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공연2024. 3. 20. 2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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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전에는 눈이 엄청 오더니 이젠 바람이 분다. 조금만 온도가 더 높았더라도 시원하고 좋았을텐데
옷을 어떻게 입어야 할지 난감한 하루

이 연극은 몇해전 낭독극으로 초연했던 극인거 같다. 그때 보진 못했는데 낭독극은 뭐랄까
듣는것에만 집중해도 되는 것이라 라디오 듣는거 같기도 해서 연극의 맛이 좀 퇴색되는거 같아
특별히 땡기지 않는이상 왠만해서 선택하기란 쉽지 않은 장르다.

아무튼 그 낭독극을 왜 일반 연극으로 만들게 되었을까
비주얼적으로 어느정도 구성을 하면 괜찮을것이라 생각했던것일까

배경은 조선초 고려말 고려를 지키려던 몇몇의 신하들과 도망가는 신세를 그리고 있는데
특이한것은 화전민의 촌장이 훨씬 기품있게 그려진다는 것이다. 그래서 은둔한 학자인가 싶었지만
일반 화전민일뿐이다. 사람의 가치는 삶과 깨달음에서 비롯되는 것이겠지만 표현의 투박함마져 사라지는것은 아닌데
이 극에서는 그러한 것이 전혀 표현되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공연 내내 어색함이 크다.
영화 '동막골'을 연극으로 만든거 같은 느낌이 강하다고 해야 할지
하지만 영화와는 다르게 심심하게 진행되고 박진감 역시 그다지 없다.
음악과 효과음등은 실제로 연주를하는데 오페라처럼 무대와 관객석사이에있는데
북을 너무 크게 쳐서 배우들 대사가 잘 안들린다. 밸런스가 영 별로였다. 유독 북소리를 크게 설정한것은 박진감이나 긴장감을 키우기 위해서였겠지만 그다지.
그리고 강원도 사투리를 넣었는데 단어만으론 뜻을 몰라도 전체 흐름상 이해하는데 지장은 없으나
문제는 강원도 사투리가 섞이므로 대사가 귀에 꼿히는 맛이 매우 떨어진다. 디션이 안좋다고 해야 할까
이럴바엔 강원도 억양으로 하고 대사는 서울에서 하는거니 서울 말로 하면 되는게 아니었나
왠지 불필요한 아집의 산물같은 기분이 든다. 이럴거면 전오륜은 왜 사투리를 안쓰는 것인지

그리고 사건의 전개가 너무 진부하다. 외지인과의 사랑 그로인한 질투와 시기심으로 발생하는 사건들
이 뻔한 흐름마져도 표현의 색다름이 없어서 전체적으로 하품은 안나오지만 집중할만한 요소가 없다.

제목이 왜 화전일까. 갈대밭에 불을 내서 모두 잡았기때문일까? 저들이 화전민이라?
전체적으로 내용이 웃기지도 못하고 슬프지도 않고, 괴롭거나 아쉽거나 절망스럽다거나 안타깝지도 않다.
고려말, 조선초 한도끝도 없이 먼 과거 이야기 같다. 마치 호랑이 담배 피던 이상한 시절같은 이야기

현대 옷을 입고 나왔길래 시기가 현댄줄 알았는데 600여년전일줄은, 관료는 선그라스를 끼고 나온다. 그것도 한밤중에

약간은 황당한 시대배경에 특색없는 전개와 감동없는 앤딩
차라리 사랑 풍만한 그 시대의 멜로를 만들지.

그리고 예전에도 오늘과 같은 비슷한 경우가 있었는데 출연자가 박수갈채를 느끼며 한명 한명이 천천히 인사를 한다.
24명 모두가 각자 인사를 하며 모두 자신이 주연인냥 뿌뜻한 표정을 지어낸다.
제발 뭉태기로 함께 인사하자. 커튼콜을 무슨 10분동안이나 쳐하고 있냐.
모두들 수고했으니 관객도 수고하라는건지

출연 : 신현종, 김성일, 조은경, 윤슬기, 경미, 김구택, 이경성, 한동훈, 홍상용, 김보라, 이해성, 송현섭, 신욱, 이형주
이해온, 박정인, 이홍재, 박현민, 김태양, 민정오, 김강민, 성종원, 양재범, 정영재

Posted by 시세상
연극.공연2024. 3. 17. 1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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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완연한 봄이었다. 손을 주머니에 넣지 않고 걸어도 전혀 추운 느낌이 없는,
기운빠진 겨울이자 먼 발치에서 손 흔들며 달려오는 어느 봄
이런 날은 오래 걸어도 힘든 느낌이 적어서 연극 전 후에 계속 걷긴 했지만
혜화동에서 집(신사동)까지 걸어오는게 그렇게 어려운일이 아님에도 차마 그렇겐 하지 못했다.
왜냐하면 오랜만에 쓸쓸함이 급격히 밀려와서였을까

아르코 대극장은 그래도 관객석이 좋은 편인데 소극장은 너무 허접하다.
엉덩이 아프고 자세도 매우 안좋은 불편한 의자. 어디서 이딴걸 구해온걸까.
이런곳이 돈을 많이 벌순 없겠지만 관객석은 그래도 좀 좋게 해줬으면 좋겠다.

테디인형을 달고 있는 아버지(대디)
종횡무진 뛰어다녀서 런(run)이라고 한건지

정작 아빠는 뛰어다니지 않는다. 테디 데디와 뛰어다니는 딸들?

배다른 두 딸들이 서로다른 이유로 아빠를 찾는 내용인데
문제는 각 딸들의 시선에 맞춰서 두번 반복한다는 것이다. 타임루프물은 아니고
영화 '슬픔보다 더 슬픈 이야기'같이 인물의 시선별로 시간이 반복된다.

이게 옴니버스 영화 여러편을 보는 느낌과는 다르게
그냥 두번 반복되는듯 지루함이 보인다. 왜 이렇게 해야했을까

물론 두 딸인 윤서와 니나는 같은 아버지를 가졌음에도 다른 환경에서 자랐기때문에
환경에 따른 두 가지 시선을 보여준다는 것은 충분히 이해되는 일이긴 한데
동일한 사건을 놓고 서로 다른 심정을 동시에 표현해도 되고 서로의 갈등요소로서도 나쁘지 않은 소재임에도
불필요하게 두번 반복하는 구조를 채택했다는 것이다. 이래서 중복되는 내용들이 많아지고
시간은 길어져서 전개가 느리지 않음에도 지루하게 느껴진다.

