉편이나 단편을 붙여놔서 2시간이 짧게 느껴지고 조금은 아쉬움마져 느껴진다.
생각보다 지인들만 많이온거 같던데 사람들이 많아 봐도 좋을법한 연극이었지만 광고를 안한건지
4일만 공연하기때문에 입소문 날 시간이 없었는지

좀 일찍 도착을 했는데 매표소엔 사람이 없다. 닫혀있는 극장문을 열고 들어갔다가 배우들 막바지 연습이라도
하고 있을까봐 문도 못열고 있다가 다시 매표소쪽을 보니 한시간전부터 카페를 운영하니 들어오라는
문구가 보여 용기내어 들어가보니 정말 술을 주는 카페가 열려있다. -.,-;

관람중에 취하면 집중을 못할까봐 술을 먹진 않았는데 약한술도 아닌 보드카를 줘도 되는건가?
가짜술은 아닐텐데.. 아무튼 시작전 극장 상황이 이러하니
긴강을 풀기 위한 명상에는 무척 방해받는 느낌이었다. (술집에서 혼자 눈감고 있는 기분이랄까? ^_^;;)
하지만 친구들하고 같이 왔다면 이런 분위기는 무척 좋은 기억이 될법 하다. 게다가 술까지 주니

첫번째로는 '대소동'이란 극인데 이상하게 산만하다. 내가 너무 가만히 있었는지 기분을 좀 업 시켜놨어야 했을까
아무튼 시작부터 에너지 최고조의 배우들이 하늘을 뚤을기세로 덤벼든다.
관객도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하는데 이렇게 하이텐션으로 시작하면 금세 감정이 지쳐버릴거 같다.
나머지 시간을 어떻게 처리하려고 저러는걸까. 나도 순식간에 지쳐버리듯 피로해지는것이 느껴진다.
다행인것은 이 극이 무척 짧다는것. 피곤해지기전에 끝나버린다.

다음 '방앗간에서'는 뭔가 앞뒤 맥락이 좀 있어야 할거 같은데 어딘가 많이 부족해보인다.
원작이 이렇게 생선 중간토막같은 극인지 아니면 이 연극에서 짧게 각색한것인지. 쓰다만 습작인가?

아무튼 내용이 많이 빈약해서 어떻게 받아드려야 할지가 조금은 난감하다.
아무래도 체홉 단편집을 사서 봐야 겠다.

'폴렌카'
이건 뭘까? 일단 출연배우의 근육이 너무 우람하다. 옷을 입었는데도 전문 운동선수인냥 울퉁불퉁 튀어나온 근육들이
해당 역할에 맞는 배우인지가 좀. 연기를 못하는 것은 당연히 아니지만
근육이 큰건지 뭔지 아무튼 둔한 움직임은 아무래도 부자연스럽다.
이 극의 피날레는 마지막 무렵 폴렌카가 대학생을 만나겠다는 당연한 대답을 할때 독특한 충격과 반전 느낌을 받는다.
짜증나면서도 이해되는 저 둘간의 행동들
짧으면서도 모든것을 담아낸 명작으로 보이는 훌륭한 극이었지만 역시 둔한 움직임은 거슬린다.

'집에서'는 교육에 대한 어떤 감정과 현실을 반영하는거 같다.
어느시대나 자식의 교육은 항상 어려운거 같다. 힘으로 밀어붙일수만은 없는 자식이라는 독특한 관계속에서
어떤 표현을 해야 서로에게 좋은 결과를 만들수 있을지 과거나 지금이나 항상 고민되는 문제를
멋지게 표현한 극이었다.

'아내' 이 극은 러시아의 당시 상황이 안나카레니나(톨스토이) 처럼 불륜이 만연화 되었던
시기에 맞는 사회풍조를 그려낸거 같다. 지금 시대와 코드가 맞는걸까

'사냥군' 이 극에서 꽃 한송이를 총에 꼿을때 순간 내 감정이 터져버렸다. 왜 그렇게 슬펐을까..
저 여인의 감정이 고스란히 전달되는거 같아서 짧게나마 복받칠뻔했다. 하지만 계속된 슬픈여운이
아직까지 지속되고 있는것은 한겨울이라 그러겠지. 이 극은 전체적으로 좀 슬펐다. 그리고 외롭게 했다.

