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공연2023. 11. 5. 1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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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같이 짧지 않은 추석연휴에 미술관은 사람이 너무 많으니 공립미술관으로 아쉬움을 달래더라도
연극 3편정도 봐줘야 하는데 회사 일도 좀 해야 할것이 있어서 두편으로 마무리 되는것이 너무 아쉽다.
비도 미친듯 와서 카메라도 안가져왔더니 손이 심심

난 이 연극의 제목이 '기획2팀'이란것을 연극이 끝난 후에나 알았다.
연극내내 기획2팀 배경으로 나오길래 그냥 전체 흐름상 타 부서는 필요없겠거니 했는데
제목이 '기획2팀'일줄은.. ^_^
(연출가전 <기획2팀>이라고 저장해놔서 순수하게 두번째 팀이 출품한것인줄 알았음 -.,-;)

시놉을 시작전에는 안보지만 제목을 잊은적은 있어도 안본적은 없을텐데 크게 문제되지 않는다.
왜냐하면 제목하고 그다지 상관관계가 없어보이기때문이다. 어쩌면 좌천부서일수도 있는 늬앙스를 풍긴 대목이 있지만
그것마져도 전체흐름을 바꿔놓진 않는다.

보통 이렇게 특정 공간이 제목일경우, 그 곳에서 생겨나는 다양한 일들을 시시콜콜하게 엿보는 재미가 있는데
뭐랄까? 이 연극은 한국 회사라는 공간 전체를 놓고 비판하는 거 같다.
블랙코미디라고하기엔 표현되는 수위가 너무 낮지만 대충 그러한 냄새는 풍긴다.

회사라는 시스템을 까고 싶었을까? 인턴들의 애환을 짚고자 했을까? 낙하산인사의 실태를 보여주고 싶었나
회사라는 이기적인 집단(구성원은 왠만해서 이기적이지 않으나 이익집단이란 특수성때문에 생겨나는 현상)의 형태를
보여주는거 같지만 개개인의 위치와 부조리, 애환, 어리석음, 나태함 등 넣을수 있는것은 다 넣은듯 보이나
관객을 웃기기 위한 노력도 보이지만 피식 할정도에서 그친다.
그리고 결정적 문제는 연기력이 그다지............

부장 한사람만 돋보인다고 해야 할지..
과장은 온갖 역경을 다 겪고 올라온 설정인데 반해 특유의 거친고 강인한 느낌이 없다. 그냥 곱디 고운 예쁜 여자일뿐

작가가 회사를 잘 모르는것일수도 있는데 회사 중축의 위치에 있는 존재가 바로 대리다.
일이 가장 많고 신입사원들에 비해 업무능력이 뛰어나며 스테미너가 좋은 젊은 나이이기때문에
실무 최전방에 있고 야근도 가장 많이 하는 힘든 역활을 담당한다.

그런데 이 연극에서는 대리가 가장 게으르다. 얼핏보면 부장쯤 되보인다. 그래서 과장이 야근을 하고 있는것일지도 모르겠지만
아무튼 캐릭터 설정을 저렇게 한것은 납득하기에 약한면이 있다.

그나마 다행인것은 MZ세대라며 비아냥거리는 것이 없다는 것. 젊은 세대를 손가락질 하는 형태는 매번 다양한데
이번엔 MZ라며 온갖걸 붙여서 비난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되는게 꼴보기 싫었는데 다행이도 이 연극은 그런것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
세대 갈라치기를 해서 서로 싸움질 하게 하는것이 목적인 세력에게 농락당하는것인지
과거 모든 시대에도 같은현상이 생겨 세대간 싸움이 있었는지 모르지만 아무튼 젊은 세대를 불필요하게 싸잡아 비난해대는건
사회 전체를 놓고 봐도 좋을게 없어 없어보인다.

연극 전개가 매우 직선적이며 수평적으로, 연극을 이해하는데 회사생활을 좀 했던 사람이라면 문제 없을거고
회사생활을 전혀해보지 않은 사람이라도 다른 매체를 통해(드라마, 영화등) 간접적으로 봤을 그런 것들을 보여준다.
전체적으로 쉽게 쉽게 진행되는것은 사회비판적 성향을 지니고 있는것들이 갖아야 할 미덕일까? 악덕일까?

70분 연극이니 그제 봤던 연극처럼 그냥 보다보면 금세 끝난다.
회사 생활은 저렇고 인턴은 항상 어렵다고 하지만
(인턴생활이 어려운건 흔히들 말하는 좋은 회사-대기업, 조건이 좋아 들어가기 힘든 회사 등-에나 해당될텐데)
내가 다니던, 다니는 회사는 이력서 내면 특별한 문제가 없을경우 왠만하면 채용되는 회사였기때문에
인턴들의 고통을 알 수 없다는게 아쉽지만 회사 구조는 전체적으로 비슷하니
누구나 거부감 없이 관람할 수 있을거 같다.

다만 재미를 추구할것이면 콤믹요소를 훨씬 더 첨가해서 제대로 웃을수 있게 해주던가
사회를 비판하고 싶다면 좀더 냉철한 시선으로 표현했으면 좋겠는데

그리고 아마추어 공연이 아닌이상 프로 다운 연기력은 좀 받쳐주시길..

출연 : 정기연, 안도영, 김내리, 김정민, 김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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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시세상
연극.공연2023. 10. 29.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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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연휴가 드디어 시작되었지만 이날 하루는 가을 하늘의 기대치에는 못미치게
뜨겁고 몸이 끈적인다. 하지만 고궁도 들르고 미술관도 들르고 명절연휴는 이렇게
사람들을 보며 보내는 거지

엔트로피란 무질서한 에너지가 질서를 찾아간다고 보면 될텐데-그런가?-
이 연극의 제목만큼이나 비슷한 성향을 보이지만 그 흐름과 결말은 매우 동물적이다.

시간이 흐름에 따라 진리를 알려주는 인도자(과거의 성인들같은)가 나와도 집단의 관성은
깨지지 않고 더욱더 견고해지는 모순된 동물의 사회를 보여준다.

70분 공연이라 짧은만큼 강렬하고 자극적인 것들로 채워져있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그 이후가
지극히 지루해진다. 결말도 뻔해지고 진행도 반복되고 단조롭기때문일까.

어찌됬던 짧기때문에 지루함이 길지 않아서 끝무렵 하품 두어번 하면 공연은 끝난다.