도입부에서 분명 둘은 어느정도의 갈등 요소를 보이다가 서로 섞이는 듯한 늬앙스를 풍기는데
결론이 그렇게 되지 않겠냐는 복선같은 냄새라서 끝도 그다지 궁금증이 생겨나진 않았다.

그리고 이건 단순한 기분인데 자주 뛰어다니는 장면이 나오는데 저렇게 뛰어다는걸 어디서 봤던가.
뛰어다니는 연출이 별다른건 아니라서 다 비슷해보일수 있지만 그렇다고 이리도 기시감이 드는것은 왜일까
갑자기 떠오른 연극 한편. 얼마전에 봤던 '아들에게'라는 이곳의 대극장에서 한 연극이 떠오른다.
연극에서 뛰어다니는게 흔한 설정은 아니지만 왜 이렇게 이 연극의 뛰어다니는 장면하고 비슷한 기분이 드는지
그냥 그분이 그럴뿐이다. 두 연극 모두 많이 뛰어다는 연극이라서 같은 기분이 들었을지도.

필리핀이라 하면 한국에서는 꽤나 인식이 좋진 않다. 한국 범죄자들이 숨어드는 곳, 청부살인, 부패한 정부 등
연극역시 그렇게 그리고 있다. 그리고 한때 문제됬던 현지 처 같은 사생아 관련한 문제들
극중 인물인 니나가 그러한 인물인데 아버지는 니나의 어머니를 기억하지 못하고 있다.
보통 사생아를 코피노라 한다는데 이건 현지에서 가정을 꾸리고 살다가 생긴 자식을 말한다.
이렇게 아예 기억도 못하는 설정은 뭘까. 게다가 아버지는 같은 지역에서 사업을 하고 있다.
물론 윤서와 한살 차이가 나는걸 봐서는 오래전 필리핀에 갔을때 만났던 사람인지는 구체적인 설명이 없지만
휴대폰으로 메세지를 주고 받기도 했는데 모른다? 무엇인가 설정에서 오류가 생긴것인지
내가 잘못 이해하고 있는것인지

그냥 이곳 저곳 많이 돌아다니고 다들 친절한듯 보이지만 속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로 아버지도 좋지 않은 일을 했다는것인지
정작 연극에서는 이게 전혀 중요하지 않아보인다. 왜 필리핀 딸은 이렇게 모르고 살아왔는지
그 딸은 왜 아버지를 찾아보려 하지도 않았는지. 그러면서 왜 문자로는 대화를 나누고 있었는지

연극의 끝은 델마와 루이스 아류작처럼 그냥 둘이 떠난다. 델마와 루이스는 친구였는데 그리고 그 끝은?
이들은 자매로 어디론가 그냥 떠난다. 물론 필리핀의 어딘가로 간다. 세계는 넓지만
니나는 아직 출생신고조차되지 않았으니 다른 나라로 갈수는 없었겠지
필리핀은 출생신고가 안된 아이의 교육은 어떻게 되는걸까? 드라마를 보고 한국어를 익혔다고 하는데
기분 교육 지식이 없는 문맹인 수준이었을 니나가 다른 나라 언어를 단순히 외워서 익힐수 있다면 언어의 천재가 아니었을까
(니나 엄마가 나중에 아빠가 한국으로 대려갈것을 대비해서 한국어 교육을 시켰나?)

숨가쁘게 뭔가를 주저리 주저리 설명하는데 솔직히 남는 말들은 극히 없다.
산만하게 이리 저리 움직이면서 관객에서 설명을 하니 어지럽기만 하고
귀 기울려도 막상 그다지 들을만한 내용도 없다.
엄마나 남자 두명이 독특한(?) 춤을 추며 대화 하는게 내입장에선 연극으로서 훨씬 설득력 있게 다가왔다.

아직도 작가가 말하려고 하는, 연출이 보여주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잘 모르겠다.
환경이나 배경, 상황은 전혀 그렇지 않지만 사춘기 소녀 둘의 치기어린 외출 또는 가출정도?

주제를 좀 명확하게하고 그에 맞게 설정을 맞췄으면 좋으려만
리드미컬한 엄마만이 기억에 남을뿐인 연극이다.

출연 : 이동규, 서이주, 강희만, 김병춘, 진민혁, 이주환, 조경미, 한소진, 이시향, 박인옥, 엘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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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시세상
연극.공연2024. 3. 15.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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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였을까? 일찍나와 미술관을 가려고 했는데
포트폴리오를 정리하고 싶은 생각이 들어 정리하다보니 연극을 보러갈 시간이 되버려
미술관은 다음기회로 미루고 바로 혜화동으로 직행
그래도 조금은 걷고자 동대문에 내려서 걸으니 기분은 좋지만 발걸음이 어색하다.
왜 걷는게 자연스럽지 않은걸까. 아직 시간도 여유가 있는데 무엇인가 조급하다.
꼭 오늘 볼 잉여인간의 조급함처럼..

이 연극은 전에도 한번 봤던것이다. 그때 관람기를 보니 시간을 40분가량 줄였다고 나오는데
이번도 휴식시간 15분 포함해서 160분인걸 보면 똑같이 줄인 그대로인거 같다.

처음 봤을때 기억이 나는것은 아니지만 비슷한 느낌을 받는 기분이 든다.
어떤 목적에 미친듯 달려가다가 갑자기 지쳐버려 무기력해진 한 인간.
현대인도 마찬가지일듯 한데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같지 않을까

이바노프는 그것이 조금 더 강렬하게 왔던것인지,
마지막 자살하는 것이야 어느정도 예정된 순서같아보이는데 이것은 어떻게 보면 무척 위험한 결론이 아닐수 없다.

어느순간 겪게 되는 무기력증, 후회, 회한, 일어설수 없는 좌절
대다수의 사람들은 이것들을 이겨내고 또는 뒷전으로 미루고 과거를 회상하며 현재를 살아간다.
하지만 이바노프는 과거를 회상하는듯 보이나 실상을 미래를 살아갈수 없는 자신을 원망한다.

