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똔체홉극장에서 벚꽃동산 작품을 여러번 본줄 알았는데 몇년전 한번본것이 전부였다.
그러면 머리속에 들어있는 벚꽃동산은 다른 극단들의 작품이었나?
바냐삼촌, 세자매 본것을 착각한것이겠지.
이 작품은 과거 러시아의 현대화에 뒤쳐지는 구세대가 자본의 생리를 따라가지 못하여 생겨나는
형태를 꼬집는 블랙코미디 같은 작품이다.
특별히 복선도 없고(러시아 역사를 몰라서 시대에 대한 복선이 깔려있어도 나로서는)
안톤체홉의 작품들을 읽어보면 그렇게 어렵게 꼬아놓은것 없이 그대로 받아드리면 되는거 같다.
(러시아 작품들이 전반적으로 꼬아놓고 감춰놓는건 싫어하는 거 같음)
대부분 주제가 명확하고 선이 비교적 굵은 편이라서 어렵지 않으나
문제는 백년전 이야기라는 것이 가장 큰 걸림돌로 다가온다.
고전은 그 시대를 글(책)이나 간접적으로 상상하는것을 붙여야 하기때문에
책을 읽던 영화, 연극 등 공연을 보던 중간에 큰 강이 하나 흐르고 있는거 같은 기분이다.
그래서 한국의 근 현대사를 보더라도 뭔가 강건너 불구경같이 멀게 느껴진다고 할까?
(현재 한국는 근 현대사의 똥들이 계속 냄새를 피우며 길에 똥을 뿌리고 있어서 현대진행형으로 볼 수 있다.)
조선시대는 어땠을까? 아무리 군주주의라 할지라도 조선말기는 돈이 우선시되던 사회 아닌가?
노비도 사라지고, 러시아도 그런게 사라진거 같고 점차 자본을 앞세운 신진세력(로파힌)이 사회를 잠식하려는 그 과도기.
한쪽에선 공산주의를 표방한 노동자 사회를 꿈꾸는 청년(트로피모프)도 나온다.
귀족사회 구태의 전형인 라넵스카야(엄마)와 가예프(엄마의 오빠), 이들의 몸종인 피르스는 사라지는 구시대의 표상같은 인물이다.
아마도 이정도면 대충 연극의 흐름은 알수 있을것이다. 대상으로서 가교 역활을 했던 벚꽃동산
구세대와 신세대에 교도부역활을 한다고 할까? 전환점의 시작이라고 할까?
무력한 구세대들의 안일함, 신진세력들의 집요하면서 치밀하다.
이렇게 어떤 시대의 이데올로기가 바뀌는 계기는 구세대들의 나태함에서 비롯된다.
국가가 무너지고 이념이 바뀌는 시기. 전세계 어디에나 벌어지는 공통점이라 할까.
벚꽃동산은 이점을 짜증날정도로 잘 표현해주는 작품이다.
(조금 더 길고 인물들의 디테일을 더 살려달라고 하고 싶은데 지금도 2시간30분 연극이라 아쉬움)
안똔체홉 극장 이름처럼 이곳은 안똔체홉학회도 운영하면서 체홉 작품을 주로 다룬다.
그래서 가끔 체홉작품이 보고 싶을땐 이 곳이 운영하는 사이트를 들어가보면 언제 연극하는지 알 수 있는데
그중에 내가 보고 싶은 작품이 있다면 보면 되고 아니면 다음기회를 보면 된다.
내가 체홉 작품 몇가지를 읽었는지 요즘은 고전을 마구잡이로 좀 읽다보니 섞여서 도통 생각나지 않는다.
하지만 이 극장에서 같은 작품 몇번을 보면 어느정도 책을 읽은것처럼 섬세한 느낌을 받을수 있다.
