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공연2023. 4. 30. 0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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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국악 정보를 접할수 있는 방법은 길을 걷다가 우연히 보게 되는 포스터
또는 몇몇의 공공기관이 운영 문화 사이트에서 오는 메일
그리고 페북같은 SNS에서 친구로 맽어놓은 국악인들이 올리는 정보에서 공연정보를 얻는데
이번과 같이 평일에 공연하게 되면 회사원인 입장에서 관람하기 쉽지 않지만
잠시 백수가 되어 좋은 기회다 싶어 국립국악원에서 연주회라고 해야 할지 아무튼 공연이 있어서
바로 예매했지만 평일 오후 7시30분에 관람한다는건 집에 오면 9시가 넘기때문에 아무리 백수라도 부담이 된다.

부담 되더라도 어째서인지 모르지만 올해는 연주회를 좀 다니고자 하는 생각이
봄 언제쯤인가 문득 생각이 들어서였다.

단독 콘서트는 아니고 두명이 나와서 한시간동안 연주하는것이라 국악을 잘 모르는 나라도 크게 걱정이 되진 않았다.

예술의 전당 미술관은 적지않게 다녔지만 바로옆에 붙어있는 국립국악원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리고 독특하게도 신을 벗고 들어가야 하는 풍류사랑방.. 크~~
옛 선비들이 모여 명인의 연주회를 들으며 풍류를 즐기던 그런 모양은 아니지만 ^_^
조금 상상은 할수 있다. 어떤곳인가 인터넷을 찾아보면 다기와 차도 주던데 이번은 그런게 없었다.
그리고 양반다리를 할수도 있지만 좌석 거리가 좀 좁아서 양반다리하는게 조금 불편했지만 가능 하다는게 기분좋다.
첫날은 비가 와서 바닥을 온돌처럼 따뜻하게 해놨던데 공연장에서 엉덩이가 따뜻해본적 있던가
(오늘은 덜 춥다고 히터를 끈거 같음 ^_^;;)

폭신한 좌식의자 하지만 좌석간 거리가 좁아서 좌식으론 못 앉는 이상한 배치(널널하면 그만큼 관람인원이 줄어드니 이해함)

첫날도 긴장되고 둘째날인 오늘도 긴장된다. 왜냐면 음악의 선율을 이해하기 어렵기때문이다.
국악 음반이 좀 있는데 주로 판소리, 민요같은것이고 연주는 가야금, 대금 산조들이 나머지지만 듣다보면 솔직히 무엇을 표현하는지 모르겠다.
무엇이 연상되거나 어떤 느낌이 난다거나 해야 할거 같은데 한국것임에도 모르겠다.
내게 와닿는 느낌은 약간의 변조가 버무려진 도돌이표같다고 해야 할지, 비발디 4계도 이보단 덜 반복적일듯 싶다.

아무튼 시작되는 첫무대는 피리
얘는 목관악기겠지만 흔히 서양악기의 목관악기 음색을 생각하면 제법 난감하다.

그냥 풀피리 같기도 한 대나무에 구멍 뚤어놓은듯한 나무 막대기
'서'라고 하는 리드와 나무 한개가 끝인데 소리도 맑고 청량하고 투명하다거나 부드럽다와는 좀 거리가 있다.
말 그대로 투박한 소리가 나온다. 고급진 소리보단 군살 잔뜩 붙어있는 농부의 손같이 거칠거칠하다.

끊임없이 무엇인가 반복되는 멜로디가 있는데 이것이 무엇을 상징하는지 모르겠다.
기승전결이 있는 것인지도 솔직히 잘은 모르겠다.
다만 저 투박해 보이는 악기위의 손가락의 움직과 그에 맞춰 퍼지는 선은 때론 곱고 때론 강렬하고 이상하다.

아기처럼 섬세하기도 하고 쟁기질을 하듯 거칠다.
그렇지만 무엇인지는 모르겠다.
판소리는 문자화된 구체적인 서사가 있기때문에 읽을 줄 알고 뜻만 알면 충분히 즐길 수 있다.

사양 고전음악류들 역시 기승전결이나 주제가 있기때문에 감정이 선율의 고조에 맞춰 긴장이완을 충분히 할수 있어서
시간의 아름다움을 만끽할수 있지만 한국의 피리연주는 모르겠다
왜 이렇게 반복이 많은걸까. 이것이 주제는 아닐건데, 이것이 주제라면 그것은 또 무엇인가.

국악의 특징인지 모르겠지만 연주자의 무표정 또한 한몫 크게 한다.
한국 사계를 말하는걸까, 선비의 올곧음일까, 연인의 사랑일까
아무튼 무엇인지 모르지만 길지 않은 시간이라 짧게 즐겨봤지만
피리 연주로 한시간정도 했다면 나는 틀림없이 졸았을 것이다. 대금산조는 음이 표현하는 것들이 많아서
좋던데 피리는 그렇게까진 만들기 어려운지 솔로 연주에 특화된 악기가 아닌것인지 아무튼 미묘한 변화 말곤
전체적으론 단조로운 반복의 연속이었다.

두번째는 내가 좋아하고 배우고 싶어하는 거문고연주다.
거문고를 좋아하는 것은 지독히 간결하고 절제된 선율때문인데 이번 연주자(박영승)의 연주는 내가 생각했던
그런 연주는 아니었다. 생각한 거문고 연주보단 훨씬 경쾌하다고하면 맞는 표현인지
그리고 서양 악기 연주자 처럼 온몸으로 운율을 타는 모습이 사뭇 신기하기도 하고 멋지기도 했다.

악기 연주자니 손의 움직임을 아무래도 보게 되는데 흐름이 끊김없이 물 흐르듯 유연하며 강렬하다.
글로 표현하긴 아직 어렵지만 거문고 특유의 독특한 여운은 비록 좀 빠른 연주라 덜하더라도
사이 사이 사그러드는 물결은 순간의 고요함으로 다가온다.

이렇게 나의 국악 연주회 첫경험을 모르쇠로 일관하며 끝나버렸다 ^_^;;;;

둘째날인 오늘 세번째는 다시 피리
피리는 참 어렵다. 아니 단조롭다.
미세한 변화를 알아야내야 하는건지 미세한 음 컨트롤에 환호해야 하는건지
이 음악은 누구에게 무엇을 보이기 위해 작곡된것인지 두번째 들어선 도무지 모르겠다.
연주자(박치완)께는 미안하지만 두번째 경험따위로는 아직 안되나보다.

