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공연2022. 5. 14. 2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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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도 끝나고, 정부도 바뀌고, 회사 일도 많아지고
올해는 환경 변화는 많은데 막상 내 자신의 변화는 없다.

어젠가 그젠가 국립극장 홍보메일이 왔길래 뭐 있나 보니 판소리가 껴있다.
하지만 코로나때문에 자리도 별로 없고 그나마도 안좋은 자리만 남아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었기때문에
별 생각없었지만 예매처를 한번 들어가보니 제법 좋은 자리가 남아있던데 기존 예매자가 취소를 했던것인가?
아무튼 잠시 고민에 빠진다. 다음달 초까지는 공부할게 많아서 공연 보는것은 좀 쉬려고 했는데
좋은 자리와 판소리중 좀 특이한 적벽가를 하니 예매하고 만다.

2020년 10월에 본게 마지막이었으니 1년반만에 보는 판소리. 그렇다고 그전에 많이 본것도 아니다.
판소리 공연을 본게 몇년 안되고 볼 곳이 많은것도 아니니 분기별 행사정도

판소리 적벽가는 소재가 삼국지 소설을 바탕으로 한다. 도원결의 한 후 재갈량과 합세하여
관우와 조조와의 관계, 장판 전투, 적벽 대전까지 제법 긴 내용을 다룬다.
그런것 치고는 2시간30분정도(자르지 않으면 한 3시간30분정도 되려나)

소설을 보면 흥미진진하지만 단조로운 플롯에 비해 등장인물이 너무 많아서 좀 어지럽고 조잡스럽지만
재미있는 소설임에는 틀림없다. 그런데 판소리의 적벽가는 이런 소설과는 느낌이 너무 다르다.
세력간의 치열한 싸움과는 거리 멀어도 너무 멀다. 특히 적벽대전에서 박살난 조조는 군사들의 조롱거리처럼
다뤄진다. 호칭만 승상일뿐 다같이 죽어가는 처지라 그런지 친구처럼 대하며 농담을 주고 받는다.
소설이 상류층의 시각으로 쓰여졌다면, 판소리 적벽가는 졸병들의 시각에서 쓰였다고 해야 할까?
물론 이것은 일부에서 그렇다는 것일뿐, 대부분 삼국지의 주역들이 등장하기때문에 판소리라고
완전히 다르게 해석한것은 아니다. 몇몇 부분에서만 졸병들의 애환을 다룬것으로 소설에는 이런 얘기는 당연히 없다.

손오공 고전 소설을 원작에 가깝게 만든것은(구전을 모아서 만든것들) 전개가 단조롭고 화려하지 않지만
이후에 나온것들은 없던것들이 달라붙으면서 화려해지고 조잡해지고 난잡해졌듯
적벽가도 비슷한 현상으로 봐도 될법 하다.(한국에 먹힐듯하게 각색하고 첨삭해서)
그래서 삼국지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볼만하다. 물론 대부분이 한문을 그대로 읽어대는 대사때문에
반드시 해설이 적힌 대사집은 읽어봐야만 전달하고자 하는 것을 이해할수 있으니 이부분은 참고 바란다.

간만에 자리에 앉았으나 여전히 불편한 좌석.. 이런 그지같은 자리에서 두세시간을 관람해야 하다니.
그리고 무대와 엄청 먼거리.. 이번엔 운이 좋아서 맨 앞자리였으나 소리꾼의 표정들이 잘 안보일정도로 멀다

성준숙 명창께서는 올해 여든이 다 되셨다고 해서인지 대사를 자주 까먹으신다.
그럴수도 있지만 수십년 한 프로치고는 대처 능력이 좀 아쉽다고 할까
리듬이 너무 많이 깨지는 느낌이라 해야 할지
판소리 완창을 언제까지 외워서만 해야 하는건지.. 저 노인이 받을, 수많은 소리꾼들이 받을 스트레스들
과학 기술이 발달되었으니 뒤에 쥐처럼 숨어 대사를 불러주지 말고
무선 마이크와 이어폰등을 이용해 또렷하게 불러주자. 아니면 프롬프터를 이용해서 주던가

책 한권이나 되는 대사에 모노드라마처럼 한사람의 일대기를 말하는 것도 아니고 수많은 등장인물들의
서로 다른 느낌을 모두 소화해야 하는데 대사를 까먹지 않는게 이상한거 아닌가

과거의 환경에서 어쩔수 없었던 이런 고문에 가까운 공연예술도 현대에 맞게 좀 편리하게 바꿔줄 필요도 있어보인다.

그리고 대본을 사서 판소리 할때 함께 보라는 엿같은 말을 하지 말고 자막을 틀어줘라
이런 사소한 편의기능조차 제공하지 않으면서도 망하지 않는것을 보면 밑빠진 독에 얼마 많은 세금을
쳐박고 있는지 간접적으로나마 체감되는거 같다. 관객이 늘고,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면 종사자들의 환경도 좋아질텐데
단지 저렴하게 관람할 수 있는 단 한가지 말곤 없다.
서울에 무수히 많은 공연장들중 남산에 특어박혀있는 극장 한곳에서만..
이곳 대관료 보다 저렴한곳이 널려있을텐데 각 구별로 돌아가면서 할 수도 있는거고
때로는 거리공연으로 판소리 완창을 할 수도 있는것인데 유독 이곳에서만 한다. 접근성 똥이고 젊은이들 없는 이곳에서

인생 끝자락에 있는 한 소리꾼의 잃어가는 대사들을 보고 있자니
이쪽도 얼마 안남은것인지 착잡하고 쓸쓸한 고독이 밀려오는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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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래엔 회사 일도 많고 이런 저런일도 많고 연말이고 해서
마음이 차분해지질 않는다.
이럴땐 공연을 보며 좀 차분해지길 원하기도 하지만 나만의 욕심이겠지

극장에 앉아서 시작하기를 기다리는데 오늘따라 더욱더 의자가 불편하다. 몸 콘디션이 엉망은 아니지만
아무튼 불편한 의자에 앉아있는것은 기분이 좋지 않다.

조금 후 사회가 나와서 전반적인 설명을 하고 바로 시작하는데 역시나 어렵다.
그전에 대본을 두어번 읽어본적이 있어서 개략적으로 이해 할 수 있지만 그정도에 그친다.
한글이 만들어지고 배포된지 수백년이 지났음에도 한국사회에서 한문은 언제나 가득차있다.

별주부가 물위로 나오자 마자 1막이 끝났는데 이상할정도 짧다.
한 45분정도? 해설이 포함된 시간이니 한 30분만에 중간 쉬는 시간이 온것이다.
왜? 김수연명창 몸이 안좋은가.
두번째 역시 얼추 비슷한 시간만에 끝이 나버렸다. 역시 해설시간 빼면 공연시간은 35분정도일까?
이후 토끼가 수궁에서 살아나와 육지에서도 몇몇 사건 이후 여생을 잘 보냈다는 마무리까지 하니 6시정도에 끝이 났다.

시원스럽지만 두툼한 목소리가 매력적인데 애원성이 좋다고 하지만 구체적으로 무엇을 말하는지 모르겠다.
창이 툭!툭! 끊기는 느낌이 강한것은 몸 콘디션이 안좋아서 그런건지 원래 수궁가의 특정 대목이 그런건지
여러번 본것이 아니라서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어색하다.

소리하는 사람들은 평생동안 다섯개의 판소리중 몇가지를 완창할까?

표현의 무게 무거워지고 깊어질무렵엔 목이 망가지고 몸이 쇠하여 더이상 못하게 되는것은 아닐까?

아무튼 자막이 없어서 이해하기 힘든 판소리라는 것을 듣기 위해 애쓴 나도 고생이고
어려운 판소리를 사람들에게 들려주겠다는 일념으로 평생을 닦는 소리꾼들도 고생이란 생각이 드는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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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시세상
연극.공연2020. 10. 24.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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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코로나 바이러스로 상반기에 예정되었던 판소리 4편이 모두 취소 되고
하반기 첫 공연도 취소되어 이후 3편도 모두 취소되려나 싶었는데 코로나바이러스가 진성세를 보여
취소되지 않고 다행이 진행되었다. 그래서 올해 처음 보는 판소리 공연이다.