요즘은 이렇게 짧은 극들이 많은데 시대흐름이라고 주장하는 이도 있지만 그렇게 설득력 있어보이진 않는다.
(인터넷 스트리밍으로 익숙한 세대는 몇시간짜리 영화등은 보기 힘들어 한다던데
천만영화가 없는것도 아니고 2~3시간짜리 뮤지컬이나 유명배우가 나오는 연극은 계속 매진되는걸 보면 지금 세대가 그렇다고 하기엔)

지금 이런식으로 짧아지는 연극의 유행이 맞는지 모르겠지만 이번 연극같은경우
좀더 심층적으로 집요하게 집단의 성질을 파해쳤다면 훨씬 기억에 남았을텐데 요약본을 본거 같아 아쉬움이 남는다

어차피 관객이 넘쳐나는 인기극이 아니라면 작가가 표현하고자 하는것을 마음껏 표출해내도 될텐데
물론 지루하면 나같은 사람은 지루했다고 뭐라 했겠지만 구더기 무서워 장 못담구는것도 아니고
평생 만들어봐야 몇작품이나 만들수 있다고, 기회가 주어졌을때 하고싶은거 다 넣는거지.

난 한국 연극이 도전적이었으면 좋겠다. 미친놈 소리 들을정도의 미친 연극들
('관객모독'같은것도 좋지만 관객에게 물 뿌리는 건 좀. 예전에 정통으로 물벼락을 맞은적 있어서 ^_^;;)

아무튼 생각하게 만드는 연극이다.
집에와서 우연히 '콘크리트 유토피아'를 봤는데
연극이나 영화나 모두 '에휴~ 나도 다르지 않는데' 라며 깊은 한숨만이 나오게 한다.

가끔씩 자신의 족적을 되돌아 볼 필요가 있을때 이런 공연 한편도 괜찮을것 같다.

출연 : 이윤상, 김산, 주인서, 한필수, 이혜진, 안호주, 한동현, 김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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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시세상
연극.공연2023. 10. 16.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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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좋고 술 마시기 좋고 하늘 보기 좋은 계절
물론 연극 보기에도 좋지만 실내 공연은 더울땐 시원해서, 추울땐 따뜻하기때문에 더 좋은거 같다.
날 좋아서 시립미술관 잠시 들렀다가 산보로 적당한 위치인 광화문 네거리에 있는 세종문화회관으로 직행

대형 공연장은 시설 좋고 주변 좋지만 공연 가격이 비싸다.
각 지자체별로 작고 시설 좋은 공연장들을 많이 만들어 돈 없는 배우들에게 저렴하게 대관하고
주머니사정 안좋은 요즘같은 시기에 저렴하게 관람할수 있도록 해줬으면 하는 상상을 해본다.
물적 자원이 부족할땐 이런 문화자원이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는데 언제까지 거대자본이 필요한
아이돌이나 대형영화 산업에만 신경쓰고 있을지

카르멘은 기본적으로 오페라다. 아름다운 오케스트라기반의 노래들
가수가 성악가(카르멘은 메조소프라노)들이니 이들의 노래에서 나오는 연기는 일품중 일품

다만 오페라의 단점이라면 노래에 너무 치중되어 표현연기에선 다소 어색하다고 할지
일반 연극은 반대로 연기는 최상이지만 섞여있는 노래는 섭섭할 경우가 많다.
뮤지컬(음악극)은 그냥 이도 저도 아닌거 같지만 일부에선 가슴 아리는 감동이 있다.

이 아름다운 음악들을 모두 죽여버린 연극 카르멘

카르멘같이 팜므파탈 혹은 옴므파탈 같은 소설은 흔하디 흔하다
인간들 사이에서 퍼지는 야사들 대부분이 남녀 애정에 관한 이야기들
약간 자극적으로 만들면 소설이 되는거고 아니면 사라지는거고

음악과 노래를 붙이면 오페라가 되고 뮤지컬이 되고 연극도 된다.

프로스페르의 원작 소설을 기반으로 연극으로 만들었다곤 하지만 카르멘 하면 떠오르는건 역시 오페라다.
소설이나 연극이 아닌 웅장한 오케스트라위의 수많은 성악가들이 떼로 불러대는 바로 그 오페라

그런데 이 연극은 오페라의 선율은 대부분 무시되고 순수하게 연극화 한거 같다.
무대 크기에 비하여 빈약하게 설치된 시설들(시설이랄게 없이 공연할거면 더 작은 극장에서 하지)
탭댄스나 플라멩코가 많이 나오나 싶지만 생각보다 그것도 별로 많지 않고
화려하지도 멋지지도 않다. 심지어 리듬에 비하여 흥이 크게 생기지도 않는다.

게다가 가장 큰 문제는 카르멘이 매혹적이 않다는 것이다. 정렬적이지도 않다.
음악이 있지도 않고 섹시한 춤도 없다. 무엇때문에 이끌리는 걸까?
오히려 주변에 있는 여자들이 훨씬 섹시하고 아름답게 춤을 춘다.

극 제목이 주인공 이름이고 이성적으로 강력한 이끌림이 있어야 한다면 그것을 아무튼 보여 줘야 할텐데
많은게 부족하다. 그리고 발음(딕션)도 엉키고 발성도 이상하고
영화 말아톤의 '초원이 다리는 백만불짜리 다리'라고 말하는 그런 이상한 발성은 어디서 나온걸까
초반엔 순간 한숨이 나올정도였으나 중반부터는 좀 사라지는듯 보이지만
연극 '톨스토이 참회록, 안나 카레니나와의 대화'같이 격조 높은 표현은 찾아볼수가 없다.

초반에는 대학교 졸업작품전을 내가 잘못 알고 예매한것인가?란 착각마져 들 정도였다.
아무튼 전체적으로 불필요하게 시설 좋은곳에서 하는 연극 같다. 그리고 110분 공연도 아니던데
뭘 그리도 화장실 미리 다녀오라고 떠드는지. 얼핏 보면 95분정도에 끝나던데

다 끝나고 속으로 '엄청 빨리 끝날걸 보면 잘 만들어진건가'라고 생각하고 커튼콜 다 끝난 후
극장 밖을 나와 좀 걸으며 시계를 보니 그제서야 100분(4시40분)이 넘어서고 있었다.

