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창한승석'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25.10.18 소리극 -서편제; The Original-
  2. 2025.09.06 창극 -심청-
연극.공연2025. 10. 18. 2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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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오리지날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몰랐다. 서편제 하면 영화밖에 몰랐기때문일거 같은데
영화와 똑같은 연극을 만들었다는 건지..
막상 진행을 보면 영화는 많이 달라서 영화가 아닌 또다른 원작이 있나?싶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영화 '서편제'는 김명곤 배우께서 각색한것이었다.
영화 '서편제'는 영상미도 뛰어나고 음악도 좋고 유명한 진도아리랑 부분은 몇번을 봐도 아름답기 그지없다.

연극은 아무래도 무대의 한계도 있고 배우들의 컨디션도 매번 다르고 중간 중간 구성을 바꿀수도 없는 등
일단 무대에 오르면 어려운점이 많지만 그럼에도 잘 만들어진 연극은 롱런할수 있고 때에따라선 수백년을 갈수도 있기때문에
나름 매력이 있는 분야라서 영화를 연극으로, 연극을 영화로 변환하는 작업은 항상 있을거란 생각이다.

시작하자마자 처음 딱! 느낀것은 어? 음향이 왜 이러지?
무슨 70년대 라디오 소리같은 이 멍청한 음향은 무엇일까
소리꾼들은 오랜시간 노래와 목소리를 갈고 닦기때문에 특유의 쇳소리가 웬만하면 섞이기 마련인데
음향의 벨런스가 개똥같다. 공간감도 없고 없고 음질이 좋은것도 아니고
심지어 북소리가는 메아리가 친다.(크지 않는 공연장에서 앞뒤 이중으로 소리가 들리는 경우가 있다니)

여기가 그렇게 음향이 후진곳이 아닌데 음향감독이 난청이거나 졸았거나 하지않으면 이렇게 후진 음향을 만들수 없다.
(국립국악원도 꽤나 후졌는데 정동극장의 이번 공연은 훨씬 후진 느낌임)

판소리, 민요, 굿 다양한 소리들이 나온다.
그리고 다들 뛰어난 소리를 들려준다. 다만... 창을 하는 사람들이라 그런가? 연기가 어째 좀.......
소리극은 소리보다는 연기를 잘 해야 하는 공연예술일텐데 소리는 다들 멋지지만 막상 연기가 좀 거칠다고 해야하나
전체적으로 좀 엉성하다고 해야 할지.. 이래서 영화 '서편제'가 가끔씩 그리워진다. 다른 작품이 떠오르면 이미 끝 아닌가?

그리고 음향을 어떻게 했는지 모르지만 악기소리가 소음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중간보다 약간 뒷자리에 앉았는데 귀가 자극될정도로 거친 북과 꽹가리 소리. 이런 소리가 메아리까지 쳐대니
아주 가끔은 아주 개판같은 소리가 난다. 자주있지는 않고 감정이 격해질때 특히 좀 거북스럽다고 해야할지

이런 몇 가지들 빼면 참 멋진 공연이 아닐수 없다.
아무래도 원작 자체가 우울해서 들어있는 대부분의 노랫가락이 슬프고 구성지다.
특히나 판소리 일부 대목은 눈물 글썽이게 하는데 그런대목들만 왜 그리도 많이 가져왔는지
흐름으로 보면 차분하고 고요해야 하는데 판소리대목때문에 울컥 울컥 한다.
(내가 판소리를 그렇게 깊이 아는것도 아닌데 왜 습관이 잘못 들었는지 순간순간 노랫속 상황으로 빨려들어감)

후반부엔 좀 지리하게 끄는 경향이 있어서 2부땐 65분으로 1부때 70분에 비하면 짧은데도 지루한 부분이 많다.
길지 않은 내용에 소리를 잔뜩 넣고 감정을 살리고 이것저것 첨삭을 많이해서였나
극적인 느낌은 크게 없고 한서림도 크게 다가오지 않아서 상황에 맞는 노랫가락들은 좋지만
내용면이나 구성에선 섭섭함이 있다.
이게 어떤 느낌이냐면 판소리 완창을 듣는것이 훨씬 극적이고 재미있다는 기분이 들정도였다.

소리극이라 해서 소리를 잔뜩 넣었겠지만 이것보다 중요한것이 스토리 구성 아니겠나..
음악극이 노래만 좋다고 멋진 극이 되진 않듯 말이다.
쉬는 시간없이 2시간 컷! 하면 개운하지 않을까? 주제넘는 상상을 해본다.