심청가를 그 동안 몇번은 본거 같다 그런데 4시간을 한적이 있었던가? 아무튼 이번은 4시간 공연이다.

심청가는 심청이가 인당수에 빠지는 부분을 넘어서면 그 다음부터는 내용이 거의 후반부라서 크게 지루함이 없는데
초중반부까지는 한문을 많이 알아야 하니 창자의 발음이 또박 또박해도 이해못할 내용들이 많다.

그렇지만 전라도억양에 판소리 특유의 발음까지 섞이니 심청가 대본을 두세번을 읽었음에도 대사가 귀에 들어올리없다.

이번은 왠일로 무대가 바꼈지면만 무대에 돈을 쓴 흔적은 볼 수 없다.
관객과는 불필요하게 멀고 4시간 공연을 보기엔 의자가 너무 저질이다.

그리고 역시나 자막은 어디에도 볼 수 없다.
말을 이해 못하겠다는 하소연이 주변에서 들여온다.

언제봐도 공연의 세부적인 기획은 그지같다. 그냥 저렴하게 볼뿐 모든 불편함은 관객이 감수해야 한다.

이번엔 코로나로 듬성듬성 앉게 되었는데 그마저도 빈틈이 많다.
몇일전에 더 좋은 자리가 있나싶어서 예매를 눌렀더니 예매할수 있는 자리는 없던데
한칸씩 띄어 앉으니 자리가 널널하고 좋긴 하지만
이렇게 빈자리가 많이 있다면 관객을 좀 모아서 앉히게 하는 센스가 저들에겐 없는걸까?
관객이 모여있으면 공연하는 사람도 시선처리하기 좋을텐데
부채꼴 모양의 관객석이라 한 구역만 줄어들어도 서로 좋을텐데, 노인들은 앞쪽 빈자리에 좀 앉히고

아무튼 운영은 고지식한것을 넘어서서 좀 멍청해보인다.

그나저나 김영자명창의 소리는 정말 뛰어나다.
특유의 못알아먹겠는 발음은 좀 그렇지만 아니리에서 돋보이는 연기력이 일품이다.
몇시간을 노래 부르면 목이 잠겨서 목소리가 거의 안나올텐데 처음과 크게 다름 없는 힘을 선보이는데
69세라는게 믿겨지지 않을정도로 어마어마한 에너지를 뿜어내니 오히려 내가 힘에 부치는 느낌이 든다.

시작한지 한시간이 지났는대로 목이 안풀렸다고 하소연하실정도니
과연 후반부에 소리는 확실히 다르다.
오랜 기간 수많은 공연과 연습으로 다져진 기개를 느낄수 있으며 뛰어난 연기력으로 들으며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하지만 판소리는 한문이 많이 나오기때문에 이런부분은 이해하기 어려워서
뭔가 대책이 필요해 보이는 대목이다. 계속 이대로 진행됬다간 쥐도새도 모르게 사라질거 같다.

4시간동안 대장정의 끝이 났음에도 김영자명창께서는 힘든 내색 하나 없이 조용히 관객을 향해 인사하고
들어가신다. 그것으로 이 훌륭한 무대는 끝이 났는데 품격있는 고수의 마무리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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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시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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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향가는 이번이 몇번째일까?
제법 여러번 듣게 되었지만 그럼에도 계속 재미있다.
하지만 언제나 들어도 이몽룡에 비하여 춘향이만 개고생한다는 느낌은 바뀌질 않는다.

초반 잠시 남녀간의 사랑으로 즐거워 보이지만 이후부터 고난의 시작
심지어 노래도 어렵고 처량하고 구슬퍼진다.

해피엔딩이라지만 아마도 성춘향은 이번 고생으로 암에걸려 단명하지 않았을까?싶을정도다.

이런 완창무대에 오를려면 오랜세월 공부하고 수많은 무대에서 경험을 쌓고 오는것일테니
그 경험에서 나오는 순발력이나 대처능력은 여유로워 보일정도다.

장시간의 1인극이다보니 엄청난 대사량과 1인다역등 그 자체가 쉽게 넘길수 없을텐데
얼마나 많은 연습을 했으면 장장 4시간을 혼자 노래하고 춤추고 연기를 할 수 있다는 건지 경이롭다.

이난초명창의 힘넘치고 절도있는 소리에 푹 빠져들수밖에 없지만
한국판소리보단 서양 성악이 잘맞는 목을 가진거 같단 느낌도 들었으나
춘향이가 열대 장형을 받는 십장가에선 대사가 잘 들어오진 않았지만 춘향이의 절규가 전달되는 느낌이 다가온다
이부분이 이렇게 슬픈 대목이었나(열대 맞는 고통이 아닌 한 인간의 억울함의 절규)

그렇지만 판소리 특유의 쇳소리는 잘 없는것이 이난초명창의 특징이라면 특징일수 있는데
약간은 굵은듯한 목소리는 춘향이의 그리움, 옥중의 힘겨움등과는 조금 먼듯 느낌이 든다.
반면 표정변화나 몸의 표현등은 일품이다. 약간 굵은 목을 이런 외적 연기로 훌륭하게 대처하니
보고 듣는 재미나 월등하다.

아무래도 판소리는 소리를 듣는게 많겠지만 보는 재미가 있다는 것은 그만큼 현대 무대예술에
더욱더 잘 맞는 변화가 아닐까싶은면이 있다.

요즘은 음원으로만 듣는 시대도 아닌 영상과 함께 음원을 보고 듣는 시대이니
소리만을 너무 열중하는것도 지금세대에 맞춰 가기엔 한계가 있어보여
어느정도 퍼포먼스도 충분히 감안해야 하는것은 현재의 무대예술이니 표현력또한 큰 몫이 되가도 있다.

춘향가에서 개인적으론 옥중 이몽룡 만나서 유언하는 대목이 너무 슬퍼서 좋아하는 대목인데
고김소희명창의 이 대목만이 내게 맞았던거 같다.
이상하게 다른 사람들의 이 대목은 특별한 감흥이 없다보니 그냥 쉽게 넘어간다.
가사집만 봐도 절절한 대목인데 왜 이 부분에서 김소희명창 이외엔 느낌이 적어서
오늘도 약간은 기대했으나 큰 느낌은 없었다. 조금은 섭섭했지만 절절한 십장가를 들었으니 섭섭함이 덜하다.

처음부터 끝까지 지친내색 없이 끝까지 농담도 하면서 흐트러짐 없이 무대를 완성한
이난초명창에게 박수를 보낸다.

오늘도 같은 얘기를 하자면
가사를 외워도 어려운게 판소리 내용들이다. 그러니 자막좀 넣어라.
즉흥적인 요소가 있더라도 가사를 다 외우고 있는 사람이라면
해당 대목은 쉽게 찾을수 있을게 아닌가
오늘같이 6시간짜리를 4시간으로 줄이면 갑자기 건너뛰게 되는경우가 종종생길수 밖에 없는데
많이 헷갈리고 한시, 한문등은 가사를 들어도 그 뜻을 알수 없는 말들이라 귀에 더욱더 들어오질 않는다.

그리고 이런 고급 예술을 어떻게 2년이나 같은 무대디자인으로 울궈먹는지도 짜증난다.
천정은 산만하고 의자는 으~
이공간을 설계한놈을 4~6시간동안 앉혀놓고 어떤 소리가 나오는지 듣고 싶다.
엿같은 공간
귀명창 자리도 없어졌으니(등받이도 없이 몇시간을 앉아서 보라는 엿같은 자리을 만들어놓은 이상한 기획)
무대를 좀더 앞쪽으로 이동해서 관객과 조금이라도 더 가깝게 하면 서로 좋은거 아닌가..