무기력증이란 이런것이 아닐까. 미래로 나갈 힘을 상실하는것
이것과 동일시 되는 것은 바로 죽음

이 연극은 시작과 동시에 이바노프의 죽음을 보여준다.
이미 죽은 사람인데 생물학적 죽음을 보여준다고 해서 비극이라 할 수 있을까

물론 극의 전개 자체는 비극과는 거리가 멀다. 세익스피어의 비극들처럼 전체적으로 먹구름이 끼어있는것은 아니다.
다만 이바노프 머리위에만 언제나 우울함이 따라다니고 있다.
생각보다 무기력해보이지 않을정도로 짜증을 잘 낸다. 에너지는 충만한데 심리적인 의욕을 상실했다고 할까
그래서 밤마다 레베제프 집을 가서 보내다 오는거겠지. 지옥같은 집을 떠나서

그렇지만 아직도 왜 이바노프에겐 집이 숨막히는 곳인지 그 이유까지는 모르겠다.
아내와 같은 공간에 있는것이 싫다는 것같지도 않은데(애정이 식었을뿐 이혼하고 싶다거나 하는 것은 아니니)

나도 어느순간 잠시였지만 내 집에 있기 싫었을때가 있었다. 물론 잠시잠깐이었다.
알수없는 답답함으로 무엇인가 고립되는 느낌이 싫다고 해야 할지
그래서 끊임없이 나왔던 적이 있었는데
또 어느때는 밖을 나가는것이 한없이 귀찮을때도 있었다. 집이 세상 편안한 안식처 같았다.
지금은 한 3분의2는 집에 있고, 나머지 3분의1만 밖에서 보내고 싶다.
오늘같이 연극을 본다거나 미술관을 간다거나 한없이 걷는다거나..
그러다가도 한 며칠은 방구석에서 뒹굴뒹굴 이게 현재 내가 원하는 삶인데 전혀 안된다는게 현실

이바노프의 행동이 이해되지는 않고, 이해 할수도 없을것이다. 나는 부유하지 않고 능력도 없기때문일텐데
그럼에도 이상하게 저 사람의 괴로운 심정이 이해되는듯 하다. 어쩌면 내가 지금 겪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몇해전 약간은 무기력증이 와서 회사를 그만두고 1년을 그냥 쉬었던 적이 있는데
그리고 적당히 좋아진줄 알았지만 얼마전 병원을 좀 다니면서 치료들을 하면서 다시 생긴거 같다. 알수 없는 무기력증

그렇지만 이바노프처럼 극단적인 선택을 할 필요가 내겐 없다.
조용히 쉬고 싶으면 조용히 있으면 된다. 물론 다니던 회사는 그만둬야 겠지만
이바노프처럼 잉여인간이 되면 되는것 아니겠는가. 찾는이도 없으니 훨씬 홀가분하게 털어낼수 있겠지

연극 자체는 곱씹으면 곱씹을수록 계속해서 나를 빗대어 보게되어 묵직해지는 문제가 있지만
주제가 회색이라 구성은 전체적으로 밝은 톤을 유지하려 애쓴다. 물론 이바노프는 제외되지만 아무튼 웃음도
적당히 섞이는 흐름으로 휴식시간 포함해서 거의 3시간동안 지루함을 전혀 느낄수가 없다.

그리고 이렇게 작가 한사람의 작품을 계속 공연 해주는 극장이 있다는 것도
제법 좋다는 생각이 오늘 문득 들게되었다.
미술관에서 한사람의 작품을 연대별로 모두 보여주는것 만큼 재미있고 작품을 이해하기 좋은 관람도 없는데
연극도 한 작가의 작품을 계속 볼 수 있다는 것은 선택의 폭을 넓히고 깊이있게 관람할수 있는 방법같다.
전체 소극장의 한 1%정도는 이렇게 한 작가만을 위한 극장이 있으면 어떨까 싶지만 현실은 쉽지 않겠지

연극이 끝난 후 좀더 걷고 싶었는데 오늘은 발걸음이 너무 어색해서 오래 걷질 못한 하루였다.
보이는 세상 모두가 귀찮았던 이바노프같이

출연 : 이동규, 서이주, 강희만, 김병춘, 진민혁, 이주환, 조경미, 한소진, 이시향, 박인옥, 엘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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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시세상
연극.공연2024. 3. 10. 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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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위가 사그러들어 돌아다니기 적당한 기온의 하루
오랜만에 서울시립미술관을 들러 구본창 작품전도 보고
여유롭게 길을 거닐지만 한국은 지독한 열병에 시달리고 있어서 마음 한편이 편하질 않다.

늘 먹던 칼국수 집에선 이젠 물어보지도 않고 수제비를 칼국수에 넣어서
먹는 시간이 오래 걸려 하마터면 연극에 늦을뻔..(맛은 있지만 오늘처럼 시간여유가 없을땐 칼국수만 먹는게 좋은데)
부랴 부랴 빨음 걸음으로 극장에 도착하니 10분정도 여유가 있어서 숨도 고르고
어떤 연극일지 생각해보지만 연극에 대한 예의가 아닐까? 제목이 생각안난다.
티켓과 리플랫을 꺼내보면 될것인데 그러면 시놉까지 모두 읽어버릴거 같아서 제목을 모른 채 봐버렸다.

죽음에 대해 초반에는 조금 가볍게 시작하나 싶었지만
글쎄
죽음을 가볍게 넘길만한 예술가가 어디 흔하랴
온갖 썰들이 난무한다. 수많은 한자들마저 동원하면서
한자를 말한 이상 그 해석도 말을 해줘야 관객이 알아들을테니 모두 해석까지 고맙게 해준다.
이럴바엔 그냥 해석만을 말해도 흐름상 전혀 문제될것이 없어보이는데 끝까지 한문을 말한다.
심지어 리플랫에도 한자들로 가득하다.(중국인용인줄 순간 착각)

두 가정이 나오고 서로 다른 죽음에 대한 괴로움을 토로한다.
한쪽은 최대한 여파를 줄이기 위해 앞으로 남은 시간을 최대한 할애하여 죽음에 대한 이야기들을 가족끼리 나누고 토론한다.
다른 한쪽은 준비되지 않은 딸의 죽음으로 괴로워 하는 어머니와 아버지가 나온다.

두 가정의 공통점은 유가족이 될(된) 사람들은 죽음을 맞이할(한) 사람에 비하여 훨씬 괴로워 한다는 것
남겨진 자들의 슬픔을 표현한것인지

나 또한 유한한 인간의 짧은 생에 대해 항상 많은 생각을 한다. 하지만 연습할수도 없고 돌이킬수도 없기때문에
항상 물음표만이 남는 결론 없는 맽음으로 지워지곤 했다. 어느날의 어떤 경험이 있기 전까지는.....

예술가들역시 죽음에 대한 깊은 통찰을 원하고 추구하지만 찌릿할정도의 작품을 본 기억은 없는거 같다.