연주시간이 짧아서 지루하진 않으나 두번째 경험도 이렇게 지나쳐버리니 아쉽다.
관객입장에서 무엇을 공부해야 하는걸까.
우리 음악을 듣는데 공부를 해야 할정도면 초중등교육이 심각하게 왜곡되어졌다는 의미일수도 있겠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가야금이다.
가야금은 기본적으로 너무 익숙하고 민요, 창등 병창에도 많이 나와서 어색함이 전혀 없다.
음 표현의 다채로움으로 귀가 무척 즐겁지만 국악기중엔 너무 핑크핑크한 느낌이라 배워보고 싶진 않았던 악기다.

처음은 가야금 산조인데 여느 가야금 산조와 크게 다름은 없어보인다.
다만 이렇게 가야금 산조를 눈앞에서 본건 이번이 처음이라는 것인데,
짧막하겐 보적 있고 각종 영상 매체에서도 많이 봤는데 느낌이 너무 다르다.

서로 각기 다른 놀림의 왼손과 오른손,  그 것들을 묵묵히 지켜보는 지긋이 바라보는 두 눈과 근엄한 몸짓

분명히 한사람의 연주를 보고 있는데 소편성 교향곡을 눈으로 보고 있는 느낌이 든다. 물론 눈만 그러하다.
소리는 잘 녹음된 수많은 연주보단 훨씬 음장이 좋지만 그렇다고 엄청난 차이가 나는것은 아니다.
그래서 가야금 연주가 비주얼적으로 이렇게 강렬한지 오늘 처음 알았다.

연주중에도 틈틈히 얼굴에 뭐가 묻었는지 닦아내는데 결코 급하게 닦지 않는다.
매우 리드미컬하다고 해야 할지 그러면서 끊김없는 손동작으로 얼굴을 닦아내고 다시 현으로 손을 올려놓는다.
(국악기 연주자들은 이런 손동작도 따로 교육을 받는건가? 의문이 들정도로 부드러운 선을 유지한다.)

역시 종특이라 해야 할지 단아함 그 자체의 표정으로 변화없는 매력을 뿜어낸다.

양손은 저리도 바삐 움직이는데 저런 고운 자태를 만들수 있는것은 저 사람의 수많은 피땀의 결과겠지만

가야금연주를 배워보고 싶게 하는 짧은 시간의 황홀함이었다.

한국악기중 가야금, 거문고는 한사람의 각 기관이 서로 침범하지 않으면서 조화로움을 만들어내는것부터 시작일까

미치도록 절제된 움직임속의 실내악.

마지막으로 피리와 가야금이 함께 연주하는데 특별한 고저가 없이 처음부터 끝까지 미묘한 변화를 지속한다.
차한잔 마시며 친구와 도란도란 담소나누기 좋은, 절의 풍경소리 같은 연주다.
가야금은 각 음절의 시작과 끝을 담당하고 피리는 살을 붙이는 식이라고 해야 하나
이런것을 무엇이라 하는지 모르겠지만 시조의 운율 같아보이기도 하다.
무엇이 되었던 이들을 떼어놓으면 한쪽이 너무 외로울거 같은 조합으로 끈끈히 이어가다가 조용히 막을 내린다.
연인의 삶일까, 벗의 관계일까, 외로운 군자의 삶은 아닌거 같다.

어쩜 이리도 근사할까..

그러나 아직도 잘 모르겠다. 좀더 많이 봐봐야 할거 같은데 백수생활도 끝나가고
평일에 어떻게 봐야 할지도 걱정이다.
올해는 되도록 연주를 많이 보고 싶은데

출연 : 거문고 박영승, 피리 박치완, 가야금 김윤희, 피리 고우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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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시세상
연극.공연2023. 4. 17. 0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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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시청쪽 극장인 정동세실극장을 가는데 서울시립미술관이나 국립현대미술관을
가지 않는것도 참 오랜만이다. 오래도록 매주 구입했던 복권도 까먹어 구입못한걸 봐서는
요 며칠간은 정신줄을 놓고 있는거 같다. 그럼에도 지금 이 순간을 만끽해야겠지만 한편으론 찝찝

창극? 음악극(뮤지컬, 오페라류같이 벨칸토 창법으로 하는 류)들중 판소리로 하는것이라서
한국사람들의 접근성 만큼은 좋겠다란 막연한 생각을 했지만 이건 나중에 말해보도록 하고
일단 흥보가는 몰라도 흥보이야기를 모르는 한국사람은 극히 드믈기때문에 내용측면에서도 그렇고
현대에 맞게 살을 붙여서 이해하기 쉽고 편하게 관람이 가능하다는 큰 잇점이 있다.

전통이란게 문헌으로만 넘어오는게 아니라 생활 곳곳에 섞여 자신도 모르게 습득 되는 수많은 것들이니
제비다리 고쳐서 박씨 물고와 은혜를 갚고 대충 형동생 사이좋게 지냈다는 해피엔딩의 이야기쯤은
아이때부터 봐왔던 것들로 사회문화 전반적으로 깊숙히 자리잡고 있으니 어떻게 각색을 해도 문제되지 않지만
너무 흔한 이야기를 어떻게 풀어놓냐에 따라서 익숙함에서 오는 지독한 지루함이 올 수도 있다.

이 연극은 이것을 적당히 풀어내는거 같긴 하다.
다른 판소리의 대목을 따와 알맞게 각색도하고..(십장가 대목은 춘향가의 슬픈 상황이 떠올라서 더 슬프다.)
제비 노정기도 멋지게 잘 표현한다. 하지만 무슨 소린지는 그들과 전공자들만 알겠지..

그런데 흥보 마누라의 이름이 '강옥진'이라고 나온다!? 이게 무슨 말이지
물론 흥보는 이름인데 마누라는 이름이 없이 등장한다. 놀부 역시 놀부 마누라라고 나올뿐이다.
흥보가에서 흥보마누라의 비중이 크지 않고 주된 내용은 형제간의 문제라서 자식들도 이름없이 나온다.
놀부 마누라 역시 주걱으로 뺨을 때리는 충격적인 역할이 있지만 역시 이름이 없다.