볼적마다 이처럼 게으르고 나태한 무대기획자가 있을까싶다.

상황이 이러하니 지인들에게 추천하기도 어렵다.
몇시간을 그지같은 의자에 앉아서 보라고 누가 추천할수 있겠는가.. 에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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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시세상
연극.공연2019. 6. 22. 2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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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창한 늦봄이다.(절기로는 하지)
더울법도 한데 바람 잘 불고 건조하고 청명하다.

조금 일찍 끝났다면 남산을 걸어올라갔다가 내려오려 했으나 어김없이 4시간정도 공연

한사람이 몇시간동안 혼자 공연한다는게 쉬울리 없을게다.
(혼자 노래방에서 4시간동안 노래를 부르는것도 힘들텐데 관객이 있는 공연을)

판소리 완창 무대는 처음이라는 최호성 소리꾼(올해 33세라고 하는거 같음)

아직 십여편밖엔 못 봤으나 남자 소리꾼은 여지것 두번인가? 세번인가만 봤고 모두 여자 소리꾼 일색이다.
예전엔 모두 남자만 있었던 문화였다고 하는데 어쩌다가 이렇게 밀려났을까
여자라고 손쉽게 소리꾼이 될수 있는것도 아니고 어차피 노력은 비슷할텐데
해설자 말대로 청소년 변성기때를 넘기지 못하는건지
아무리 그래도 여자와 남자는 그 음색이 다르고 느낌이 다르니 노래의 맛이 완전히 다르다.(대중가요를 들어봐도)
이렇게 성비가 적당하지 않다는것은 소리를 좋아하는 입장에서 매우 아쉬울수밖에 없는 부분이다.

초반 시작할땐 좀 잠겨있는듯한 답답함..
그리고 특유의 전라도 방언과 알아들을수 없는 발음들

한시같은게 나오기라도 하면 음 자체를 들을수 없을정도이다.
물론 이번 역시 자막은 없다.(이 놈들은 분명 한국의 창소리가 죽어 없어지길 바라고 있거나 대충 대충 기획하며 월급 받고 있거나)
알아듣기 쉬운 대목이 나오면 호응이 올라가는게 눈에 보일정도인데 관계자놈들은 전혀 그것을 신경안쓴다.

이사람의 목은 아직 미완성인가
목이 잠겨있는건지 아니면 원래 이런건지 알쏭달쏭하다.
그리고 입을 양 옆으로 찢어 말을 하니 무슨 말인지 알아듣기 힘들다(남자들은 좌우로 많이 벌리는거 같음)
(심청가 대사집은 대략 너댓번정도 읽은거 같고 본것도 춘향가 만큼 되니 중간에 갑자기 들어도 어느 대목인지는 알지만
문제는 말을 알아들으며 보는것과 외우고 있는것을 끄집어 내며 보는것은 느낌이 완전히 다르다)

가끔 고(故)김소희 명창의 춘향가완창을 듣는데 이분것을 듣다보면 대사집이 필요없을정도로 명확하며
연기력 또한 대단하다. 그래서 지하철에서 듣다가 좀 슬픈 대목이 나오기라도 하면 갑자기 눈물이 날거 같아
사람들 많은곳에선 가급적 안듣게 될 정도다.

어떤 사람의 심정을 전달하기 위한 중요한 요소로 말속에 담긴 의미가 제대로 전달된다는것인데

젠장 거의 못알아들을정도로 창을 하면 도데체가 무슨 전달이 된다는 것인지 모르겠다.
한문이야 음만 들어서는 소귀에 경읽기 마냥 알수 없으니 어쩔수 없이 해석한 걸 다시 읽어봐야 하지만
대중성을 잃지 않기 위해선 의미전달이 명확해야 하는데 그런경우는 극히 없는거 같다.
(안숙선 명창의 소리 역시 발음이 또렷하게 들리는 편이며 연기력이 뛰어나니 각광받는것 아닌가)

아무튼 이렇게 알아듣기 어렵게 공연하는것 치곤 목소리 큰 지인들이 많이들 왔는지 호응은 전반적으로 매우 좋았지만
그냥 그들만의 잔치처럼 보였다. 오늘은 더욱더 우낀 느낌을 받았는데 전라도 토속 문화 잔치 같은 느낌까지 받았다.
좀 진한 전라도 방언, 억양
전에도 전라도 말이란건 알고 있었지만 오늘처럼 강하게 들린적은 없었다.
아마도 대사가 귀에 안들어오니 그 특유의 억양만이 들어와서 그런게 아닐까싶다.
그만큼 집중하기 어려운 상태.

목 음역도 아직은 좀더 연마해야 할거 같고
(남자들은 대금의 청같은 특유의 귀청을 간지럽힐정도의 강렬한 쇳소리가 있는데
이 분은 아직은 그런게 적어서 판소리보단 민요나 공연을 위해 다져진 목 같단 느낌이 더 강하다.)

그럼에도 4시간 가량 엄청나게 힘들었을텐데도 불구하고 굳건하고 당당하게 이끌어가 가는 모습은
그동안 봐왔던 다른 사람들 못지 않은 기품있는 멋이 보였다.
(많은 사람들이 마지막 무렵엔 힘이 없어지는 느낌인데 이 분은 더 몰아붙여 힘을 쏟어내는 강렬함이 있음)

처음이라 긴장해서 약간의 조급함이나 목이 덜 풀린거 같다거나 발음이 이상했지만
일취월장할 큰 재목임에 틀림 없을거다.
부디 열심히 공부하여 찌릿찌릿한 판소리를 선사하여주길 기대함

다른 문제로 공연기획자는 계속 이딴식으로 편성할건가?
판소리 다섯마당이라 하는데 작년 초부터 올해 중반부까지
적벽가 한번, 흥보가 한번 그 외엔 모두 춘향가와 심청가 일색이다.
수궁가는 아직 구경도 못했다.
춘향가와 심청가가 인기가 많다손 치더라도 적벽가는 삼국지연의의 적벽대전과는 느낌이 크게 다르니
충분히 즐길수 있어보인다. 내용을 보면 군사들이 질질 짜는 대목들이 워낙 많아서 그다지 남성에게 어울린다거나 하지 않는데
오히려 그 남성성을 풍자하도록 한거 같은 느낌까지 든다.(찌질하고 비겁하고)

흥보가는 내용 자체가 워낙 유명하기때문에 접근성이 대단히 좋으니 사람들이 쉽게 다가올수 있는것에 반하여
공연횟수가 없고

수궁가(토끼 간 먹으려는 용왕의 얘기)는 약간은 좀 멀게 느껴질수 있지만 글쎄 판소리 12마당중 살아남은 5마당중 한가지니
재미는 어느정도 확보되어있다는걸텐데

결국 무엇이 나와도 손색없는것들만이 현재까지 살아남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텐데
이대로 갔다간 춘향가와 심청가만 살아남고 나머지 3가지는 그냥 연극정도로만 남는게 아닐지

1년 2분기로 나눠 분기당 4편씩 한다면 적어도 3편은 서로 다른걸, 1년 8편중 판소리 다섯마당은 모두 넣자.
이게 뭐냐? 같은걸 두개씩 연이어
전 사람과 누가 더 잘했나 비교당하길 바라는것인냥 이따위로 편성하다니

그나저나 얘들은 분명 녹음이란것을 할텐데 이건 어디서 들을수 있는것일까
무료로 풀기 싫으면 돈을 내고 듣게 해주던가 동영상을 손쉽게 접할수 있도록 좀 해주던가
하여튼 꽤나 조잡한 기획집단이다. 마지못해 하는냥.. 작년에 썼던 무대를 올해도 또 써먹고
관객과의 거리는 더럽게 멀고, 기본이 3시간 공연인데 공연장 의자는 엿같이 불편하다.
이럴바에 차라리 바닥에 등받이 의자와 방석깔고 앉는게 더 편할수도 있다.

