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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25.10.07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En attendant Godot)-
연극.공연2025. 10. 7. 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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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은 예전에 국립극장에서 했던것을 보고 반해서(?) 산울림에서 하는것을 보게 되었다.
당시 반했다는것은 엄밀히 보면 박정자 배우의 연기에 감탄을 한것이지 내용에 대해서까지는 아니다.
내용자체는 수많은 말장난 속에 살짝 살짝 비치는 상황이나 심정, 현상, 배경 등이 보일랑 말랑하지만
대사량이 많아서 곱씹고 곱씹지 않는이상 한귀로 자연스럽게 흘러내린다.

아무튼 그때 그 충격을 잊지 못하고 다른 배우들의 작품, 산울림 하면 일단 연기의 완성도는 기본으로 깔고 들어가는 곳이니
약간 높은 금액이지만 구입하여 오늘 기대하며 보게되었다.

장장 3시간(중간휴식15분 포함) 연극으로 국립극장 신구, 박근형 두분이 나오는 작품이 140분(휴식시간 포함)인데
근 한시간 가량이 길다. 3시간 공연은 판소리 완창 같은 경우나 있지 흔하진 않은 공연 시간으로
신경통이 올라올까봐 시작전부터 걱정이 앞선다.

덩그러니 놓여있는 말라버린 나무 한그루. 난 이상하게도 포스터에 나온 이 나무를 보면 돼지 꼬리가 생각난다.
영화 '돼지가 우물에 빠진날' 때문일수도 있다. 그림자만으로 생각하면 매우 흡사하다.
홍상수 감동이 이것을 감안하고 포스터를 만들었는지 모르겠고 내가 그것에 걸려들었을지도 모르겠다. ^_^

초반부터 달려드는 엄청난 말들.. 소재가 다양하고 템포가 대단히 빠르지만 간결하고 정갈해서
산만함을 느낄수가 없다. 강약고저 감정 변화나 전환도 능숙하다.

내가 작년에 봤던 연극이 이 연극이 맞나? 싶을정도로 새로우면서 신선하다.
연극속으로 미친듯 빨려들지만 문제는 대화의 내용.
이게 무슨 내용일까? 예전에 신구 배우와 박근형 배우 두분도 이런대화를 나눴단 말인가?
그런데 난 전혀 이런 기억이 없을까? 너무 대형 극장이라 디테일한 묘사는 기억에 남지 못한것인가.

지금은 배우분들이 바로 내 앞까지 온다(난 앞에서 두번째 자리). 저들의 호흡과 시선, 심장의 떨림 등 많은 정보가
쉼없이 전달되어 온다. 포조의 괴팍하면서도 어리석음 그 자체가 극장 가득 채워넣는다.

조금 아쉬웠던건 박정자 배우의 역, 바로 럭키인데 이번은 좀 그때와는 다르다.
정말 고통받는 사람처럼 보인다고 할까? 물론 극중 배역자체가 노예니 지금 보이는 저 럭키가 타당할수 있지만
그 명쾌하면서 직설적인 박정자 배우의 럭키를 보고 싶었던것은 나의 착각인지 모르겠다.
이부분은 어떻게 해석하고 표현하는지에 따라 다른것일뿐 럭키를 맡은 저 배우의 연기가 이상하다거나 한것은 절대로 아니다.
그냥 머리속에 레퍼런스라고 들어있던게 고작 한가지밖에 안되다보니 이런 기분이 들었을뿐
다음에 다시 본다면 지금보다 더욱더 강렬히 다가갈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전에도 이렇게 대사량이 많았나? 쉼없이 움직이고 쉼없이 이야기 한다. 심지어 같은말을 반복하더라도 끊임없다.
물론 내용의 대부분은 이상한 대화들이고 템포가 빠른관계로 되짚어가며 볼순 없었다.
좀 코믹한 요소들이 제법 많이 섞여있던데 이 작품이 원래 그런건지 아직 희곡을 읽어보지 못해서
어느정도 각색이 된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내용이 그렇게 많아보이진 않아서 희극적 요소를 연출이 많이 넣었던게 아닌가
생각해본다.

이 희곡은 많은 뒷 맛을 남긴다. 무슨 내용인지 난해하더라도
블라디미르나 에스트라공 이 사람들은 무엇을 상징할까? 포조와 럭키는? 그리고 소년은.
고도(Godot)를 신이라 생각하는 사람도 있고 작가는 자신도 모른다고 이야기 했지만
작가 심연엔 무엇인가 연상되어 나온 것이것이니 작가의 의도를 이해할수 없더라도
전체적인 흐름을 보면 인간의 어떤 이상향를 뜻하는것은 맞지 않을까?싶다.
블라디미르와 에스트라공 이둘에게는 적어도 적용되는 말같다.
소년은 이 두 관계를 이어주는 매개체일테고 메시아 까지는 아닌거 같다.
그렇다고 고도도 메시아 스럽진 않고 그 자체일거 같지만 이것은 이들간의 상상속에 머무는 존재가 아닐지.
인간의 고통을 참을 수 있는 알다가도 모를 희망이란것 그리고 이것을 놓지 않기위해 계속 애쓰는 보이지 않는 끈

그렇지만 주변에선 수많은 유혹들이 생겨난다. 그것이 포조와 럭키와의 관계가 아닐까?
하지만 이들은 하루만 지나도 기억이 리셋된다. 왜일까?
우리가 희망을 갖는다는 것은 다가오지 않는 미래를 원한다는것이지 힘든 과거를 돌이켜보기위함은 아니다.
대표적인 망각의 동물이 바로 인간 아니던가. 그리고 세상은 나를 기억하지 않기때문에 다음날 포조와 럭키는
이들을 기억못하는것일테고 자신들의 아픈 기억인 왜 장님이 되었는지도 단 몇시간이 지났음에도 기억하지 않는것이겠지..
이런것들은 단지 내 생각이다.

이 작품이 좋다고 생각되는 이유는 바로 이런 다양한 생각들을 포용하기때문일것이다.
수많은 사람들이 온갖 이상한 말로 떠드는 저들을 보며 자신이 살아왔던 과거와 살아갈 미래를 그려볼수 있기때문이 아닐까.

끊임없이 주저앉고 싶은 유혹들 하지만 그속에서 혹시 하는 마음에 한걸음 한걸음 다음 시간으로 달려가는
블라디미르와 에스트라공 그리고 나.
정말 아름아운 연극이었다. 3시간 공연이라곤 믿기지 않을정도로 몰입력이 대단한 연극을
볼수 있어서 추석연휴에 온 큰 행운이었다.

출연 : 이호성, 박상종, 정나진, 문성복, 문다원

-추신-
세금으로 운영되는 국공립 극단 공연의 티켓가격은 최저임금 두배를 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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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시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