엄밀히 따져서 흥보가 전체에서 놀부와 흥보 말고는 이름이 없다. 누구 씨 또는 직책 정도일뿐

그런데 이 극에서는 마누라의 비중이 대단히 높기때문인지 이름을 공개하고 만다. 이때부터 무엇인가 트러지는데
후반부 모든 판결이 된 이후 약간의 시간동안 이름도 없이 살아온 서러움을 표출하며 이름을 계속 말하지만
이전까지의 모든 감동이 일순간에 사라져 버리고 모든것이 퇴색되버려 잊혀지는 느낌이다.

요즘 한창 말 많은 '흑인 인어공주' 같이 불필요한것을 우겨넣은 느낌으로 모든 흥을 깨버린다.
차라리 이러한 서러움을 넣고 싶었다면 처음 재판장에게 '나의 이름은 흥보 마누라가 아니라 강옥진이니 강옥진으로 불러달라'라고
선포하고 그로인한 모든 부당한 대우를 현대적 시각으로 녹여내어 흥보를 압박하던가..
모든 판결과 결말이 다 끝나고 숨을 고르려는 찰라에 갑자기 "나의 이름은 강옥진~~~!"이러면 응??????

여건 신장운동 연극을 보러온건 아닌데

이걸로 10분정도를 지리하게 이어간다. 이전까지 강옥진(흥보 마누라)씨가 주장한 것들은 어느정도 수용가능하고
자식이 수십명이라거나 외도해서 낳은 자식이라거나 제비는 강옥진씨의 은혜를 갚기위함이었다거나 등의 것들은
연극에서 허용되는 왜곡 또는 각색 정도로 감안하고 충분히 수용하며 즐길수 있지만
모든 흥보가의 내용을 버리고 여권운동만을 남겨두면 연극 제목 자체가 '흥보 마누라 이혼소송 사건'이라고 붙이면 안되고
'강옥진의 여권 신장 운동' 이라 해야 된다.
이건 본질 자체가 뒤집어지는 것으로 애초에 흥보가에 붙여서는 안되는 내용으로 사회 풍자, 저항, 항의, 투쟁을 하고자 하면
독립된 내용으로 흥보가는 일부분만 차(인)용하는 수준으로 전개되어야 하지만 소설인 흥보가를 붙여봐야 아무런 설득력을 지니지
못할테니 이마져도 쉽사리 붙이기 어려워 진다. 그런데 이 연극은 모든 흐름을 무시하고 이 대목을 과감하게 붙여버렸다.

여성의 이름대신 성만 말한다거나 모아무개의 마누라 라는 표현을 거의 쓰지 않는 지금의 한국 사회에도 맞지 않는 이런 황당한
상황을 붙인것은 흥보가 등 모든 판소리의 등장인물에 이름을 붙이겠다는 의지일까

너무 어이없는 끝부분때문에 멍해진 지저분한 느낌은 지금까지도 지워지질 않는다.

그리고 모든 배우들이 젊은 분들이라 발음이 확실히 좋지만 사용하는 문장들, 특히 창의 문장들은
현대어가 아닌것들도 있기때문에 알아듣기 어렵지만 역시나 자막이 없다.
고증한다고 뒤쪽 벽에 대사를 표기해주며 그것을 창으로 선보이니
가사를 모두 보고 들을수 있어서 한결 좋지만 그 외 것들은 전혀 자막이 없다.

판소리 처럼 소리꾼이 임의로 붙이고 빼는것도 아닌데 자막좀 넣어주면 안되는 것일까
기왕이면 외국사람들을 위해서 외국어도 좀 넣어주면 더 좋겠지만 이러한 배려는 없다.

그리고 옆에서 악기로 극에 필요한 음악을 실제로 연주하기때문에 극과 음악의 합이 좋긴 한데
음악소리가 너무 커서 배우들의 대사 전달에 상당히 방해가 된다.
연극을 보러 왔는데 음악소리때문에 대사가 잘 안들리면 문제가 아니겠나.
(모든 내용을 다 외우고 있는 사람들이 모니터링 하면 이런 밸런스 문제가 발생함)

작자 미상인 흥보가에서 마누라 이름이 없어서 마누라가 서럽다고는 할 수 있는데
강옥진이란 이름은 실제 근거가 있는 이름인지, 도데체 어디서 나온 이름인지..
대충 지어낸 이름이면 오히려 전통문화를 죽이는 개짓일텐데(찾아봐도 마땅히 나오는 곳도 없고)
아무튼 이부분은 내용 전체에 녹여내는 것으로 재조정되기를 기대하며 다시 볼수 있길 바라본다.

이런 극은 혼자보는것보단 여럿이 모여 보면 좋을텐데
다음에 또 하면 식구들이나 친구들을 좀 모아볼까 ^_^

출연 : 김율희, 한진수, 전태원, 이재현, 김보람

Posted by 시세상
연극.공연2023. 4. 6.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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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시청에서 혜화동까지 왕복은 무리일까
편도만 걸어도 고관절이 아파온다. 오래 걷지 못한다는건 차를 살때가 되었다는건지

지난해 1월1일에 보고 다시 보고자 했던 연극
원래는 같은 해에 다시 한다고 하길래 그때 봐야지 싶었는데 이제서야 다시 보게되었다.

바로 얼마전에 영화 안나카레리나(소피마르소, 1997년)를 봤는데
연극 속 대사를 이해하기 위해 책을 보려했지만 시간이 마땅치 않아서 영화를 본건데 적당한 시기에 봐서
내용도 머리속에 잘 들어와 연극에서 안나를 좀더 깊이 이해하고 공감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작년과 무대구조나 전체 흐름의 구성은 크게 다르지 않아보인다.
다만 첼리스트가 작년에도 있었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없었던거 같은데 아닌가

그리고 톨스토이와 브론스키를 완전히 분리하여 정동환 배우가 톨스토이를 전담하게 되어
예전보다 좀더 다양하게 표현되지만 좀더 복잡해져서 간결하며 절도있는 구성은 사라졌다.
한 인물을 둘로 나눠서 대화하듯 얘기하는건 때론 다중인격자 같아서 어색하기도 하고
하나의 자아로서 동화되기에도 인식의 흐름과 약간의 차이가 발생해서 불편함도 발생한다.

안나와 안나의 생각은 어느정도 보완적이지만 톨스토이는 서로 대립되다보니 더욱더 자아를 묶어내기 쉽지 않다.