나는 아직도 영생을 하면 내가 하고 있는 모든것들의 시간이 멈출것인가란 질문을 던져보곤 하는데
들리지 않는 메아리일뿐

연극을 보다보면 갑자기 급발진 하는 부분들이 있다. 순간적으로 감정이 격화되면
내 안에선 이상한 보호본능이 발동해 감정선을 닫아버리는 경향이 있는거 같다.
그래서 연극에서 오열을 토하는 장면은 가급적 없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는데 이 연극은 그러지 않는다.
부모로서, 가족으로서의 극한의 슬픔을 몸으로 표현하니 다소 거부감으로 다가온다. 이들의 슬픔을 관객에게 돌려줄순 없는것일까?
관객이 슬퍼하지 않도록 배우들이 슬퍼해주는 것일까. 나는 가급적 내가 슬퍼하고 싶지 배우들이 슬퍼하는걸 보고 싶진 않다.
배우들은 내가 슬퍼할수 있도록 밑자락을 깔아주기 기대한다. 물론 슬퍼야 할 부분에선만 말이다.
요즘 보는 연극들은 대부분 배우들이 모두 슬퍼한다. 한국사회가 어지러우니 배우들이 대신 슬퍼해주고
극장을 나설때 관객의 기분좋길 기대하는것인지는 모르겠다만 좀 아쉬움이 크게 다가온다.

그리고 할아버지의 목소리는 어쩜 그리도 청량한지. 사람이 나이를 먹으면 목청에 힘이 빠지기 마련인데
이 할아버지는 산삼을 드셨는지 혼이 되어서도 목소리가 너무 쩌렁쩌렁해서 할아버진지 청년인지 도통 감이 안온다.
인물에 대한 해석이 이상한건지 연출이 이상하게 표현한건지 후반부로 갈수록 그 어색함은 지칠줄 모르는 철마같다.
조금은 아니 아주 많이 기운을 뺐다면 그가 가는 길 좀더 아쉬웠을까..

죽음을 지혜롭게 그리고 삶의 한 부분으로 인정하기 위한 마무리는 식상하고 그다지 납득되지 않는 그냥 그렇게
아버지는 현대의학으론 거의 효과가 없어서 죽음을 택했는데 수술 후 멀쩡히 살아있고..(앞으로 치료가 많이 남았다곤 하지만)

그냥 그렇게 죽음을 생각하는 온갖 말들이 난무하지만 결론은 살아있으니 그냥 살자 정도로 보이는 연극이다.

'네가 헛되이 보낸 오늘은 어제 죽은 이가 그토록 바랬던 내일이다' 라는 말처럼 인간의 유한한 삶에 대한
미련과 슬픔, 두려움 같은것이 녹아들어 가슴 먹먹하면서 후련함이 남는 죽음에 관한 연극 한편이 그리워지는 연극이었다.

출연 : 조주현, 김효신, 이태식, 시민지, 박유진, 윤지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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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시세상
연극.공연2024. 2. 9. 2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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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전날엔 어떤 마음다짐이 필요할까
전날까지 일하고 쉬는날이라고 늦잠을 잔 후에 나가는 것이 무척 어중간한 3시 공연
그런데 공연시간은 고작 한시간. 시내도 아니고 예술의 전당처럼 전시장이 있는곳도 아니다
국립극장이 덩그러니 있는 남산 주변

이곳에 오면 늘 쓸쓸한 기분이 드는데 산이 차갑고 공연이 멋졌으니
공연장을 나올땐 허무하면서 외로움이 생겨나는 것일뿐

한국에서 설은 분명 축제기간이긴 하다.
그런데 언제부터 축제였고 언제까지 축제였을까.
언제부터인가 연휴때 거리를 다니면 서성이는 외국사람들을 많이 본다.
명절인만큼 다들 가족과 보내는 것인지, 한산할뿐 축제라고 할수 없는 기간이다.

축제란게 어떤 염원을 비는 제사라는 의미인지
추석과는 다르게 설에는 아무래도 한해 잘되길 기원하는 바람이 크기때문에 어울린다.
이것을 공연으로 만들었다곤 하는데 순수하게 공연만 봤을때 이해가 되는지는 좀 다른문제이다.

팜플랫을 보면 뭔가를 기원하고 귀신도 쫓아보내고 살풀이에 온갖것들이 다 들어있다고 한다.
한시간동안 참 많은것들을 우겨넣은 기분이다.

전통도 좋은데 전통적으로 이어져내려왔었지만 지금의 민중속에 녹아있는것과 다르다면
그것은 그것대로 공연하고 오늘같이 설연휴라면 대중이 알수 있는 대중을 위한, 현대인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면 안되는 것일까?
보는 내내 꽤나 어색한것이 언제 박수를 쳐야 할지, 추임세따위는 이미 사라진 문화이고
마당놀이란게 없어진 한국에서 저들이 저렇게 전통적 미를 추구한다고해도 관객석에서 리듬에 맞춰서
박수를 칠 사람은 이젠 없다. 차라리 누군가 옆에서 박수를 치라고 손짓 발짓을 해주던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게 되버린 한국의 전통 공연예술은 바껴야 할 전환점이 필요한 시점같아보인다.

이토록 고혹적인 예술문화가 이리도 어색할수 있다는 것이 한편으론 안타깝기만 하다.

철저하게 공연에만 초점을 맞춰 기승전결을 명확하게 만들어 관객이 전체 흐름을 파악할수 있도록 해주던가
완전히 고전 그대로를 공연해서 옛것의 정취만을 충분히 만끽하도록 하던가

이번 공연은 관객을 사로잡지도 못하고 전통예술을 전달하지도 못한 이상한 공연으로 보였다.

그리고 예술의 전당과 다르게 이곳은 이것을 보면 그냥 집에 가야 하는 곳이다.
그런데 한시간 공연이라니. 공연도 딱 구청에서 노인들 모아놓고 효도공연하듯 순회공연하는것마냥 그냥 그러한 래퍼토리를
국립극장이라는 좀 크고 잘 갖춰놓은 곳에서 설을 기념하기위해, 축제라는 타이틀을 걸고하는 공연이라면
제대로 만들어 90분에서 120분정도는 맞춰야 돈과 시간을 들여 찾아온 관객을 위한 예의가 아닐까.
한시간 춤, 한시간정도 각 도별로 유명한 민요, 판소리 몇 대목씩만 해도 나머지 한시간은 그냥 채워질텐데
씻고 나왔다가 공연끝나고 집에 와서 다시 씻는 시간이 한시간은 더 걸리겠다 젠장.