그리고 무대를 불필요하게 빙글빙글 돌리지 말고(삐걱거리는 소리가 나면 어쩌자는건지)
LED Wall를 쓸때 조심해야 할게 관객 눈알이 빠르게 좌우로 움직이면
레인보우 현상같은게 보이는데 이게 엄청 거슬릴수 있고 눈의 피로감도 커진다. 그러니 작작 쓰거나 웬만하면 쓰지 말자.
아니면 눈알을 아무리 움직여도 잔상이나 깜빡임이 보이지 않는 고주사율 패널을 쓰던가.

마지막으로 가격인데 7만원이면 너무 비싼거 아닌가? 국립극장 홈피 가입회원은 30% 할인?
이딴 빙신같은 할인정책을 내놓지 말고 그냥 30% 낮춘 가격으로 판매하자.. 국립극장 홈피에서만 팔던가
(문화릴레이티켓 할인은 10%? 이거 조롱하는거 같은데?)

솔직히 30% 낮춘다 해도 비싼 느낌이다. 무대도 그렇게 공들인 느낌 없고 배우분들의 연기도 프로페셔널하진 않고
무엇보다 음향은 최악. 왜? 커튼콜때 사진은 못찍게 하는걸까? 인사는 뭐같이 길게 해대면서..
커튼콜 사진 못찍는다길래 끝 인사가 없는줄 알았더니 엄청 길게
왜 별다르게 내세울게 없는 공연일수록 이런 그지같은 정책을 내세우는건지 이해가 안된다.
사람들 오랜만에 공연보러와서 기념으로 한컷 찍는 재미도 있는것인데.
뭘 그렇게 숨기려드는건지.. 쥐뿔도 없으면서.

출연 : 안이호, 박지현, 박성우, 서진실, 박상종, 신해인, 조용의, 남상동, 최진욱

-추신-
세금으로 운영되는 국공립 극단 공연의 티켓가격은 최저임금 두배를 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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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시세상
연극.공연2025. 9. 6.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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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저녁 7시30분 공연인데 중간 쉬는 시간 포함해서 170분?
가끔은 이렇게 한밤중 공연 한편 기분좋게 보고 집에 오는것도 좋긴 한데
집까지 또 한시간을 가야하니 쉽지 않다. 올해는 앞으로도 적지 않은 편수를 평일공연으로 예매해놨으니 조금은 한숨이 나온다.

흔한 심청을 생각하고 왔다가 큰코다칠수도 있을수 있지만 전체적으론 그렇지 않다.
일단 한 90%는 심청전 줄거리를 거의 그대로 따른다. 1인 판소리 장르를 떼창으로 하니
다들 끝까지 좋은 목 상태를 유지해서 안쓰러움도 없고(한명이 하는 판소리 완창은 언제나 힘들어 보임)

현대적인 의상, 현대적인 배경으로 바껴있다.
현대물로 완전히 바꿔놓은것인가? 고전 '로미오와 줄리엣'의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현대 버전같이?

인당수에 빠지는 부분까지만 봤을때는 옷만 현대적이지 그냥 고전물인가 싶었는데
끝은 그것과 거리가 멀어보이고 이해하기도 쉽지는 않았다.
한 사람의 희생으로 많은 사람들이 눈을 뜬다?까지는 내용 흐름상 장르가 판타지니  그러려니 하는데
이번 각색된것은 저 소녀의 정체는 무엇인가? 심봉사는? 환경은 조폭에게 당하는 일가족을 말하는거 같기도 하고

전체적으로 무엇을 상징하는지 이해안되는 부분이 많다.
파격적이네 뭐네 하긴 하는데 기존 극에서 잔인성을 부각하게되면 웬만해선 파격적이 된다.
이 창극 역시 노랫가락으로 부드럽게 넘기는 부분을 좀더 현실감 있게 사실적으로 묘사한다.

심청이가 인당수에 빠져들때 다리를 묶고 무거운 물체에 매달았다거나 하는건
아무리 심청이의 심정이 굳건하더라도 죽음앞에선 쉽지않기때문에 잔인한 현실의 실감나는 설정이다.

전제적으로 다른 공연에서는 접하기 쉽지 않은 기괴하면서 아방가르드(전위적)한 창연극인데
이런류의 특징이 너무 작가주의적이라서 이해해야 하는 관객입장을 잘 고려되지 않는다는것이 심각한 단점이라면 단점이다.
그래서 한국사람이라면 거의 대부분이 알고 있는 심청전을 보면서 ???????? 라는 물음표가 나오게 하는것이겠지

좀 그렇고 그런 내용을 무대장치와 음악 그리고 창으로 떼우고 있는거 같다.