그리고 정동영배우의 톤은 자꾸만 드라마 '호텔 델루나'가 떠올라서 머리속에서 드라마를 지우고 싶은 충동이 생기던데
이 드라마를 좋아하기도 하고 여러번 보기도 해서 그 이미지가 자꾸 겹쳐버려
톨스토이의 내면으로 빠져들기가 전보다 더 어렵게 느껴졌다.
아무래도 이분의 발성이 한결같아서 그런거 같긴 한데 배우들의 숙명이자 카르마일지도 모르겠다.

125분 연극으로 제법 길 수 있는데 그 시간이 결코 지루할 틈이 없다.
중간 인터미션을 기점으로 해서 최고조로 급격히 변화되는데 이때문에 숨고르기차원에서
쉬는 시간이 주어진거 같지만 그냥 이어졌으면 어땠을까란 생각이다.

그리고 이때부터는 그 전과의 표현양식도 제법 바뀐다. 극단적인 단조로 바뀐다고 해야 할지.
매우 거칠어지는 흐름때문에 심리적으로 무척 조심스럽고 예민해진다. 섣부르게 다가갔다간
안나의 절규에 나같은 범민은 쉽사리 갈기갈기 찢어질것이다.

전체적으로 소피마르소의 안나카레리나와 비슷한 느낌을 풍긴다. 약간은 도도하고 자기중심적이며
때론 오만하다. 막상 영화 안나카레리나는 2012년 작품이 더 잘 만들어졌다곤 하지만 영화속 소피의 느낌과
묘하게 겹치는 느낌이 지워지지 않는다.(연출이 영화를 많이 참조한건지 정수영 배우가 이 영화를 참고했는지 모르겠음)

톨스토이의 참회는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허울을 쫓았던것이 부질없는 허상같다고 할까..
톨스토이의 참회록은 아직 보질 못했는데 대사를 곱씹어보면 공산주의 표상인 낫과 망치가 떠오른다.
종교와 노동으로부터 오는 기쁨, 순수한과 순결함, 인간사회의 평등성
안나카레리나가 50세에 나온 작품이니 인생의 회한을 느낄 시기였을까
이 연극에서는 톨스토이의 고뇌를 표현하지만 매우 표면적인 손 쉬운것들만 가볍게 다룬다.
왜 이 사람은 모든 편의를 포기하고 농부의 삶을 살려고 했던것일까란 결정적 사유가 보여지 않는다.
그래서 이 연극은 톨스토이의 참회록이라 말하면서 안나의 일대기만이 각인된다.

톨스토이가 모든것을 포기하게 된 그 무엇을 찾기 위해 기차역에서 막차를 기다렸던거 같은데 안나를 이용해서
그것이 무엇이었을까.. 안나는 사랑을 위해 모든것을 던져버리고 마지막 기차를 종착역으로 맞이하였는데..

연극 전체가 고풍스러우면서 기품있는 고급스러움을 잃지 않는다. 하지만
마지막 안나의 죽음은 좀 더 연극적이면서 절망과 희망이 양립하도록 구성되었으면 좋겠는데 두번째 봐도 어색하다.
그리고 톨스토이의 사유가 보고 싶다. 내년에 또 볼수 있으려나.

올해는 작년과 조금 다르던데 내년엔 올해보다 조금 더 달라지길 기대해본다.

출연 : 정동환, 정수정, 주영호, 박채희, 강정민, 안예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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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공연2023. 3. 27.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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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을 밖에 거의 나가지 않다가 밖을 나서니 기분 좋은 현기증이 난다.
한달정도 집밖을 나가지 않으면 아예 못 나가려나... 한달치 음식을 사놓고 한번 해볼까..

벌써 목련과 벚꽃이 잔뜩 폈다니 지난주까지만 해도 이러지 않았는데
시간은 언제나 느린적이 없다.

대학로예술극장은 극장이 좋은거 같으면서도 의자가 은근 불편하다.
간격이 앞뒤 좌우가 너무 좁다고 해야할지
혜화동에 있는 수많은 소극장들에 비하면 좋지만 그래도 역시 별로다. 이런 큰 극장들은 객석을 좋게 하면 안되나..

아주 큰 무대
하지만 이렇게 큰 무대를 써야 할 이유가 특별히 없어보이는 연극

무대를 좀 더 잘 꾸며놓으면 연극에 부합할수 있겠지만 무대장치라고 하기엔 꽤나 협소하게 만들어서
넓은 무대 자체가 횡한 느낌이 든다. 그리고 다들 관객공포증이 있는것인가
왜 뒤에서 연기를 해대고 있는건지 커트콜 사진을 보면 알겠지만 내가 먼곳에 있는것도 아닌데
배우들이 엄청 뒤에 있다. 특히 뒤에 있는 바위같은(고인돌이라 함) 조형물에서 주로 연기를 한다.
그러니 얼마나 멀게 있는것인가

이 연극의 특색이라면 자막이 들어가 있다는 것
기왕이면 영어도 함께 넣어줬으면 좋았을텐데 약간의 아쉬움이 남는다. (외국인도 가끔은 오지 않을까)

전체적인 내용은 한창 격동기 시절의 끝무렵 90년대 초반을 다루지만
왠지 요즘 세대들과는 조금 먼 시간처럼 느낄수도 있고
나같은 세대는 익숙한 시대지만 한편으로는 폭력적 진압이나 화염병도 끝물이었던 시기다.

그래서 보통은 민주화 운동, 군부독제 타도.. 이런것들일텐데 90년대 초(93년)에 노태우 임기가 끝나고
김영삼 집권시절이었으니 한국은 점차 안정적인 시대로 접어들게 되던 시기다.
엑스세대라는 말도 이무렵 나왔던 만큼 각종 문화와 적당히 풍족한 삶등
세대간 갈등도 이때 점차 심해지던 '라떼는...'의 시발점 같은 시기일수 있다.

연극을 보면서 한국의 대학생들이 학원의 독립성을 위해 그렇게 발벗고 뛰었나?란 생각이 든다.
검색사이트에서 검색을 해봐도 많이 나오진 않은 '학원자주'

아무튼 극 속의 학생들은 무엇인가를 놓고 서로들 갈등도 하며 어디론가 나아간다.
여기서 부각되는 두 여인

이 연극의 이상한 점인데
이전 세대와 현 세대의 채워지지 않는 공백같은것(서로의 이상향?)을 표현하려는것인지
동성애에 대한 것을 말하려 하는것인지
서로의 어떤 이데올로기를 위해 투쟁했을때의 내부 갈등과 회상을 말하는 건지

물론 전체적으로 다 섞여있다.
지금 세대를 이해못하는 전세대
그 전세대끼리 또 이해 못하는 시대에 적응하는 정도의 차이
그 와중에도 갈망의 끈은 끊기지 않는데, 문제는 감정이 일방통행정도라는 것
대부분 그러하듯 연인이길 원하는 사람과 단지 친하기만 원하는 사람
이 둘간엔 보이지 않는 팽팽함이 존재한다. 아니 그것을 팽팽함으로 엮으려고 작가들은 노력한다.

