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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공연2025. 7. 26. 2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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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극장은 아르코 극장 옆에 붙어있음에도 이번 처음 들어간다.
장애인문화예술원이란곳이 여기 있다는것을 처음 알았다는것에서 왠지 부끄러운 기분이 드는것은 왜였을까

극장 전체 분위기는 극장같아보이진 않는다. 간이 의자같은 불편한 의자가 3단 단상에 놓여있지만
고정되지 않은 특설무대. 그러면 이 곳은 무슨 공간이지? 분명 이음 아트홀이라는 공연장같은데

특이한것은 이렇게 많은 전동휠체어를 본적이 있던가. 길가다보면 노인부터 몸이 불편한분들이 타는것을
흔하게 보지만 한곳에 모인것을 본적은 없는거 같아 생소한 기분이 들었다. 마치 전동휠체어 전시장에 온듯한 기분마저.
특이한 브랜드가 보이던데 'KARMA' ?????? 이걸 한국말로 번역하면 과거의 행동이 현재의 결과물과 같은 '업(보)'을 뜻하는데
그러면 저들이 이 휠체어를 타는 것이 과거에 대한 현재 상태라는 소린가? 어떻게 이런 제품이름이 있을수 있는건지
내가 모르는 다른 뜻이 있겠지 생각하려해도 좀 별로인 브랜드 이름이다. (방송장비 회사가 기독교적 느낌의 이름을 많이 지어서
종교인들을 유치하듯 이것도 종교적 색채를 넣은것인가? 그래도 좀 잔인한 이름 아닌가?)

지체장애가 있는 분들이 공연하는것인줄 전혀 몰랐다. 단지 이곳 극장을 대관한것인줄 알았는데
배우분들은 한분을 빼고 약간의 지체장애가 있는 분들이 배우분들이고 관객도 크게 다르지 않다.
그래서 취미로 연극을 하시는 분들인가 싶었는데 웬걸! 신체적 불편함은 있을지 몰라도 배우들의 연기는 흡입력이 매우 강력했다.

독립된 연극 3편을 합친것으로 서로 연관성은 없지만 아무래도 배우분들의 몸이 좀 불편하니
지체장애가 배경에 깔리기는 한다. 특히 '붕어'같은 경우 말하는 것이 힘들어하는 배우임에도 모노드라마를 소화해내는것을 보면
그 감정이 고스란히 완벽하게 전달되어 거의 시작부터 끝까지 눈시울이 너무 뜨거웠다.
배우들은 대부분 맡은 배역이 삶과는 거리가 있는 경우가 많은데..(많은 작품을 하다보면 같은 처지의 배역도 맡겠지만)
이 배우들은 삶과 연극의 거리감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작가와 배우가 서로 다른데 자신의 삶을 이야기하고 있는거 같다.
그러니 공감이 안될수 있겠나. 그리고 약간만 넓게보면 몸이 조금 덜 불편한 나도 모두 해당되는 소재들이다.

아직 미성년인 지체장애자가 성년이 되어 사회로 독립할때의 두려움과 기대와 희망을 담은 '생일,날'
내가 20대 초반에 독립을 했는데 기대반 두려움 반은 같다. 웬지 모를 밝은 미래를 허황되게 꿈꾸고 있었어서
별 불만 없이 지금껏 혼자 살고 있지만 회사가 망할때도, 요즘처럼 오늘 내일 할때도 역시 내 미래는 항상 불안의 연속이다.
돌이켜보면 어느 한순간도 마음 편할때가 있었을까?싶을정도였는데 아마도 이런 현실을 잊고자 공연관람에 빠져드는것일지도 모르겠다.

'붕어'은 어떤 사회 특히 대인에 대한 두려움, 소외감 같은것으로 인하여 외로움과 고독을 그려내고 있다.
이 또한 조금만 시선을 넓게 하면 한국사회에서도 히키코모리(운둔형외톨이)가 넘처난다. 폰포비아같이 전화로 대화하는것을 두려워하는
경우도 많고 나도 전화로 대화하는 것은 친한 사람이 아니고서는 쉽지 않은것도 사실이고
지금은 거의 외톨이처럼 지내고 있다. 젊을때도 어릴때도 별반 다르지 않았고 미래의 나도 크게 다를거 같진 않다.
그러나 저들과 비교할순 없을것이다. 적어도 나는 내가 선택한 것이고 저들은 항상 손을 내밀지만 잡아주는 이가 없어서
저렇게 바늘없는 낙시대를 드리밀고 있는것일텐데. 아마도 사회가 관심을 갖어야 한다는 것은 저들을 특별대우 해달라는 것이
아닐것이다. 저들이 자신의 의지로 선택할 수 있도록 다른 수많은 사람들처럼 되길 바라는 마음을 이해해달라고 외치는 것일거다.

