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일이 한국에서 또 벌어질줄이야. 박가가 탄핵 된 이후 없을줄 알았는데
집에 들어오니 관람기를 쓸 수가 없었다. 그로부터 1주일이 지났으니
지금 머리속에 남은 '우리읍내'라는 연극의 내용은 몇몇 포인트만 남아있다.
연극 구성은 무척 단촐하지만 2시간 15분의 제법 긴 연극, 그리고 중간 휴식 시간이 없다.
배우들이 공연내내 긴장하니 관객도 긴장의 끈을 놓지 말라는 의미인가?
1막은 마을의 소개, 전체적인 분위기
2막은 주인공 남녀의 사랑
3막은 죽음과 후회
대충 이러하다
1막과 2막은 대부분이 비슷한 전개이며 특별하지 않다. 내용이나 상황이나 사건들
무엇하나 특별한게 없다. 그냥 그렇게 1시간 40분정도가 흘러간다.
재미가 없는것도 아니고 있는것도 아니다. 그냥 전체적으로 고루하다고 해야 할지
소극장에서 풍기는 곰팡내 만큼이나 오래된, 싫지만은 않은 곰팡내가 가득하다.
옛날 흑백영화를 본다고 해서 재미 없는것은 아니듯 오래된 느낌 가득하다고 외면할 이유는 없다.
문제는 3막인데 꽤나 불필요한 오버액션.. 상황에 맞지 않는 감정변화
도무지 에밀리가 왜 저 장면에서 저렇게 울분을 토하는지 알 수가 없다. 전체적인 심정은 알겠지만
공연예술인 만큼 주변상황에 맞는 반응이 따라와야 할텐데 따로 노는 느낌이다.
그리고 고루하다고 느끼는 최고조 역시 3막이다. 순간순간 최선을 다해 소중한 삶을 어쩌구 저쩌구..
이런 식상함은 일부분 각색하면서 좀 변화시킬수 없는건가
순간순간 소중할수도 있지만 한정된 시간 전체를 놓고 보면 전체 그 자체가 순간일수 있는데
전체가 소중했다면 그 속의 더 짧은 순간도 소중한것이고 하루종일 잠을 자면서 시간을 죽여도 좋은거 아닌가
특정시대(지금도 그렇지만)에는 시간을 초단위로 쪼개가며 소중하고 알차게 써야 한다는 헛소리가 유행할때가 있었다.
대부분 이런 소리가 한장일수록 빈부격차가 심하며 부를 갖고 있는 놈들이 빈한자들에게 하는 소리가 대부분이다.
한국에서 대표적으로 '아프니까 청춘이다'라는 책 제목이 있다.
왜냐면 자신의 부를 더욱더 쌓기 위해 노동자들을 탄압해야 했기때문이다.
지금은 점차 이렇게 살다가 죽으면 오히려 허무하다는 것을 알아가는 세상으로 바껴가곤 있지만
아직은 지배층이 존재하기때문에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이 연극은 시대에 뒤떨어진 부지런함을 강요한다. 순간의 행복을 위해 살순 있지만
대부분의 사람은 이 순간의 행복을 위해 대다수의 시간을 희생하는 시대를 살아왔고 살아가고 있다.
그리고 이 지옥의 윤회같은 인간의 역사는 아직까지 바뀌지 않았다. 적어도 내 시대에 바뀐 세상을 볼수는 없을거 같다.
언제쯤, 얼만큼의 인간계 시간이 지나야만 '저땐 저런 멍청한 생각을 할때도 있었지'라는 세상이 올까
그런데 여편이 죽어서 남편이 무덤에서 울고 있는데 그것을 엄마라는 귀신과 여편이란 귀신은
아무렇지 않게 보고만 있을 수 있다니. 그러면서 삶을 소중히 하라며 울부짖는다고?
다시 생각해도 고루하고 개인주의적이지만 지루하지 않고 볼만하며
135분이라는 시간이 결코 길게 느껴지지 않는다. 그래서 다음에 또 공연한다면 꼭 다시 보고 싶은 연극.
나보다 나이가 많은 '로마의 휴일'을 보고 또 봐도 재미있듯 이 연극도 내게 그런 극이 될거 같다.
출연 : 김귀선, 김성일, 조은경, 이형주, 이경선, 이홍재, 경미, 정다정, 김보라, 박영은, 신욱, 민정오
김영경, 한동훈, 송현섭, 이승은, 이연우, 송영주, 박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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