결국은 잘만들어져서 빨리 시간이 간게 아니고 그냥 길지 않은 극이었다.
20분차이로 뭘 그러냐 할 수 있지만 대략 90분정도인 극들은 못 만들어도 왠만하면 버틸만 하지만
두시간 가까이 100분이상 되는 극들은 못 만들면 어느 순간 스테미너가 급격히 저하되면서
빨리 밖을 나가고 싶다는 충동이 생긴다. 이 연극은 자신들도 그 시간을 알았는지
오페라는 2시간 30분에서 3시간까지 되는것을 절반으로 줄여버린것이다.

집시의 삶도 마땅이 보여주는게 없고 카르멘이나 돈 호세도 디테일하게 묘사되지 않는다.
오히려 미카엘라가 이 극의 주인공처럼 극적인 히로인으로 묘사된다.

팜므파탈,옴므파탈 같은 특정 인물은 이유가 어떻든 대상의 목덜미를 부여잡는 카리스마를
표출해야 하는게 아닐까. 이런 올가미속에서 돈 호세같은 호구가 허부적거리며 침몰하는거고

소설을 읽지 않아서 모르겠는데 낭송하듯 읊조리는 대사(독백)가 많다.
오페라 노래 대사를 시처럼 읊조리게 연출한건가 그런데 그 대사를 왜 그렇게 못 읽지?
조금은 사랑스럽게 조금은 더 간절하게 좀 애원하듯 독백하면 안되나?
말로 하기 어려우면 차라리 멜로디를 섞어서 노래를 하던가
'초원이 다리는 백만불짜리 다리'같은 발성을 연출이 원했던건지 도무지 안되서 이정도에서 퉁!친건지

음향시설 좋고, 음악 좋고, 무대 좋고, 관객석 좋은 연극이었다.

출연 : 김병희, 서지우, 최나라, 강신구, 장재호, 김신기, 최진영, 이정훈, 강득종, 성동한,
       조용의, 박혜정, 노유라, 김동지, 오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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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시세상
연극.공연2023. 10. 9. 0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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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국악원에서 공연을 할때 특히 오늘같이 낮 공연일경우에
예술의 전당 미술관에서 미술전 한편 보고 갈수 있어서 좋다. 하지만 이곳에서의 공연은 비싸서 보기 어렵다.
마침 현대한국화전을 하고 있어서 기분 좋게 들렀는데 그림수가 생각보다 많지 않고
걸음을 멈추게 하는 작품들도 있고 지나치게 하는 작품도 있지만
문제는 보는 사람이 거의 없다는 것. 구입하긴 어려울수 있어도 외국 작가 작품들 돈내고만 보지 말고
한국 작품들, 팔기 위해 전시하는거 한자리에 모아놓은 이런 전시회는 발품을 덜고 많은 그림을 볼 수 있으니
관심을 갖어보는것도 괜찮아 보인다.

별주부전, 수궁전, 토끼전라고들 하는데 판소리는 수궁가지만 토별가라고 각색한 창극이다.
전체 내용은 크게 바뀐것은 없고 좀더 해학스럽고 현실을 약간은 풍적로 묘사했다는게
판소리와는 좀 다르긴 한데 현대어로 바꾸고 어쩌구 저쩌구 프로그램에 적혀있길래 좋은 현상이라 생각했지만
그다지 바껴있는거 같진 않고 내용을 각색하면서 현대어로 대본작업을 한정도로 보인다.
결론은 아이들이 보긴 어려운 고어와 한자들 투성이의 창극인데 아이들이 많이 보인다.
아이들용은 별도로 만들고 그러던데 부모들은 왜 이걸 아이들에게 보여주려 한것일까
뒤에 앉은 어린놈이 의자를 발로 툭툭 치고 기본적인 관람예의도 가르치지 않는 그 아이의 부모놈과 꽤나 잘 맞는 조합이 아닐수 없다.

제발 아이들이 보기 어려운것은 경고문구라도 좀 넣고 아이는 아이들 석을 별도로 마련해라
중간 중간 섞어놔서 시끄럽거나 산만해서 타인들 관람 방해하지 못하게
그리고 제목만 보고 아이들이 봐도 되겠거니라는 어리석은 부모가 되지 말자.

상황이 이렇다보니 풍자와 해학에서 빠질수 없는 약간은 노골적인 대사들은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다.
심지어 흔한 욕한마디 없다. 그래서 심심하고 산만하고 시끄럽기만 하다.
내용에 임팩트가 없이 떼창만 드럽게 많이하는데 어쩜 그렇게 소란스러운지

각색도 뭔가 어설픈데 구성까지 이상해서 무척 섭섭한 극이다.
국악은 오랜시간 수련의 결과들이라 웬만하면 실망하기 어려운데 실망스럽다.

국악에서 제일 특이한게 떼창, 민요든 뭐든 떼창이 서양과 같은 화음이 아니라
그냥 서로들 같은 음으로 불러댄다. 음량을 높이기 위해도 아니고 피날레 다같이 합창도 아니고
아무튼 국악의 합창은 항상 납득이 되지 않고 듣는것도 무척 거북스럽다.
(후렴구만 합창하고 각 대목은 한사람씩 하는 것을 말하는게 아님)

음향감독은 귀를 먹은것일까, 난청인가.
사람들의 노랫소리보다 음악 소리가 더 크다
다들 목청 터져라 소리를 질러대고 악기 소리는 이보다 소리가 더 크고

국립국악원은 국립극장과 비슷하면서도 음향쪽 설정이 늘 엉성하다.
왜 같은 국악인데 이렇게 다른것인지..

그지같이 소리만 크게 하지 말고 조화를 좀 찾자. 떼창도 좋고 다 좋으니
가사를 들을 수 있게. 관계자들 너만 들린다고 다가 아니다. 관객의 귀에 쏙쏙 잘들려야지

노래 자막이 나오는건 좋으나 무대 양옆 맨 끝의 모니터에 나온다.
이걸 보라는걸까? 무대 감독이란놈은 도데체 무슨 생각을 하는걸까
국악은 대부분 국가에서 지원하는것이니 대충 하면서 돈만 받으면 땡이란 건지

배우들과 아주 가까운곳에 자막 넣어서 머리를 돌리지 않으면서도 가사를 이해하고 듣고 보고 싶도록
셋팅 하고 싶은 충동이 안생기나

이런 그지같은 세팅들을 해놓고 아이들은 왜 받은걸까
난청생기고 두통오기 딱 좋은 구성

좀 관객입장에서 생각하자. 요즘 한국 경제를 말아먹으려고 온갖짓거리들 하고 있는데
이중에 한국 문화가 없을거 같냐?
국악 지원금 줄이면 순식간에 사라질 풍전등화같은 존재라는걸 알고 있다면 안주하지 말고
공연예술로서 대중성을 잃지 않도록 고민에 고민을 거듭 해서 어떤 정부가 들어서도 존립이 위협받지 않도록
경쟁력을 갖췄으면 좋겠다.

