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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23.12.24 연극 -체호프’S 배우노트-
연극.공연2023. 12. 24.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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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밖을 나오는데 물방울 한두개가 떨어져 바로 다시 들어가 우산을 들고 나왔지만
더이상 비가 오지 않아서 후회스럽다가도 버스안에서 창밖을 보니 눈인지 빈지 구분이 안되는
무언가가 갑자기 내리기 시작할때는 우산을 잘 가져온건가? 싶었지만
버스에서 내릴땐 파란 하늘이 절반 이상, 햇살 쨍쨍하고 청명함 그 자체였다.
그래서 작은 호주머니에 들어가는 자그마한 우산은 한번도 펼쳐보질 못한채 그대로 집까지 왔다.

안톤체홉은 무척 많은 작품을 썼나보다.(다작한 작가라곤 하던데)
대형 작품들은 어느정도 추려지지만 이런 자잘한 것들은 알듯 말듯 새롭다.

지난번 굿닥터와 더불어 이번 단편집들 역시 짧은 것들의 특성답게 임팩트가 있다.
깊이가 좀 부족할순 있지만 지루함 자체를 찾아볼수 없어서 보는 내내 생각을 많이 하게 만드는 매력이 있었다.

아홉편이나 단편을 붙여놔서 2시간이 짧게 느껴지고 조금은 아쉬움마져 느껴진다.
생각보다 지인들만 많이온거 같던데 사람들이 많아 봐도 좋을법한 연극이었지만 광고를 안한건지
4일만 공연하기때문에 입소문 날 시간이 없었는지

좀 일찍 도착을 했는데 매표소엔 사람이 없다. 닫혀있는 극장문을 열고 들어갔다가 배우들 막바지 연습이라도
하고 있을까봐 문도 못열고 있다가 다시 매표소쪽을 보니 한시간전부터 카페를 운영하니 들어오라는
문구가 보여 용기내어 들어가보니 정말 술을 주는 카페가 열려있다. -.,-;

관람중에 취하면 집중을 못할까봐 술을 먹진 않았는데 약한술도 아닌 보드카를 줘도 되는건가?
가짜술은 아닐텐데.. 아무튼 시작전 극장 상황이 이러하니
긴강을 풀기 위한 명상에는 무척 방해받는 느낌이었다. (술집에서 혼자 눈감고 있는 기분이랄까? ^_^;;)
하지만 친구들하고 같이 왔다면 이런 분위기는 무척 좋은 기억이 될법 하다. 게다가 술까지 주니

첫번째로는 '대소동'이란 극인데 이상하게 산만하다. 내가 너무 가만히 있었는지 기분을 좀 업 시켜놨어야 했을까
아무튼 시작부터 에너지 최고조의 배우들이 하늘을 뚤을기세로 덤벼든다.
관객도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하는데 이렇게 하이텐션으로 시작하면 금세 감정이 지쳐버릴거 같다.
나머지 시간을 어떻게 처리하려고 저러는걸까. 나도 순식간에 지쳐버리듯 피로해지는것이 느껴진다.
다행인것은 이 극이 무척 짧다는것. 피곤해지기전에 끝나버린다.

다음 '방앗간에서'는 뭔가 앞뒤 맥락이 좀 있어야 할거 같은데 어딘가 많이 부족해보인다.
원작이 이렇게 생선 중간토막같은 극인지 아니면 이 연극에서 짧게 각색한것인지. 쓰다만 습작인가?

아무튼 내용이 많이 빈약해서 어떻게 받아드려야 할지가 조금은 난감하다.
아무래도 체홉 단편집을 사서 봐야 겠다.