그리고 같은 작품을 비슷한 배우들이 원작을 크게 변화없이 그대로를 적어도 1년에 한번은 공연하기때문에
좀더 심층적으로 바라보기도 좋다. 일반 극장에서 올라오는 작품들은 언제 다시 할지 알 수 없어서
디테일함을 알아채는것이 쉽지 않지만 이곳은 다음에 또 보면 된다.
그리고 내가 적지 않은 크고 작은 극장들 대부분을 다녀봤지만 이곳만큼 의자가 좋은 곳은 없다.
의자만 좋다. 바닥은 좀 삐걱이고 앞뒤 간격이 제법 넓지만 대형극장만큼 여유로움은 없다. 그러나 의자는
영화극장 그것이라서 당황스러울정도로 편하다.(이곳에 올적마다 의자는 특이하단 생각이 듬)
그래서 신경통이 있음에도 불편함 없이 관람할수가 있다. 그리고 체홉 작품은 흐름에 지루함이 특별히 없고
이곳 배우들의 연기력 또한 최고 수준이라서 부족함이 없다.
역시 문제는 고전이라는 것.(이 같은 배우들이 일반 연극 할때도 한두번 본적 있는데 그땐 확실히 다른 느낌이 듬)
난 그래도 오늘같이 체홉작품이 보고 싶을때 이곳에서 뭘 하고 있나? 제일 먼저 찾게 된다.
그리고 이곳이 내게는 표준이 된것처럼 다른 극단이 체홉작품을 올릴때 이곳 작품과 비교하게 된다.
원작을 이곳만큼 그대로 표현하는 곳이 드믈고 다른 극단들은 현대작품처럼 각색들을 하기때문에 늬앙스가 바뀌거나
난해해진다거나 하는게 대부분이라서 개인적으로 원작을 최대한 살리는 이곳 공연이 좋다.
바냐삼촌(한국식으로 각색한 '순우삼촌'이란 작품도 있음), 세자매, 갈매기, 벚꽃동산, 이바노프 까지는
이 곳 안똔체홉극장에서 볼수 있는데 체홉의 단편 연극도 좀 올라왔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얼마전에 한거 같기도 하고 다른곳인거 같기도 하고)
대학로엔 이렇게 테마를 갖고 꾸준히 공연을 하는 곳들이 몇몇 있는데
나는 으뜸을 꼽으라 하면 이곳 안똔체홉극장의 작품들을 꼽는다.
오랜 시간 반복되어 숙련된 연기와 군더더기 없는 무대, 보기 힘든 훌륭한 관객석,
이유는 모르지만 커피도 주고 연극 관람 중에 마셔도 됨.(커피를 들고 들어가 의자에 꼿아놓으면 됨)
두번째로는 동국극장의 무죽페스티벌인데 연극만 놓고 보면 명품배우들의 능숙한 연기때문에
재미없어도 재미있지만 관객석이 너무 안좋다. 신경통때문에 객석이 안좋으면 좀 불편하다는 단점이 있다.
이 두 곳이 대학로의 수많은 극장들중에 가장 사랑하는 극장일것이다.
요즘같이 연극보기 좋은 계절엔 체홉 작품 한편 보는것도 후회는 없을듯 싶고
지금 한국사회가 뭔가 좀 바뀌려고 꿈틀꿈틀하기때문에 잘 어울릴수도?
출연 : 권민중, 정인범, 정연주, 한소진, 진민혁, 최재호, 김용성, 정혜원, 장희수, 최인철, 유경열, 노수린
-추신-
세금으로 운영되는 국공립 극단 공연의 티켓가격은 최저임금 두배를 넘지 말자


'연극.공연'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연극 -나는 왜 없지 않고 있는가- (0) | 2026.05.17 |
|---|---|
| 판소리완창 -김미진 춘향가(김세종제)- (0) | 2026.05.10 |
| 국악 -세실풍류_득무(得舞)의 순간- (0) | 2026.05.09 |
| 연극 -감찰관- (0) | 2026.05.03 |
| 국악 -광대(소춘대유희)- (0) | 2026.05.02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