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공연2024. 1. 28.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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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난의 하루였던거 같다.
목감기와 코감기가 함께와서 집밖을 나서기 힘들었지만 예매해놓은 연극이 있으니
나오지 않을수 없어서 계속되는 갈등. 미술관도 가고 싶었는데.

콧감기로 재채기, 목감기로 기침, 마스크 속에선 콧물과의 사투
안밖으로 난리가 아니다. 물론 사람들은 마스크때문에 모르겠지만

연극은 이런 소재의 전형적인 스토리를 따른다. 전체적인 흐름이 뻔하디 뻔하다보니
끊임없이 어떠한 자극을 주려는 의도가 보이지만 자극되지 않는 안타까움일까
옆자리 아저씨는 연극 보는 내내 휴대폰을 켰다가 껐다가를 반복, 왠 개똥 매너인지..
참고 보기 싫으면 그냥 나가던가. 자식이 출연하는거라면 이러진 않았을텐데
관심 없어보이는 사람들이 좌우로 포진. 초대장은 좀 봐가면서 뿌리길 권장한다.

총 7장으로 짧막한 소제목들로 이루어져있지만 그다지 와닿진 않는데
불필요해 보일정도로 모두 연결된 한공간과 이어진 시간대일뿐.
(소제목이 들어가려면 전체 흐름을 깨지 않는 한도에서 일정 수준의 독립적인 면은 있어야 하는거 아닌가)

차라리 코믹하거나 단백하게 구성되어있으나 생각할수록 슬프게 만들거나
미친척하고 신파로 도배를 하거나..(못 우는 사람은 신파같은거라도 보며 울면 좀 풀릴수도)

무대라도 좀 허름한 집처럼 꾸며주지, 너무 섭섭하다.
흔한 브라운관 TV와 서랍장 한개라도 좀 놔두던가

말과 연기로만 풀기에도 전체적으로 좀 빈약하고 비주얼로 풀기에도 섭섭해서였을까..
오버액션들로 빈곳을 채워가려하지만 연극에서 오버액션은 과유불급의 전형일뿐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지 못한다.

목감기, 코감기로 예민해져있어서 멀쩡하고 훌륭한 연극을 제대로 관람 못했을수도 있다.
그렇지만 어디까지나 숨만 적당히 조절해도 연극에 집중할수 있다. 암전때 콧물 닦으면 되고
목이 간질간질해서 기침이 나와도 크게 문제될정도는 아니고
다만 요즘은 극장 온도가 따뜻하거나 푸근하지 않고 쌀쌀하게 셋팅하던데
배우들이 조명으로 뜨거울까봐 일부러 그렇게 해놓는건가? 겉옷을 벗을수가 없다.
근래 모든 극장들이 추워서 겉옷을 벗고 본적이 한번도 없다. 오히려 실내임에도 겉옷을 입고 봐야
괜찮은 체온을 유지할수 있을정도였다. 왜 그런지는 모르지만 전과는 좀 다른 느낌이 든다.

식상한 줄거나와 전개, 이것들을 전형적으로 풀거가는 씁쓸한 연출
전체적으로 특별한 감동을 찾아볼수 없지만 독립영화나 김상수영화처럼 간이 되지 않은 슴슴한 음식을 먹듯
풀어놨더라면 좀더 특색있었을까.. 아마도 극장을 나와 집에 올때까지도 계속 곱씹을순 있었겠지..

걷고 싶은 하루였는데. 그지같은 코감기때문에 걷지도 못하고, 함박눈 내리던 그 짧은 순간엔
미친 졸음이 밀려와 눈떠보니 길가는 다 녹고 지붕에만 하얀 흔적이 남아있는 쓸쓸한 초봄이다.
(눈내릴때 카메라로 동내 풍경을 동영상으로 찍으려 했는데 한번을 못하네 에휴)

출연 : 종애화, 서진, 이유진, 박선혜, 김예림, 오혜진, 유지안

Posted by 시세상
연극.공연2024. 1. 21. 2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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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들어 이렇게 많이 내리는 눈을 본적 있던가? 그것도 하루 종일
날이 따뜻해서 내리는 족족 녹아내려 온세상이 하얗게 되는 것을 보긴 어려웠지만
눈 내리는것을 멍하니 바라만 봐도 기분 좋은 날이다.