그리고 적어도 새로운 창극이라면 전국 팔도 사투리좀 넣고.
어떻게 아직도 전라도 사투리만 넣고 창극을 만드는지 에휴

출연 : 아주많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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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시세상
연극.공연2023. 10. 1.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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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더 깊어져가는 가을
한낮 태양은 어느계절을 막론하고 강렬하지만 그것도 잠시일뿐.

근래에 들어 다시 번아웃, 과로 등에 대한 이야기들이 많이 나온다. 정부 수장이 바뀐뒤로
주 32시간에서 36시간 채용공고는 눈에띄게 사라지고 길거리 시위는 날이 갈수록 거세진다.
하지만 친일매국노 세력의 힘을 얻어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는 정부, 아니 정부 자체가 친일매국노들인가?
눈떠보니 선진국이라는게 작년 초였는데 눈떠보니 일본.미국 식민지가 되어버린걸 보면 한국의 뿌리가 얼마나 나약한지 세삼 느끼게 된다.

아무튼 그러한 주제겠거니 싶어 보게되었는데 의외로 만석이다.
사회비판적인 연극은 생각보다 인기가 없는데 이날은 지인들을 초대하는 날인가싶었다.
(일요일 예매는 제법 자리가 많이 남아있었음)

아무튼 어색하거나 낯설지 않은 사무실을 표현한 무대
낯익은듯한 상사들과 직원들
특히 대표라는 사람의 그 넉살은 어느 회사를 막론하고 다 비슷한거 같다.

다만 비품을 훔쳐간다거나 하는건 솔직히 본적없어서 모르겠다.
볼팬같은거 쓰다가 실수로 필통에 넣은게 딸려온적은 있지만 인위적으로 가져간다?
커피나 복사지도? 버려지는 이면지는 집에서 연습장으로 쓰려고 가져온적은 있는데
프리랜서도 중간에 계약파기 했다고 비품을 가져간다? 이건 범죄 아닌가

글쎄 이런 불필요한 과장은 우울한 현실을 잠시 웃음으로 넘기자는 작가의 의도였을까 연출의 의도였을까
관객들의 반응을 보면 충분히 잘 먹히는거 같다.

하지만 나는 보는 내내 대부분을 웃을수 없었다.
대표나 임원의 태도도, 사원들의 불만도 모두 내가 겪어왔던 일들이고 겪고 있는 불합리한 것들이기때문에
연극 속 저들의 행태가 곧 나라는 착각에 빠져들어 웃기보단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슬픔을 유도하는 연극이었다면 눈물이 흘렀을지도 모른다)

어떤 배우의 수많은 손(천수)가 대표에게 법규(?)를 날리는 걸 보면 나도 저랬으면이란 간절함마져도 생긴다.

그리고 또하나의 주제가 플랫폼 노동자들의 현실도 꼬집는다.

이곳에 종속되어 헛점을 교묘히 이용하는 소비자들과 중개업체(플랫폼사업자)
그 속에서 고통받는 노동자들
한국의 프리랜서들의 가장 큰 고통은 고용된 노동자로서의 법적 보호를 받아야 마땅함에도
업체와 업체간의 거래로 생각하는 현행법에 문제가 크다. 이것때문에 프리랜서들은 모든 법정 분쟁을 혼자서 해결해야 한다.

이것은 법으로 근본적인 부분이 바껴야 함에도 아직까지 바뀌지 않고 있는것은 이들이 힘을 합치기 어려운 문제때문일수 있다.
하지만 이제는 뭉쳐서 목소리를 높여야 할 때로 보인다. 플랫폼 사업자들은 더욱더 생겨날테고 이들은 노동자들에게
어떡게든 빨대를 꼿으로 할것이기때문이다. 지금도 수많은 곳에서 발생하고 있고 사건들로 터진 후에나 조금 바뀌는
시늉만 할뿐 법적으로 바뀌지 않아서 항상 반복되고 힘없는 노동자들은 고통받는다.

젊은 세대에게 직면한 일들이니 모든 젊은 세대들이 나왔으면 하지만 왜인지 이들은 의외로 잘 안나온다.
아르바이트, 경력을 쌓기위해 낮은 대우와 부당한 대우에 직면한 세대임에도 이들이 거리로 나오질 못한다.
눈 떴으면 좋겠다. 여가부 폐지한다고 해서 표를 줬는데 폐지 안한다면 당연히 거리로 나와서 공약을 지키라고 항의해야 한다.
업주가 횡포를 부린다면 법을 바꿔달라고 거리로 나와서 입법부에 항의해야 한다.
자신이 부당한 대우를 받고 있다고 생각하면 나와서 직접 바꿔야 한다. 이건 투표만으로 해결되는 문제는 아니다.
대의민주주의는 예전같이 정보통신이 빈약했을때나 있던것이니 직접민주주의로 가는 그 발판을 우리 젊은 세대가 만들어야 하는 시대가 온것이다.

이 연극은 한국의 노동자들이 직면한 문제들을 해학스럽고 날카롭게 꼬집는다.

나 역시 앞으로 20년은 계속 일을 해야 하는 처지라서 관망할수 없지만
요즘 병원도 다니고해서 회사를 관두기 적절한 시기기때문에 지금 다니는 회사조직의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어졌지만
그런만큼 다른 부담도 생겼기때문에 '인간의 스트레스는 항상 연이을수밖에 없나'란 상념에 자주 빠지곤 한다.

실랄하게 사회를 비판하지만 많은 관객들의 웃음소리가 들려오는것은 아직 이 사회에 희망이 있다는 의미로 해석될수도
있기때문에 아직은 희망의 끈을 놓을필요까지는 없어보인다. 희망이 현실이 되기위해서는 사람들의 많은 노력이 필요할테고
그 주축은 젊은 세대가, 뒤에서 물신양면으로 지원은 기성세대가 하며 조금은 더 괜찮은 한국 사회가 되었으면 하는 기대감도 생겨난다.

