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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23.10.16 연극 -카르멘-
연극.공연2023. 10. 16.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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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좋고 술 마시기 좋고 하늘 보기 좋은 계절
물론 연극 보기에도 좋지만 실내 공연은 더울땐 시원해서, 추울땐 따뜻하기때문에 더 좋은거 같다.
날 좋아서 시립미술관 잠시 들렀다가 산보로 적당한 위치인 광화문 네거리에 있는 세종문화회관으로 직행

대형 공연장은 시설 좋고 주변 좋지만 공연 가격이 비싸다.
각 지자체별로 작고 시설 좋은 공연장들을 많이 만들어 돈 없는 배우들에게 저렴하게 대관하고
주머니사정 안좋은 요즘같은 시기에 저렴하게 관람할수 있도록 해줬으면 하는 상상을 해본다.
물적 자원이 부족할땐 이런 문화자원이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는데 언제까지 거대자본이 필요한
아이돌이나 대형영화 산업에만 신경쓰고 있을지

카르멘은 기본적으로 오페라다. 아름다운 오케스트라기반의 노래들
가수가 성악가(카르멘은 메조소프라노)들이니 이들의 노래에서 나오는 연기는 일품중 일품

다만 오페라의 단점이라면 노래에 너무 치중되어 표현연기에선 다소 어색하다고 할지
일반 연극은 반대로 연기는 최상이지만 섞여있는 노래는 섭섭할 경우가 많다.
뮤지컬(음악극)은 그냥 이도 저도 아닌거 같지만 일부에선 가슴 아리는 감동이 있다.

이 아름다운 음악들을 모두 죽여버린 연극 카르멘

카르멘같이 팜므파탈 혹은 옴므파탈 같은 소설은 흔하디 흔하다
인간들 사이에서 퍼지는 야사들 대부분이 남녀 애정에 관한 이야기들
약간 자극적으로 만들면 소설이 되는거고 아니면 사라지는거고

음악과 노래를 붙이면 오페라가 되고 뮤지컬이 되고 연극도 된다.

프로스페르의 원작 소설을 기반으로 연극으로 만들었다곤 하지만 카르멘 하면 떠오르는건 역시 오페라다.
소설이나 연극이 아닌 웅장한 오케스트라위의 수많은 성악가들이 떼로 불러대는 바로 그 오페라

그런데 이 연극은 오페라의 선율은 대부분 무시되고 순수하게 연극화 한거 같다.
무대 크기에 비하여 빈약하게 설치된 시설들(시설이랄게 없이 공연할거면 더 작은 극장에서 하지)
탭댄스나 플라멩코가 많이 나오나 싶지만 생각보다 그것도 별로 많지 않고
화려하지도 멋지지도 않다. 심지어 리듬에 비하여 흥이 크게 생기지도 않는다.

게다가 가장 큰 문제는 카르멘이 매혹적이 않다는 것이다. 정렬적이지도 않다.
음악이 있지도 않고 섹시한 춤도 없다. 무엇때문에 이끌리는 걸까?
오히려 주변에 있는 여자들이 훨씬 섹시하고 아름답게 춤을 춘다.

극 제목이 주인공 이름이고 이성적으로 강력한 이끌림이 있어야 한다면 그것을 아무튼 보여 줘야 할텐데
많은게 부족하다. 그리고 발음(딕션)도 엉키고 발성도 이상하고
영화 말아톤의 '초원이 다리는 백만불짜리 다리'라고 말하는 그런 이상한 발성은 어디서 나온걸까
초반엔 순간 한숨이 나올정도였으나 중반부터는 좀 사라지는듯 보이지만
연극 '톨스토이 참회록, 안나 카레니나와의 대화'같이 격조 높은 표현은 찾아볼수가 없다.

초반에는 대학교 졸업작품전을 내가 잘못 알고 예매한것인가?란 착각마져 들 정도였다.
아무튼 전체적으로 불필요하게 시설 좋은곳에서 하는 연극 같다. 그리고 110분 공연도 아니던데
뭘 그리도 화장실 미리 다녀오라고 떠드는지. 얼핏 보면 95분정도에 끝나던데

다 끝나고 속으로 '엄청 빨리 끝날걸 보면 잘 만들어진건가'라고 생각하고 커튼콜 다 끝난 후
극장 밖을 나와 좀 걸으며 시계를 보니 그제서야 100분(4시40분)이 넘어서고 있었다.

결국은 잘만들어져서 빨리 시간이 간게 아니고 그냥 길지 않은 극이었다.
20분차이로 뭘 그러냐 할 수 있지만 대략 90분정도인 극들은 못 만들어도 왠만하면 버틸만 하지만
두시간 가까이 100분이상 되는 극들은 못 만들면 어느 순간 스테미너가 급격히 저하되면서
빨리 밖을 나가고 싶다는 충동이 생긴다. 이 연극은 자신들도 그 시간을 알았는지
오페라는 2시간 30분에서 3시간까지 되는것을 절반으로 줄여버린것이다.

집시의 삶도 마땅이 보여주는게 없고 카르멘이나 돈 호세도 디테일하게 묘사되지 않는다.
오히려 미카엘라가 이 극의 주인공처럼 극적인 히로인으로 묘사된다.

팜므파탈,옴므파탈 같은 특정 인물은 이유가 어떻든 대상의 목덜미를 부여잡는 카리스마를
표출해야 하는게 아닐까. 이런 올가미속에서 돈 호세같은 호구가 허부적거리며 침몰하는거고

소설을 읽지 않아서 모르겠는데 낭송하듯 읊조리는 대사(독백)가 많다.
오페라 노래 대사를 시처럼 읊조리게 연출한건가 그런데 그 대사를 왜 그렇게 못 읽지?
조금은 사랑스럽게 조금은 더 간절하게 좀 애원하듯 독백하면 안되나?
말로 하기 어려우면 차라리 멜로디를 섞어서 노래를 하던가
'초원이 다리는 백만불짜리 다리'같은 발성을 연출이 원했던건지 도무지 안되서 이정도에서 퉁!친건지

음향시설 좋고, 음악 좋고, 무대 좋고, 관객석 좋은 연극이었다.

출연 : 김병희, 서지우, 최나라, 강신구, 장재호, 김신기, 최진영, 이정훈, 강득종, 성동한,
       조용의, 박혜정, 노유라, 김동지, 오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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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시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