그렇지만 걷는것이 쉽지는 않아서 조금은 뒤뚱 뒤뚱

이 연극의 공연시간은 200분. 3시간이 넘는데
아르코 소극장은 의자가 별로다. 엉덩이가 아플것을 예상한건지 방석 한장이 더 깔려있었지만
역부족이었다. 하지만 맨 앞자리여서 다리는 쭉 뻗을수 있는 행운 아닌 행운

무슨 내용일까.
초반 에메가 나올땐 한 어머니의 모성애에 관한 내용인가?싶다가도
조금 지나니 1차세계대전이야기인가?
조금 더 지나니 황당한 유토피아같은 망상의 땅(?)을 만들기도 하고
2차세계대전(유대인 학살)도 나온다.
베를린 장벽이 무너질때 등 이 연극의 배경은 총 8대까지 올라간다고 하니 150년 이상은 되지 않을까싶다.

현대부터 조선시대 어떤 왕, 임진왜란 같은 배경으로 만들고 외국사람보고 보라하면 이해하기 어려운것처럼
어느시대인지 한국사람들이 쉽게 이해할수 있지는 않을거 같다.

그러다보니 시대를 왔다갔다 루와 뒤퐁텔은 어떤 가족의 역사를 따라가지만 순간 순간 놓칠때가 많다.
그리고 그 시대는 그랬는지 무아와드는 그런것을 봤는지 모르지만 난무하는 온갖 치정극들
극을 전개하는데 불필요할정도로 많은 표현을 하기도 한다. 그래서 부분적으로 졸리움이 급격히 밀려오는 구간도 있다.
하지만 이런것을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을정도로 시간가는줄 모르고 보게 된다.

배경도 계속 바뀌고 등장인물들도 워낙 많아서 대규모로 제작된 영화 한편 본거같은 기분이 들정도인데
결론은 사랑이야기라서 마무리가 조금은 뻔하다는게 약간은 아쉽지만
그럼에도 그 뻔한 사랑이야기를 이토록 길게 지루함 없이 돌아오는것이 신기할따름이다.

오늘 처음 봤기때문에 내용 이해에 큰 어려움이 있어서 집에 오자마자 다시 한번 줄거리를 찾아봤다.
물론 작가에 대해서도 찾아봤다. 어떠한 이유때문에 이런 시선으로 세상을 보게 되었는지 모르지만
아무튼 전체적으로 제법 다크하다. 사랑같은 허울로 어느정도 마무리되더라도 어두침침한 디스토피아를 보는듯 그려진다.
백년이 넘는 긴 시간, 이 가족의 일대기는 어둡기만 하다.

대부분은 문학적 허용 정도로 넘어간다지만 이해하기 납득되지 않는것도 있다. 루는 왜 이런것을 찾는것인지
왜 그렇게 삐딱해졌던것인지 어디서부터 시작된 불신인지 모르겠다.
그리고 뇌속에 뼈다귀라니.. 그것도 다른 사람의 뼈가? 무슨 판타지 SF물도 아니고

연극이 지루하지 않고 재미있었으니 대충 넘기긴 하지만 재미 없었다면 이러한 모든것들은 큰 가시가 되어 가슴에 꼿힐뻔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내용 전체는 그다지 신선함도 없는데 3시간30분이 순삭된 이유는 무엇일까.
연출의 힘일까. 작가의 힘일까.
다음에 또 하면 반드시 봐봐야겠다.
사라진 3시간 30분의 미스터리를 풀기위하여