그런데 묘한 마무리는 또 다른 느낌을 자아낸다.
그 끝은 얼마전에 본 '꽃신 신고 훨훨'이란 상여소리 관련된 공연이 스친다.
인간이란 유기체는, 지구상의 모든 유기물은 왜 생겨난것일까.
부폐, 분해되기 쉬워서 백년이면 흔적 마져 사라지는 없다시피한 존재인데 무엇때문에 무기물들 사이에서 튀어나온거걸까

너무 짧게 생겼다가 사라져서 관측이 안되는 암흑물질이 바로 순간의 열정으로 사라져가는 인간이 아닐까

너무 슬퍼서 웃을수 없고, 10년이 지나도 웃을수 없을거 같은 훌륭한 연극이었다.

출연 : 강혜련, 김수아, 김선호, 박세정, 양나영, 임영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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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시세상
연극.공연2023. 9. 24. 2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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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이 예쁜 계절이 오고 있다.
사계절이 뚜렷해서 이런점은 좋고 안좋은것은 사람이 조급해진다는 것이겠지.
올 겨울은 어떠려나.. 내년 봄엔 어디로 이사를 해야 할까

오늘 하루는 저 넓은 하늘을 만끽해본다.

미술관은 날짜를 잘못 봐서 실패, 혜화동까지 걷다가 커피숍에서 책 몇장읽으니 연극시간이 다되어
터벅 터벅 극장 관객석에 앉는다. 지정석이었기때문에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정해진 자리에 앉으면 된다.

그런데 만석이다. 이렇게 관객이 많을만한 연극인지는 모르겠지만
근래에 한시간 남짓되는 짧은 연극들 천지에서 사람들의 이벤트용으로 어느정도 괜찮아보인다.
지난주같이 너무 이상하지도 않고 주제도 누구나 생각봄직하기때문에 어려움도 없다.

연극의 매력을 충분히 느낄수 있는 좋은 연극인데 다르게 보면 그 만큼 식상함이 있다는 의미일수 있다.

전쟁을 알리기 위한 사진작가와 글작가(총칭 종군기자라 하나?), 출판사 뭐 기본적인 설정은 그러하다.

예전에도 논쟁이 한창이었던 기아에 숨이 멎으려는 아이와 그 옆에서 기다리는 독수리
그 장면을 찍는 사진 작가. 하지만 이 작가는 결국 자살하고 만다.

가끔은 나도 모순된 상황을 어떻게 받아드려야 하는지 고민에 빠지곤 한다. 이러한 현실을 세상에 알리기 위해
참혹한 사진들을 있는 그대로 찍어 배포하는 어떤 사명감과 인간의 감정으론 구출을 먼저했어야 하는것인지 모르겠다.
어느쪽이던 인류애가 없다면 할 수 없는 일들로 나같으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그자리를 피했겠지.

이 연극은 이러한 상황도 표출하지만 왜 이들은 전쟁터로 카메라를 지고 떠날수 밖에 없는것인지
숙명같은 주제를 말하고 있다. 해야 되는일, 나 말고도 할 사람들이 없는것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해야 하는 일
이것으로 일반적인 생활을 꿈꾸는 이들과의 묘한 갈등과 대립 그리고 연결될 수 없는 각자가 추구하는 삶들 속의 오해들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극한 상황이 아닌 일상이라도 흔하게 발생한다.
꼭 사회에 이바지해야 한다는 어떤 사명감이 아니라 나의 단순한 삶 속에서도 상대가 이해하기 어려운 나만의 지켜야 할 무엇이 있다.
이것들은 수많은 갈등을 유발시킨다. 그렇더라도 나는 그 길을 갈수밖에 없다. 아니 모든 사람들은 자기만의 길을 떠날수밖에 없다.

아마도 어쩌면 모든것을 포기할 수 있는것은 자식이 유일할수 있을것이다. 자신의 삶을 이어갈 세상에서 유일한 존재라서
잠시 자신의 길을 멈출수 있는 것일거다. 언제가 나의 자식이 내가 가던 길을 가고 있을테니
하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많다. 자식이 없다면 더욱더 그럴 수 있다. 세라가 결혼 하자마자 잘못된 판단이란 사실을 깨닫고
바로 종군기자생활로 돌아갈수 밖에 없었던 자신만의 숙명을 따라가듯

모든 사람들에게 자유로운 삶의 의지가 있다는 것은 살아가면서 자신만의 길을 만들고
그 길을 가도록 스스로에게 의무감을 부여하고 지키기 위해 뇌에 각인하는 과정일지도 모른다.
이럼에도 인간세상의 많은것이 발전할 수 있었던것은 놀라지 않을수 없다.

내용이나 전개는 생각보다 식상하지만 늘 생각하던 주제였기 때문에 무언가 반가움이 있는 연극이었다.
두시간 남짓 되고 식상한 주제라도 지루함 없이 끝까지 집중이 잘 된것은 훌륭한 배우들과 연출의 노고에서 비롯된 것일거다.
자리가 좀 불편하지만 소극장의 종특일수 있지만 연우소극장은 관객석이 사각형생김세에 두면을 관객석으로 사용하기때문에
아무래도 일반적으로 정면에 배우가 있는 구조보단 불편함이 있었다.

아무튼 연극을 볼때 연극을 보고 있다는 기분좋은 느낌을 받게하는 좋은 연극이다.

그런데 다른면 관객석은 엄청 촘촘히 관객을 앉혔던데 초대권석인가? 좀 심하게 붙여놨던데..

출연 : 정윤경, 이승헌, 이종무, 김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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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시세상
연극.공연2023. 9. 10. 2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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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연극을 보는거 같지만 두달도 되지 않았다.
이번 두달은 그 동안 겪어보지 못한 일들을 겪었고 앞으로도 좀더 남았지만
그럼에도 연극을 볼 수 밖에 없는 것은, 연극 보는걸 좋아기때문이고 휴일인 지금 즐길만한게
미술관 아니면 연극정도밖에 없기때문이다. 무엇인가 새로운것을 해보려 계획해보지만
아직 새로 무언가 한다는것은 조심스럽다.

아르코 극장은 전체적으로 좋은 극장인데 왜 이렇게 연출을 한것인가.
방향이 없다. 아니 없는것처럼 꾸며졌다.
엄밀히 따지면 3방향의 시점이 존재하지만 어느쪽도 별볼일 없이 벽을 보고 있는듯한 구성이다.
답답하다.