'폴렌카'
이건 뭘까? 일단 출연배우의 근육이 너무 우람하다. 옷을 입었는데도 전문 운동선수인냥 울퉁불퉁 튀어나온 근육들이
해당 역할에 맞는 배우인지가 좀. 연기를 못하는 것은 당연히 아니지만
근육이 큰건지 뭔지 아무튼 둔한 움직임은 아무래도 부자연스럽다.
이 극의 피날레는 마지막 무렵 폴렌카가 대학생을 만나겠다는 당연한 대답을 할때 독특한 충격과 반전 느낌을 받는다.
짜증나면서도 이해되는 저 둘간의 행동들
짧으면서도 모든것을 담아낸 명작으로 보이는 훌륭한 극이었지만 역시 둔한 움직임은 거슬린다.

'집에서'는 교육에 대한 어떤 감정과 현실을 반영하는거 같다.
어느시대나 자식의 교육은 항상 어려운거 같다. 힘으로 밀어붙일수만은 없는 자식이라는 독특한 관계속에서
어떤 표현을 해야 서로에게 좋은 결과를 만들수 있을지 과거나 지금이나 항상 고민되는 문제를
멋지게 표현한 극이었다.

'아내' 이 극은 러시아의 당시 상황이 안나카레니나(톨스토이) 처럼 불륜이 만연화 되었던
시기에 맞는 사회풍조를 그려낸거 같다. 지금 시대와 코드가 맞는걸까

'사냥군' 이 극에서 꽃 한송이를 총에 꼿을때 순간 내 감정이 터져버렸다. 왜 그렇게 슬펐을까..
저 여인의 감정이 고스란히 전달되는거 같아서 짧게나마 복받칠뻔했다. 하지만 계속된 슬픈여운이
아직까지 지속되고 있는것은 한겨울이라 그러겠지. 이 극은 전체적으로 좀 슬펐다. 그리고 외롭게 했다.

'적들' 아~ 운명의 장난같다고 해야 할지 수많은 나날중 이런 날이 겹치다니..
신은 주사위를 던지지 않지만(아인슈타인) 인간은 작품속 인물들에게 이와 같이 지독한 장난을 한다.
두 남자가 겪을 감정들은 죽을만큼 잔인한 시간들로 처음부터 끝까지 감정의 긴장을 놓을수가 없는 멋진 단편극이었다.
약간은 현대화가 되면 더욱더 독한 운명으로 보여질수도?(대사가 너무 고풍스럽다고 해야 하나)

'숫양과 아기씨'는 무슨 내용인지 솔직히 모르겠다. 상류사회를 풍자했다곤 하는데
난대없이 무료승차권을 준다는 뭐지. 적지 않은 돈을 번다고 중간에 대사도 나오는거 같은데
그 돈은 어떤 사정에서 다 써버리고 없다는건지
늙은 상류층은 저 여자를 가지고 장난치는거로 보이긴 하는데 마지막에 여자가 기겁해야 할만한 사건은 없었던거 같은데
여자는 엄청난 좌절을 하는듯한 오버 하지만 왜 저러는지 납득이 되지 않는 극으로
키가 될만한 무엇이 부족했던게 아닐까 싶다.

마지막으로 '아버지'인데 당시 남자가 가정에서의 위치가 저랬나
안톤체홉의 작품속에서 남자는 무능력, 무기력한 존재처럼 나오는경우가 심심치 않지만
연극에선 왜 저렇게 저 극적으로 표현하는지 모르지만 아무튼 뭐 그냥 저래야 싶나 싶다.
내용상으론 학교 선생의 위신은 충분히 높아보이고 멋지게 그렸지만 부모는 자식이라는 거부할수 없는 볼모로
자신의 모든것을 내려놓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시대나 지금이나 미래나 달라지지 않을거 같은 부모 자식간의 관계
때문에 생겨나는 부모들의 굴욕적 모습들

전체적으로 자잘하지만 한방이 있는 극들이 많아서 지루함 없이 재미있게 구성되어 있다.
조금은 더 좋은 극장에서 약간은 더 신경쓴 무대(박스 몇개로 해결하기에는 좀 무대의 아쉬움이 있었음)에서 볼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출연 : 김단, 이강민, 주일석, 최강해, 차한결, 김해연, 한동규, 이주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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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시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