'적들' 아~ 운명의 장난같다고 해야 할지 수많은 나날중 이런 날이 겹치다니..
신은 주사위를 던지지 않지만(아인슈타인) 인간은 작품속 인물들에게 이와 같이 지독한 장난을 한다.
두 남자가 겪을 감정들은 죽을만큼 잔인한 시간들로 처음부터 끝까지 감정의 긴장을 놓을수가 없는 멋진 단편극이었다.
약간은 현대화가 되면 더욱더 독한 운명으로 보여질수도?(대사가 너무 고풍스럽다고 해야 하나)

'숫양과 아기씨'는 무슨 내용인지 솔직히 모르겠다. 상류사회를 풍자했다곤 하는데
난대없이 무료승차권을 준다는 뭐지. 적지 않은 돈을 번다고 중간에 대사도 나오는거 같은데
그 돈은 어떤 사정에서 다 써버리고 없다는건지
늙은 상류층은 저 여자를 가지고 장난치는거로 보이긴 하는데 마지막에 여자가 기겁해야 할만한 사건은 없었던거 같은데
여자는 엄청난 좌절을 하는듯한 오버 하지만 왜 저러는지 납득이 되지 않는 극으로
키가 될만한 무엇이 부족했던게 아닐까 싶다.

마지막으로 '아버지'인데 당시 남자가 가정에서의 위치가 저랬나
안톤체홉의 작품속에서 남자는 무능력, 무기력한 존재처럼 나오는경우가 심심치 않지만
연극에선 왜 저렇게 저 극적으로 표현하는지 모르지만 아무튼 뭐 그냥 저래야 싶나 싶다.
내용상으론 학교 선생의 위신은 충분히 높아보이고 멋지게 그렸지만 부모는 자식이라는 거부할수 없는 볼모로
자신의 모든것을 내려놓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시대나 지금이나 미래나 달라지지 않을거 같은 부모 자식간의 관계
때문에 생겨나는 부모들의 굴욕적 모습들

전체적으로 자잘하지만 한방이 있는 극들이 많아서 지루함 없이 재미있게 구성되어 있다.
조금은 더 좋은 극장에서 약간은 더 신경쓴 무대(박스 몇개로 해결하기에는 좀 무대의 아쉬움이 있었음)에서 볼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출연 : 김단, 이강민, 주일석, 최강해, 차한결, 김해연, 한동규, 이주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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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공연2023. 12. 23. 2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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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추워진 날, 따뜻한 미술관에서 서성이기 좋은 계절
하지만 걸을땐 부스러진 낙엽만큼이나 쓸쓸해진다.

아랫목에서 귤 까먹으며 드라마같은걸 보면 좋은 휴일이 될런지

안똔체홉 극장에선 회원제로 운영하며 안똔체홉 연극을 관람할 수 있는 곳이다. 금액도 높지 않은 편
가끔은 이렇게 다른 연극도 한다.
극장 의자가 편하고 좋고 체홉 연구회같은곳인지 많은 자료들도 판매하지만
아무튼 인터넷 예매처에서 가끔 올라오는 이런 작품을 보는것은 좋으나
체홉작품을 뺀 다른 작품 몇편을 봤었으나 특별한 감흥을 받아본적은 없는거 같다.

체홉 연극을 제외하면 상대적으로 가볍다고 해야 할지. 일종의 반작용같은것인가?
아니면 배우들의 기분전환을 위한 연극일까

짧은 연극을 선호하진 않으나(단막극 페스티벌 같은류는 좋아하고 한번에 여러편 볼수 있는걸 특히 좋아함)
편안한 의자, 넓은 공간은 마음에 들지만 요즘 빈대가 유행(?)하는데 잘 청소되었길 기대하며 앉아본다.

소박하게 시작하는 장래식장 편의점
장래식장에 있는 편의점은 배달도 해주는줄은 몰랐다.(연극에 국한된 설정인가?)
똑부러지는 부점장, 약간은 어버버하지만 밝은 종업원(아르바이트) 그리고 약간 느슨해 보이는 점장

그 외에는 양념같다고 해야 할지..