문득 생각해본다. 대략 한 40년전쯤? 동내에선 정신지체장애인들이 늘 있었다. 그냥 섞여서 살아갔다.
내가 좋아하던 옆집 형도 다리 한쪽을 못썼었고 내또래지만 약간 남다른 행동을 하는 친구도 있었다. 물론 이녀석과는 대화를 하거나
서로 공감하기엔 거리감이 있었다.
그런데 어떻게 한동내에 그냥 같이 살았을까를 생각해보면 국가가 방치했기때문에 가능했던 일인듯 싶다.
요즘은 별도 교육을 하는 학교를 만들어 그 곳에 모두 몰아넣고 있다보니 동내에서 이런 사람들을 보기 더 어려워진것일뿐
예전엔 아예 아무런 조치가 없었다. 그 특이했던 친구는 같은 학급에 있었지만 수업은 단지 참석하는것 말고 제대로 된
교육은 전무했으니 어떻게 지내고 있을지 모르겠다.

한곳으로 몰아넣는것이 나은것인지 예전처럼 섞여사는 것이 나은것인지 잘 모르겠지만
지금은 이런 사람들이 교육받을수 있는 특수학교를 건립하려해도 동내 사람들이 쌍수를 들고 반대해서 그러지도 못한다는 뉴스를 자주 보게 되는데
이들을 다른세상 사람쯤으로 여기는것인지 모르겠다. 오히려 이런 특수 교육 시설이 있으면 집값이 더 뛸텐데.
동내에 대학병원이 들어서면 그 주변에 전월세가 순식간에 사라지듯 수요가 엄청많아지는데 이토록 반대한다는 것은
혐오시설쯤으로 본다는 것인지.. 물론 집 한채가 자신의 전부인 사회가 문제라면 근본적인 문제겠지만.

마지막으로 '무너질거 같지 않아요?'는 성장장애가 있는 두명과 다리를 잘 못 다루는 분 총 세명이 나오는데
직장을 구하기 위해 노력하는 3인의 이야기다. 난 아직도 솔직히 잘 모르겠는게 성장장애는 장애인가?이다.
그냥 키 작은 사람들은 흔하지 않나? 그들보다 조금 더 작을뿐 아닌가? 지능이 덜 발달한것도 아니고
심지어 생식능력도 동일한 흔히 말하는 일반인들과 완전히 동일한거 같은데 왜 장애자라고 하는것인지 모르겠다.
모든 기능이 완벽하면 그냥 사람 아닌가? 키 작은게 문제가 된다면 나같이 쓸대없이 머리 큰것도 문제되는거 아닌가?
난 평생 목디스크로 고생했는데, 지금은 허리도 아프고 퇴행성 관절염으로 무릅도 아프다. 이게 어딜봐서 일반인란 말이지?

특히 나이때문에 더욱더 직장구하는것이 어렵게 느껴지는 요즘엔 저들이 편의점 직장을 얻기 위한 노력은
내가 저들을 장애자라 보지 않는것과 마찬가지로 직장구하기 어려운 한국의 현실을 보고 있는것이란 생각이 든다.

제목이 무너질거 같다길래 주변 공사로 무엇인가 무너지나 싶은 약간의 드라마의 극적 요소를 기대했지만 그것까지는 아니고
소소한 동내 사람들의 일상같이 내용이라 3편중 마지막편은 그나마 좀 덜 무겁게 볼 수 있어서 괜찮은 마무리였다.

얼마전에 봤던 모 연극에서 전동휠체어를 타고 나온 분이 있어서 좀 특이하긴 했어도 별다른 감정이 들진 않았는데
몸이나 말이 조금 부자연스러워도 감정을 전달하기에 부족함이 없다는것에 내 편견을 많이 깨놓은 연극같았다.

이번이 시즌4라고 하니 시즌5가 기다려지는 훌륭한 무대였다.

출연 : 박미용, 신강수, 차윤술, 강보람, 김효진, 송하은, 백우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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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시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