출연 : 정아미, 김용준, 오일영, 신용진, 한상훈, 김민선, 현은영, 박시유, 이지혜, 강선영, 임이랑, 김신영
  홍성호, 김서아, 김용식, 손예리, 윤수민, 손필재, 황비홍, 강지연, 한소진, 최호현, 오륜, 조성준, 이현지

Posted by 시세상
연극.공연2024. 1. 19. 0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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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이렇게 눈이 왔을까? 어제 잠자기 전까지 안온거 같은데
무엇에 쫓기듯 갑자기 엄청난 졸음이 와서 잠들었다가 일어나 밖을 나오니
온세상이 하얗다. 아쉽다. 저들이 내려올때 깨어있어야 했는데

정동세실극장에서 하는 공연들은 저렴하면서도 전체적으로 품질이 높다.
극장도 크고 좌석도 소극장보단 훨씬 좋고

그런데 오늘은 좀 다르다.
장르가 음악극(뮤지컬)인데 음향이 똥망이다.
극이 시작되고 처음 배우들이 말하는 소리를 듣는데 깜짝 놀랐다. 80년대 라디오 소리만도 못한 그지같은 음향은 무엇일까

음향전문가가 없나? 음악극은 음악이 생명일텐데 이렇게 구린 음향으로 공연한다고?
꼭 이것만은 아니겠지만 아무튼 대사 전달력이 완전 폭망 수준같다.
이런 큰 극장의 시설이 낡았더라도 어느정도 수준은 유지할텐데 세팅의 문제인지 설비의 원천적인 문제인지..

게다가 이 극은 총체적으로 구성의 엉망이 돋보인다.
좌우 한 60인치정도 되는 모니터에 시를 읽으라고 표기한다. 폰트는 작고 모니터가 큰 무대 좌우에 있어서
목이 아프다. 물론 이건 내가 맨 앞쪽에 자리하고 있었기때문으로 조금 뒤에 있는 사람들은 덜 했을것이다.

구성이 엉망이라 하는것은 무대만큼 크게 뒷면에 프로젝터로 스크린에 영상을 쏜다는 것이다.
이곳에 시를 쏘면 보기도 좋고 읽기도 편할텐데 
좌우 작은 모니터에 글자를 뿌리면 관객이 대충 읽겠지라고 생각한것은 도데체 어떤 머저리의 생각일까

그렇다면 중앙 큰 스크리는 어떤 용도?
13 후르츠케이크 제목에서 조금 엿볼수 있는 13개의 LGBT 관련한 역사적 사건들을 옴니버스식으로 진행하는데
그 역사적 배경을 영화처럼 스크린에 쏘고 있다.
이럴거면 영화를 만들지 왜 연극을 만드는 걸까? 이런것에서 연출의 게으름이 보인다.
장르가 공연이면 철저하게 공연으로 풀어가야 하는데 표현하기 귀찮으니 스크린에 대충 그림들을 쏘고
엿같은 나래이션으로 모든걸 채워간다. 나래이션 역시 그지같은 남녀 목소리를 합쳐놔서 SF영화의 중성적의 이상한 소리로 읽어댄다.
제발 그냥 사람목소리를 좀 써라. 레인보우 빛을 섞으면 흰색이 나온다는걸 모르냐..
왜 어울리지도 않는 회색 목소리를 만드는지 도무지 이해할수 없다.