처음보는 광경으로 카메라맨 한명이 라이브로 계속 무대를 왔다갔다하면서 찍는다
그것을 무대 윗쪽에 실시간으로 적절하게 화면으로 뿌려지는데 개인적으로 저장영상을 무대에 플레이하는걸 싫어하지만
이번은 획기적이라 해야 할지 단순히 막 찍는걸 그냥 보여주는게 아니라 잘 짜여진 동선 그대로
연출이 원하는 그림을 그대로 만들어가는듯, 관객은 영상이나 무대의 배우들이 하나된 공연을 보는듯
거슬림 없는 훌륭한 무대를 만드는걸 보면서 감탄을 안할 수 없었다. 특히 흑백으로 표현되는 영상은 그 특유의
자극적으로 부각되는 표현은 일반 무대의 배우들에게 볼 수 없는 모습으로 인물의 이중적 모습을 실시간으로 감상할할수 있다.
다만 카메라맨이 기계를 주렁주렁 매달고 왔다 갔다 하니 시선을 빼앗기는거 같아서 좀 그렇지만 아무튼
오랜만에 느끼는 신선하고 창의적 연출을 본거 같은 뿌뜻함? 기분좋음? 대충 그런느낌이긴 한데

문제는 내용이겠지..

구성이 좋아서 그것만으로도 매력이 넘치지만 3시간 가까운 공연이라면 내용도 중요하지 않겠나..

심청전 배경엔 분명 인신공양이 있었던 무지한 세계였을것이다.
왕과 함께 죽는 순장도 조선이전에 있었을정도였으니 인류 역사 한 1~2백년만 앞서가면 얼마나 미개한 생태계였는지
단번에 알수 있다. 그리고 당시에 인신공양은 대부분 여자아이, 갓난아기등을 했다는 것이다.
(여아를 주로 했던것은 아무래도 전쟁으로 남자수가 부족하고 성인여자는 출산과 노동력을 제공해야 하니 그런것이 아닌가생각됨)

아무리 그렇다고 지금 시대의 여자 아이들이 떼로 웃으면서 나오고(거의 백명은 되보임) 나중에 심청이가 죽고 다시 살아났을때도
떼로 서있는 장면은 뭔가 섬뜩하다. 특히 초입부분에 아이들이 막 웃을땐 공포심마져 들던데 일부 중년 여성들은 아이들의 웃음소리를 듣고
귀엽다고 좋아하지만 나는 왜 공포심으로 다가왔을까? 인위적 웃음소리를 떼로 들어서 그런것인가? 너무 많은 사람들이 웃어서 그런가?
물론 나는 저 웃음을 공감못한다. 심청이의 추정나이는 15세정도로 중학생정도인데 저 아이들은 누가봐도 초등생들이니
심청이 나이 15세면 그 시기 기준으로 결혼할 수 있는 나이로 예전 환경으론 생계를 책임질 수 있는 시기라서 아이로 보기엔 무리가 있는데
저 기괴한 아이들의 설정은 무엇일까? 작가가 당시의 나이와 지금의 나이를 착각하는것인가? 꼬맹이 철부지 아이의 심청이를 생각하는것인가?

그리고 현대의상까지는 그러려니 하는데 심청이의 어머니(곽씨)가 돌아가셨을때 마피아, 조폭같은 의상은 뭐지?
심학규가 엄청 잘 사는 조폭인가?싶었다. 그런데 조폭같은 사람들은 심학규와 아무런 관계가 없다.
그냥 상가집에 온 사람들인데 한국사회에서 상가집에 방문한 사람들의 태도가 저렇다고?
어디서 조폭영화만 잔뜩 보고 온것일까? 이 연극을 처음 보는 사람이라면 심청전이 무슨 전쟁, 스릴러, 폭력물인줄 착각하지 않을까?

그리고 심학규가 심청이 젖동냥할때 정말 무서웠다. 검은색 상복을 입은 여자들이 저고리 한쪽을 모두 풀어해치고 무표정하게 서있다.
그것도 수십명이.. 마치 자신은 젖동냥하는 마네킹인냥.. 그래서 더욱더 심봉사가 조폭 두목이고 저 여자들은 어떠한 환경으로
억지 젖동냥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인식했다. 물론 그것과는 관계없는 나만의 오산같다.
이런 전위적이며 추상적인 장르의 특징인 작가가 꼴리는대로 설명하니 좀 거북스럽고 이해가 안되는것은 필수인가. 이런것을 파격이라 하면..
심청이가 심봉사를 이용해 돈벌고 장기 팔고 흥청망청 사는 내용으로 바꿔놔도 파격이라 포장하겠지.