짧막한 공연들 여럿을 묶어서 한시간정도면 인사동, 세종로, 종로 한복판에서 연휴때 거리 공연정도로 가볍게 하는 정도지
이걸 정식으로 광고해가며 할정도의 가치가 있는것인가
한정된 관객석으로 오히려 많은 사람들에게 보여줄수 있는 기회도 놓치고 기껏 먼곳에서 찾아온사람들 허탈하게만 만들고
거리공연을 하면 차라리 한국의 전통이라고 하는 마당놀이문화도 어느정도 맞아떨어지는데
(나는 마당놀이 세대는 아니라서 구체적으로 어떤 융화적 공감이 있는지는 모르겠다)

어떤 기분이었냐면 관광지에서 매일 공연하는 그곳의 수십분짜리 전통 춤추는 공연을 본거 같은 기분으로
(하와이같은곳에서 빤쓰만 입고 나와 타악기 두드리며 공연하는 원주민 춤같은)
한국사람이 명절에 맞춰서 한국사람을 위해 만든 공연이라곤 도무지 생각되지 않는다.

묵향같이 색다른 맛이 있는것도 아니다. 묵향도 여러번 보고 싶을 정도의 엄청난 공연은 아니지만
이번 공연보다는 훨씬 신선하고 멋진 기억에 남는다.

관객을 위한 공연이니 관객의 입장을 생각하는 한국공연이 되길 기대한다.

출연 : 국립무용단

Posted by 시세상
연극.공연2024. 2. 9.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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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온은 따뜻한데 비가 와서 카메라를 가지고 나갈지 그냥 나갈지 고민하다가
비오는 밖을 보니 그냥 나오게 된다.

바람도 많이 불어 우산 쓰기도 불편하지만 얇게 입고 나와도 버틸만한 춥지만 따뜻한 날이라
오랜만에 좀 걸어보기도 한다.

연극을 고를때 시놉을 읽지 않고 고른다는건 때때로 위험이 따른다.
허무맹랑한 연극이 걸릴수도 있고, 포스터 그림을 보고 예상했던 내용과는 완전히 달라서 당혹스러울수도 있다.
그러나 어느쪽이던 그렇게 문제가 되는건 아니다. 어차피 리플렛정도의 내용만으로 연극을 판단하기엔 쉽지 않아서
어느때는 재미있으나 어느때는 덜 재미있기도 하고 뭐 그런것이다.

그런데 오늘은 무척 재미있는 연극이 걸린 운좋은 날이었다.
'아들에게'라는 제목과 포스터 사진만 보면 모자간의 드라마인가 싶었다.
물론 앨리스 현 이라는 인물을 내가 몰랐기때문에라도 더욱더 그렇게 느꼈던거 같다.
이 사람에 대해 조금이라도 알고 있었다면 독립운동 얘기인가 싶어서 섣불리 선택하기 어려웠을수도 있었을것이다.
(독립운동 관련한 연극들은 많이 봤지만 볼적마다 마음이 편하진 않았다. 왜냐하면 자주적으로 독립한것이 아니었기때문이고
지금도 토착왜구들이 득세해서 나라를 엉망으로 만들고 있으니 백년전이나 지금이나라는 우울함이 오기때문이다.)

앨리스현은 어지러운 시대에 태어난 어떻게 보면 불운아라고 할수도 있지만
어떤면에서 보면 자신의 선택에 따라서는 적당히 편한 삶도 가능했을수 있었지만
자신의 선택으로 망상, 공상, 허상, 이상 등 무엇으로 표현해도 크게 다르지 않은 인간이 이루기 어려운 공산주의를 꿈꿔왔던 인물로
일제강점기로 탄압받던 민중을 보며 계급이 없는 공평한 사회를 꿈꾸려 했던것이 그다지 이상하지 않는 선택으로 보인다.

당시엔 '신여성'이라는 새로운 여성상이 나오던 시기기도 했고 마침 어느정도 공부할수 있는 여건이 갖춰지고
비교적 깨어있는 부모에게 태어났으니 이 여성의 행동은 일본의 탄압과 힘없는 여권의 현실을 이겨내려 애썼던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이 사람의 파란만장한 한 일생은 숙명같아보인다. 나의 이상향과 현실간의 넘어서기 어려운 벽
그것을 공산주의라는 새로운 이데올로기로 이룰수 있다면?
일제강점기 전에도 동학운동이 일어설만큼 민중의 삶은 미치도록 힘들었다.

서양에서는 부르주아계급들의 시민혁명이 일어난것도 계급사회로 불이익 받는것에 대한 항의가 아니었나

탄압받고 고통받으면 민중은 일어나게 되어있는것이니 난세에 영웅 한명이 태어났으나
아쉽게도 제대로 꽃을 피워보지못한 한 인물인듯 싶다.
(일제 강점기때 독립운동가중 제대로 이름이 알려진 여성은 과연 누구일까?
유관순이라는 인물이 있으나 3.1운동때 1개월정도 만세운동 주도하다가 잡혀서 모진 고문으로 돌아가셨는데
이외 수많은 여성 독립운동가들이 있었다고 하는데 학교에서 배우는 여성 독립운동가는 누가 있을까?)

문제는 이러한 인물을 연극에서 어떻게 표현하는가인데
많은 등장인물들이 있으나 거의 모노드라마 수준으로 구성된다. 한 인물의 일대기이니 당연하지만
알려지지 않은 인물인만큼 심층적으로 내면을 파해치고 있어서 남다른 이해의 깊이를 선사한다.
그런만큼 대사가 빠르고 많기때문에 놓치기 쉽다는 단점이 있기도 하고 시대 배경 지식이 부족한 나로서는
더욱더 이해 안되는 부분도 많이 있었다.

그래서 였을까
앨리스라는 한 여인의 삶은 자아를 찾기 위해 죽는 그 순간까지 노력한 인물로 보이며
이것은 이 인물만의 독특함이 아닌 우리 모든 인간들의 치열하게 찾으려는 주체적 삶에 대한 욕망을 그대로 그려내고 있는거 같아서
보는동안 내내 가슴이 뭉클해지고 뜨거워진 눈시울이 식을줄 몰랐다.
내가 찾는 무언가, 저 여인이 찾는 이상적인 그 무언가
나도, 우리도, 그 누구도 타인의 지시대로 살길 원하지 않는다.

이 모든것을 박진감 넘치게 그려낸다.
무대장치랄건 별다른게 없지만 종횡무진 뛰어다니며 넓은 무대를 가득 매운다.
연극에서 무대매너가 좋다고 하기엔 모호함이 있으나 아무튼 대형 극장에 어울리지 않는 횡한 무대를
배우들의 연기로 채워넣는것은 결코 쉬운 연출은 아닐것인데 이 극은 그것을 훌륭히 해낸다.
오히려 작은 극장에서 했다면 감동이 줄어들었을것이다.

훌륭한 음향도 큰 몫을 한다. 실제 연주자가 나와서 효과음부터 음악을 연주하는 경우가 있는데
오늘도 그렇고 배우의 호흡을 맞출수 있어서인지 일체감이 대단히 뛰어났다.