이 연극은 이것을 주로 다루기때문에 나머지것들은 모두 의미가 퇴색된다.
최루탄, 화염병, 밤새도록 고민과 토론했던 학우들, 지금 세대들과의 갈등, 이 연극에서는 모두 똥이다.
그냥 두 여자, 아니 한여자의 동성애적 감정선을 집요하게 물고 늘어질뿐이다.

그래서 연극의 결론이 무지 허탈하고 허무하고 공허하다.

저 많은 이들이 저렇게 열심히 무엇인가를 위해 노렸했지만 결국은 한여자의 동성애로 귀결되다니
인간에게 연인은 대단히 중요한 요소일수밖에 없지만
그 중요성을 부각하기 위해 한국의 모든 사회를 끌어왔어야만 할까..

한 사람의 시선을 표현하기 위해
너무 많은 것들을 소모시킨 과소비가 심한 연극이라 해야 할지
그러나 연극을 본 시간은 매우 흡족했다.

잘 만들어진 시대 멜로극같이.. 보고 난 후 아무것도 없지만 볼때는 재미있는 그런 연극

출연 : 김정, 이세영, 이준영, 남수현, 송치훈, 김관식, 최강현, 박다미, 이서한, 최수현, 박세은

Posted by 시세상
연극.공연2023. 3. 19. 2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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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인지 필연인지
하남으로 회사가 이전했을 이맘때 2년내 다시 서울로 사무실을 얻을만큼 성장하지 못하면
가망성 없기때문에 관두겠다는 빈 소리를 한적 있는데 현실이 되어 회사가 표면적으로 잠시 사라져서 백수가 되었다.

하남으로 출근하기 위해 경기도 버스를 기다리는데 도착예정시간 30분이상이 표기되어 황당함에 막연자실했던것이
바로 어제 같은데 2년이란 짧지 않은 시간이 지나갔다니.

아무튼 대외적으로 명백한 백수가 되었으나 본의아니게 자꾸만 2년 단위로 회사를 옮기게 되는거 같아서
기분이 좋질 않다. 어차피 10년정도만 일하면 더이상 써주지도 않을텐데..

착잡한 기분으로 연극을 보러 갔는데 극장은 무척 화려하고 현대적이다. 그러나 극장의 의자는 별로다.
그냥 껍떼기만 좋은 극장. 같은 건물에 다른 극장도 있던데 그 곳은 더 좋으려나
회란기는 14세기 중국 작가의 작품이라서 금병매, 삼국지, 손오공 같은 중국 고전소설이다.
포청천(포증)의 명판결이 주된 포인트겠지만
전체 줄거리는 드라마 포청천도 있고 엄청 유명한 솔로몬의 지혜가 담긴 판결(아이를 둘로 가르는)도 있는 등
친모의 자식 사랑에 대한 소설이나 주입식 내용들은 귀가 창나도록 많이 들어서
그다지 대단한 것도 없고 신선함 역시 전혀 없다.

내용은 그저 그런데 문제는 바로 그것을 현대에 맞게 어떻게 각색했냐이다.
이 표현방법이 매우 흥미롭다. 발성은 예전 유랑단같이 내지르는듯한 현대 연극의 발성과는 많이 다르다.
내가 본 연극중 분명 이와 동일한 발성의 연극이 있었는데 도무지 기억나질 않지만
아무튼 그것때문에라도 좀 색다르고 수많은 표현 방식을 매우 코믹하게 표현하면서도 분위기 전환을
극적으로 잘 표현하여, 해당이 매맞는 장면은 미치도록 가슴이 메어진다. 신파의 억지 슬픔은 아닌데
아무튼 어느땐 미치도록 슬퍼서 눈알이 아파온다. 함박웃음을 지을대목은 없지만 피식 하며 웃을 곳이 곳곳에 숨어있어서
똥꼬에 털나기 딱 좋은 연극이 아닐수 없다.

다들 합도 좋고 잘 각색된 구성에 뛰어난 연기력, 무엇하나 빠지지 않는다.
아쉬운 점이라면 내용이 너무 구닥다리라는 것
최루성 공연치고 막 울수도 없어서 후련함도 없다.(나는 못 울기때문에 답답함)

고루한 내용이지만 뛰어난 구성으로 먹어주는 연극으로 추천하고 싶지만
가격이 만만치 않다. 7만원에 두산아트센터 회원가입하면 30% 깍아준다는정도
그래서 5만원이다. 요즘 공연 가격이 오르는 편이고 1층은 왠만해서 무조건 제일 비싸게 책정
2층, 3층이나 되야 좀 싸지는데 이런곳은 대부분 쓰레기 자리다.
(2,3층 자리는 배우와의 감정 교류가 전혀 안된다. 왜나하면 배우들의 감정 시선은 1층 객석으로만 향하기때문)

거기다가 갑자기 왠 유명배우가 나오는건지
티켓값을 올리기 위한 수단인건가? (콘트라바스나 계속하시지 뭘 이런곳까지)

무척 볼만하지만 어떤면에선 볼만하지 않은 연극이다.
가끔 한번씩 가족 나들이 겸 이런 공연을 보는 분들이라면 추천할만하다
연인들의 이벤트로도 괜찮지만 나같이 혼자 즐기는 사람에겐 그다지...
(분수처럼 눈물이 쏙 빠지면 후련하겠것만 젠장)

아무튼 오랜만에 재미있는 연극이었다.

출연 : 호산, 이서현, 박주연, 조영규, 원경식, 김난표, 조한나, 최하윤, 박승화, 이정훈,
강득종, 남슬기, 조영민, 조용의, 김동지, 임진구, 박해용, 고영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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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시세상
연극.공연2023. 2. 26. 2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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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어지러운 회사와 심난한 봄 등 여러가지가 겹쳐서
안정된 기분을 갖기가 어렵다.
어쩌면 다시 실직상태가 될수도 있어서일까? 평일에 미술관을 갈수 있다는것은 꿀맛인데
기대도 되고 걱정도 된다.

