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긴팔 한개만 입어선 안될거 같은, 정오라도 그늘에선 춥다.
그런 완전한 가을이니 그에 걸맞게 미술관좀 들러주고 커피 마시며 얼마전에 구입한 책도 보려고 했지만
늦잠을 자는 바람에 미술관에서 나오니 커피 마실 시간이 없어서 바로 극장으로...
연극 제목의 복날이 한 여름 '삼복더위'의 그 복이 맞다.
전체적인 내용은 재개발 들어간 동내를 배경으로
보상금을 노리고 들어온 사기꾼도 있고
그냥 사람 사는 얘기도 있고 음식이 될 뻔한 개도 나온다.
작은 몇몇의 주민들을 대상으로 극이 전개될땐 세상의 모든 부조리가 두리뭉실하게 나오게 되는데
가족 중심적인 주제는 언제나 해피엔딩으로 마무리 되는 뻔한 줄거리라서
어떤 에피소드들이 있고, 어떻게 표현하냐에 따라서 재미 여부가 결정되는거 같다.
딸의 괴로움, 삼촌의 허황된 꿈, 엄마의 소박한 여생, 장씨의 핑크빛 미래, 개장수의 일확천금, 개의 생존전략등
각기 다른 미래를 위해 현실을 살아가는 모습을 그려낸다.
주제가 각기 다르지만 저마다 행복을 갖기 위한 노력(?)을 하는 것이니
그 여정이 힘들고 고되더라도 쓰지만은 않은 웃음이 깔린다.
해결되지 않는 사회 부조리가 그냥 그렇게 언제나 그렇듯 뒤끝없이 깨끗한 마무리를 해놔서
극장을 나올때도 먹먹함 느낌따위는 없다.
가볍게 보기엔 신경쓰이는 부분도 있지만 무겁게 풀고있지 않아서
누가 봐도 제법 괜찮은 연극으로 보인다.(막판에 좀 쌘 부분이 있어서 좀 걸리긴 함)
배우들간의 호흡도 좋고 흐름도 질질 끈다거나 허둥지둥 순식간에 사라지는것도 없이
적당하게 그리고 흥미롭게 균형감을 유지하며 진행하다보니
'끝날 무렵 끝나겠구나' 그 끝이 느껴진다고 해서 지루함을 찾아볼수 없다.
처음부터 끝까지 약간의 간질간질한 긴장감을 유지하니
과집중으로 생겨나는 스트레스도 없고 집중력도 흐트러지지 않아서 재미있게 본
뛰어난 배우들과 잘 짜여진 구성으로 가볍지만 버려지지 않는 좋은 연극을 봤다.
복날을 이겨내기 위해 노력하는 저 개처럼
사람들은 저마다 한고비 한고비 넘어가며 살아가고 있겠지...
출연 : 이봉근, 한미선, 이성근, 이대범, 유현정, 임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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