모든 내용을 이렇게 영상으로 떼운 후에 배우들이 나와서 갑자기 노래를 한다.
그것도 해당 인물의 나라 언어로.. 물론 자막은 없다. 그 전에 나온 시를 가사로 했을텐데 순간 읽고 외울리도 만무하고
음악극에서 노래가 상황에 맞게 전달하는 대사가 얼마나 중요한것인지 연출이 모를리 없을텐데
아니면 연출은 모든 언어를 알고 있어서 지혼자 감동을 쳐받고 눈물 흘렸던가

대형스크린은 사건 개요를 설명할때만 사용하라도 주최측에서 압박이라도 준것인지

아름다운 선율과 상황에 맞는 노래들일텐데 알아들을 수 없다. 시를 한번읽고 그 의미를 단번에 이해하고 가수가 노래할때
되세김질 하며 공연에 접목시킬 능력도 없다. 그래서 전혀 공감이 안된다.
외국어 모르는 사람이 외국어로 된 뮤지컬 보고 감동을 받길 바라는 건지

너무 오만한 구성이 아닐 수 없다.

이 좋은 극장. 저렇게 열정적이며 아름다운 배우들, 노래 솜씨는 또 얼마나 멋있고 감미로운가.
훌륭한 이 모든 것들이 연출하나 잘못 만나 쓰레기통에 들어가는거 같아 보는내내 마음이 아파온다.

주제가 LGBT라 해도 분명한것은 인간의 사랑과 삶에 관한 이야기라서 간접적으로 감동이 희미하게라도 전달되는데
저들의 감정이 직접적으로 내게 전달되었더라면 얼마나 가슴 절절했을지 아직도 아쉬움을 지울수가 없다.

관계자들 자기 위주가 아닌 관객 위주로 고민해주길 부탁한다. 제발
그리고 왠만하면 프로젝터와 녹음된 나래이션 따위는 쓰지 말고. 이럴거면 영화를 보지 뭐하러 공연을 보나

내년에는 LGBT를 떠나 가슴 뭉클해지는 저들의 이야기를 아름다운 노래와 함께 느껴보길 기대해본다.

출연 : 전호준, 조은체, 모지민, 전성혜, 이형동, 유영승, 최재훈, 김건우, 김성현, 임한빈, 박선주
           안솔지, 이동주, 이승준, 김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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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시세상
연극.공연2024. 1. 14.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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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까지만해도 날이 너무 추웠으나 오늘을 풀린다고 하던데
역시나 춥다. 하지만 이게 겨울의 모습 아닌가. 오히려 그 전이 너무 더웠을뿐

국립극장은 집하고 가깝지만 추워서 멀게 느껴진다. 그래도 설래임이 있다.
인지도 높은 배우들. 모든 배우들이 만랩을 오래전에 찍은 최고의 자리에 오른 배우들. 최고 극장

그런데 짜증난다. 커튼콜때 사진 찍을수 없단다. 인터넷에 보면 이미 사진들이 널려있는데
찍지 말란다. 이런 분들 사진 한컷 찍는게 그렇게 아까운것인가? 그지같이 엿같은 정책이다.

'고도를 기다리며'는 본것 같으면서도 안본 연극
안봤을때도 무슨내용인지 모르겠고 봐도 무슨내용인지 모르겠다.
그렇지만 어떤 느낌은 다가온다. 고도라는 존재는 인간의 미련같은것으로 봐도 될듯 싶고
그것을 놓기 무척 어려워 매일 매일 미련을 둔다. 미세한 희망을 소년이 그날 그날 끝무렵 뿌리고 가면
이들(고고, 디디)은 다음날도 어김없이 기다리게 된다.
인간의 기대감이 섞인 미련한 미련을 보는거 같지 않은가. 보는 내내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인간답고 그에 맞게 어리석은.
물론 이것도 다 스스로의 명분이 있어야 하는것일텐데 이것을 고고와 디디가 상호작용을 하며 만들어간다.
이들의 대화는 동문서답하는것 처럼 보이지만 우리가 내 자신을 합리화 할때 거부하는 자아와 용인하는 자아가
상충되어 서로 말도 안되는 것으로 싸우듯, 이들의 행동은 내 자신속 나를 보는듯 싶다.