약간 아쉬운건 반전 아닌 반전 같은? 예상됬던건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놀랍거나 신선하지도 않았다. 그냥 그런가보다.. 정도?
그리고 파란만장한 인생치고 그 끝은 너무 허무한 죽음?

일생을 받쳐 무언가를 만들려고 애써왔는데 김일성과 대립된 관계에 있던 박헌영을 죽이면서
같이 찍었던 사진으로 미제 스파이로 누명을 씌어 바로 처형? 물론 이게 가능한 시대였다.
남한에서는 이승만매국노가 김구선생을 비롯해 독립운동가들을 모두 죽이고 있었으니..

지금은 최고 큰 야당 대표가 자객에게 칼을 맞아 죽을뻔했는데도
증거인멸, 허위사실유포, 사건축소 하는 매국노들이 판치고 있으니 일제 강점기나 해방무렵 이념전쟁으로 피바다가 됬을때나
무엇이 다르겠냐마는 우리는 우리가 생각하는 그 무엇이 있는곳으로 나아가야하지 않겠는가.

수많은 사람들이 나오지만 한 인물에 미친 몰입감이 돋보이는 훌륭하고 멋진 극을 오랜만에 본거 같다.

출연 : 강해진, 김선경, 김유민, 김은석, 남권아, 린다전, 박종현, 심완준, 이승헌
        장석환, 장시현, 정나진, 조주현, 홍은정
연주 : 성유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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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시세상
연극.공연2024. 2. 1.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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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엔 감기때문에 연극보기 불편하더니 이번엔 배탈이라니
거의 나은줄 알았는데 배속에 가스가 너무 많이 생긴다. 오늘도 걷고 싶었는데
결국 제대로 걷지 못하고 바로 집에 올줄이야

내가 연극을 보기 시작한지 얼마나 되었을까? 한 30년은 된거 같다.
오늘같이 극장 차단기가 끊겨서 공연이 잠시 중단된적이 있던가?
이쪽이 직업인 사람들은 이런 경험 한두번은 다들 있다곤 하지만
의외로 관람객중에 이런 경험을 한 사람은 생각보다 없다. 물론 나도 없었다.
왠만한 사람들보다 많은 관람을 하는 편이기도 하고 오랜시간 보고 있지만
난대없는 암전이라니, 결국 10분정도 연극이 중단되었는데 관객을 모두 내보낸다.
있을곳도 없는 소극장 밖, 관계자가 나오더니 차길이나 다른 업소 앞에는 있지 말아달란다.
그러면 어디에 있으란 소리지? 이럴땐 같은 건물 업소에 몇분간만 관객들이 좀 밖에 있겠다고 양해를
구하는게 맞는거같은데 관객들보고 그런곳에 있지 말라니

가끔 운영이 미숙한 연극에서 나타는 현상중 한가지가 안쪽부터 앉으라는 요구다.
안쪽은 벽, 가장자리라서 시야가 좋지 않은 제일 그지같은 자리다.
지정석이 아니기때문에 비교적 일찍와서 들어왔더니 제일 그지같은 자리를 앉으란다.
이럴거면 그냥 늦게 들어오지..
그리고 맨 앞자리를 앉지 못하게 하길래 그곳을 배우들이 연기를 하는 무대로 사용하나 싶었는데
그냥 앉히지 않았던 곳, 아마도 관객이 다리라도 뻗어서 무대에 다리가 올라올까봐 그런것인지
촬영을 한다던데 관객 머리가 보일까봐서 그런것인지
관객이 제법 많아서 좋지 않은 자리에 앉은 특히 구석에 앉은 사람들도 많은데
이럴바엔 앞줄에 앉게 하면 되는거 아니었나.

가장 특이한 행태는 배우가 관객을 등지고 앉아있는 무대 구성.
이 멍청한 구성은 뭘까.
관객에게 얼굴보여주는게 쑥쓰러웠나?
대사를 못 외워서 책상에 대본을 두고 읽었나?

사무실 파티션을 치고 연기하지 않은걸 고마워야 했을까

연기 호흡도 좀 어설프고, 무대도 엉성하다.

하지만 이런상황에서도 이 희곡이 훌륭하다는 것이 간접적으로나마 느껴진다.
희곡 자체는 뛰어나고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와닿지만 전체적으로 좀 아쉬움이 큰 연극이었다.

작가가 다니던 뉴욕의 어떤 잡시사 풍경을 바탕으로 만든 작품이라고 하는거 같지만
전혀 그런느낌과는 다른, 어떤 긴장감같은게 느껴지질 않는다.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같은걸 보면 화려함뒤에 감춰진 인간의 냉혹함같은게 녹아있는데)

그리고 1인다역을 많은 사람들이 하다보니 느낌 자체가 깨지는 경향이 크다.
한사람이 다역을 할땐 충분히 외모를 바꾸던가 아예 다역을 전담 하는 배우를 선정하는데

제목의 인물인 글로리아와 낸(편집장)이 같은 사람이라서 연극 흐름에 대단히 방해가 된다.
조금전까지 총맞아 죽은 사람이 바로 뒤엔 커피를 나르고 있고

아무튼 적은 인원으로 많은 인물을 묘사하기위해선 일부분은 어쩔수 없었겠지만
배역 할당에 좀 더 신경써주는게 어땠을까싶다.

내용으로 들어가자면 한 인물의 알 수 없는 좌절로 인한 비극적 사건
그 사건을 이용한 수많은 주변 인물들은 자신의 관점에서 자신을 위한 무엇인가를 꾸며낸다.
문제는 이 사건에서 글로리아라는 인물은 찾아볼 수가 없다는 것이고 왠만해선 그녀를 표현하지 않는다.

마지막 로린이 글로리아를 회상하며 말하는 대목에선 평범한 한 인물로 묘사될뿐이다.
평범한 인물이 왜 그런 끔찍한 살인을 저질렀지 작품에서는 구체적으로 말하지 않는다
사건을 이용한 자신의 영달만을 추구하는 주변 환경만을 지독하게 표현한다.
인간사회의 이중적인 면을 보여주는데 이부분에서 이 작품의 뛰어남이 느껴지지만
훌륭한 희곡에 걸맞는 연극이 되었더라면 감동이 배가되었을텐데 조금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그런데 사무실 풍경에서 배우의 등을 보여주고 대사를 말하는 구성 말곤 생각을 못했던걸까? 의도된 구성이었을까?

출연 : 박수민, 서루현, 전승연, 김경찬, 김재아, 김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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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공연2024. 1. 28.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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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난의 하루였던거 같다.
목감기와 코감기가 함께와서 집밖을 나서기 힘들었지만 예매해놓은 연극이 있으니
나오지 않을수 없어서 계속되는 갈등. 미술관도 가고 싶었는데.