오늘 관객은 절반정도밖에 안찼다.
이게 다 너희 기획관계자들 때문이란것을 알고는 있는것이더냐?
보기 편하게, 몸이 편하게, 가격이 싸다고 무대를 후지게 만들지 말고
하늘극장의 정신산만한 천정 구조물은 안보이도록 좀 막고

명색이 국립극장인데 더럽게 안이쁜 주변 가건물들
(세계적으로 이런 엿같은 컨테이너 가건물을 국립공연장의 쉼터라고 만들어놓은 나라는 한국밖에 없을거 같음)
그리고 공사하는 소리들 (공사는 평일 공연없는날 하면 안되나? 왜 휴일에 사람들 공연보러 오는날 지랄들인지)

이런건 기본적으로 이쪽 수장을 갈아치우는게 가장 효과적일텐데
공연예술을 사랑하고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길 진심으로 바라는 그런 사람이 수장으로 있어야
이따위 짓들을 안하지.. 에이..

계속 보면 볼수록 디테일한 그지같음과 천박한 운영이 보여 속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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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시세상
연극.공연2019. 5. 26. 0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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찢어진 가방을 구입가에 맞먹는 가격으로 수선에 맡겼지만 한편으론 홀가분하다.
아마 공연을 보기전의 기분이 이와 비슷할까, 보기전엔 왠지 걱정이 되고 일같이 느껴지다가도
공인을 보고 끝난후엔 보기 잘했고 뿌듯한 기분을 안게된다.

이런 기분이 판소리 완창 시리즈에선 특히 더 크게 다가온다.

일단 공연시간이 짧은게 3시간 길면 6시간(소개하는곳에선 8시간도 한다지만 이건 있을까 말까 한정도고
대부분 줄이지 않으면 순수하게 5시간정도에 중간 쉬는시간-인터미션- 두번정도와 소개하는 시간 포함하면 6시간)

오늘 하는 심청가는 4시간(쉬는시간, 소개시간 포함)
그런데 이 공연시간은 공연장에 와야만 알 수 있다.
물론 어느정도 할거라고 나오는 경우도 있지만 안나오는 경우도 허다함(이번도 홈페이지엔 3시간이라 적혀있음)

나같이 끝나는 시간에 별 문제가 없는 사람은 관계 없지만
가정이 있고 약속이 있는 사람들은 어쩌라고
좀 길게 할 예정이면 좀 일찍 시작하면 그래도 끝나는 시간이 너무 늦지 않을텐데

4시간 공연인 오늘은 7시무렵 끝났지만 홈페이지 내용대로 3시간정도로 생각하고 이후 약속을 잡은 사람은 어쩌라는건지
공연 한시간 분량인 끝부분을 빼면 피날레를 모두 날려야 하는건데
조금 긴 시간 공연을 할거면 좀 일찍 시작하고, 어느정도 예정된 시간을 미리 공지하는게 현대사회에 맞을텐데
고급 공연예술이라고 모든 관객이 널널하게 시간 조정을 할 수 있을거란 거만함은 좀 안해줬으면 좋겠다.

심청가는 이번이 3번째?
대사를 읽은것도 3번정도 되었나
아직 대사를 읽을때 소리꾼의 그 소리가 연결되지 않아서 크게 와닿진 않지만
(춘향가같은경우는 대사집만 읽어도 이젠 막 슬퍼져서 지하철에서 읽다가 울컥울컥 거릴때가 있음)
그래도 청이가 아버지에 대한 한탄은 글로 읽어도 그 슬픔이 바로 전해진다.

몇번 읽고 몇번 보다보니 내용이 점차 상세하게 들어오고 있는 와중이긴 한데
좀 이상하긴 하다. 아버지 눈을 뜨게 하기 위해 인신공양으로 죽는다?
그리고 죽은 부인도 남편을 신 떠받들듯 한다.

문학은 그시대의 사회문제를 대변 할텐데
그렇다면 이게 나올 당시엔 남편를 천대하거나 자식이 부모를 우습게 알았다는 것일까?
유교적 사고는 적어도 부모에 대한 공경(효)은 끝이 없을텐데
이런 사회에서 이런 문학이 탄생할 이유는 없다. 그런데 이렇게 독하디 독한 문학작품이 탄생했다는것은
군사부에 대한 공경이 땅에 떨어져버렸다는것으로 보인다
(춘향가역시 신분 차별에 대한 것이라 하지만 내용을 보면 창녀취급 받는 기녀의 자식이 수절을 한다?라는 독특한 설정을 한다.
이것은 당시의 성문화가 매우 부적절했기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일부종사와 거리 먼 대상이 수절을 한다는 것을 주제로 해서
경각심을 주려 했던것이 아닐까싶다.)

이러니 남편을 위해 미친듯 밤낮없이 일만 하면서도 장님이라 일하나 못하는 남편을 받들며 살고(뺑덕어미가 훨씬 현실적임)
아버지를 위해 동냥까지는 할 수 있겠지만 먹고 사는것도 아니고 눈뜬다는 중의 말을 들어 절에 시주하기 위해
자신의 몸을 해치는 행위를 나이 15세때 한다는 것은 납득이 되지 않는다.

보다 극적인 구성을 위해 이렇게 설정할수도 있지만 이게 먹히는 사회였고 좁은 공간, 돈 많은 사람들 아니면 초빙하기 힘들었던
판소리 장르에 이런게 유행했다면 역시나 꼰대들의 바람이 깃들어 있는(노인들이 대우 못받는 사회에 대한)듯 하다.
지금 어딘가에서 태극기를 몸에 두르고 거리를 배회하는 노인들에게 심청전을 보여주면 이들은 눈물을 흘리겠지.

각설하고
소리꾼 오민아씨의 목 음색은 낯익으면서도 그리 선호하는 목소리는 아닌데
너무 거칠다고 해야 하나
쇳소리를 넘어서서 굵은 사포에 긁는 듯한 소리가 난다
음역도 넓은 분 같은데 이러니 절규하는 부분에선 대단히 돋보이지만
아니리(가락이 없는 일반 말)에선 좀 그렇고
일인다역을 해야 하는 이상한 장르에 걸맞는 다양한 연기력이 돋보여야 하지만 좀 아쉬움이 남는다.

시간이 지날수록 오민아 소리꾼의 소리에서 기력이 빠져나간다는게 느껴지고
몸 콘디션이 안좋은지 물을 자주 마시는 모습이 좀 안쓰럽다.

이 사람의 소리를 듣다보면 툭!끊겼다가 숨이 이어지는 곳들이 종종 보이는데
왜 그런지 모르지만 대단히 어색하고 신경에 거슬리지만 숨을 끊는 이유를 모르겠다.
고수와 박을 맞추기 위해서 그런건지 아니면 개인 스타일인지 무엇인지
소리가 좀 여유롭게 박을 이어가면 좋았을텐데 약간은 조급해 하는거 같기도 하고
뭐에 쫓기듯 막 달려가기도 하고 그러다보면 약간 트리지기도 한다.

하지만 흔하면서도 흔하지 않은 걸걸함에 호탕하며 여유있는 이분의 목은 어떤 대목이라도 여유있게 소화해낸다.
가끔 어떤 소리꾼은 특정 소리를 내기위해 얼굴이 찌푸려질정도로 쥐여짜듯 소리내는데
이분은 모든 부분, 모든 대목이 여유롭고 호기로워 매력과 호소력 깊어 진한 감동을 선사한다.
어떤 대목은 녹음했다가 다시 듣고 싶을정도로 강한 인상을 줄정도

막판엔 결국 눈물샘이 살짝 열리기도 해서 닦아내느라 눈꼬리가 쓰리다.
방아타령은 이 처량맞은 심청가에서 그나마 즐거운 대목인데 빠진건 좀 섭섭하지만
이런것들이 다 포함되었다면 5시간 공연이 되었겠지

훌륭한 사람들의 공연을 또 보고 싶어도 도데체 어딜 가야 찾을수 있는걸까
공연장을 나오면서 이사람 공연을 다시 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지만 시간을 되돌릴수 없고
이런 무대에 언젠가 또 서게 될때 내가 알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나에게 판소리는 되돌릴수 없는
시간같은 존재로 지나치는걸까

언제쯤 자막이 달릴까?
오늘 보니 일본인 관객도 있던데 이 사람은 어떤느낌으로 봤을까
발음이 독특해도
청각이 좀 안좋아도
모두 즐길수 있게 공연에 방해 안되는 자막이 달리는 그날을 위해..