여기 돌멩이 한개 던져 파동을 만드는 사건으로 포조와 럭키가 나오는데 이들의 존재는 또 무엇일까
난대없다. 작가의 의식 속에 자리잡고 있는 이들의 정체는 무엇이었을까.
사회부조리도 아닌 연극 자체가 부조리극이라니. 정보를 찾아봐도 연극자체가 상호 모순된 형태를 갖아서
이해하기 어려운 모던 예술의 한 형태라는데.
예술이란게 미학 만을 추구하는것도 아니고 작가 자신을 알리기 위한 처절함 속에서 탄생하는 사회와 다소 모순된 형태도 띄기때문에
이상한 장르가 나오지 말란법은 없다만 작자 본인도 설명하기 힘들다면 피카소가 가자미 눈같이 한쪽으로 몰아서 그린것처럼
이 작품 역시 그럴수도 있어보인다. 인간(작가)의 욕망과 의식의 흐름에서 용인과 거부의 자아가 충돌하며 탄생한
또 다른 괴물일수 있다. 그러나 이런 표현의 최대 단점은 그 외 사람들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것
직감적으로 오는 느낌정도일뿐 정의내리기 어렵다. 작가가 노벨상을 받아서 유명해진 작품일수도 있으나
오묘한 느낌을 주는것이 특이한 경험을 할수 있다는 것이긴 한데, 전반적으로 매우 졸린 연극이다.
모호한 만큼 감정의 동요도 좀 특이해서일까? 두시간이 넘는 긴 연극인데 결코 짧게 느껴지지 않는다.

특히 럭키(박정자)가 말을 하기 시작할땐 너무 놀랐다. 저렇게 멋지게 연기를 할수 있다고?
연결성을 찾기 어려운 저 독특한 대사들을 저렇게 멋지고 몰입감 있게 연기한다고?
전체시간에서 매우 짧은 시간이었지만 나는 이 한대목 만으로도 이분이 나오는 이 연극을 볼 가치가 있다고 본다.
제법 큰 충격이었고 강렬해서 오늘부터 박정자 배우의 팬이 되기로 했다.
이분이 나오는 연극은 대부분 매진되어 보기 어렵겠지만 그래도 왠만하면 봐봐야 겠다는 생각이 든다.

고고와 디디는 연세때문일까 대사가 귀에 쏙쏙 꼿히는 맛이 없다.
연기력이야 어찌됬던 한국을 대표하는 배우분들이니 숨만 쉬어도 감동인데
작가가 다른 여러 그림을 섞어놓은거 같은 이런 연극에서 대사 전달력이 미흡하다는 것은 섭섭할수밖에 없다.

연극은 전체적으로 졸립지만 그래도 멋진 배우분들의 연기를 직접적으로 볼 수 있다는 것에
큰 의의를 둬도 좋은 극이었다.

그런데 달오름극장 관객의자가 이렇게 후졌었나? 앞뒤거리도 짧고

출연 : 신구, 박근형, 박정자, 김학철, 김리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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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시세상
연극.공연2024. 1. 7.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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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만 해도 겨울이 이래도 되나 싶을정도로 따뜻했는데
어제부터는 겨울이 겨울같다. 하지만 눈을 보진 못했다. 이번 겨울엔 눈이 적은가?
이제 12월도 열흘밖에 안남았는데

묵향. 전부터 강렬한 포스터를 보면서 항상 보고 싶었지만, 공연한지는 제법 오래되었지만
한번도 보질 못하다가 이번에 드디어 예매를 성공했다.
국립극장이 엄청 크고 하루만 공연하는 것도 아닌데도 막상 예매하려고 좌석을 보면
대부분 마음에 들지 않는 좌석만 남아있다. 엄청 일찍 예매를 하는데도 이렇다는것은 초대장이 난발됬다는건가?
국악쪽이 초대권을 좀 난발하는 기분이 들지만 왠만하면 국악만큼은 순수하게 티켓을 다 판매쪽으로 자리잡길 기대해본다.
(좋은 자리를 지인 찬스로 날려버리면 나같이 예매처에서 구입하는 사람들은 점차 구입욕구가 사라진다.)