그리고 자막은 극장 가장 높은 곳에서 나오고 있다.
(이걸 설치한 놈은 관객의 목은 아랑곳 하지 않았던것일까)

기본적으로 관객과의 소통을 무시한 자기들의 자위하는 연극처럼 느껴진다.

관객을 바로 옆에 두고 목청이 쉬도록 소리를 지른다.
그것도 시작부터 끝까지 계속 이곳 저곳에서 질러댄다.
하지만 내 시야에 들어오는 경우는 극히 드믈다. 왜냐면 나는 총 3면의 시야중 한곳을 바라보고
무대는 총 4곳이었기때문에 배우들이 시야에 들어오는 확률은 25%에 불과했기때문이다.

입체감따위는 개나 줘버린 어지러운 구성이다.
배우들을 좀 보려고 몸을 돌리면 다른 관객이 있어서 민망하기때문에 그것도 쉽지 않다.
어쩌면 연출은 관객이 귀로 듣기만을 바랬을지 모르겠다. 이럴거면 차라리 낭독극을 하던가.

수어는 수화를 말하는거겠지? 그런데 연극도중에 한번도 못봤는데 누가 했다는 걸까.. 누군가 했겠지
누구에게 했을까.. 왜 했을까.. 그렇게 고래고래 소리지른것이 청각이 좋지 않은 사람들을 위해서였을까

상황이 이렇게 난잡하다보니 집중이 전혀 안된다. 내용 자체도 그다지 깊지 않은데 산만하기까지 해서
졸음이 밀려온다. 배우들이 아무리 소리를 질러대도 졸음이 밀려온다.
하지만 졸진 않았다. 조는 사람들을 봤을뿐이다.

왜 이렇게 훌륭한 배우들의 목소리를 낭비하도록 구성되었을까
끝무렵에는 목에 무리가 왔는지 힘이 풀리는 소리마져 들려온다.
(배우들은 목소리 관리도 잘하고 아껴야 하는데 이렇게 낭비하면 나중에 후회할지도)

아무튼 무슨 내용인지 지금도 잘 모르겠다.
중간까지는 죽은 개를 찾기 위해, 혹은 자신을 위해 애썼던거 같은데
나중엔 개가 주인을 생각하는거 같기도 하고

솔직하게 말하면 전혀 관심 가지 않는 대화들의 연속일뿐이었다.

그런데 퀴어는 뭔소릴까? 극중 누군가 LGBT중 한가지였나?

좋은 극장에 훌륭한 배우들이던데 안타깝다. 어쩌면 이해 못한 내가 안타까운것일지도..

그런데 우낀것은 110분이란 시간이 그리 길게 느껴지진 않았다는 것
초반 설명하는데만 20~30분을 사용했으니 그럴지도..

한국 작품인데 왜 다들 외국 이름들이지? 한국 작품이면 한국이름 쓰면 안되는건가
모두 외국 이름이라 원작이 외국것인가해서 찾아볼까했더니 한국거였나보다.
2017년 초연때는 80분 작품? 늘어난 시간을 초반 설명으로 다 사용한건가
그만큼 관객들이 혼란스러웠다는것일지도 모르겠다.

연극 보는것 자체가 취미인 사람들이야 가끔은 이런 독특한것을 보는 맛도 괜찮은데
큰맘먹고 연극이란 장르는 즐겨보려고 온 사람들에겐? 글쎄 어떤 인식을 심어줄지....

그나저나 문화릴레이 할인을 해주길래 기존에 봤던 해당 티켓을 들고 갔더니 도장을 찍어준다.(관련 티켓은 적지않은편)
고작 20% 할인 해주면서 엿같은 생색을 내다니(고등학생도 아닌 대학생들은 40%나 할인해주는데)
같은거로 여러번 할인혜택을 받은 사람이 있었을까. 그러면 좀 안되나.. 4만원씩이나 하는거 고작 8천원 할인해주는건데
남들이 보면 한 50%는 할인해주는줄 알것네 에휴.

출연 : 최승미, 최순진, 조경란, 전박찬, 이리, 박수진, 박경구, 김효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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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시세상
연극.공연2023. 8. 6. 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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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7월이다. 올 초가 엊그제같은데 이제는 여름휴가와 연말을 바라보는 시기라니
장마가 한창이지만 잠시 뜨겁고 습하다 그래서 선풍기 틀고 잤더니 비염이 생겨 훌쩍인다.
나는 왜 선풍기 바람따위에 비염걱정을 해야 하는걸까

위시 리스트, 받거나 사고 싶은것들. 각종 행사때 서로 주고 받는 선물같은 류라는데
어느때부턴가 선물보단 행동, 바람 같은것으로 바뀐거 같다.
연극에서는 먹고 싶은것, 사고 싶은것들을 적는다. 하지만 제목과는 다르게 그 비중이 높지 않다.
그리고 큰 의미도 갖지 않아 보인다. 원작도 그런것인지 감독이 각색한건지 모르지만
희곡을 다 쓰고 제목을 그냥 적은것 마냥 스쳐지나갈뿐이다.

강박장애가 있는 오빠(딘)와 돌봐주는 여동생(탐신)
탐신은 아직 미성년자 같고 오빠는 고등학교를 졸업한 성인같아보이지만 구체적으로 명시되진 않는다.
하지만 희곡 자체가 청소년들 복지의 사각지대를 표현한다고 하니 저들중 적어도 탐신은 미성년자로 보인다.

영국은 장애자 복지가 좋을까. 한국에서 장애자가 일을 안하고 먹고 사는것은 궁핍한 생활 그 자체일텐데
'코스코스'라는 이상한 죽같은걸 먹는것을 보면 아마도 이곳의 복지 역시 별반 달라보이진 않았다.