콧감기로 재채기, 목감기로 기침, 마스크 속에선 콧물과의 사투
안밖으로 난리가 아니다. 물론 사람들은 마스크때문에 모르겠지만

연극은 이런 소재의 전형적인 스토리를 따른다. 전체적인 흐름이 뻔하디 뻔하다보니
끊임없이 어떠한 자극을 주려는 의도가 보이지만 자극되지 않는 안타까움일까
옆자리 아저씨는 연극 보는 내내 휴대폰을 켰다가 껐다가를 반복, 왠 개똥 매너인지..
참고 보기 싫으면 그냥 나가던가. 자식이 출연하는거라면 이러진 않았을텐데
관심 없어보이는 사람들이 좌우로 포진. 초대장은 좀 봐가면서 뿌리길 권장한다.

총 7장으로 짧막한 소제목들로 이루어져있지만 그다지 와닿진 않는데
불필요해 보일정도로 모두 연결된 한공간과 이어진 시간대일뿐.
(소제목이 들어가려면 전체 흐름을 깨지 않는 한도에서 일정 수준의 독립적인 면은 있어야 하는거 아닌가)

차라리 코믹하거나 단백하게 구성되어있으나 생각할수록 슬프게 만들거나
미친척하고 신파로 도배를 하거나..(못 우는 사람은 신파같은거라도 보며 울면 좀 풀릴수도)

무대라도 좀 허름한 집처럼 꾸며주지, 너무 섭섭하다.
흔한 브라운관 TV와 서랍장 한개라도 좀 놔두던가

말과 연기로만 풀기에도 전체적으로 좀 빈약하고 비주얼로 풀기에도 섭섭해서였을까..
오버액션들로 빈곳을 채워가려하지만 연극에서 오버액션은 과유불급의 전형일뿐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지 못한다.

목감기, 코감기로 예민해져있어서 멀쩡하고 훌륭한 연극을 제대로 관람 못했을수도 있다.
그렇지만 어디까지나 숨만 적당히 조절해도 연극에 집중할수 있다. 암전때 콧물 닦으면 되고
목이 간질간질해서 기침이 나와도 크게 문제될정도는 아니고
다만 요즘은 극장 온도가 따뜻하거나 푸근하지 않고 쌀쌀하게 셋팅하던데
배우들이 조명으로 뜨거울까봐 일부러 그렇게 해놓는건가? 겉옷을 벗을수가 없다.
근래 모든 극장들이 추워서 겉옷을 벗고 본적이 한번도 없다. 오히려 실내임에도 겉옷을 입고 봐야
괜찮은 체온을 유지할수 있을정도였다. 왜 그런지는 모르지만 전과는 좀 다른 느낌이 든다.

식상한 줄거나와 전개, 이것들을 전형적으로 풀거가는 씁쓸한 연출
전체적으로 특별한 감동을 찾아볼수 없지만 독립영화나 김상수영화처럼 간이 되지 않은 슴슴한 음식을 먹듯
풀어놨더라면 좀더 특색있었을까.. 아마도 극장을 나와 집에 올때까지도 계속 곱씹을순 있었겠지..

걷고 싶은 하루였는데. 그지같은 코감기때문에 걷지도 못하고, 함박눈 내리던 그 짧은 순간엔
미친 졸음이 밀려와 눈떠보니 길가는 다 녹고 지붕에만 하얀 흔적이 남아있는 쓸쓸한 초봄이다.
(눈내릴때 카메라로 동내 풍경을 동영상으로 찍으려 했는데 한번을 못하네 에휴)

출연 : 종애화, 서진, 이유진, 박선혜, 김예림, 오혜진, 유지안

Posted by 시세상
연극.공연2024. 1. 21. 2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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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들어 이렇게 많이 내리는 눈을 본적 있던가? 그것도 하루 종일
날이 따뜻해서 내리는 족족 녹아내려 온세상이 하얗게 되는 것을 보긴 어려웠지만
눈 내리는것을 멍하니 바라만 봐도 기분 좋은 날이다.

그렇지만 걷는것이 쉽지는 않아서 조금은 뒤뚱 뒤뚱

이 연극의 공연시간은 200분. 3시간이 넘는데
아르코 소극장은 의자가 별로다. 엉덩이가 아플것을 예상한건지 방석 한장이 더 깔려있었지만
역부족이었다. 하지만 맨 앞자리여서 다리는 쭉 뻗을수 있는 행운 아닌 행운

무슨 내용일까.
초반 에메가 나올땐 한 어머니의 모성애에 관한 내용인가?싶다가도
조금 지나니 1차세계대전이야기인가?
조금 더 지나니 황당한 유토피아같은 망상의 땅(?)을 만들기도 하고
2차세계대전(유대인 학살)도 나온다.
베를린 장벽이 무너질때 등 이 연극의 배경은 총 8대까지 올라간다고 하니 150년 이상은 되지 않을까싶다.

현대부터 조선시대 어떤 왕, 임진왜란 같은 배경으로 만들고 외국사람보고 보라하면 이해하기 어려운것처럼
어느시대인지 한국사람들이 쉽게 이해할수 있지는 않을거 같다.

그러다보니 시대를 왔다갔다 루와 뒤퐁텔은 어떤 가족의 역사를 따라가지만 순간 순간 놓칠때가 많다.
그리고 그 시대는 그랬는지 무아와드는 그런것을 봤는지 모르지만 난무하는 온갖 치정극들
극을 전개하는데 불필요할정도로 많은 표현을 하기도 한다. 그래서 부분적으로 졸리움이 급격히 밀려오는 구간도 있다.
하지만 이런것을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을정도로 시간가는줄 모르고 보게 된다.

배경도 계속 바뀌고 등장인물들도 워낙 많아서 대규모로 제작된 영화 한편 본거같은 기분이 들정도인데
결론은 사랑이야기라서 마무리가 조금은 뻔하다는게 약간은 아쉽지만
그럼에도 그 뻔한 사랑이야기를 이토록 길게 지루함 없이 돌아오는것이 신기할따름이다.

오늘 처음 봤기때문에 내용 이해에 큰 어려움이 있어서 집에 오자마자 다시 한번 줄거리를 찾아봤다.
물론 작가에 대해서도 찾아봤다. 어떠한 이유때문에 이런 시선으로 세상을 보게 되었는지 모르지만
아무튼 전체적으로 제법 다크하다. 사랑같은 허울로 어느정도 마무리되더라도 어두침침한 디스토피아를 보는듯 그려진다.
백년이 넘는 긴 시간, 이 가족의 일대기는 어둡기만 하다.