정작 모든 굵직한 사건은 이 셋에서 발생하는데 정작 상주와 그 친척이 한번 지나가면
모든 이슈를 끌어가버린다. 분위기쇄신같다고 해야 할지, 흐름을 완전히 바꿔버린다.

전체적으로 지극히 상투적인 줄거리라서 특별한 감동을 선사하진 않으나
소소한 일상의 즐거움을 주는 연극이랄까

행운을 위해 희망, 믿음, 사랑을 짓밟는 어리석음을 나는 습관적으로 행하다가
이런 연극 한편 보게 되면 행운도 가끔은 좋지만 일상에 대한 즐거움이 더 필요하다는걸 깨달게 한다.

그러나 깜빡이는 전등이나 조폭 삼촌등 소원성취 초도 그렇고 전체 맥락에서 어떤 의미가 있어보이지도 않고
괜히 맥을 끊는거 같다가도 분위기 전환해서 지루함을 없앤거 같기도 하고
공연시간이 70분짜리 짧은 극이라서 분위기 전환할만한것도 없는 연극인데 왜 이렇게 중간에 신을 전환하는지 모르겠다.

저 셋들의 각기 다른 삶을 맥주와 터진 오징어를 씹으며 사건 사고를 만들어 갔다면 70분이 그다지 짧다고 느껴지진 않았을거 같지만
상주나 삼촌이나 편의점 셋 모두 무엇인가 부족하게 끝나버린 느낌이다.
작가가 더이상 쓸 내용이 없어서 그런것은 아닐텐데 아무튼 뭔가 상당히 섭섭하다.

소소히 재미가 있다가 툭! 끝나버린 연극
그래도 가끔은 훌훌 털어버릴 수 있는 가벼운 연극 한편도 나쁘진 않겠지.

출연 : 노영신, 진민혁, 염인섭, 조희제, 이주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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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공연2023. 12. 17. 1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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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밖을 나가지 못하다가 간만에 출근하고 간만에 한 겨울이 된 거리를 걸어본다.
비와 바람때문일까. 단풍은 아직 덜 익은거 같은데 은행잎은 대부분 다 떨어져 거리를 지저분하게 만들고 있지만
색은 아직 푸른끼가 남아있다. 떨어지기 싫어했던 남아있는 옛 흔적이랄까

대극장으로 끝나면 대부분 큰 극장이고 무대도 넓고 관객석도 훌륭하다.
예술극장 대극장도 그러하다. 좋은 시설의 큰 극장

나는 이 극을 어떤극이라 상상하며 예매한것일까.
독립군 이야기라곤 눈꼽만큼도 생각하지 않은거 같은데 포스터만 보면 연예극? 같다고 할까?
아니면 부모 자식간의 그리움같은?

후자는 어느정도 맞기는 했다 ^_^;;
그렇지만 아무튼 드라마나 맬로와는 거리가 아주 먼 일제강점기때의 독립운동 이야기다
물론 내용은 허구다. 어느정도의 진실도 좀 섞여있을지 내가 이 시대 역사를 많이 알지 못하기때문에 잘은 모르겠지만
풍물패를 일본애들이 싫어했다는 말을 들은적은 몇번 있었다. 사람들을 잘 모으고 단합기 좋은 타악기들이 주류고 우렁찬 소리
착착 감기는 리듬(한국사람만 그럴수도 있지만) 그래서 특히 꽹가리를 특히 싫어했다던데 진위여부까지는 모르지

아무튼 정선의 어떤 사람과 딸의 독립활동 이야기지만 내용의 아귀움과 감동의 갈증이 느껴진다.
좀 막말하자면 국뽕을 이용한 티켓팔이같이 대충 껴맞춘거 같다.