현대적 해석은 일단 고전의 내용을 충실히 하면서 현대인들의 시각을 가미해서 재해석해야 하는데 이렇게 비꼬아놓고 해석을 달리했다는건
납득하기 쉽지 않다. 이 작가 작품중 '점찌고 옹녀'를 봐도 여성주의적(페미니즘) 시각으로 좀 이상하게 꼬아놔서 비주얼은 좋아도 막상 내용은
별로였는데 이 작가의 특징인지..(작가마다 뷰에 몰빵하고 내용은 겉치레에 불과한 사람도 있고 반대인 사람도 있고)

아무튼 이상한 오해를 받을수 있는 충분함이 있다.

그리고 장승상댁 부인은 무슨 매춘부 알선하는 사람처럼 묘사하는건 왜일까. 조폭 느아르를 만들고 싶었던거인지도 모르겠다.
선인을 악인으로 바꿔놓는것이 현시대의 시선이란소린지
아마도 이부분은 심청이가 막판에 만신창이가 되니 그 일환으로 장승상댁도 그런 주변인물로 바꿔놓은것일수 있긴 하지만
이럴바엔 '심청'이란 제목을 쓰지 말던가. 이게 이렇게 되면 심청전 원전대로 만들어지는 공연을 볼때 색안경이 씌어지지 않겠나.
선악이 갈리는 장르는 아니지만 묘사된 인물의 성품에 색이 있다면 그 성향은 바꿔놓지 않았으면 좋겠다.
(예전 조폭을 미화하는 영화가 문제 됬던것은 수많은 사람 중 소수가 미화된 혹은 악화된 것을 그대로 받아드려 사회 문제가 될수 있기때문 아니었나)

그리고 무엇이 이 사람을 이렇게 보이도록 만들었는지 모르겠는데
공양미 300석을 시주하면 눈을 뜰수 있다고 얘기했던 화주승을 거의 악의 화신처럼 그려놓고 있다.
공양미 이야기 자체가 가스라이팅해서 자신의 딸을 사창가(장기 매매인가?) 같은곳에 팔라고 강요하는듯한 나쁜놈의 우두머리처럼 그리고 표현한다.
이름이 요나김(김요나라고 한국 이름표기법대로 사용하는것도 아니고 외국 방식대로 했다는것은 자신은 한국인이 아니라는것을 표현한것일텐데
한국사람 껍떼기를 한 외국인인가? 글로벌시대에 이런건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한국사람인척 하면서 뒷구멍으로 한국 욕하고
자신의 이익추구만을 일삼는 매국노들이 문제지)이던데 종교적 색채가 묻어나오는건 나의 선입견때문일거 같다.
(찾아보면 요나는 남자 세레명이라 하던데 이분은 여성 아닌가?)

전체 배경이 조선시대 어떤 효를 강요하듯 꾸며낸듯한 이런 내용이 아닌
거친 배경에서 생존을 위해 권모술수가 난무하는 세상에 악마화 된 종교인이 없을리는 없겠지만
심청전에서 화주승이 갖는 의미는 종교에 대한 어떤 망상같은 성찰과 거짓 능력 등이 부각되는 주된 장면으로서
서유기에서 멍청해보이는 삼장법사가 지니고 있는 종교적 상징성과 비슷한 의의를 지니고 있는 인물인데
시정잡배, 사기꾼따위로 만들어 놨다는것은 기독교의 에반겔리즘(복음주의)으로 비롯된 배타주의의 파생이 아닐까?
'너네가 믿는 저 종교의 뒷모습은 이렇게 추악한 사탄과 같은 존재다~'라는것을 우회하여 비꼬듯

화주승때문에 심청이는 인당수에서 죽게 되는데 문제는 이로인해 다시 살아나고 황후(조선시대에 황후가 있나?)가 된다는
온갖 설화를 막 가져온듯한 이상한 이야기라고 하지만 그렇다고 전체 뼈대를 완전히 뒤집어 놓는다고?
그것도 사상적 뼈대가 되는 불교와 도교의 자비롭고 신비로웠던 세계를 개깡패같은 놈으로?

