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연휴가 드디어 시작되었지만 이날 하루는 가을 하늘의 기대치에는 못미치게
뜨겁고 몸이 끈적인다. 하지만 고궁도 들르고 미술관도 들르고 명절연휴는 이렇게
사람들을 보며 보내는 거지
엔트로피란 무질서한 에너지가 질서를 찾아간다고 보면 될텐데-그런가?-
이 연극의 제목만큼이나 비슷한 성향을 보이지만 그 흐름과 결말은 매우 동물적이다.
시간이 흐름에 따라 진리를 알려주는 인도자(과거의 성인들같은)가 나와도 집단의 관성은
깨지지 않고 더욱더 견고해지는 모순된 동물의 사회를 보여준다.
70분 공연이라 짧은만큼 강렬하고 자극적인 것들로 채워져있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그 이후가
지극히 지루해진다. 결말도 뻔해지고 진행도 반복되고 단조롭기때문일까.
어찌됬던 짧기때문에 지루함이 길지 않아서 끝무렵 하품 두어번 하면 공연은 끝난다.
요즘은 이렇게 짧은 극들이 많은데 시대흐름이라고 주장하는 이도 있지만 그렇게 설득력 있어보이진 않는다.
(인터넷 스트리밍으로 익숙한 세대는 몇시간짜리 영화등은 보기 힘들어 한다던데
천만영화가 없는것도 아니고 2~3시간짜리 뮤지컬이나 유명배우가 나오는 연극은 계속 매진되는걸 보면 지금 세대가 그렇다고 하기엔)
지금 이런식으로 짧아지는 연극의 유행이 맞는지 모르겠지만 이번 연극같은경우
좀더 심층적으로 집요하게 집단의 성질을 파해쳤다면 훨씬 기억에 남았을텐데 요약본을 본거 같아 아쉬움이 남는다
어차피 관객이 넘쳐나는 인기극이 아니라면 작가가 표현하고자 하는것을 마음껏 표출해내도 될텐데
물론 지루하면 나같은 사람은 지루했다고 뭐라 했겠지만 구더기 무서워 장 못담구는것도 아니고
평생 만들어봐야 몇작품이나 만들수 있다고, 기회가 주어졌을때 하고싶은거 다 넣는거지.
난 한국 연극이 도전적이었으면 좋겠다. 미친놈 소리 들을정도의 미친 연극들
('관객모독'같은것도 좋지만 관객에게 물 뿌리는 건 좀. 예전에 정통으로 물벼락을 맞은적 있어서 ^_^;;)
아무튼 생각하게 만드는 연극이다.
집에와서 우연히 '콘크리트 유토피아'를 봤는데
연극이나 영화나 모두 '에휴~ 나도 다르지 않는데' 라며 깊은 한숨만이 나오게 한다.
가끔씩 자신의 족적을 되돌아 볼 필요가 있을때 이런 공연 한편도 괜찮을것 같다.
출연 : 이윤상, 김산, 주인서, 한필수, 이혜진, 안호주, 한동현, 김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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