과거의 독립 이야기라면 고증한 사실을 기반으로 꾸며도 수많은 위인들이 있을텐데
왜 이런 허구를 만들어낸것일까? 타국사람들이 보면 노래에 환장한 민족인줄 알것네.
(노래가 처량맞고 우울한건 그만큼 사람들이 힘들었다는것일텐데.. 판소리도 듣다보면 70%이상은 모두 슬픈내용들일뿐)

전체 스케일은 크고 웅장하지만 디테일하지 못하고 흐름이 엉성하다.
민요에 전문가가 아니라 말하기 어려움이 있지만 그 특유의 구슬프면서 독특함이 있는데 이상하게 배우들의 노래엔 그게 잘 안보인다.
딸은 국악을 전공했는지 일반 노래가 엉성하고 아버지는 서양곡(?)을 전공했는지 국악이 좀 그렇고..
(성악가나 국악가가 가요를 부르면 노래는 잘 부르지만 원래 가수가 부르는것과는 완전히 다른 그 요상함 같은 느낌?)

사람 감정을 가지고 놀려는 그지같은 신파는 어렷을적 봤던 약장수 공연같기도 하고(할머니 손잡고 따라 구경갔던것이 조금씩 생각남)
국악과 서양노래(이럴땐 뭐라 해야 하는건지 젠장)를 섞으려면 좀 잘 섞던가 이 둘간의 이질감은.. 으~~
(서로 리듬이 달라선지, 소리의 강약이 달라선지 따로 들으면 모두 너무 좋은데
한 곳에서 연이어 국악,서양악를 들으면 뭔가 적응이 안됨)

그리고 엄청 특이한거 3.1 독립운동때의 암호명이 '삼쩜일'??????
3.1을 삼쩜일이라고 읽지 않아서 '삼쩜일'이라는 암호명을 만들었나?

바로 얼마전 요즘 학생들은 삼일절을 삼쩜일로 읽는다며 문제라는 기사가 한창 나왔었는데
극의 작가는 이걸 풍자한건가? 알수없지만 순간 황당함은..

그럼에도 저들이 노래를 할땐 가슴이 뭉클해진다.
내가 이렇게 노래를 좋아하는 사람이었는지 모르겠지만 점점 노래의 음율에 내 가슴도 녹아내린다.

큰 무대, 다소 어색한 진행과 내용이었으나 저들의 엄청난 열정과 뛰어난 연기 그리고 아름다운 노래들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도록 해주는 높지 않은 공연비, 좋은 관람이었다.

친일친미매국도들이 득세하니 반작용으로 요즘엔 이런 독립운동사 연극이 적지않게 보이는데
좀더 힘을 내줬으면 좋겠다. 기왕이면 지금시대도 좀 반영해줬으면 하는 바람은 너무 큰 욕심일런지..

출연 : 이건영, 정수한, 김미수,박승일, 김기남, 최정화, 최재섭, 남현우, 채승혜, 김가람, 황준우
           김경환, 정형석, 여동훈, 최현규, 홍성민, 박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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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시세상
연극.공연2023. 12. 13. 2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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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극장의 맛은 좋은 무대와 안락하고 넓은 의자, 시야를 가리지 않는 관객석의 구조 배려 등이 있다.
하지만
SP석이란게 있던데 자리가 없어서 이쪽을 구입할 수 밖에 없었지만 이동식이라 적혀있을뿐 어떤지 몰랐다.
이건 그냥 간이접의식 의자를 놓은것으로 오페라를 보면 오케스트라가 무대 바로 앞 아래에 위치하는데
딱 그 위치쯤에 의자를 놓은 임시석 정도로 생각하면 된다.
그 중에서 맨앞 (발을 뻗으면 무대 단상이 닿을 정도), 어중간한 자리보단 맨앞을 아주 많이 선호하는 편

인기많은 연극을 선택한 비애정도로 넘길수 밖엔 없을듯 하다. 정확하게 말하면 인기 많은 극인줄 전혀 몰랐다.
생각해보면 왜 이걸 예매했는지 그 이유가 떠오르지 않고 국립극장에서 본 '우리읍내'를 공연한 극단인줄도 몰랐다.

