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제도 좀 무거운 주제였는데 오늘도 본의아니게 묵직한 연극을 고르게되었다.
무슨 내용인지 알진 못하고 예매했어서 연이어 주제가 쉽지 않은 연극이
골라지는 경우가 흔하진 않지만 어제와는 많이 다른 느낌의 연극이었다.
일단 황당한 1인다역 극이 아니라 확실하게 1일 1역에 충실한 일반 연극이다.
장르는 이런걸 SF라고 해야 하나? 심리추리물이라 해야 하나?
일단 배경은 일부 기억을 지울수 있는 시대이다. 일부의 시간만 무로 만든다?
다른 기억으로 채워넣는것도 아니고 완전히 소거하는것으로 보인다.
그 다음 코마상태(혼수상태)인 사람들을 치료하는 가상세계
이와 비슷한 영화로 2020년에 나온 '코마(Koma)'라는 것이 있지만 좀 다르다고 볼 수도 있고
배경을 컴퓨터로 만들었냐?정도지만 아무튼 그러한 배경이다.
여기엔 NPC(게임 진행을 위한 보조 캐릭터로 Non-Player Character의 약자) 셋과 연구원 셋이 나온다.
첫 알파테스트(개발 완료 후 최종 시험을 내부적으로 하는 시험, 베타테스트는 공개하여 대상자을 상대로 시험-출시 최종 버전-)를
하게 되는데 여기엔 연구소장이 직접 가상세계에 뛰어든다.
여기까지는 SF물인가?싶었다. 그런데 시스템이 이상 동작을 하고 이러저러 소장이 예상한대로 진행되지 않고
다른 방향으로 진행되는것에 흥미를 느낀 소장은 시험을 멈추지 않고 진행한다.
(저예산 SF물들의 비슷한 플롯일까? 신선함은 크게 없다.)
현실에선 조수1,2 두명이 분주하게 움직이는거 같지만 실제론 그 어떤 도움도 되지 않는다.
그냥 대화속에서 배경설명을 곁들일뿐 소장이 그 안에서 죽던 살던 밖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시스템을 이렇게 설계하진 않을텐데 가상세계를 시험적으로 들어간 사람이 완전한 통제권을
지니고 있다는것은 자살하겠다는 심사로 밖엔 보이지 않는다. 이런건 문학적 허용쯤으로 넘겨보자.
코마상태인 사람을 치료하기 위함이라고해서 개개인의 기억 정보들이 들어가 있는거 같은데
기억소거 시스템과 연결되어 데이터를 가져오는 구조였나보다.
(알파시험에서 메인데이터를 날릴수 있기때문에 보통 더미 데이터만 사용하지 이렇게 연결하진 않음)
가상세계의 시스템은 데이터를 로딩하다가 뭔가 문제가 발생하고 예상과 다른 어떤 데이터가 불러와진 후
무엇인가 세팅이 완료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NPC1,2,3가 그에 맞도록 설정되어 해결해나간다는 구성이다.
초반이 좀 지나면 어떤식으로 흐르겠구나~라는게 그려지는데(이런 예상의 절반은 틀림)
그 예상에 크게 벗어남 없이 흘러간다. 약간의 소소한 반전같은게 좀 있는정도?
나는 혹시 조수2의 누나 기억이 잘못 로딩되어 코마상태인 누나의 기억속을 파헤치는건가?란
생각도 했었지만 역시나 원래 생각대로 진행된다.
인간의 경험적 기억과 그의 연속성을 생각하게 한다. 그리고 그 빈자리가 미래에 어떤 영향을 미칠것인가.
이것까지는 그려내고 있진 않아보인다. 그냥 소장의 과거를 다시 꺼낼뿐.
소장이 자신의 기억 일부를 지운것은 그 만의 이유가 있었을텐데
이 시스템은 그걸 모두 되살려놓는다. 무엇일까? 기억 소거가 증가하면서 코마도 같이 증가했다는 대사가 있는데
기억 일부가 소실 되었더라면 그의 연쇄적 반응으로 뇌의 다른 기능들이 폐쇄되어 코마에 이르게 된다는 의미일까?
뇌 과학에 대해 잘 모르기때문에 어떤 이론을 근거로 이런 결과에 도출하는지까지는 모르겠다.
물론 설명해준다고 해도 이해하기 어려울테고 기억도 안될것이다.
연극의 흐름역시도 결과와는 거리감이 있다. 지금도 이해하기 어려운것이 너무 힘들어서 기억을 소거한것까지는
저 사람의 결정이니 존중하는데 도데체 왜 기억을 살려내야 했냐는것이다.
코마상태인 사람들이 이런 가상세계에서 미션을 수행하며 자신의 트라우마같은 기억을 다시 되살린다면
코마상태가 아니라 거의 가사상태가 되다가 사망하는거 아닌가?
미션 클리어라는 것이 어떤의미였을까? 과연 이 AI는 인간에게 어떤것을 선택하도록 한 것일까?
죽음? 회생? 좌절? 희망? 의지?
뇌 과학에 대한 지식이 미천해서 저들의 흐름은 SF물 같이 좀 허황된 느낌이 드는것도 사실이다.
(SF물의 허무함 같은거랄까?) 프로젝터를 활용해서 어려운 특수(?)환경도 표현하려고 하긴 했는데
뭔가 훨씬 더 다양하면서 그럴싸한 배경을 영상으로 설정할 수 있을거 같은데 단조로운 설정이 아니었나싶다.
그리고 무대가 중간에 있고 무대를 둘러싸고 양쪽에 관객석이 있는데
제발 이렇겐 하지 말자. 이러면 배우가 관객을 등지게 된다.
충분히 큰 극장이지 않은가? 마음껏 뛰어다닐수도 있고, 관객을 많이 앉혀도 불편함 없는 좋은 극장이니
확실히 관객을 주시할 수 있고, 관객도 배우의 얼굴과 대사에 집중 할 수 있도록 해주시길.
주제를 곱씹다보면 묵직할수 있지만 너무 처지지 않도록 코믹함도 어색하지 않게 잘 섞여있어서
힘들지 않고 무겁거나 불편함을 덜 느끼도록
그러면서도 천천히 여유있게 생각할 수 있는 훌륭한 연극이었다.
출연 : 김정, 신윤지, 김정화, 신정원, 김별, 류원준
-추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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