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공연2019. 11. 23. 2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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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벽가는 이번이 두번째인가?
포스터를 보고 소리 김일구 명창은 젊은 분인줄 알았는데 실물을 보니 백발 노인

판소리란게 몇시간동안 쉼 없이 노래와 연기를 하는건데 아무리 평생 했다 하더라도
노인이라면 쉽지 않을텐데 노익장을 발휘한다.

그런데 해설자께서 김일구명창의 목에 핏대가 설때등 이상한 소리를 한다.
소리하는 사람들중 목에 굵은 핏대 안서는 사람 있었나 싶은데(남녀모두)
왜 이런 불필요한 소리를 하는건지 모르겠다. 그만큼 내세울게 없다는 소린지

거의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인데 초기 몇십분정도는 목이 덜 풀렸는지 소리가 답답하다.
이건 거의 대부분의 소리꾼에서 나타난다.
서양음악처럼 무대 뒤에서 목을 풀고 나오기엔 너무 긴시간을 공연해야 하니 무리하지 않는건가
그래서인지 항상 초반엔 좀 그렇다.(내 귀에 솜뭉치 끼고 듣는거 같음)

이분의 목에선 대금의 청 소리를 들을순 없었다. 남창들만의 특유의 쇳소리를 좋아하는데 없다니
그럼에도 낮은 저음으로 깔리는 그 묵직함은 무척 매력적이다. 하지만 절정의 맛이 좀 덜하다고 해야 할지
아무튼 판소리의 터무니 없이 넓은 대역을 원하는 장르와는 좀 다른 목을 지니고 있다.

그래서인가 이 분 역시 퍼포먼스가 많이 발달하고 멋지다.
연극 그 자체를 보여주는 뛰어난 표현력이 있어서
소리는 연기를 뒷받침 하기 위한 수단처럼 느껴질정도다.

또한 리듬을 자유자재로 조절하여 내가 끌려갔다 밀렸다 하는 숨막힘이 지속된다.

오랜 노력의 산물이겠지만 그동안 느껴보지 못한 맛이랄까?
같은 곡을 수많은 사람들이 저마다의 색을 입혀 선사하니 항상 신선하게 느껴지지만
판소리가 다섯이야기밖에 없다는것의 섭섭함은 지워지질 않는다.
(현대물로 새로 만들어서 발표회같은걸 열면 안되나? 2시간정도로)

오늘도 여지없다.
이 낡고 오래된 예술은 아직도 그 태를 벗지 못하여 노랫가사가 귀에 들어오질 못한다.
당연한거겠지. 한문들이 즐비하니 음만 들려봐야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그런데 그 음조차도 잘 안들린다.

항상 느끼는거지만 한국말로 잘 들릴수록 사람들의 호응도는 급격히 상승한다.

하지만 오늘도 이 극장에서 자막을 찾아볼 수 없었다.
추임세를 하는 사람들은 적지 않았지만 역시나 대다수는 상황의 감정조차도 찾지 못하는것이 아닌가싶다.

외국 노래를 들을때 감미로운 음정은 들리나 그 속에 담긴 의미를 모른다면
수박 겉핥기식 답답함이 깔리는데 오늘도 수많은 사람들이 나와같은 답답함을 안고 집에가지 않았을런지

판소리의 가장 큰문제는 한문이 너무 많다는 것
이것을 바꿔줄 소리꾼 어디 없으려나..

녹음이나 기록 보관용 촬영같은건 할거 같은데 이런건 어디서 다시 볼 수 있는것일까
설마 녹음을 안하는건 아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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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시세상
연극.공연2018. 11. 25. 0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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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눈이 함박눈으로 내리는 경우가 흔한지 모르지만 푸짐하게 시작한다.
그러나 날이 따뜻해서 대부분은 녹아내렸으나 아직은 하얀 기운 가득한 첫눈내린 첫날

적벽가를 듣기위해 국립극장으로(조합이 맞는거 같진 않지만 관계 없음)가지만
미술관에 들렀다가 커피숍 가는게 잘 어울릴거 같은 날이다.
(눈오는 날은 미술관이 제법 잘 어울림)

간만에 남산에 눈이 잔뜩 쌓여있는 풍경도 나쁘지 않다.

