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어리2019. 9. 7. 2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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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을 예매했기때문에 나오긴 했는데 이런날엔 언제나 한가롭다.
그래서 좋긴 하지만 강풍에 우산은 있으나 없으나

그럼에도 간만에 여유로운 공원의 풍경이라 비 맞으며 앉아있는것도 나쁘지 않다.

걷고 싶은 날이었으나 비때문에 하는 수 없이 급히 버스 타고 집까지 왔는데
집 근처 어느건물엔 만신창이가 된 어떤 처자가 그려진 현수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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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시세상
연극.공연2019. 9. 7. 2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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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이 한반도에 상륙했음에도 연극은 멈춤이 없다.
하지만 내 우산은 이리꺾이고 저리꺾여 오늘 내일하는 것이 폭풍우 한복판에 서있는 촛불신세같다.

엔드게임?
추리물인가?
스릴러? 호러?
적어도 코믹이나 멜로와는 거리가 먼 제목

리플렛-전단지-도 없고(리플렛도 없이 프로그램을 별도로 파는 연극은 초대권이 많이 나갔다는 소린지)

근로자 할인으로 구입했다고 확인하기 위해 명함을 보여달라고 하질 않나..
(이 연극은 백수 할인은 없다. 연극이 부조리하다고 티켓까지 그러면 좀 이상하지 않나
가격 할인 정책중 늘 희한한 할인중 한가지가 근로자 할인?
뭘까 연극 액면 가격을 낮추긴 죽어도 싫다는 의지의 표명이란소린지)

보통 명함을 받으면 나중에 홍보 문자라도 보내기 위해 보관할텐데 돌려주는건 또 뭔지.

아무튼 적당한 자리에 앉아 약간 젖은 몸을 말리며 공연을 기다려본다.
무슨 연극인데 저 사람은 저렇게 서있는걸까?

연극은 아무일 없듯 그냥 시작한다.
혼자 분주하게 이리 저리 움직이지만 유독 높은 창문이 눈에 띈다
감옥같은 형상을 한 어두침침한 이곳은 어디일까

점점 인물들이 살아나듯 등장하지만 저들은 또 무엇인지

이 연극을 한국에서 처음 보는 한국사람이 연극이 무엇을 가르키는지 알 수 있나?
1950년대에 영국에서 초연을 했다는데 그 시대에 맞춰진 연극인가?

한명은 앉지를 못하고 한명을 서지를 못하고 볼수도 없다.
하지만 서로 그다지 보완적인 관계같아보이지도 않는다.

세상 탓을 하지만 그것을 바꾸려고 하지 않는 범민의 모습만이 저들에게 보일뿐

그 외 부모가 각각의 통(쓰레기통)안에 있는데 어떤것을 상징하는지도 모르겠다.

끊임없이 이야기를 하는 두 사람. 서로의 대화엔 무엇인가를 가르키는거 같지만
막상 귀 기울리면 막상 별뜻은 없다.  클로브(Clov)는 하인같지만 햄(Hamm)과 그다지 수직적인 관계같아보이지도 않는다.
서로의 관계에 충실할뿐, 힘없는 고용인과 피고용인 같아보이기도 하고

그런데 정작 무엇을 말하려 하는지 그 요점이 다가오질 않는다.
끊임없이 궁시렁궁시렁. 불만과 합리화 만을 처음부터 끝까지 늘어놓는다.

전개가 이러다보니 집중도 안되고, 처음엔 좀 색다르다 싶었지만 금세 집중이 흐트러진다.
한국의식에 맞아보이지도 않고 초연당시의 사회상이 어떤지도 모르겠고
작가는 무엇을 말하려 하는지(부조리극이라 하지만 예술이란게 그 시대를 반영할수밖에 없으니
1950년대의 전쟁 직후의 모습일수 있지만 이것을 지금 그대로 표현했을경우 와닿기엔 무리가 있지 않을까)

아무튼 가장 인상적인것은 높고 작은 창문
창문을 열고 닫는게 힘겨워 보이지만 이부분이 내 현실과 가장 가까워 보인다.

무엇인가를 접하기 위해 무던히 애쓰지만 막상 보이는 세상은 극단적인 단편만을 본다.
그 좁은 면만을 보면서 꿈과 희망을 키우지만 헛된 희망이란것을 뒤늦게 깨달을 뿐이다.

그러나 이 연극이 이런면을 부각하는것도 아니다.
저 너머엔 무엇인가 있으나 클로브(Clov)를 제외하곤 모든 사람은 그 자리에서 볼수도 없고 보려하지도 않는다.
아니 보고 싶어도 볼 수 없게 바껴버린 것 일수도 있다.

결국 클로브는 그 곳을 나가지만 무엇이 그를 맞이할지는 알 수 없다.
이곳도 지옥이고 저곳도 지옥일경우 보통은 낯선 저곳을 가진 않을텐데

나는 아직도 궁금하다.
햄이란 사람과 그의 부모들
작은 창문으로 빛이 들어오지만 볼 수 없다
문은 있으나 나가지 못한다.