굿닥터? 드라마를 원작으로 한건가?싶을수도 있는데 그냥 동일 제목일뿐
안톤체홉 작 몇편을 짧막하게 옴니버스 형식으로 구성한 것이라고 하지만 전체적으로 희화되어 있다.
서로다른 8가지 작품인데 내용을 파고들자면 슬프거나 억울하거나 우울한것들인데
가볍게 넘기도록 설정되어 있는것은 안톤체홉을 까고 싶었던건지 자신을 알리려는 건지(이미 유명한 시기였으니 이건 아닌듯)
아니면 체홉을 더 알리고 싶어서였는지까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느낌을 살짝 뒤트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처음부터 대부분 관객들에게 웃음을 선사한다.
물론 8편 모두 그런것은 아니다.
예를 들면 '생일선물'같은 경우 현재 한국사회의 정서와는 맞지 않는 느낌이 있기도 하고
'가정교사'는 매우 상투적이라서 알수 없는 반감마져 생겨난다.

이 극을 처음 보는거라서 '늦은 행복'의 음악극이 갑자기 튀어나오는건 뭐라해야할지, 갑자기 기분이 싸~해진다고 할까?
앞뒤 맥락이 전혀 맞지 않는 느낌으로 원작 구성도 이런건지
물론 이 한편만 보면 가슴 찌릿하고 극이 끝난 후에도 여운이 계속 남는 부분으로
(사람의 연애 감정은 죽는 순간까지도 있을 수 있겠으나 연애감정을 밖으로 표현할 수 있는 시기는 언제까지일까?
백세시대라곤 하지만 공원에서 운동을 열심히 하는 노인들은 대부분 60~70대 정도일텐데 이정도가 한계일까)
서정적이며 낭만적(로망스)인 내용을 좋아하기도 하기때문일수도 있는 대목이다.

마지막 오디션은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연극 '세자매'를 좋아해서라기보단 배우의 그 설램과 환희, 기쁨이 전달되는거 같아
벅참이 밀려와 감동적이었다.

왜 한개를 뺐는지 모르겠으나 '겁탈'은 전체 분위기를 유지하는데 어려웠던건지 공연시간이 너무 길어지는것인지
내용은 인터넷으로 대충 찾아봤지만 실제 극의 표현은 어떨지 궁금해진다.

전체적으로 훌륭한 연출과 진행 그리고 뛰어난 배우들로 멋지고 재미있는 연극이었다.
옴니버스식 연극들의 특징인 찾아볼수 없는 지루함. 110분이란 짧지 않는 시간이 순삭된다.
극장을 나와 길을 걸을때 남는 여운도 깊이가 적당해서 걸음걸이가 무겁거나 어둡거나 하지 않아 가볍게 맥주 한잔이 생각나게 한다.

문제는 가격인데 요즘은 모두 R석이고 그지같은 자리만 S석이다. 어느순간 이런식으로 모두 바뀌었는데
가격을 올리려는 개수작으로 보여서 좋게 보이진 않는다.

세금으로 만들어진 세종문화회관, 서울시극단이라면 서울시에서 지원하는 극단일텐데 가격 접근성을 좀 좋게 하기 어려운것일까?
S석은 그지같으니 빼고 R석이 45000원인데 이러면 한 가족, 연인들이 보기에 10만원은 든다. 여기에 밥도 좀 사먹고 그러면?

국악은 저렴하게 고품질 공연이 많은데 이상하게 그 외는 쉽게 접근하기 어려울정도로 가격대가 올라간다.
요즘은 소극장 연극도 3만원부터 시작하려 하던데 영화 극장 가격 생각하면 이상한것은 아니지만
가계소득이 오르지 않으면서 물가가 상승하고 있는 요즘에 자칫 잘못 하면 영화계처럼 이런 공연문화쪽이 죽어버릴수 있다.
다양하고 멋진 극들을 많은 사람들이 즐길수 있도록 관객석이 좀더 많은 극장에서 가격은 조금 저렴하게 그런 기획이 많았으면 좋겠다.
(문화릴레이, 서울시 극단 과거 티켓 소지자 할인 같은 그지같은 할인정책 내놓지 말고 일반 가격을 낮춰주길)

출연 : 김수현, 김귀선, 정원조, 문상희, 강지원, 김영경, 이승우, 박현민, 정다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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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시세상
연극.공연2023. 12. 10.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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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 후 첫 휴일이라서 그런지 정신이 없다. 출근을 하기 시작했지만 기운도 없고 업무 능률도 떨어지고

완연한 가을에 붉게 물든 단풍과 노란 은행잎
가을을 느껴려 거리에는 많은 사람들로 북적인다.