12월에 있는 판소리는 여러명이 나와서 하는 심청전이라서 일반적인 1인극과는 다르니
올해 판소리완창은 이것이 끝이라고 봐도 될거 같다.

적벽가

요즘은 적벽대전만 따로 영화로도 나오고 삼국지 책을 읽어도 되고

전체적인 내용은 그와 다름 없긴 한데
가사집을 읽어보려고 구입했던것을 두어차례 읽어봤으나 해학스럽다.
소설이나 영화같은 극적인 요소보단 드라마적 요소가 훨씬 많다고 해야 할지

조조와 그 부하들간의 대화도 그렇고(마지막 도망갈때라거나) 군사들의 타령들등
이렇게 바뀌는게 심한것중 한가지가 서유기(손오공, 삼장법사)인데 구전을 그대로 책으로 만든것은
의외로 담백한 반면 이것을 토대로 파생된 수많은 영화, 만화, 단편소설등은 온갖 살들이 잔뜩 붙어
새로운 장르를 만들어 낸다.

판소리 적벽가도 그와 비슷한 느낌이 강하게 든다.
위촉오의 싸움이라기보단 전쟁통속의 모든 인간들의 내면을 엿보게 한다고 할까?
그러다보니 전쟁인데 전쟁과는 다르게 보인다.

판소리 적벽가를 처음 들어봐서 새롭게 느껴지겠지만 어찌됬던 흐름의 느낌은 확실히 다르다.

또한 동편제는 남성스럽고 서편제는 여성스럽다고 오래전에 어디선가 들은거 같은데
오늘 본 적벽가는 동편제
하지만 남자가 하는건 오늘 처음 본것이라(그 동안은 모두 여자였음) 그 구분을 느낄수가 없다.
(남자가 부르니 남자같은거겠지.. 라고 생각할뿐 ^_^)

김경호소리꾼의 특성인지 모르겠으나 목에서 나오는 소리가 그동안은 못느꼈던
죽필(竹筆)같다고 해야 하나?
수많은 음들이 서로 갈라져있지만 흩어지지 않는다고 해야 할지

이런 소리가 여자에 비하여 남자에게 두드러지는건지 이 사람만 그런지 모르지만
그 맛이 일품이다.

대사를 전혀 못 알아들어도 소리만으로 좋을정도로 거칠지만 거부감 없는 소리

화선지위에 거칠게 뻗어나가는 붓이 그려내는 흔적이라 해야 할지

처음으로 남자소리꾼의 판소리를 듣다보니 느껴진것인데 왜 예전엔 소리꾼이 남자만 있었는지 그 이유가 느껴지는데
전개에 따른 소리 구성이 남자 목소리에 맞춰져 있는거 같다.

여자소리꾼들의 소리를 들으때면 가끔 너무 높거나 때론 너무 낮거나 뭔가 음역이 안맞어 보이던데
오늘 김경호소리꾼의 판소리를 듣다보면 남자 음역(가성 역시 포함해서)에선 매우 적절해 보인다.
남자소리꾼이 하는 심청가,춘향가,흥보가를 못 들어봐서 속단하긴 이르지만
오늘 들은 적벽가엔 안정적인 음역대 안에 안착되어 있는 느낌이 들어서
음의 높낮이때문에 답답한 기분이 드는 경우는 거의 느껴지질 않았다.
(김경호소리꾼의 소리 능력이 좋아서 그런것일수도 있음)

오늘 김경호 소리꾼이 하는 말이 좀 기억에 남는데
'어느때부터 관객들이 대사집을 보며 판소리를 듣다보니 대사가 바뀌거나 틀리는데 무척 신경쓰인다'라는 말은 한다
생각해보면 판소리는 관객과 소통을 하며 소리꾼이 재량것 늘렸다 줄렸다, 붙였다 뺐다 등 전체를 조절하며 진행하기때문에
대사집과는 다를수도 있는데 그것과 비교하는 관객들을 보면 긴장되니 그것을 보지 말고 자신만을 보라고 한다.