전쟁 직후의 영국 모습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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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시세상
연극.공연2019. 8. 31. 2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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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청전을 모르는 한국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테니 별다는 배경지식없이 접근할수 있다.
(한국사람이 외국 작품을 접할때 이해 안되는 부분이 있듯 아마도 외국사람이 이 작품을 보면
좀 이해 안되는 부분이 있을수 있겠지만 원작에서 일부를 발췌한것이니 원작을 보면 되겠지)

조금 각색을 했겠거니 생각하고 시원한 초가을을 만긱하다가 극장에 앉아서 무대를 보니
별다른 생각이 들진 않는다. 다음달부터 판소리완창 시리즈도 시작하고(심청가는 없음)

그렇지만 혼자 목터져라 소리하는게 아닌이상
훨씬 드라마틱하고 다양하게 꾸밀수 있어서 흥미있을거란 생각이었다.

물론 중간에 걸죽한 판소리 몇대목 나올거라 생각했지만
이 모든게 큰 오산이었다.

그냥 정극이다.

국악도 없고 판소리 심청가 냄새가 전혀 안난다.
아이일때 교과서에서 봤던 소설 심청전같은 느낌으로 판소리라는 장르의 독특함은 어디에서도
볼 수 없이 연극 그 자체일뿐이다.

다만 차잇점이라면 이미 모든 줄거리가 머리속에 들어있고 근래 판소리 보러 다닌다고
대사집을 통으로 여러번 읽기도 하는 통에 비교적 상세한 내용들을 알고 있는 정도랄까?
(판소리볼때 자막을 개놈들이 안틀어줘서 대사집을 안보면 알아들을수 없음)

그런데 내용이 처음부터 좀 다르다.
심청이가 아직 팔려가지도 않았는데 뺑덕이네가 나오고
(여기 나오는 여성들은 모두 뛰어난 미모를 지니고 있어서 판소리의 뺑덕어멈보단 영화 '마담뺑덕'이 생각남)

심청이의 정인도 나오고 그 정인을 좋아하는 여인도 나온다.

원작과는 제법 다르지만 현대적 시각에 맞춰서 각색됬다고 할까?
심청이는 인당수에 빠져 목숨을 버리기엔 아무래도 망설여지니 다른곳에서 공양미를 구하려 애쓰고
심학규는 다른 사람말에 홀딱 속아넘어가서 심청이를 죽음의 길로 밀어넣는다.

보는 내내 원작 심청전의 좀 동떨어진 그들만의 세계관이 약간 짜증이 났었는데
이것은 그러한것들을 부인한다. 하지만 심청이의 효심만큼은 큰 변화가 없다는게 좀 아쉬운 대목이다.
기왕에 이렇게 갈거 심청이가 몸을 팔지 않고 계속 살아갔다면 어땠을까?
원작을 너무 벗어나는것은 힘들었을까
세익스피어같은 서양의 유명작가의 작품을 각색하는 연극은 흔하게 보이지만
이렇게 국내 고전을 뒤트는건 거의 못봐서 신선함이 느껴진다. 그러나 새로운 인물을 넣을거라면
어느정도 배경도 필요하고 서로 연결성도 필요한데 심청이의 정인은 좀 떠있는듯 하다.
결론으로 연결시키기 위한 매개체가 필요하여 넣은것일수 있지만 그러기엔 연결고리가 좀 빈약하고
막바지로 넘어가면서 좀 오버스러운(억지) 경향도 보인다.

긴장이 풀린탔인지 갑자기 큰소리가 날땐 정말 크게 놀라기도 하고..
(단순히 놀란것으로 끝나는게 아니라 놀람과 동시에 짜증이 유발?)

심청이가 인당수로 빠져죽기 싫어하는 부분까진 부녀간의 심리묘사가 참 좋아서
현대화가 잘되고 있나싶었지만 마무리가 좀 아쉬웠으나 다르게 보면
심봉사(학규)의 마지막 행동들 역시 무거운 자괴감에 대한 표현들이 이상하게 납득이 된다.

반면 원작 심봉사는 매우 뻔뻔한 면을 보인다.
당시 사회가 그랬는지 아니면 노인 천시 문화가 있어서 그런게 만들어졌는지 모르겠으나
모녀가 남편,아버지 한명을 놓고 극진하게 대하는것을 보면 너무 현실과는 동떨어진 느낌이 든다.
(내가 심청전이 나올당시를 살아보지 못했으니 알수 없고 효를 중시하고 모든 사람들이 그것을 따랐다면
이런 소설이 나올리 없기때문에 터무니 없는 과장, 환상, 환타지를 넣어놓은것이라 생각됨)

아무튼 그래서 이 연극은 그 어긋나보인 심청전을 어느정도 바로 잡으려는게 느껴진다.
현실의 인간다운 면모, 때론 이기적이고 개인적이며 뻔뻔한, 부모자식간엔 통하지 않는 대화의 장벽이
지금의 현실을 여실히 보여주는거 같다.

그리고 마지막 또 다른 반전(엿같은 인생이 아닐 수 없음)

원작 심청전은 심청이나 심학규나 아무튼 등장인물중 웃는 대목이 거의 없는
그냥 씁씁한 소설이다.(헤피엔딩으로 끝나지만)

조금더 흥겹게, 조금은 더 현실성 있게, 조금더 못되고 독하게 그리고 좀더 깊이있게
한국의 멋진 고전들이 변화되었으면 좋겠다.

출연 : 이경민, 차현지, 강성미, 이엘리사, 엄태준, 조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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