대부분은 문학적 허용 정도로 넘어간다지만 이해하기 납득되지 않는것도 있다. 루는 왜 이런것을 찾는것인지
왜 그렇게 삐딱해졌던것인지 어디서부터 시작된 불신인지 모르겠다.
그리고 뇌속에 뼈다귀라니.. 그것도 다른 사람의 뼈가? 무슨 판타지 SF물도 아니고

연극이 지루하지 않고 재미있었으니 대충 넘기긴 하지만 재미 없었다면 이러한 모든것들은 큰 가시가 되어 가슴에 꼿힐뻔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내용 전체는 그다지 신선함도 없는데 3시간30분이 순삭된 이유는 무엇일까.
연출의 힘일까. 작가의 힘일까.
다음에 또 하면 반드시 봐봐야겠다.
사라진 3시간 30분의 미스터리를 풀기위하여

출연 : 정아미, 김용준, 오일영, 신용진, 한상훈, 김민선, 현은영, 박시유, 이지혜, 강선영, 임이랑, 김신영
  홍성호, 김서아, 김용식, 손예리, 윤수민, 손필재, 황비홍, 강지연, 한소진, 최호현, 오륜, 조성준, 이현지

Posted by 시세상
연극.공연2024. 1. 19. 0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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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이렇게 눈이 왔을까? 어제 잠자기 전까지 안온거 같은데
무엇에 쫓기듯 갑자기 엄청난 졸음이 와서 잠들었다가 일어나 밖을 나오니
온세상이 하얗다. 아쉽다. 저들이 내려올때 깨어있어야 했는데

정동세실극장에서 하는 공연들은 저렴하면서도 전체적으로 품질이 높다.
극장도 크고 좌석도 소극장보단 훨씬 좋고

그런데 오늘은 좀 다르다.
장르가 음악극(뮤지컬)인데 음향이 똥망이다.
극이 시작되고 처음 배우들이 말하는 소리를 듣는데 깜짝 놀랐다. 80년대 라디오 소리만도 못한 그지같은 음향은 무엇일까

음향전문가가 없나? 음악극은 음악이 생명일텐데 이렇게 구린 음향으로 공연한다고?
꼭 이것만은 아니겠지만 아무튼 대사 전달력이 완전 폭망 수준같다.
이런 큰 극장의 시설이 낡았더라도 어느정도 수준은 유지할텐데 세팅의 문제인지 설비의 원천적인 문제인지..

게다가 이 극은 총체적으로 구성의 엉망이 돋보인다.
좌우 한 60인치정도 되는 모니터에 시를 읽으라고 표기한다. 폰트는 작고 모니터가 큰 무대 좌우에 있어서
목이 아프다. 물론 이건 내가 맨 앞쪽에 자리하고 있었기때문으로 조금 뒤에 있는 사람들은 덜 했을것이다.

구성이 엉망이라 하는것은 무대만큼 크게 뒷면에 프로젝터로 스크린에 영상을 쏜다는 것이다.
이곳에 시를 쏘면 보기도 좋고 읽기도 편할텐데 
좌우 작은 모니터에 글자를 뿌리면 관객이 대충 읽겠지라고 생각한것은 도데체 어떤 머저리의 생각일까

그렇다면 중앙 큰 스크리는 어떤 용도?
13 후르츠케이크 제목에서 조금 엿볼수 있는 13개의 LGBT 관련한 역사적 사건들을 옴니버스식으로 진행하는데
그 역사적 배경을 영화처럼 스크린에 쏘고 있다.
이럴거면 영화를 만들지 왜 연극을 만드는 걸까? 이런것에서 연출의 게으름이 보인다.
장르가 공연이면 철저하게 공연으로 풀어가야 하는데 표현하기 귀찮으니 스크린에 대충 그림들을 쏘고
엿같은 나래이션으로 모든걸 채워간다. 나래이션 역시 그지같은 남녀 목소리를 합쳐놔서 SF영화의 중성적의 이상한 소리로 읽어댄다.
제발 그냥 사람목소리를 좀 써라. 레인보우 빛을 섞으면 흰색이 나온다는걸 모르냐..
왜 어울리지도 않는 회색 목소리를 만드는지 도무지 이해할수 없다.

모든 내용을 이렇게 영상으로 떼운 후에 배우들이 나와서 갑자기 노래를 한다.
그것도 해당 인물의 나라 언어로.. 물론 자막은 없다. 그 전에 나온 시를 가사로 했을텐데 순간 읽고 외울리도 만무하고
음악극에서 노래가 상황에 맞게 전달하는 대사가 얼마나 중요한것인지 연출이 모를리 없을텐데
아니면 연출은 모든 언어를 알고 있어서 지혼자 감동을 쳐받고 눈물 흘렸던가

대형스크린은 사건 개요를 설명할때만 사용하라도 주최측에서 압박이라도 준것인지

아름다운 선율과 상황에 맞는 노래들일텐데 알아들을 수 없다. 시를 한번읽고 그 의미를 단번에 이해하고 가수가 노래할때
되세김질 하며 공연에 접목시킬 능력도 없다. 그래서 전혀 공감이 안된다.
외국어 모르는 사람이 외국어로 된 뮤지컬 보고 감동을 받길 바라는 건지

너무 오만한 구성이 아닐 수 없다.

이 좋은 극장. 저렇게 열정적이며 아름다운 배우들, 노래 솜씨는 또 얼마나 멋있고 감미로운가.
훌륭한 이 모든 것들이 연출하나 잘못 만나 쓰레기통에 들어가는거 같아 보는내내 마음이 아파온다.

주제가 LGBT라 해도 분명한것은 인간의 사랑과 삶에 관한 이야기라서 간접적으로 감동이 희미하게라도 전달되는데
저들의 감정이 직접적으로 내게 전달되었더라면 얼마나 가슴 절절했을지 아직도 아쉬움을 지울수가 없다.

관계자들 자기 위주가 아닌 관객 위주로 고민해주길 부탁한다. 제발
그리고 왠만하면 프로젝터와 녹음된 나래이션 따위는 쓰지 말고. 이럴거면 영화를 보지 뭐하러 공연을 보나

내년에는 LGBT를 떠나 가슴 뭉클해지는 저들의 이야기를 아름다운 노래와 함께 느껴보길 기대해본다.

출연 : 전호준, 조은체, 모지민, 전성혜, 이형동, 유영승, 최재훈, 김건우, 김성현, 임한빈, 박선주
           안솔지, 이동주, 이승준, 김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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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시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