그런데 알고 있을까?
이 공연극장의 의자가 연극 소극장의 후진 의자 수준이란것을
이런곳에서 서너시간 이상 공연을 보는 곤욕을 치뤄야 한다
객석 바닥을 나무 마루 바닥으로 만들어 공연도중 나가는 사람들의 발걸음이 얼마나 크게 들리는지..
(나무면 무조건 좋은것처럼 생각하는 또라이가 설계한거 같음)
천정은 온갖 구조물로 잠깐 고개라도 들라치면 정신이 혼미해진다.
(조명과 음향 이외엔 좀 안보이게 막을수 없나?)

참 그지같은 공연장이다.(혜화동 초라한 소극장도 이보단 좋음)
소리하는 사람과 보는 사람은 이렇게 쓰레기 같은 공연장에 있는것이다.

명색이 국립극장이고 한국의 전통중 최고로 치는 판소리 공연을 하는곳이 이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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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시세상
연극.공연2019. 3. 31. 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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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12월 말쯤에 보고 올해 새로 시작한 완창 판소리 시리즈
아직 수궁가를 들어보진 못했고 적벽가나 흥보가는 한번씩밖에 못들었지만
춘향가와 심청가는 창자가 많은지 제법 여러번 듣게 되었다.

이번 상반기 시리즈도 심청가 2회, 춘향가 2회로 구성
왜 이렇게 배정을 하는지 이해할수 없다.

'판소리 완창'이란 기획은 인기 없이 사라지고 있는것을 보존하기 위함 아닌가?
그렇다면 골고루 배정을 해서 전수자들이 한쪽으로 편향되지 않게 해야지
이런식으로 진행하면 인기 없는것은 그마져도 버티기 힘들어질텐데 관계 없다는건지
(이미 기록이 다 되어서 사라져도 된다고 생각하고 있을지도)

그리고 놀란것은 작년 무대 시설 그대로라는것

예능인의 무대이고 이것은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예술인데 작년에 써먹었던 무대를 그대로 사용?

무슨 골방에 쳐박아놨다가 꺼내서 먼지 털어내고 보여도, 우리것이니 모두들 좋아할거라 생각하는건가?
이쪽으로 편성된 예산이란게 있을텐데 어떻게 이럴수 있는지 알 수 없다.
그리고 올해는 자막이 나오는 기획을 했을지 기대했지만 여지없이 무너진다.

이것은 관계자가 판소리라는 한국의 독특한 공연예술 장르가 사라지길 바라거나, 아예 관심없거나
오만하고 거만한 정도 밖에 생각되지 않는다.

내가 어렷을적에도 일주에 한두번 방과후 TV시청이 거의 없을 시간에나 나오던 국악프로그램이라
개략적인 줄거리는 알더라도 각각의 디테일함을 알수 없다. 그렇기에 충분한 교육이 필요한 시점에서
이놈들은 아무런 준비를 하지 않는다.

주구장창 떠드는 소리는 힘들다. 멋지다. 위대하다.등 헛!소리들이나 하고 있다.
그러면서 하소연 하는 소리가 사람들이 관심없다, 서양것만 너무 좋아한다라는 등 개소리나 하고 있으니
이럴 시간있으면 한줄이라도 더 해설을 붙여 그 맛을 이해하도록 해야..
오만함속에서 죽어가지 말고 대중예술이라기 보단 상류문화에 가까운게 판소리 예술이지만
부잣집 앞마당에서 소리를 할수 있는 곳이 많지 않다면 대중들 속으로 들어갈 궁리를 강구해야 하는게 아닌가

보면 볼수록 작금의 현실이 답답해진다.

하지만 소리꾼 방수미란 분은 멋진 소리를 보여줬다.

전후반 소리가 다르다며 설명해주는데 확실히 좀 다른거 같다.
(동편제 서편제 같은것지는 잘 모르겠으나 아무튼)

방송출연이나 많은 무대 경험이 있어서인지 마이크가 귀에서 계속 떨어져도 당황하지 않고,
여유있게 대처하며 그의 소리로 무대를 가득 채워넣는다.

고수분들의 독특하고 긴장감 있는 북소리들 역시 진행의 긴장 고조에 큰몫을 차지하지만 집중하다보면 잊게되기도 한다.
리듬악기인 이런 타악기 하나와 추임새만으로 분위기를 만든다는게 특이하지만 북이 갖는 독특한 매력이라서
비단 한국 판소리 고수의 북만이 꼭 그런것은 아닌거 같다.

그런데 소리꾼과 고수는 서로 맞춰 보는건가? 아니면 누가되었던 그냥 맞는건가?
생각해보면 3~6시간짜리 공연을 맞춰본다는것도 쉽지 않고(서로 한곳에서 연습하는 사이가 아니라면 일부러 시간 내어 맞춘다는게 가능할지도)
맞춰보지 않는다는것도 쉽지 않아보이고

공연중 이들의 호흡은 틈이 벌어지질 않는다.
영화 '서편제'에서는 남매였고 어렷을적부터 서로 호흡을 맞췄던 사이니 그러려니 하고
그 외 판소리 음반은 녹음이니 충분히 가능할거라 생각했지만 공연장에선 볼적마다 궁금해진다.
이들은 공연 전날이라도 모두 맞춰보는걸까?

아무튼 이 사람의 소리는 대단히 여유가 있어서 조급함이 없다.
머리속에 책한권의 모노드라마가 들어가 있다는것 까지는 이해할수 있지만 이것을 여유있는 호흡으로 관중에게 호소한다는것은
얼마나 많은 연습을 해야 하는건지 상상이 안될 지경이다.

좀 아쉬운것은 '완창판소리'인데 2/3정도에 끝냈다는것?(춘향이가 장을 맞는 대목에서 끝남)

명색이 '판소리 완창'인데 간략하게 기승전결 맽는게 아니라 사건이 최고조로 치닫고 있을무렵 끝나버린것인다.
다음회가 기약되어 있는것도 아닌데

하필 왜 이런 구성을 기획한것인지 알수 없다.
춘향가를 줄이기엔 아까워서 후반부를 안하더라도 전반부는 가급적 빼지 않고 하는것이 낫다고 판단한건가?
공연을 3시간 정도 했지만 내용 진행은 중간이 아니니 제법 빠르게 진행되어 한시간정도 더 하면 왠만해선 마무리 될법 하던데
지금 생각해도 아쉬움이 남는다.

작은 채구지만 힘은 개그우먼 박나래 같은 느낌이랄까
심지어 목도 비슷한거 같다.(방수미 소리꾼에선 좋은건지 나쁜건지 모르겠지만 내 느낌은 그러했음)
그래서 박나래씨도 소리에 맞는 목인가?란 상상도 해보게 된다.