이런 산만한 기분과는 다른 연극
건축설계사 김수근 설계사무실에서 설계된 남영동 대공분실과 이곳에서 고문받다가 돌아가신 박종철 열사

내용은 오묘하다.
현재, 고문받던 과거, 건물을 설계하던 더 오래된 과거

이렇게 3가지 시간이 번갈아 진행되면서 그 당시 고통 받던 이들과 남겨진자들의 슬픔을 표현한다.
당시 대표적인 고문한 경찰 놈 이근안은 목사라며 아직도 고문 받던 사람들을 조롱하다가 목사직을 박탈당하기도 했는데
죄의식을 갖고 있지는 않아보인다. 오래전 조선시대였다면 받았던 고문을 고스란히 되돌려줬을까?

아무튼 이 3곳의 서로 다르면서 연결된 공간을 보여준다.
고문받던 시간과 그 시간을 회상하는 현재의 시간

문제는 바로 대공분실을 설계한 자에 대한 것인데 당시엔 사무실에 여러설계자들이 있었다고 해서
김수근이 직접 설계하지 않았을거라고 주장도 한다. 그렇다고해서 김수근 이름을 걸고 설계하는데
고문실을 설계한것의 문제점이 사라질수 있을까. 당시엔 정부의 개가 되어 부귀영화를 누리거나
정부에 반한 일을 해서 고문실로 끌려가 고문을 받거나 둘중 하가지였을거다.
(김중업은 정권과 싸워 결국 해외로 쫒겨났다)

당시에 대가리가 친일매국노였으니 반공몰이를 한건 이해하겠는데
지금도 정부에 친일매국노, 토착왜구놈들이 잔뜩 들어가 있는것인지 난대없는 21세기에 반공몰이를 하고 있다.
어메이징한 코리아가 아닐수 없는 대목이랄까..

김수근과 그 일파는 당시 정부에 부역하는것으로 정했을것이다.
그런 엄혹한 시대에 승승장구할수 있다는것은 지극히 당연하게도 그 정부에 빌붙었다고밖에 더 있을까
한국에서 친일매국노들은 계속 잘 살고, 독립운동가는 폐지로 생활을 연연한다는 말이 비단
일제강점기만의 일은 아닐것이다. 지금도 군부 쿠테타 세력에게 빌붙어 부를 축적한놈들이 있어서
어떤 정부가 들어서도 각종 비리가 도무지 근절되지 않고 있는 원인이 된다.
이렇게 부역한 놈들이 하는 말이 꼭 있다. "그당시 나도 고통스러웠다.", "어쩔수 없었으니 이해해달라"
개소리중 이런 개소리도 없다. 반한 행동을 해서 고문받으란 소리가 아니다.
하지만 부역해서 부를 축적한 새끼가 자신이 쌓았던 부를 내려놓는것도 아니고
무엇 하나 놓으려 하지 않으면서 지금 이 상황을 모면하려고 뱉어내는 엿같은 말들
김수근도 별반 다르지 않는다. 그리고 연극도 그것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그래서
연극을 보는 내내 모든 시공간이 먹먹해진다.
그 어떤곳도 마음 놓을수 없다.
눈을 감아버리고 싶고, 이상하게 저들에게 미안하기도 하다.

연극이 끝나고 나선형 계단을 걸어올라갈수 있도록 했는데 아르코극장도 김수근의 작품이고
나선형 계단을 좋아했다고 하지만 나의 개인적인 취향으로는 이렇게 빛이 간접적으로 들어오는 건축물을 특히 답답해 한다.
그리고 쉴수 없는 나선형 계단은 고문하는것과 같다고 생각된다. 거기에 계단 소리까지
연극을 보고 난 후라서 더욱더 계단 소리가 공포스럽다.
(벽돌 건축물이 사람들의 손을 많이 타지만 저소득층의 수많은 고통소리도 함께 묻히는 건축물 아닌가? 왜 좋아한건지..)

아르코 미술관도 그렇고 왜 이렇게 답답하게 건물을 지었을까? 싶었는데
모르겠다. 김수근 이 사람은 이런 음침한 환경을 좋아한것일지도

아무튼 친일매국노 쿠테타 세력에게 부역한 한 건축가, 그 곳에서 고통받던 민주투사, 그들을 봐왔던 사람들

조금은 불편하고 무겁지만 많은 분들이 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영화 '다음 소희'가 한국 사회에 이슈가 되길 바라듯
과거와 현재가 연결된 많은 부조리의 종식을 기대해본다.

출연 : 전국향, 손성호, 이종무, 이가을, 김시유, 최지환, 송현섭, 송지나, 유지훈, 박양지, 전민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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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시세상
연극.공연2023. 2. 19. 2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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얇은 옷을 입고 다니기엔 아직 이른가.. 춥지만 콧구멍으로 들어오는 바람은 제법 괜찮다.
장시간 걷기엔 역시 춥지만

이 극장은 지난주와 더불어 두번째인데 어색함 없이 낡은 티가 나서 좋다.
하지만 이번은 왠지 객석 의자가 그다지 편하지 않게 느껴지는것은 슬슬 단점들이 보인다는거겠지
그럼에도 혜화동의 왠만한 소극장에 비하면 월등히 좋은 곳이다.

극의 전반적인 흐름은 꽤나 식상하다.
별다르게 새련된 느낌도 없고 내용이나 구성의 신선함 역시 별로 없다.
전체적으로 극장처럼 연극도 낡은 느낌이 든다. 그래서 그냥 저냥 좋은 배우들의 명품연기를 감상하면 되겠다싶었지만
역시나 구성의 낡음에서 오는 익숙함은 약간의 지루함을 없앨수는 없나보다.
그래도 저렇게 다들 각각의 사연과 개성으로 노후를 지내는거겠지라는, 지는 석양처럼 외롭지 않게 바라본다.

내가 저들의 나이가 되어보지 못했기때문에 저들의 심정을 모두 이해할수는 없다.
그럼에도 많이 나오는 이야기중 한가지가 사람의 늙음과는 관계없이 로맨스를 꿈꾼다는 것이고
외로움을 연인에게서 달래고자 한다는 것이다. 이 연극은 이것을 주된 내용으로 진행된다.