나보다 형편이 훨씬 안좋아보이는 저 남매를 보며 내 삶도 크게 다르지 않다는것에대한
동질감을 느낄수밖에 없었다. 저들이 적고 있는 위시리스트 역시 내게도 존재한다.
나 또한 하루 일정시간만큼은 반드시 일을 해야 하고 이것을 못할경우 사회복지가 좋은것은 아니기때문에
다른 생존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저들은 노동력 상실로 복지 혜택을 받았지만 그것이 좌절되자 탐신이 곧바로 일자리를 구한다.
그로 인하여 오빠는 홀로남게 되니 강박장애로 더욱더 괴로워 한다.
악순환의 연속으로 한 가족의 삶은 무너지는것이 혹은 이미 무너진 가정으로 묘사된다.
대학은 꿈도 못 꾸고 일자리는 제로아워(일한 시간만큼만 주고 안정된 자리도 아님)계약으로 하루 하루 연연하게 된다.
(제로아워라고 표현하지 않지만 찾아보면 그렇게 나온다. 요즘도 그럴지 모르지만 얼마전까지 한국의 중노동 시장에서
아침마다 "누구누구 몇명" 승합차에 몇명 태워가는 일회용 일자리와 비슷한 시스템인거 같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제법 오래된건데 '제로아워'라는 말은 생소한것을 보면 국가간 시스템을 일반적으론 얼마나 모르고 사는것인지)

아무튼 그렇게 고단한 일상속에서 이들의 삶은 삶이 아닌게 된다. 어차피 회사라는 조직에서 한 인간은 기계 부속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취급을 받는데
이 가족의 삶은 짧막한 휴식조차 용납안되는 쳇바퀴속에서 고통받는 시간을 지낸다.

더욱더 비극적인것은 중간 중간에 약간의 사건 아닌 사건들이 발생하지만 그 무엇도 이들의 삶을 바꿔놓을수 없다는 것이고
저들의 세계는, 우리의 세계는 아무런 일 없듯 그대로 지나가고 있다는 것이다.

수십년전, 수백년 전에는 상상조차 안될 정도로 엉망이었을까란 생각을 해보면 그것도 그렇지 않다.
그때나 지금이나 인간이 표현하고 실행할수 있는 그 상태, 진화되지 않는, 지금보다 나아지지 않는 그대로를 계속 반복할뿐이다.

탐신의 미래가 나의 미래고 우리의 미래일수 있기때문에 이 희곡은 많은 상상을 자아내도록하는 멋지고 훌륭한 극이지만
암울하고 눅눅한 미래만이 상상되어 뒷맛이 산뜻하지 않은 섭섭함만이 남는다.
어차피 밝은 미래가 오기 쉽지 않다면, 극 속에서만큼은 해피엔딩으로 끝내주면 안되는 거였을까..

쥐구멍에 볕 들면 쥐들은 다른 구멍으로 이사가야겠지만 그렇더라도 볕 드는 상상 한번쯤은 해도 되는거 아닐까

출연 : 이정현, 송현섭, 차준규, 지남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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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시세상
연극.공연2023. 7. 9. 2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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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평일에 공연을 본다는건 쉽지 않다.
7시30분 공연인데 회사 반차를 사용하지 않으면 볼 수 없을만큼 회사가 먼곳에 있다니 에휴
게다가 오늘의 주제는 죽은 사람을 떠나보내는 상여소리다.

비도 추적추적 내리고 주제도 그렇고 지금 내 처지도 별로인 하루

어떻게든 시간을 맞춰 입장해서 기다리는데 국립극장과 느낌이 비슷하다. 하지만 무대가 높지 않아서
적어도 출연자들의 발을 못보는 사태가 벌어지지 않을거 같아 안심아닌 안심이 된다. 물론 이번도 맨 앞자리

요즘은 노안이 와서 안경을 새로 맞추는것도 좀 그러다보니 버티고 있어서 가까운곳과 먼곳이 잘 안보인다. 그래서
맨 앞자리가 가장 좋은거 같다.(맨 앞자리를 늘 선호함) 오페라망원경이라도 사야하는건가.

이 공연은 내용 만큼이나 서글픈 제목을 지녔다. 순전히 제목만 보고 꼭 봐야겠다 싶었던 공연
아련하고 후회스럽고 슬픈 제목..

남자는 꽃신 신을 나이쯤 무슨 생각을 할까
여자는 꽃신 신을 무렵 무슨 생각을 할까

사람으로서 미래에 대한 기대와 흥분으로 밤잠 못잘때가 꽃신 신을날(결혼)이 아닐까
이후부터 일반 사람들은 죽을때까지 수많은 걱정과 고생, 고뇌, 고통속에서 살아간다.
그리고 그렇게 고단한 삶의 마지막을 보낸다.

이 제목은 그 고단함을 저승가는 길이라도 가볍고 홀가분하게 그리고 그때 그 기분으로 가시길 기원해주는거 같다.

지금 세대는 어떤지 모르겠지만 나는 결혼을 하지 않았기때문에 부모로서의 짐을 알지 못한다.
하지만 나를 키워주신 할머니께서는 아파서 앓아누우셨을때 항상 '아이고 어머니'라며 할머니의 어머니를 찾아셨다.
어머니를 찾을만큼 그리움의 대상이기도 하지만 그만큼 힘드신 삶을 살아오셨으리라.
돌아가시고 안계신데 처음 혼인할때 신으신 꽃신을 신고 홀가분하게 가셨길 보고싶은 그리움을 담아 기원해본다.

외국도 다 비슷한건지 타국의 장례문화를 본적 없어서 모르지만
한국은 산사람을 위로하고 죽은자의 미련을 벗게 해주는 품격 높은 장례를 보여준다.

이토록 격조있으면서도 무겁지 않고 그러면서도 경박스럽지 않은 장례가 또 있을까
내가 상여를 본것은 아마도 나의 할머니 상여가 마지막이었을거다. 당시엔 지금처럼 병원에서 치루는 장례는 없었기때문에
집에서 모든 장례를 끝마치고 장지까지 몇백미터정도 상여로 모셨던거 같은데
그때 소리하는 분도 계셨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다 이렇게 잊혀지는거겠지.

각 지역마다 장례가 조금씩 다를텐데, 이 공연은 지역마다 장례에 나오는 소리와 공연을 선사한다.
어느지역은 품바같은 사람들이 나와서 슬픈 분위기를 돌려놓기도 하고

판소리 대목도 나오고 단가도 나온다.

전체 구성은 서도소리로 시작해서 경기도를 지나 진도 다시래기(?)로 맽음된다.
전체 80분정도의 길지 않은 공연인데 한곡 한곡 끝날때마다 각기 다른 색채로 지루할틈이 없고
약간은 기분전환도 되는 것들이 중간에 들어가 있어서 한국의 희노애락을 장례에 담는 기분마져드는 공연이었다.