맞는 말이다. 연극은 관객과의 소통이 중요하며 한국 공연문화중 판소리는 더욱더 중요하다.
(추임세를 관객이 넣는 공연문화는 세계적으로도 흔하지 않을듯)

그럼에도 나는 자막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두번을 읽고 갔음에도 소리꾼의 발음을 듣기 어렵다.
한번도 읽지 않고 듣는것보단 대목을 분별하기는 훨씬 낫지만
문맥에 잘 어울리는 중국시, 중국문장들, 지금은 사용하지 않는 고어들이 속속 박혀있는 공연에서
특히나 창법때문에 알아듣기 어려운 발음들로 대사집을 읽는때와는 비교도 안되게 이해력이 떨어진다.
(소리꾼의 음율때문에 감성은 배가되지만 대사의 이해력이 부족해져 이성의 답답함이 남음)

자막은 소리꾼 리듬에 맞춰 템포를 조절하면 되고 빼고 넣을때는 잠시 멈춰도 될뿐이다.
실시간으로 누군가 입력해서 소리꾼이 어떤 것을 넣던 모두 표기되면 좋지만 쉽지 않은 일이니
최소한만이라도 해야 한다는 입장엔 변함이 없다.

올해초 박애리라는 인지도 높은 소리꾼을 제외하면 언제나 절반이상이 텅텅 비어있는 공연장
(박애리소리꾼은 처음이라던데 6시간 공연을 어떻게 했는지 지금 생각해도 무척 신기함)

판소리 완창을 들을수 있는 자리가 국내에서 그리 흔하지 않을거다.
그럼에도 관객이 많지 않다는 것은 다들 이미 떠나갔거나 그러고 있는 중이고 그것이 현실이겠지

상황이 이런데 이들의 노력은 열심히 노래만 불러대는것이 능사일까

현대어로 바꾸고, 발음도 잘 들리도록 창법도 약간씩 손좀 보는등
현대감각에 맞춰 바꿔나가야 살아나는게 대중문화인데 이들은 전통이라면서 전통=옛것=옛우리것 이라고 착각을 하고 있는거 같다.
전통은 옛부터 내려오는것이지만 그 시대에 맞춰 변화하는것 역시 전통이다.
옛것 그대로 버티고 있으면 사장될뿐 무슨 미래를 볼수 있는것인가
(판소리 열두마당중 나머지 일곱마당이 사라진것은 그 시대를 반영하지 못해서 사장됬을텐데
지금 남아있는 다섯마당도 그 길을 가려는 것인가?)

그리고 무엇때문인지 모르지만 전라도 이외의 경상도, 충청도, 강원도, 경기도 토속어(사투리)들로 이뤄진 판소리는 없는건가?
민요는 각 지역별로 다양하게 존재하는데 판소리는?
없으면 각 도별로 자신들의 고유어를 넣어 만들어도 되지 않나?

해설자가 나와서 예전 조선시대엔 소리 잘해서 유명해지면 한번 판소리 공연으로 1년을 먹고 살았을만큼
큰 돈을 벌었는데 지금 이 공연에선 몇백만원정도를 받지만 실제론 몇천만원을 받아도 될만한 공연이라는 헛소리나 해대고
그런 국뽕같은 소리를 백날 해봐야 찾는 사람이 없어서 당장 사라져도 아쉬워 할 사람이 거의 없는 위기감은 개나 줬는지

착잡하지만 이 현실을 뒤로 하고

김경호 소리꾼의 소리는 일품이다.
여유가 있고 목소리에 막힘이 없다.

너무 젊은 사람은 힘은 넘치지만 노련미가 부족하고
좀 늙은 사람은 노련미는 풍부한데 힘이 부족한데
김경호소리꾼은 둘다 매우 적절하다.(소리꾼의 적정나이는 몇살이지?)

적벽가라는 왠지 모를 긴장되는 소재를 재미나게 그려낸것도 특이하지만
북소리 하나에 음율을 실어보내는 판소리라는 장르는 들으면 들을수록 매력적이란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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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시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