내 처지를 보면 충분히 이해되야 할것도 같지만 혼자이면서도 특별히 외롭다는 감정이 크지 않는 지금의 나로서는
잘은 모르겠다. 오히려 혈기왕성할때가 지금보다는 훨씬 외로움을 많이 탔던거 같다.
그래서 사람이 나이를 먹을수록 외로움을 안타게 되는가보다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이 연극은 정 반대의 경우를 표현한다.
연극이니 한가지의 주제만을 부각시키는 것이라 생각하면 이해 안될것도 없어보이지만 아무튼 잘 모르겠다.

그런데 아~
마지막의 반전은 순간 울컥해진다.
어느정도 예상이 되었기때문에 놀랄만한 사건은 아닌데
치매로 모든 시간을 잃어버린 남자노인을 보며 휠체어에서 우는 여자노인의 장면은
엄청난 슬픔에 휩싸여 감정을 추스리는게 너무 힘든 당황스러운 순간이었다.
그리고 휠체어를 밀어달라며 체념하는.. 아~ 지금 다시 생각해도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이상하다. 왜 수많은 장면중에서 그 장면이 그렇게도 강한 슬픔으로 다가올까..
단 몇분간의 절망같은 엔딩을 본거같다. 하지만 노인들 특유의 여유롭게 대처하는 지혜라고 해야 할지.

일본 애니매이션중 '건버스터'라는 것이 있는데
엔딩에서 모든 감동을 만드는다는 이야기가 있을정도로 전체적으로 재미가 없다가 엔딩에서 감동으로 눈물 찔끔하게 만드는데
이 연극이 그렇다. 전체적으로 무덤덤한 나와는 멀찌감치 떨어진 내용같았는데
막판에 모든것이 뒤집혀져 훌륭하고 멋진 연극으로 마무리 된다.

너무나 아름답고 고요한 붉은 노을같은 연극이었다.

출연 : 정현, 원미원, 공호석, 심우창, 나종은, 김연재, 이혜연, 홍광표, 최재경, 송정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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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시세상
연극.공연2023. 2. 12. 2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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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슬슬 포근함이 느껴지는 늦은 겨울 그리고 입춘
하지만 광화문에선 1029 이태원 참사의 100일 추모집회가 열리고 이새끼라 한놈 퇴진 집회도 열리는 등
나라의 권한이 한사람에게 집중되는 것이 과연 옳은것인지
일부 세력은 기소조차 할수 없는 무소불위 집단이란게 국가내에서 존속 할 수 있는것인지
회사일로 복잡하고 주변도 복잡한 2023년 초이다.

우주에서 보면 물과 땅이 좀 있는 작은 행성정도인데, 이 게딱지 만한 행성에서 희노애락을 고민해야 한다니... 에휴

그런데 연극은 이 와중에 500년이 지난후 환생한 이야기다.
물론 장르가 환타지스럽지는 않다. 어찌됬던 전생이 기억되는 환생이라면 나의 과거도 궁금해지긴 한다.

전체적인 줄거리는 책속의 내용(과거)에 얽혀있는것과 현재에 얽혀있는 것들의 교차점이 있지만
그것은 연극을 통해 설명하지 않더라도 수많은 예술장르에서 표현하기때문에 신선하지 않아서
연극 전체 줄거리는 다소 식상함이 보인다.

과거에 이루어지지 않은 애틋함은 있어보이지만 이것은 과거와 현재의 동일한 반복일뿐
아무것도 바뀌지 않고 미래로 넘겨버린다. 과거의 노비와 지금이 다른점은 자유인이 된 그날 바로 죽지만
현재는 그렇지 않는다는것인데 그분?이라는 어떠한 권력이 저 사람을 가만히 두었을지 알수 없다.
행복한 자에게 죽음이 찾아온다는 묘한 역설은 표현하기 힘든 독특한 설득력을 지닌다.

전체적인 흐름은 진부할수 있지만 그렇다고 결코 만만히 볼 연극은 아니기때문에
충분히 집중을 할 수 있도록 잘 구성되어있는 좋은 연극이었다.
특히 배우분들의 연기력은 너무나 뛰어나다.

오래된 나무의 냄새가 퍼져있는 폭신한 관객석의 정동극장..

연극에서도 500년된 고서를 분석하는 배경이라서 무대 배경도 옛것 스럽게 구성되었지만
정동극장 자체가 오래되보이니 더욱더 잘 어울린다.(극장이 너무 현대적이었다면 좀 다른 느낌이었으려나)

그런데 영월행일기는 허구겠지?
단종 그의 쓸쓸한 암울함이나, 종살이 하는 두 인물의 어두운 미래나 무엇이 다르겠냐만은
이루어지지 않은 연극 속 인물들을 뒤로 한 채 한국의 미래가 지금보다는 나아지길 기대해본다.

출연 : 이성원, 임솔지, 배상돈, 최승일, 문경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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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시세상
연극.공연2023. 2. 5. 2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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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끝자락의 힘을 내는건지 맹추위가 기승을 부린다.
바로 다음날부턴 계속 영상의 온도인데

이렇게 추운날 극장 관계자는 연극 10분전에나 입장가능하다며 추운 밖에서 기다려야 한다고 한다.
보통 20~30분전엔 입장가능하게 하는데 밖 길가에서 기다리라니
한두시간 남았으면 커피숍이라도 가겠건만 35분에 도착에서 15분을 밖에서 기다리는것은
짧지만 짧은 시간은 아니었다. 관객에 대한 배려가 전혀 없는 희한한 공연
단 이틀 공연이라서 이런걸 준비할 여유가 없었던것이라 생각할 수도 있지만
아무것도 없는 무대를 보곤 알수없는 배신감이 든다.

불편한 관객석, 생각보다 많이 찾아온 관객들(꽃다발을 들고온 사람이 많다는건 대부분 초대로 왔다는 소리겠지?)

내용을 이해하기 어렵다.
SF영화에서 잘 사는 곳과 못하는 곳(엘리시움, 디스트릭트9 등)을 나눠서 빈민가쪽을 그려내는
식상한 배경과 그속에서 생겨나는 신선함없는 상황을 보여준다.

원작자가 연출을 했으니 내용을 생략하진 않았을텐데
내용들 전개가 꽤나 앞뒤 맥락이 없다.
난대없이 저 여자를 사랑하고 그 여자는 또 생뚱맞게 다른 칼잡이 남자를 사랑한다.
제일 납득이 되는건 이 칼잡이 남자가 구멍에서 떨어진 한 여자를 소설속 여자라 생각하며
사랑하게 된다는 것인데, 이것은 이 남자가 소설을 신앙에 가깝게 대하고 있었기때문이니 그럴수 있어보인다.