혜화동에 도착해서 아르코 미술관을 잠시 들렀다가 극장을 가는데 왜 동국 극장으로 착각했을까?
티케팅하는 사람도 내 이름을 한참을 찾고 나는 예매한걸 보여주고
몇분이 지났을까 이 극장이 아니라는 말을 듣고서야 내가 잘못 왔다는 것을 알게되었다.
소극장 무극이었는데

이 극장은 전부터 느끼는거지만 극장을 찾는게 편하지 않은 곳이다.
지도 어플로 찾는데도 도통 극장이 눈에 들어오질 않아서 한참을 헤매다 찾아 들어갔다.

동물농장이면 동물농장이지 2023은 왜 붙었을까?라고 생각을 했는데
일부분 현 정부의 비판적 요소가 미묘하게 섞여있다고 할까? 무척 소극적인 표현이었지만
아무튼 그 정도라서 2023이 붙었는지 혼자 추측해볼뿐 답을 찾을순 없다.

전체적인 줄거리도 뭐가 각색되었는지는 원작을 읽지 않아서 모르겠다.
동물농장은 월트디즈니것인 애니메이션이 머리속에 들어있고 국내에 출판된 아이들용 동물농장은
스탈린을 비판하는것과는 거리가 멀기때문에 솔직히 이것이 당시 소련을 비판하는것이란걸 알게 된건
얼마되지 않았다. 그것 마져도 깊이 파고든것도 아니고 이곳 저곳에서 주어들은 정도가 전부

그냥 알고 있던 대부분의 동물농장 그대로 따르는거 같다.
그런데 전체적으로 소리들이 엄청나게 섞여서 대사를 알아듣기 불편할때가 많았다.
서로 대사가 겹치거나 음악과 대사 음량 벨러스가 안맞거나, 배우들간 호흡이 맞지 않아서
대사들이 서로들 조금씩 씹히거나 아무튼 전체적으로 제법 많은 시간이 혼잡함 그 자체였다.
그리고 가슴에 밸크로(찍찍이?)같은거로 동물을 붙이고 나오면 좋겠는데
모두 같은 옷을 입고 서로 대화를 하니 누가 누군지 헷갈릴때가 많다.
동물농장의 각 인물들은 소련 공산주의에서 특정인물을 대변한다고 하는데 그 인물, 환경, 사회분위기와 일치시키려면
그 동물이 명확하게 드러나서 특징들을 파악해야 하지만 헷갈릴때가 많다.

전체적으로 소란습럽고 같은 옷들을 입은 다섯 쌍둥이들이 나와서 다인일역을 하는것같이 헷갈렸지만
특정인이나 사건들은 간략하게 잘 표현하긴 했다.

그럼에도 조촐한 무대에서 표현할 수 있는 한계가 있기때문인지 저들이 말하는 것과는 거리감있는 무대라고 해야 할지
조금은 무대에 더 신경을 쓰던가 내용을 각색해서 가급적 대사에서 모든것을 표현하던가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80여분 길지 않은 공연 치곤 내용이 너무 알려져있어서일까
현실반영이 미흡해서였을까 조금은 지루함으로 다가온다.

한국사회에서 동물농장은 공산주의 비판용으로 많이 이용되었다던데
자본주의와 폭압정치등 한국사회를 비판하기엔 정말 좋은 소재가 아닐수 없다.

소극장용이 아닌 대형극장에서 제대로 만들면 일부에서 욕하는 놈들이 생겨날수 있겠지만
10.29참사를 무마시키려고 각종 압력를 행사하는 요즘에 어느정도 맞는 연극으로 보이기도 한다.
아직도 세월호참사가 뭐하나 개운하게 해결되지 않았는데 10.29참사가 벌써 1주년이라니 갈길이 먼 한국에서
사회 비판적인 연극이 많이 나와주길 기대해본다.

출연 : 한미선, 김기영, 연준원, 조민희, 유현정, 최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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