소리를 들으면 그 특유의 쇳소리가(대금의 청같은) 있는데 방수미 소리꾼은 이부분이 아쉽다고 해야 할지
(여자는 이 소리가 잘 없는게 목의 특성때문인지 모르겠음)

판소리는 종합예술이라 하지만 기본은 노래 아닌가?
그런데 그 가사가 귀에 안들어온다는것은 이 노래가 갖는 특징이라 하더라도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다.
전라도 말이 주류지만 지금이 조선같이 각 지역만의 고유한 말들을 서로 이해하기 힘든것도 아니니
어느지역 말이라도 관계없는 시대가 되었음에도 판소리 가사 만큼은 너무 안들어온다.
한자,한시 등을 그대로 사용하는것도 문제고 거기에 가락을 넣었으니 더욱더 말이 안들어오겠지

예전 어느때부터 느낀것이지만 소리꾼의 소리가 귀에 쏙쏙 잘 들어오는 대목에선 관객의 호응(추임새)이 폭발적으로 증가한다.
이런 현상은 모두들 이해가 안되어 가만히 있었을뿐 이들의 흥은 계속 억눌리고 있었다는게 아닌가
이것을 해소할 방법은 매우 자주 접해서 자연스럽게 외워지게 하던가, 모르더라도 알 수 있도록 보조 수단을 강구해야 한다.

작년에 썼던 무대 그대로 또 써먹지 말고(판소리가 아름다운 종합 예술이라면 그에 걸맞는 무대도 필요하다고 생각됨)
어려운 말들을 이해하기 쉽도록 자막을 넣는정도부터 시작하자.
(도데체 서양애들을 위한 공연엔 자막을 충실히 넣으면서 정작 자국민을 위해선 최소한 배려도 없다는 것인지 납득이 안됨)

특히나 소리꾼들의 기운이 떨어질수록 그 발음은 더욱더 안좋게 느껴진다.
오늘도 내 청각이 지치고 있거나 소리꾼의 소리내는 기관에 무리가 되고 있는것인지
발음이 점점 어려워지는게 느껴진다.(3시간동안 혼자 노래하고 말하고 연기하는데 지치지 않으면 그게 더 이상한것)

그의 기운이 점점 쇠하더라도 그가 내뿜는 모든 노력은 관객이 느껴주길 바라지 않을까

지쳐가고 있으면서도 그가 표현하려는 인물들이 충실히 묘사된다는것은
오래도록 전해져온 판소리가 위대한것이 아니라
판소리를 하고 있는 명창 방수미가 위대한것일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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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눈이 함박눈으로 내리는 경우가 흔한지 모르지만 푸짐하게 시작한다.
그러나 날이 따뜻해서 대부분은 녹아내렸으나 아직은 하얀 기운 가득한 첫눈내린 첫날

적벽가를 듣기위해 국립극장으로(조합이 맞는거 같진 않지만 관계 없음)가지만
미술관에 들렀다가 커피숍 가는게 잘 어울릴거 같은 날이다.
(눈오는 날은 미술관이 제법 잘 어울림)

간만에 남산에 눈이 잔뜩 쌓여있는 풍경도 나쁘지 않다.

12월에 있는 판소리는 여러명이 나와서 하는 심청전이라서 일반적인 1인극과는 다르니
올해 판소리완창은 이것이 끝이라고 봐도 될거 같다.

적벽가

요즘은 적벽대전만 따로 영화로도 나오고 삼국지 책을 읽어도 되고

전체적인 내용은 그와 다름 없긴 한데
가사집을 읽어보려고 구입했던것을 두어차례 읽어봤으나 해학스럽다.
소설이나 영화같은 극적인 요소보단 드라마적 요소가 훨씬 많다고 해야 할지

조조와 그 부하들간의 대화도 그렇고(마지막 도망갈때라거나) 군사들의 타령들등
이렇게 바뀌는게 심한것중 한가지가 서유기(손오공, 삼장법사)인데 구전을 그대로 책으로 만든것은
의외로 담백한 반면 이것을 토대로 파생된 수많은 영화, 만화, 단편소설등은 온갖 살들이 잔뜩 붙어
새로운 장르를 만들어 낸다.

판소리 적벽가도 그와 비슷한 느낌이 강하게 든다.
위촉오의 싸움이라기보단 전쟁통속의 모든 인간들의 내면을 엿보게 한다고 할까?
그러다보니 전쟁인데 전쟁과는 다르게 보인다.

판소리 적벽가를 처음 들어봐서 새롭게 느껴지겠지만 어찌됬던 흐름의 느낌은 확실히 다르다.

또한 동편제는 남성스럽고 서편제는 여성스럽다고 오래전에 어디선가 들은거 같은데
오늘 본 적벽가는 동편제
하지만 남자가 하는건 오늘 처음 본것이라(그 동안은 모두 여자였음) 그 구분을 느낄수가 없다.
(남자가 부르니 남자같은거겠지.. 라고 생각할뿐 ^_^)

김경호소리꾼의 특성인지 모르겠으나 목에서 나오는 소리가 그동안은 못느꼈던
죽필(竹筆)같다고 해야 하나?
수많은 음들이 서로 갈라져있지만 흩어지지 않는다고 해야 할지

이런 소리가 여자에 비하여 남자에게 두드러지는건지 이 사람만 그런지 모르지만
그 맛이 일품이다.

대사를 전혀 못 알아들어도 소리만으로 좋을정도로 거칠지만 거부감 없는 소리

화선지위에 거칠게 뻗어나가는 붓이 그려내는 흔적이라 해야 할지

처음으로 남자소리꾼의 판소리를 듣다보니 느껴진것인데 왜 예전엔 소리꾼이 남자만 있었는지 그 이유가 느껴지는데
전개에 따른 소리 구성이 남자 목소리에 맞춰져 있는거 같다.

여자소리꾼들의 소리를 들으때면 가끔 너무 높거나 때론 너무 낮거나 뭔가 음역이 안맞어 보이던데
오늘 김경호소리꾼의 판소리를 듣다보면 남자 음역(가성 역시 포함해서)에선 매우 적절해 보인다.
남자소리꾼이 하는 심청가,춘향가,흥보가를 못 들어봐서 속단하긴 이르지만
오늘 들은 적벽가엔 안정적인 음역대 안에 안착되어 있는 느낌이 들어서
음의 높낮이때문에 답답한 기분이 드는 경우는 거의 느껴지질 않았다.
(김경호소리꾼의 소리 능력이 좋아서 그런것일수도 있음)

오늘 김경호 소리꾼이 하는 말이 좀 기억에 남는데
'어느때부터 관객들이 대사집을 보며 판소리를 듣다보니 대사가 바뀌거나 틀리는데 무척 신경쓰인다'라는 말은 한다
생각해보면 판소리는 관객과 소통을 하며 소리꾼이 재량것 늘렸다 줄렸다, 붙였다 뺐다 등 전체를 조절하며 진행하기때문에
대사집과는 다를수도 있는데 그것과 비교하는 관객들을 보면 긴장되니 그것을 보지 말고 자신만을 보라고 한다.

맞는 말이다. 연극은 관객과의 소통이 중요하며 한국 공연문화중 판소리는 더욱더 중요하다.
(추임세를 관객이 넣는 공연문화는 세계적으로도 흔하지 않을듯)

그럼에도 나는 자막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두번을 읽고 갔음에도 소리꾼의 발음을 듣기 어렵다.
한번도 읽지 않고 듣는것보단 대목을 분별하기는 훨씬 낫지만
문맥에 잘 어울리는 중국시, 중국문장들, 지금은 사용하지 않는 고어들이 속속 박혀있는 공연에서
특히나 창법때문에 알아듣기 어려운 발음들로 대사집을 읽는때와는 비교도 안되게 이해력이 떨어진다.
(소리꾼의 음율때문에 감성은 배가되지만 대사의 이해력이 부족해져 이성의 답답함이 남음)

자막은 소리꾼 리듬에 맞춰 템포를 조절하면 되고 빼고 넣을때는 잠시 멈춰도 될뿐이다.
실시간으로 누군가 입력해서 소리꾼이 어떤 것을 넣던 모두 표기되면 좋지만 쉽지 않은 일이니
최소한만이라도 해야 한다는 입장엔 변함이 없다.

