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춥다. 겨울은 늘 춥다. 단지 에너지가 적은 공기인데 왜 인간은 춥다고 느끼며 고통스러워하는걸까
카메라를 매고 시청에서 천천히 혜화동까지 걸어가려 했지만 추위때문에 포기하고 시간에 맞게 혜화동을 간다.
참회록이라.. 토스토이의 작품인 안나 카레니나와 만나며 둘간의 대화가 시작된다.
뭐랄까.. 영화 시사회에서 감독과의 만남? 그런느낌이랄까
안나 카레이나의 전반적인 내용과 톨스토이가 보는 사랑에 대한 시선? 인간의 삶에 대한? 그정도 일지 모르겠지만
저들의 대화을 따라가는데 특별히 톨스토이를 알 필요 없이 그냥 따라가면 된다.
중간 중간 대사를 못 따라가도 별 문제 안될정도로 크게 복잡하지 않다.
고전은 아니지만 현대문학도 아닌 1800년대 후반 문학들까지 현대 사람들이 이해하는데 생각보다 난해하지 않다.
직선적이면서 원초적이기도 하고 어떤 시발점이나 당시엔 우위에 있는 문학이었더라도 현대문학에 비교하면
크게 어렵거나 하진 않다. 오히여 요즘 서점에서 접하는 소설들이 비교도 안되게 난해하고 난잡하다.
(좋게 말하면 난해한거고 직설적으로 표현하면 겉 멋만 든 그지 발싸게 것들)
톨스토이작 참회록과 안나 카레리나를 합쳐놓은것처럼 보이긴 하는데 이런 전개(플롯)은 흔하디 흔하다
그렇지만 연극을 보는동안 카레리나가 너무 사랑스럽게 느껴진다.
극중 배역을 잘 소화하는 배우의 역량때문에 내가 그렇게 느껴지는것이겠으나
사랑, 그 설래임과 두려움, 허상을 무척 잘 표현해준다.
톨스토이의 참회록은 당시 기득권층에게 지탄의 대상이 될 정도였다지만 그러한것은 지금도 마찬가지고
자신들의 위치를 흔드는 세력이 있다면 당연한 인간의 행동일것으로 보이지만
그 참회가 이 연극에서의 참회록이 같은 것인지 모르겠다.
아무튼 톨 역시 그 역에서 조용히 역사적 인물이 되고 소설속 인물인 리나 역시 과거 시간속 인물이 된다.
이 연극을 보고 있자면 이런 생각이 든다.
1900년대 초까지의 서양에서의 사랑이란 풋 사랑에 국한되는 것인가
많은 고전 문학들에서나오는 사랑은 미치도록 사뭇치는 사랑인데 이것은 대부분 첫 사랑일때 해당되는 것들이다.
한국도 1800년대까지는 얼굴도 안보고 혼인하는 문화가 있었고 서양 역시 부모들의 정약 결혼이거나
귀족들간의 권력 유지를 위한 전략적 결혼이 많았을테니 이들에게 사랑이란 감정은 소설속 로미오와 줄리엣같은
허상에서나 존재하는 것으로 느껴질수도 있어보인다. 그래서 저들의 사랑은 첫사랑의 불꽃같은 강렬함도 있지만
어리석음 역시 너무 많이 보인다. 소설이기때문에 과장할수도 있지만 그 시대는 그러함이 없었기때문에
그것을 표현한 것일수도 있다는 생각이다. 당시엔 불륜이 흔한 사회라고도 하니 그 불륜은 단순한 성적 쾌락만을 위함은
분명히 아니었을것인데 이 연극을 보며 이러한 첫사랑같은 강렬하면서도 부족한 인간관계가 보여
저들의 많은 면이 아름답고 순수하게 보인다.
그런데 이 연극은 왜 이렇게 구성했는지 모르겠으나 피아노 소리가 너무 크다.
배우들이 마이크를 사용할때는 음량의 밸런스가 어느정도 맞지만 마이크를 사용하지 않을경우엔
상대적으로 피아노 소리가 너무 커서 배우들의 대사가 너무 죽어버린다. 그리고 피아노 연주도 솔직히 조금은 별루다
피아노 연주곡을 꽤나 좋아하고 많이 듣는 입장에서 상황과 매칭도 잘 안되고 품질(?)도 좀......
차라리 배우들 모두에게 무선 마이크를 붙여서 음량 밸런스를 좀 맞추거나 피아노 음량은 최대한 좀 억제하거나..
좁은 극장에서 그랜드 퍄노를 놓고 배우들은 생목으로 대사를 치라고 하면 이 조화가 맞겠나.
엘칸토로 질러도 맞추기 쉽지 않은게 그랜드 퍄노의 음량인데..
가급적 연주를 할것이라면 열의를 다해 연주를 하던가 뭔가 대단히 안맞는 느낌이 든다.
그리고 남자배우는 한명 더 쓰면 안됬던건지.. 늙은 역과 젊은 역을 한사람이 하고 있다니 여자 배우는 4명이나 쓰면서
남자도 한병 더 써서 늙은 톨스토이는 더 늙게, 젊은 브론스키는 젋고 멋지게 표현했으면 보기 좋았을거 같은데 아쉬움이 남는다.
그렇지만 리나는 너무 아름답고 순수하고 안타깝고 불쌍하다.
재미있으면서도 웃기엔 힘든 비극같기도 하고 희극같기도 한 중의적인 극이지만
제법 괜찮고 멋진 극인거 같다.(퍄노 소리만 좀더 작고 불필요한 연주는 좀 빼고)
연초부터 이런 멋진 극을 봤다는 것은 올해 좋은 연극이 많이 볼 수 있는 징조인가? ^_^
그런데 리나역 맡은분과 리나 생각을 말하던 분은 누구지? 오늘부터 팬 되야지..
시청부터 걸어오면 출출해서 얼마 전부터 들르는 칼국수 집인데 맛이 특줄나진 않으나
이상하게 기분좋은 곳이다. 오늘은 1월1일이니 쉴 법도 한대 열어서 기분좋게 칼국수 한사발 후루룩...
어찌됬던 프랜차이즈보단 그곳에만 존재하는 음식점이 최고..
그리고 크리스마스때부터 마시던 와인 몇병중 마지막..
아~ 요즘은 코르크마개를 따면 무조건 한병이구나.. 에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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