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어리2026. 6. 6. 2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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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상반기 국립극장 판소리 완창은 이것으로 끝이다. 하반기에 또 시작하겠지
상반기 4회를 하는데 판소리는 다섯바탕 그러면 같은게 겹칠필요는 없는거 아닌가?
거기에 같은 미산제. 시간은 좀더 짧은 느낌이다.
(3시에 시작했는데 커튼콜 후에 진도아리랑 하면서 끝났는데도 딱 6시였으니)

박성희 창자를 언제 봤더라. 분명이 어느 공연인가에서 봤는데 기억이 나질 않는다.
왜 봤다고 생각하냐면 약간은 보이시한 낮은 톤에 힘있는 발성이 기억에 남아서다.

대략 3시간동안 중간에 15분정도 쉬고 끊임없이 창을 하는 해야 하니 여간 힘든일이 아닐거다.
언제나 그렇듯 보면서도 힘들어 하는게 보인다. 3시간에서 6시간 분량의 대사와 연기를 모두 외워야 하고
관객앞에서 지친 모습을 모여줄수 없는 직업이니 당사자는 누구보다 힘들것이다.
그럼에도 3시간이면 이번 시즌은 상대적으로 짧게 잘 끝났네라는 오만한 생각도 든다.
(춘향가 6시간, 심청가 5시간은 편하게 앉아서 관람하는 관객이라도 막판엔 힘듬)

이분의 톤이 중성적이며 힘이 있는 소리긴 한데 창을 하는 풍에서 묘함이 좀 있다.
각 인물(수궁가에선 사람이라곤 용왕하고 도사 말곤 모두 동물)들의 대화에서 그 구분점이 명확하지가 않다.
순간 순간 배역을 바꿔야 하는 1인극이다보니 힘든것은 알겠지만
약간은 더 확실하게 구분되도록 캐릭터의 선을 명확하게 하는게 낫지 않을까?
소리의 영역도 넓고 억양도 좋은데 (김소희 명창께서 발음이 좋아서 예전 녹음한걸 지금 들어도 감동이 그대로 전해옴)
이분이 김소희명창의 제자라고 하니 이러한 것들을 전수받은거 같다.
예전엔 각 지역 방언이 훨씬 강했기때문에 각 지역별로 서로 못 알아듣는 경우가 많다고 했지만
지금은 그런 시대가 아님에도 판소리를 들으면 아직도 90%이상은 받아쓰기 어려울정도다.
대사(해설겸)집을 읽고 계속 듣다보니 대충 감으로 들을뿐 확실한 이해는 쉽지 않음에도
아직도 판소리 공연에서 자막을 안트는건 '너죽고 나죽고 모두 없애버리자'라는 심사인지 이젠 도무지 모르겠다.

아무튼 이분의 발음이 좋은편임에도 오늘은 좀 알아듣기가 어려웠다.
몸 콘디션이 좀 안좋은것일까 아니면 원래 이런 풍이었을수 있지만 발음이 뭉그러지는 많은 창자들과는 다르게
또렷하긴 한게 못 알아듣겠다니. 물론 한문도 많다. 이건 판소리가 원래 그 모양으로 생겨먹었으니 그러겠지만
한문의 문장 뜻을 모를순 있어도 음은 알아들어야 할텐데 도통 이 세계에선 이걸 바꾸려 하지 않지 않는다.
이런면에서 김소희명창은 어떻게 살아남으셨을까? 전반으로 뭉그러지는 발음이 주류라고 생각하면 당시엔 이단아 같았을텐데.

그리고 여자 특유의 고음이나 쇳소리(쇳소리는 남자 창자가 일품이긴 함)가 좀 적던데 이부분을 특별히 키우려 하는거같진 않아보인다.
이미 오랜 시간 자신의 길을 갈고 닦았는데 이제와서 스타일을 바꾼다는건 몸이 허락하지 않을테니.
(흥보가 완창무대도 했다지만 언제쯤 여기서 볼 수 있으려나)

수궁가의 줄거리는 단순한 동화같은 내용이라서 전체적으로 흐름은 쉬우나
막상 대사들이 난리도 아니다. 이렇게 어려운 한자들이 즐비한것을 보면
권문세가들이 삼삼오오 모여서 소리꾼을 초청하여 자신들만 듣던 장르가 아니었을까? 추측해본다.
내용이 권선징악도 아니고 풍습이나 사회를 반영하는것도 아니고 적벽가처럼 고전을 만든것도 아니고
뜯어보면 제법 철학적인 면이 있다. 용왕의 멍청함을 비꼬는 블랙코미디 같은 부분도 있고
토생원의 지혜와 기교, 기개가 있다손 치더라도 별주부의 말에 현혹도 잘되고 건방떨다가 막판엔 두번이나 죽을뻔한 사건들을 보더라도 그렇다.
그런데 막판에 인간 올무에 걸린거나 독수리에게 잡힌 내용은 전체 흐름상 크게 필요하지 않았는데
왜 넣은걸까? 이게 없으면 토생원이 너무 기고만장하게 끝나서 넣은걸까?

쉬우면서 쉽지 않은 대사들로 3시간중 생각보다 편하게 들을수 있는 부분은 30분정도도 안되보인다.
그리고 박성희창자의 소리 풍이 약간은 느릿느릿한 템포를 유지해서 가끔 졸음이 살짝 올때가 있었다.
빠르게 희모리로 몰아치는 대사들은 좀 약한건지 아니면 자신의 색을 만든건지 아무튼 호흡이 길다.
공연중 문득 든 생각으로 이분이 심청가를 하면 그 느낌이 남다르지 않을까?란 생각이 들었다.
심청가는 시종일관 무겁고 회색적인 현재와 미래만이 보이는 장르로 막판 한 10분을 제외하면
심청이에게는 디스토피아같은 세상일뿐이었다. (낙천적인 성격때문인지 선녀가 환생한것이라 다 알고 그런건지)
이런 어묵한 자신의 세상을 표현하기에 멋진 목을 지니고 있는것이 아닐까? 그에 비하면 수궁가는 너무 밝은게 아니었을까

그래서 기대해보게 된다.
박성희명창의 심청가 완창을 볼수 있기를..

그리고 다시금 생각나게 한다. 나흘전에 봤던 현대 뮤지컬 서편제의 소리와 고수가 얼마나 개판이었는지를.

소리 : 박성희
고수 : 신문법, 조용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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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시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