그러나 국립극장(해오름)과 무척 비슷한 느낌이지만 음향은 좀 후진듯하다.
거의 비슷한 맨앞 왼쪽에 앉아있었는데 국립극장과는 다르게 약간은 먹은 소리와
과할정도로 큰 소리는 극장 크기에 비하면 좀 심하다 싶을정도다.

국악을 위한 극장 아니었나? 왜 이러지? 창자들의 갈고 닦은 견고한 소리를 듣기엔 많이 부족해보이고
밸런스가 좋지 않아서 악기들과의 조화도 그다지 좋지 않았다.
그래서 꽹과리와 징만 살살 치며 하는 회심곡이 훨씬 품격있게 느껴진다.

다시래기를 볼때는 진도에서는 그런가보다 하겠지만 흐름에는 뭔가 맥을 끊는 느낌도 든다.
(예전에는 지역을 돌며 공연하면서 약팔는 공연단체가 있었는데 그런 느낌같이 좀 붕떠이는듯) 

무대의 깊이가 엄청나던데 꼭 그렇게 안쪽에서 시작을 해야 했을까란 아쉬움도 따른다.
최대한 앞쪽에서 관객과 눈을 좀 맞춰주지..
소극장 공연을 많이 보다보니 이런점에서 특히 아쉬움이 크게 느껴진다.

이토록 슬프며 점잖고 격조을 갖춰서 품격있게 죽은자를 위로하고 산자를 다독이는 장례문화가 있었다는것은
한국의 큰 유산이지만 병원에서 인스턴트화되어 모두 사라지고 있는것을 보고 있자면
자본의 논리앞에서 힘없이 무너지고 사라져가는 문화들이 상여소리만큼이나 서글프고 처량하고 애처로워진다.

꽃신을 처음 신던, 설래이는 그 시절로 돌아갈수 없다면, 후회없이 훨훨 날아가시길....

출연 : 아주많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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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시세상
연극.공연2023. 6. 25. 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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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 시작이라 습기와 온도가 엄청나다.
이렇게 올 여름은 한 중간으로 접어든것일까.. 여름엔 뭉게구름을 볼수 있는 계절인데
언제부터 뭉게구름을 보기 어려워졌다. 왜일까. 기후가 바뀐걸까

산조. 느리게 시작해서 피날레는 빠른 템포로 끝을 맽는다고 한다.
긴장, 의식, 감정의 흐름같다고 할까..
폭풍전야라고 해야 할지
3막12장으로 구성되어있다고 하지만 신경써서 구분하려하면 구분되겠지만
의식의 흐름을 무우 자르듯 자를수 있겠는가. 유야무야 물 흐르듯 전향된다.

특별히 이해된다거나 의미가 보인다거나 하진 않지만
순수한 감각만을 추구하는 듯 뛰어난 시청각을 자극해준다. 그렇다고 눈을 감는 오류는 범해서는 안된다.

이것을 전통 무용이라 할 수 있을까. 과거로부터 이어져온 것들이 융합되었더라도
현대적으로 표현했다면 현대무용이지.. 물론 현대의 감각 표현이 현대인들에겐 더욱더 이해도를 높이는데는 큰 역활을 하겠지만
이건 또 다른것으로 추상예술처럼 공연예술 특히 현대 무용은 난해하고 이해가 안된다.
차라리 오래전의 무용들이 훨씬 직관적으로 특징을 명료하게 뽑아내어 추상예술의 극을 보여준다고 할수 있다.
(현대 예술을 추상보단 개념예술이라고도 하던데 개풀뜯어먹는 소리같다.)

언제부턴가 느껴지는 한국 무용의 극단적으로 절재된 움직을 보여주는 1막 '중용(中庸)’
물론 모르겠다. 이 작품의 제목이 왜 '중용'인지도 모르겠다.
중용으로 시작했으면 다음은 극단(極端)은 순리일까 여하튼 분할되어 치우침을 상징하지만 이 역시 모르겠다.
이렇게 분할되어 격화된 상태에서 다음은 순화되어 중도(中道)를 맞이하게 되니 소나타 형식 같다고 해야 할지
그러나 최 후 의 평온함을 찾아보긴 어렵다. 폭충 전야는 있을수 있지만 폭풍 후의 평온을 기대하긴 어려운데
산조도 그렇고 소나타도 그렇다. 인간사 끝자락에 평온함을 찾을수 있는 자 몇이나 되겠나..

표현이 무척이나 매끄럽고 정갈하며 고급지다. 다만 맨 앞좌석이라 저들의 움직임을 한눈에 바라볼수 없다는것이
흠이라면 흠이며 좋은 좌석은 언제나처럼 가격도 비싸지만 그마져도 구하기 어려워 공연을 보는 내내 아쉬움이 따른다.

공포영화는 사운드가 생명이라 했던가. 이 공연 역시 음향이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거 같다.
독특한 긴장감과 북소리 특유의 박진감(이래서 예전 군대들이 북을 놓을수 없었겠지) 그리고 한국 음악의 독특하고 미친 훅

이 모든것들이 조화로워 보이지만 역시나 좌석이 똥이었기때문에
(이런 좌석은 시야 제한석으로 저렴하게 내놔야 하는거 아닌가? 맨 앞좌석인데 무용수들의 발을 볼 수 없을정도로 무대는 높고 좌석은 낮다)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은 앞쪽 몇줄은 왠만하면 선택하지 않는것을 권장한다. 차라리 중간쯤 구석탱이가 훨씬 좋을수 있다.

하지만 음향쪽은 감동이었다. 이렇게 편향된 좌석에 앉았음에도 음악의 감동은 미친듯 밀려온다.
보통 이렇게 한쪽으로 치우친곳의 단점중 하나가 음향 밸런스가 무너지는것인데 결코 그런것이 보이지 않는다.
국립극장 시설이 좋은것일수도 있지만 견고하고 치밀하게 제작하였다는 것으로 관객의 입장을 충분히 고려한것이다.

연이어 여러번 볼정도까지는 아니지만 매년 한번씩은 보고 싶어지는 공연이 아닐수 없다.

하지만 가슴속 깊이 자리잡거나 하는건 나의 이해력 부족으로 그 정도까지 깊게 접근하진 못한거 같아서
보는내내 아쉬움이 들었다. 새삼 국립현대미술관이 가고 싶어지는 것은 왜였을까..

출연 : 국립무용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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