올해초 박애리라는 인지도 높은 소리꾼을 제외하면 언제나 절반이상이 텅텅 비어있는 공연장
(박애리소리꾼은 처음이라던데 6시간 공연을 어떻게 했는지 지금 생각해도 무척 신기함)

판소리 완창을 들을수 있는 자리가 국내에서 그리 흔하지 않을거다.
그럼에도 관객이 많지 않다는 것은 다들 이미 떠나갔거나 그러고 있는 중이고 그것이 현실이겠지

상황이 이런데 이들의 노력은 열심히 노래만 불러대는것이 능사일까

현대어로 바꾸고, 발음도 잘 들리도록 창법도 약간씩 손좀 보는등
현대감각에 맞춰 바꿔나가야 살아나는게 대중문화인데 이들은 전통이라면서 전통=옛것=옛우리것 이라고 착각을 하고 있는거 같다.
전통은 옛부터 내려오는것이지만 그 시대에 맞춰 변화하는것 역시 전통이다.
옛것 그대로 버티고 있으면 사장될뿐 무슨 미래를 볼수 있는것인가
(판소리 열두마당중 나머지 일곱마당이 사라진것은 그 시대를 반영하지 못해서 사장됬을텐데
지금 남아있는 다섯마당도 그 길을 가려는 것인가?)

그리고 무엇때문인지 모르지만 전라도 이외의 경상도, 충청도, 강원도, 경기도 토속어(사투리)들로 이뤄진 판소리는 없는건가?
민요는 각 지역별로 다양하게 존재하는데 판소리는?
없으면 각 도별로 자신들의 고유어를 넣어 만들어도 되지 않나?

해설자가 나와서 예전 조선시대엔 소리 잘해서 유명해지면 한번 판소리 공연으로 1년을 먹고 살았을만큼
큰 돈을 벌었는데 지금 이 공연에선 몇백만원정도를 받지만 실제론 몇천만원을 받아도 될만한 공연이라는 헛소리나 해대고
그런 국뽕같은 소리를 백날 해봐야 찾는 사람이 없어서 당장 사라져도 아쉬워 할 사람이 거의 없는 위기감은 개나 줬는지

착잡하지만 이 현실을 뒤로 하고

김경호 소리꾼의 소리는 일품이다.
여유가 있고 목소리에 막힘이 없다.

너무 젊은 사람은 힘은 넘치지만 노련미가 부족하고
좀 늙은 사람은 노련미는 풍부한데 힘이 부족한데
김경호소리꾼은 둘다 매우 적절하다.(소리꾼의 적정나이는 몇살이지?)

적벽가라는 왠지 모를 긴장되는 소재를 재미나게 그려낸것도 특이하지만
북소리 하나에 음율을 실어보내는 판소리라는 장르는 들으면 들을수록 매력적이란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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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시세상
연극.공연2018. 10. 27. 2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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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초겨울이라 불러도 될까?
태풍이 올거 같은 강풍은 또 무슨 경우인지

판소리..
으~ 늘 고민스러운 장르다.
실제 공연을 본건 이제 1년. 그중에서도 판소리는 올해 처음
이번으로 다섯번째인가?

처음 봤던게 춘향전이고 이번도 춘향전이라서 걱정이 조금 덜하고
대본도 모두 읽었기때문에 더욱더 걱정이 덜했지만
대본을 읽으면서 이런 대사를 사람들보고 이해하라고 만들어놓은것인가?싶을정도로 한문이 많다.

글을 봐도 모르는데 알아듣기 힘든 창법으로 노래하는 걸 들으며 이해하라고?
이들은 이 한문을 모두 알고 있을까?
일단 이건 좀 나중에 얘기하고..

판소리는 매력적인 공연임에는 틀림없지만 현대에선 벽이 너무 높다.
이번같은 경우 특히나 발음을 너무 뭉뚱그린다고 해야할지 유명한 대목이 많은 춘향가임에도 불구하고
대충이라도 알아들으면 얼추 넘길수 있는데
이 사람의 창은 대단히 난감하다.

막상 동영상으로 명창이라 하는 분들것을 찾아들으면 발음이 대단히 좋다.
그래서 한문이라 알아듣기 어려운것을 제외하면 가사를 알아듣는것은 크게 어렵지 않다.
완창을 하지 않아서 그런건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이번 공연은 너무 심각할정도로 알아듣기 어렵다.

한자도 많고 발음도 알아들을수 없고 게다가 자막도 없다.

그런데 이걸 들으며 즐기라고?
한국의 고유한 전통문화니 들어야 한다고?
꽤나 어이없는 상황이다.

대사를 모두 읽고 춘향전은 두번째니 그나마 해당 대목이 어떤 느낌인지 공감되어 눈시울 뜨거워지지만
이번은 조금 심한거 같다.

한 6시간짜리를 3시간30분정도로 줄였다고 하는데 충분히 그럴수 있다고 보지만
어떤 기준으로 줄렸는지 몰라도 막 잘라낸 느낌이 든다.
(가위로 자르듯 싹뚝 잘라내서 매끄럽게 이어지질 않음)

좀 재미난 장면도 뭐에 쫓기는지 후루룩 넘어가니 내용도 이상해지고

특이한게 리듬을 반숨정도 그냥 놓던데 왜 그런지 모르겠다.
대사를 잊어먹은건지 감정적 쉼인지 그렇게 배운것인지

안숙선 선생도 오셨던데 내가 안숙선 선생의 쑥대머리 대목을 좋아하고
이분에게 배웠다고 하던데 막상 정미정의 쑥대머리 대목은 안숙선 선생의 그것과 달라도 너무 다르다.
(안숙선 선생은 발음도 무척 좋아서 알아듣기도 좋음)

물을 연신 들이키는것이 몸상태가 무척 안좋다는 의미일수도 있고
계속 '아이고' 하는것을 볼땐 안쓰럽기까지 하던데
그렇다고 무슨말인지, 어떤 대목인지 모를정도로 막 넘겨버리면 좀 그렇지 않은가?

이번에도 앞에서 대본을 읽어주는 사람도 있던데
이러지 말고 공식적으로 프롬프터 같은걸 사용하도록 하면 안될런지

목소리가 굵직하면서도 힘이 있고 때론 대금 청 같은 멋진 부분도 있던데 아쉬움이 남는다.

다시 한국의 판소리 문제로 넘어오면
이번 대사를 읽으면서 정말 난감했다.
이렇게 한자(문자)가 많았다니 주석이 달려있지 않았다면 거의 못알아들었을것들
이런것을 하루빨리 현대어로 바꾸지 않으면 얼마동안이나 더 버틸수 있을까?

판소리 완창이란 보기 쉽지 않은 공연임에도 관객이 많지 않은데 이런점을 감안한다면
국가에서 지원하는 정책이 조금만 미흡해져도 바로 사장될수 있다는 것인데
그렇게 되도 관계 없다는 것인지 이들의 행태를 이해할수 없다.

현대어로 바꾼 판소리가 나와야 하지 않은가?
그동안 계속해서 대사들이 바껴왔을테고 '무슨제', '누구제'라고 하는것들은 그들이 바꿔나간것 아닌가?
그 전에도 계속 그래왔을것이고
그렇다면 현대에 맞게 대사도 바껴야 하는거 아닌가?
이제 학교 정규과정에서도 배우지 않는 수많은 문자들이 들어가 있는 그것을 백날 불러본들 누가 알아들을것이고
소리꾼들 자신들 마져도 제대로 알고 있을지도 의문이 든다.

인지도 높은 서양음악과 콜레버레션하는것도 좋지만
일단 기본을 외면해선 안되는것인데 뿌리 없이 이상한 것들만 하고 있는거 같다.
음식을 못하는 사람들이 치즈넣고 감미료 범벅하는등 자극적으로만 만들어
질 떨어지는 그것으로 모든 요식업을 망쳐버리는것 처럼
지금 한국의 전통음악이 그러한 길을 걷고 있는거 같아 아쉬움이 따른다.

어쩌면 늦어서 돌이킬수 없기 때문이 이럴수도 있겠지만 아직 늦지 않았더라도 지금 이대로라면 늦은것과 다름없는 상황일거다.