그런데 안경쓴 꼬맹이는 남자 배우를 쓰지 않아서 배경때문에 초반에는 동성애자인가? 착각을 하기도 하였다.
돈까스.. 친구들과 같이 먹고 싶다는데 전단지를 보고 거세한 수퇘지로 어쩌구 저쩌구 말을 한다.
내용을 보면 돼지 자체를 볼 수 없을 환경인데 어떤근거로 같이 먹어보고 싶다고 하는걸까?

돈까스 사진을 보고 먹어본 사람은 군침이 돌겠지만, 생전 처음 본사람은 두툼하고 누런 행주같아보일텐데
이 소년은 집요하게 그것을 추적해간다. (작가가 돈까스에 대한 추억이 있는건가?)
연극을 보는 내내 이 부분부터 시작해서 그 어떤 주제도 찾아볼수가 없다.

여기에 나오는 수많은 배우들의 연기가 엄청 진지하면서 엄청 어설프다.
요즘 배우들은 상향평준화되어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나의 착각이었을까?
심리적 묘사로 중요한 역활이 감정사(어린왕자의 여우같은?)인거 같은데 그 연기의 어색함은
처음부터 끝까지 변화없다. 왜저러는건지 알수 없는 존재자?
총잡이와 칼잡이가 싸우고 있는것도 우끼다. 칼잡이 여자가 구멍을 막고 죽은것은 남자 칼잡이가 공주와 윗 세상으로 갈수 있도록 한 배려인지
그냥 자살을 한건지도 모호하다. 감정사는 또 왜 그렇게 죽겠다고 그러는지도 모르겠다.
(짝사랑하니 절망적인 감정이 생길수도 있다. 하지만 그만큼 나약한 사람으로 행동하지도 않는다.)

제일 특이한것은 수집가...
이 사람은 뭘까? 사람들이 가져온것을 자신이 판단하고 교환해준다?
막판에 설명하지만 자신의 창고는 텅텅비어 있다. 그런데 그를 따르는 사람들은 어떻게 있는거지?
보통 이런 상황에선 쓸쓸하고 천천히 죽어가는 늙은이가 떠오를텐데
이 사람은 갖은게 전혀 없고 그 어떤 능력도 없는데 경호하고 따르는 세력이 있다.
무엇때문일까... 그 사람을 따라야 하는 매력이나 이유가 보이지 않는다.
사람이 사람을 따를때는 반드시 그 이유가 존재하기 마련인데 이 연극은 그것을 전혀 보여주지 못한다.
전혀 설명하려고 하지도 않는다. 마치 신적인 존재처럼 그려진다. 마지막엔 일반사람처럼 간단하게 죽지만

수많은 사람들이 그(수집가)를 무서워 하지만 도데체 왜 무서워 하고 있는거지?
물건이 가치 없으면 막 죽이나? 그래도 될만큼 인구가 넘쳐나나?

2019년에 뭔가 선정됬다고 하는데 이렇게 어디선가 본듯한 내용들로 가득한 연극도 선정되는건가?
심지어 포스터에 그려진 산 모양(윗세상에서 떨어지는 쓰레기가 산이 된것이겠지만)은 유영국 그림을 가져온것 같은 착각마져 드는데
2020년 예술극장에서 한 포스터가 내용에는 훨씬 적절해보인다.

학생들 졸업공연한거였나?

출연 : 김지우, 최진혁, 김기홍, 이종원, 전민지, 오준혁, 김경한, 배진석, 이여진, 김성경, 이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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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시세상
연극.공연2023. 1. 29. 2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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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동안 바쁜것도 없었으면서 계속 미루다가 이제서야 관람기를 쓰려 하니
많은것이  잊혀진거 같다.

혜화당이란 소극장은 극장 이름은 이쁜데 좀 후졌다. 좌석도 편하지 않고
구조도 좀 그렇고. 언젠가 리모델링 해서 새롭게 태어날런지 이렇게 있다가 사라질런지..

낡은 옛것이라며 사라져가는 한국의 수많은 동내를 그려내는듯 안타까움이 물씬 풍기는 연극이다.

그 곳에서 잠시라도 버텨보려는 대복상회 주인과 딸, 그것을 적절히 이용하는 노인
그리고 무슨 상황인지 이해하기 힘든 주변 상황들

남탓하는 딸자식, 자식의 자존감을 짓밟는 부모

금수저같은 사람과 그 사람에게 빌붙어 승진하려는 사람

구태를 꼰대정신으로 이어나가는 노인과 그로 인해 피해보는 젊은이
(수십년간 신호등 없이 건넜다고해서 신호등이 생겼는데 계속 그냥 건넌다는건
자신을 대우해주길 원하는 꼰데들의 전형인가? 막걸리도 공으로 얻어먹으려 하니 그럴수도)

총 여섯명의 등장인물들이 1:1로 상황이 엮여있어서 좀 복잡한듯 보이지만 제법 괜찮은 연극이었다.
물론 상황상 짜증나는 대사들('내가 누구때문에 이러는데' 같은?)은 보는내내 답답하게 만든다.
공권력에 어쩌지못하는 서민들의 삶도 안타깝기는 마찬가지

가장 짜증났던건 역시 딸의 어이없는 행동들.
많은 일들을 망쳐놓는다. 열등감때문일텐데 자존감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그 부모때문에
생겨난 현상처럼 은근히 원인과 결과를 잘 엮어놨다.

좀 아쉬운것은 혜화당 소극장이 좁고 음 반사가 심한편인데 딸의 목소리가 그 공간과
공명점이 맞는지 딸 목소리만 귀가 아플정도로 크게 들린다는것이다. 물론 기본적인 성량도 엄청 커 보인다.
톤밸런스는 좀 맞춰야 할텐데 균형감이 너무 깨져서 힘든부분이었다.

막판엔 도떼기 시장마냥 너무 소란 스럽기도 했지만
일주일이 지난 지금 다시 생각해도 새록새록 많은것이 떠오를정도로 괜찮으면서
상황이 짜증나는 멋진 연극이었다.

출연 : 권나현, 전경주, 이채현, 김지선, 민정오, 박재철

요즘 한창 좋아하는 희석식이 아닌 증류식 소주들
그런데 한병에 만원이나 하던데 너무 비싼거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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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시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