맨 앞자리에서 바로 뒷자리
그러나 하필 머리가 아주 큰분이 앞에 앉아계시니 조금은 아쉬움이 생긴다. 특히 앞쪽은 줄간 높이차가 적어서
더욱더 앞사람의 상태(?)가 신경쓰이지만 어쩔수는 없다.

공연 시작
레퍼토리는 2016년 브로셔를 보니 같은거 같다. 심지어 사진도 똑같다. 1년에 한번하는건데 왠만하면
포스터정도는 좀 새로 만들면 안되는건지..(2023년 브로셔는 인터넷에서 찾을 수 없어서 2016년으로 대처)

공연순서는
서무, 매화, 난초, 국화, 오죽 그리고 마지막으로 종무

각각의 주제가 있다고 하지만 춤과 음악만 듣고 무엇을 표현하는지 알 수 있을까
언어의 한계일수도 있긴 한데 아무튼 저들의 몸놀림은 나에게 넘치도록 충분한 감동을 주지만
그것을 설명하려고 말로 혹은 글로 표현하려하면 바로 막힐수밖에 없다.
형상화되어있으나 글로서 표현한다는게 어려운 예술분야라서일까
어떠한 표현에서 미학을 찾은 분야를 글로 표현하려는것 자체가 인간의 오만일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무언가 그럴싸하게
그로인하여 사람들이 더 볼수 있도록 하는 어떤것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들지만 내 짧은 어휘로는 불가능

그러나 절재된 저들의 움직임이 가슴속 무언가를 자꾸만 건드는 기분이 든다. 그래서 눈시울의 뜨거워짐이 느껴진다.
왜 이런 기분이 드는지 모르지만 흐트러짐 없는 선의 곡선은 아이돌 가수들의 안무와는 다른 차원의 세계속에 서 있는거 같다.
요즘 춤들도 훌륭하고 멋있지만 이들의 춤은 기품과 고급짐이 흘러넘친다. 공연을 보면서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든다.
일제 강점기때 어떤 일본인이 기방에서 어떤 기생의 춤에 흠뻑 빠져들어 그 춤을 보기 위해 기방을 자주 찾았다고 하는 말이 있던데
그때 그들의 춤은 지금 저들의 춤과 많이 다르지 않을까. 음향도 그렇고 무대도 다르고 의상역시 그 시대에는
아무리 비단으로 아름답게 만들었어도 지금과는 비교도 안되게 초라했을텐데도 식민지 기방에서 기녀의 전통 춤에 빠져들었다면
지금 내가 받고 있는 감동을 그 시대에도 그 이전 시대에도 고스란히 사람들에게 감동을 전했다는것인지

힘을 뺀듯 하나 기개가 넘치고 인형같이 무정해보이지만 한없이 깊은 애환이 보인다.
발걸음은 구름 위를 사뿐사뿐 걷듯 무게가 느껴지지 않고 손은 봄바람에 흐날리는 버드나무 가지같아
무엇이 사람이고 무엇이 자연인지, 자연과 인간의 하나됨을 보여준다.

이런것들이 한국 정서일까. 있는듯 없는듯 하지만 애끓는 감정을 삭히는..

겉모습과 속마음을 한번에 보는거 같아서 혼란스러우면서도 뭉클해지는 아름다운 공연이었다.
하지만 딱 한시간 공연. 너무 짧은거 아닌가? 먼곳에서 이것 한편 보러 온 사람들이 대부분일텐데 한시간에 끝내버리다니

이런 멋진 공연을 날이면 날마다 볼 수 있는것도 아니니 2시간정도 되는 공연으로 재탄생해주길 기대해본다.
그리고 내년엔 올해보다 좋은 자리를 예매할수 있기를

출연 : 국립무용단

Posted by 시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