한국 음악을 한국인을 위해 자막 붙인다는게 자존심 상할지 몰라도
하루 빨리 자막을 붙이길 바라며
택도 없는 문자들은 모두 현대어로 바꿔지길 기대해본다.
그리고 지망생들께선 발음에 좀 신경써주시길
(명창이라 하는 분들의 판소리를 들으면 자막 없이도 어느정도 받아쓸수 있을정도로 알아듣기 좋음)

그나저나 춘향가는 왜 이리도 슬픈건지(지하철에서 대사집을 읽는데 눈물이)
영화나 TV를 봤던 기억을 보면 춘향의 고난은 약간정도로 기억되는데
막상 판소리를 보면 초반 단 몇분정도(시간으론 몇일정도?)만에 행복은 끝나고 생이별부터 시작해서
끝까지 고생도 이런 고생이 있나?싶을정도로 생고생을..
(올초 처음 봤을땐 처음이라 감동받아서 그랬겠거니 했는데 대사를 읽어도 그렇고 오늘 봐도 그렇고 너무 슬프다)

다음달은 적벽가..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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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시세상
연극.공연2018. 9. 29. 2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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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하늘 청명한 가운데 하반기 판소리 완창을 모두 예매해놓은지 몇개월이 지났을까?
달력에 잘 표시해놓은지 제법 시간이 길었다.

그 사이 다른 공연도 보려고 했으나 민요 아니면 판소리 일단 이 두가지만 먼저 좀 보려다보니
마땅이 보이는 것도 없고 가을은 다른 공연들도 많아서 이것에 너무 치우칠수도 없다.

흥보가(춘향가,적벽가,심청가가 12월까지 이어져있음)

흥보전은 어렷을적 TV에서 많이 봤었는데(춘향가도 그렇고)
내용 자체가 희극스럽기도 하다보니 코미디프로에서 각색해 나온거 같기도 한데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하지만 걱정된다.

또 말소리를 못 알아들으면 어쩌지?
이번엔 대사가 나온 책도 샀지만 공연중 보려고 구입한게 아니라 월1회 공연이니
그전에 보고 가려고 산것이니 적어도 이번공연은 도움이 안된다.

김정민이란 분도 모르겠고(영화도 나왔다고 하지만 모르는 '휘몰이'라는 영화는 처음 들어봄)

판소리 다섯마당중 적벽가를 빼면(이것도 내용은 다 알지만) 그외것들은 소리로 접할기회만 없었을뿐
그외 다양하게 접할수밖에 없는 한국에선 흔하디 흔한 소재(권선징악의 대표적 사례)

아무튼 기억에 남아있는 것들을 토대로 말을 못알아들어도 대충 끼어맞추자는 생각으로
객석에 앉아버렸다.

누군가 나와 이러저러한 얘기들을 해주고 역사도 얘기해주고
별로 귀에는 안들어오지만 아무튼 모든 말씀이 끝난 후 바로 시작

처음에 사운드 조절이 좀 이상한지(리허설 안하나?) 소리가 먹먹해서
이분(김정민)의 목소리가 원래 그런건지 음향쪽에서 설정을 잘못한것인지
계속 귀에 거리슬리는 목소리

그런데....
아~
이분의 퍼포먼스는 엄청나다.

관중을 휘어잡는 뛰어난 연기력(여지것 실제 공연을 본것은 몇회 안되지만 동영상으로 본건 좀 되는데 이분같이
재미나게 표현하는 분은 없었던거 같음)으로 대사가 머리속에 이미 있는듯한 착각이 생길정도

추임세가 필요 없는 박수 갈채, 환호
판소리 특성상 소리 하는 사람과 북치는 고수 한명 이외엔 있지도 않고
돗자리와 방석만이 썰렁하게 놓여있는 무대
(연극 모노드라마는 소품들이라도 있지만 판소리는 그 자체가 없음)

좁지 않은 무대에서 이 사람은 종횡무진한다. 무대 밖으로도 나갔다오고 관객석(앞쪽에 있는)까지도 갔다오는등
무대매너가 현대 가수 못지 않고 무대를 넓게 사용한다.
(뛰어난 가수들이 무대를 잘 활용하는데 판소리도 해당되나?)

연기는 현대 연극과 비교해도 손색없을정도로 다채로운 표현을 보여준다.
(1인 다역이니 목소리,행동묘사등이 다양할수밖에 없어서 그런지
다른 분들것을 보면 몸짓은 주된 인물을 제외하면 소박한데 이분은 그렇게 하지 않는다)

코믹스럽다가도 슬프기도 하고 그러나 흥보가는 전반적으로 희극이다.
(이분만이 좀더 표출시키는것인지 모르지만 기억을 되새겨봐도 해학적 요소가 많음)

대사도 크게 어렵지 않고 이분의 말씨도 진한 지역말을 넣는것도 아니니
전체 공연시간이 3시간 조금 안된거 같은데 그 시간이 한시간같이 짧게 느껴진다.
(중간에 쉬는 시간 15분이 있는데 그냥 이어서 해도 괜찮을거 같은 훌륭한 진행)

판소리가 이정도의 호소력을 지녔었나? 싶을정도이고 이렇다면
국악이라는 장르가 지금보다는 더 좋은 위치에 있었을거 같은 생각도 든다.

하지만 아마도 이 사람에게만 국한된 경우일거 같다.
상반기에 봤던 3편의 판소리는 훌륭하지만 대중성을 놓고 보자면 뛰어나다고 하기엔 무리가 있다.

이미 여러번 완창무대를 갖었다고 하니 그 속에서 여유와 기품이 느껴진다.
(한두부분에서 대사가 엉킨것을 느꼈는데 흔들림 없이 자연스럽게 넘기는것을 보면 쌓여있는 공력의 크기를 보는거 같다.)

목소리가 약간 보이시(중성?)해서였을까?
여자가 알토정도 음역일때 판소리같이 이상한(혹사 하는) 장르에서의 문제는 남자의 영역도 일반적인 여자의 높은 영역도 아니라서
어중간한 느낌이 든다. 뭐랄까? 묵직함도 없으면서 시원하지도 않다고 해야 하나?

그래서 행동묘사(퍼포먼스)를 많이 곁들인 전략을 썼는지 모르지만
훌륭한 전략으로 보인다.
현대인들의 취향과도 잘 맞는거 같고 너무 정적이면 강해보이긴 하지만 고지식해보이기도 하니

볼수록 매력있는 공연으로 연극처럼 몇일 공연을 했다면 또 보고 싶을 정도지만
아쉽게도 단 하루 공연으로 막을 내리고 말았으니 나중을 기약할수밖에 없다.

지금도 다시 보고 싶은 훌륭한 공연

그런데 3시간 이하로 짧던데 판소리 홍보는 대여섯시간은 기본 여덜시간도 한다는등 떠들던데
그런 공연은 언제 볼 수 있는걸까? 그런 공연이 있기는 한걸까?
홍보용맨트로만 써먹지 말고 실제로 해줬으면 좋겠는데..

그리고 자막좀 붙이자.
이번은 상대적으로 잘 들리는 편이었으나 빠른 말들이나 무엇인가를 나열할때(제비올때, 보물등)는
전혀 안들린다. 안들려도 크게 문제 없겠지만 들리면 더 재미있지 않겠나?

자막좀 붙이자. 그리고 무대도 상반기에 썼던거 또 쓰지 말고 좀 바꿔주고..

오늘 드는 생각인데 무대와 관객석이 좀더 가까워야 하지 않나?싶은 생각도 든다.
마당놀이에서 무대예술로 바꼈다 하더라도 공연 내용이 바뀐것이 아니라면
최대한 가까워야 그 예술을 보다 제대로 받아드릴수 있지 않을까?
최소한 연극 극장의 무대와 관객석간의 거리정도로(수미터 내외)

올해는 안되겠지만 내년엔 가까워진 무대와 자막을 기대해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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