작금의 한국은 이상한 미신에 휘둘려 나라가 개판일보직전까지 몰렸다가 한국 민중들께서 합심해서 간신히 위기를 되돌려놓은 상황이니
종교의 폐해를 모르는바 아니지만 그렇다면 고전을 현대물로 재해석하는것이 아니라 완전히 새로운 신작을 만들어야지
멀쩡히 있는 과거로부터 사랑받아왔던 한국인 정서에 잘 부합하는(아비가 딸을 파는것 말고) 내용을 가지고 와서 썩어버린 사회에서 치유되지 못하게
만들어놓는것은 어떤 저의가 있는지 솔직히 의심스럽다.

이 공연을 본 사람은 앞으로 심청전을 효녀심청이로 볼 수 있을까?
영화 '아마데우스' 때문에 살리에르를 천하에 못된놈으로 바꿔버렸는데(아무리 영화적 허용이라해도 이러면 안되는거 아닌가?)

효자,효녀란게 과거에 허벅지 살을 도려내어 부모님을 공양했다는 것이 지금 통용 되지 않겠지만 말이다.

판소리 심청가는 전체적으로 보면 좀 해학스럽다.
심청이 어머니는 가부장적인 남편을 극진히 모시고 심청을 낳았지만 딸이라서 좀 서운해 하기도 하고
(심학규때문에 고생이란 고생은.. 심학규가 봉사기때문에 부귀영화도 힘든 상황)

심청이 어머니가 돌아가시는 대목은 무척 슬프다만 이 후부터는 심학규와 심청이의 부녀지간 사이도 적당한 그냥 형편 어려운 가정이었다.
딸자식을 어떤 꾀임에 빠져 300석에 팔았다손 치더라도 황당한건 생각보다 심학규의 삶은 그다지 어둡지 않았다는것
뺑덕어멈과 동거를 할때도 딸 팔아 공양 후 남은 돈으로 적당히 잘 먹고 잘 살다가 돈이 거의 떨어질 무렵에
심청이는 인당수에 빠져 죽다가 살아나 용궁에서 엄마도 보고 착하게 살았다고 황후가 되서 맹인잔치를 열고 각 고을에선 돈을 줘가며 잔치에 보내니
심학규 입장에는 땡큐 아닌가?

제일 특이한건 심학규는 맹인잔치에 가면서 뺑덕어멈을 잃었지만 홀로가면서 여인네들 일좀 도와주며 밥,고기 등 얻어먹고
옷을 홀라당 잃어버렸음에도 기지를 발휘해 옷, 노잣돈, 담배(당시엔 비쌌다고 함)도 얻는등 웃기게도 좀 황당한 호사를 누린다.
게다가 안씨를 만나서 결과적으론 재혼까지 하게 되는데 안씨는 부자기도 하다. 아마도 심청전에서 승자는 심학규가 아닐까싶을정도

심청전의 특징은 웬만해서는 대부분의 사람이 행복하게 끝난다는 것.
심청가, 춘향가, 흥부가, 수궁가, 적벽가 이런 한국 공연문화를 보면 한놈만 완벽하게 나쁜놈을 만드는 경향을 보긴 쉽지 않다.
그래서 결국 다같이 조화롭게 잘 살아간다는 황당한 해피엔딩이다.

그런데 특정 종교적 시선이 가미되면 선악이 확실하게 구분되면서 중간에 선을 딱! 그어놓으려 애쓴다.
이번 '심청' 창극을 꼭 그렇게 볼것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3시간 남짓되는 동안 해학은 어디에도 없고
우울하고 암울하며 더럽고 추악하다. 영화 '베트맨'의 고담시티나 영화 '씬시티'같이 디스토피아도 아니고 유토피아도 아닌
못된짓을 하면 적당히 밥은 먹고 살거 같은 세상이랄까?

왜곡된 섹스어필, 이런 배경이라면 당연히 필요하겠지. 괴기스러운 여자들, 북에 피는 왜 발라놓은것일까?
이럴때 피는 여자의 그것을 상징하긴 하는데 그것이 맞을까?

오늘 콘디션이 좋지 않은 상태였지만 퇴근 후 3시간동안 졸음따위는 개나 줘버린 몰입력 끝장나는 창극이었으나
무엇인가 가슴한편 알 수 없는 찝찝함이 남아있다는것은 전위예술의 특징이려나.. 신선함은 최고인데 무엇이 불편하게 만드는걸까..
재미있는지 없는지 가늠하기엔 어려우니 두어번은 더 봐봐야 할듯

그런데 심학규 주변엔 왜 조폭밖에 없는것일까?

출연 : 국립창극단

Posted by 시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