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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8.09.17 연극 -삵-
연극.공연2018. 9. 17. 0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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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올거 같은 가을, 반팔이 맞는건지 모르지만
혜화동엔 스피커소리 요란하게 공원 전체에 소음 공해를 뿜어내고 있다.
(이런공연을 계속 할 수록 거리공연이 자리 잡기 어려울텐데 광화문같은곳에서 하면 안되는건가?
공원에서 도데체 왜 이런 짓을 하는건지. 소리가 너무 커서 공원을 벗어나도 웅웅 거리는 특유의 저음 공해는 말로 표현이 안된다.)

지금 보니 삵이라 적혀있고 '잊혀져가는 것에 대하여 1' 이라는 문구가 보인다.
1(일)? 그렇다면 시리즈로 더 있다는 소린가? 일정을 알면 미리 시간을 비워둘텐데
(시리즈는 보기 시작했다면 왠만해선 보려 하는 편)

관객석 3곳(?)중 한 구역은 아예 못앉고 양옆 구역에만 앉게 되어 있다.
(양쪽만 관객이 앉을수 있고 가장 좋은 자리는 일제강점기 시절 간판을 널어놨음)

왜 이렇게 구성을 한것인지 모르지만 제법 좋은 자리에 앉았음에도 시야가 좋지 않다.
그도 그럴것이 관객석이 무대 기준 180도 양쪽으로 나눠져 있다보니
어느쪽 어디에 앉아도 배우들 측면을 볼뿐 정면을 볼 순 없는 구조인데
어처구니 없는 무대가 아닐 수 없다.
(십자 모양이라면 관객석을 두곳을 한쪽으로 몰고 나머지 두곳을 무대로 써서 시선이 나뉘지 않게 하기 마련인데)

아무튼 불편하다.

배우들도 왔다갔다하며 양쪽 객석에 시선을 보내는게 안쓰러워 보인다.

삵?
뭐지?
산괭이를 삵이라 하는데 이게 일제강점기엔 흔했다는 소린지
흔했지만 지금은 멸종위기종에 들만큼 희귀해졌는데
시대가 바뀌고 정보화 시대가 되도 사라지는것은 사라진다는 의민지
사라져선 안되는것이 사라졌다는 소린지
시놉을 보면 이들이 있어서 지금의 우리가 있다는 느낌인데 이게 삵하고 어떤 관계가 있다는건지

괭이(삵) 흉내를 내며 분주하게 움직이는 한명이 있지만 그냥 나레이터 정도 외엔
별로 의미 없어보이는 예쁜 괭이 일뿐이다.

작가는 삵이라는 멸종위기종 동물과 과거와 현대간의 잊혀진것과 연관성을 찾게 된걸까?

어찌됬던 난 모르겠다.
삵이 이 극의 내용과 어떤 관계가 있는지..

이 연극을 보고 처음으로 노천명이 친일매국노란것을 알게 되었다.
노천명 수필집이나 시집 전체를 읽었지만 친일매국노란것은 수십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알게되다니
약간은 부끄럽다.(수필이나 시는 무척 서정적이던데 그래서 좋아하기도 했고, 건성으로 읽었나?)
당시 이화여대에 친일매국노가 많았는지 모르겠으나 노천명 일대기를 찾아보니 이대 출신의 친일매국노가 여럿나오던데
유관순열사를 부각하는것도 일대출신들의 매국행위를 감추기 위함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으니 그런가보다 할뿐이다.

아무튼 연극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좀 난해한데 강제징용, 위안부 문제, 민족문화 말살등
수많은 문제를 무차별적으로 집어넣은거 같은 기분이 든다.

사실이지만 사실이 아닌?(이런건 픽션이라 해야 하는 건지 논픽션이라 해야 하는건지. 사실을 기반으로 만든 허구?)

아무튼 일부 사실을 바탕으로 허구를 구성한거 같다.

문제는 구성이 너무 어지럽다.

심지어 배우들간의 대사가 서로 겹쳐서 두 곳에서 말을 해댄다.

내가 제법 짧지 않은 시간동안 연극을 적지 않게 봐왔으나 이렇게 두곳에서 연속으로 말을 하는 것은 처음 본다.
(왁자지껄을 표현하기 위해 모두 웅성웅성 거리는것이 아닌)

양쪽 모두 놓치면 안될거 같은데 모두 안들린다.
(이쪽에 신경쓰면 저쪽이 안들리고 저쪽에 신경쓰면 이쪽이 안들리고)

이런 장면이 짧지도 않고 두번이나 나오니..
(두 팀이 서로 대화하는것이라 4명이 한번에 말을 해대는 기분이 듬)

그러다가 갑자기 템포가 확! 죽어서 세월아 네월아
이런걸 뭐라 하는지 모르지만 당장의 감정묘사를 지리하게 끌어간다.
일본 영화가 특히 이런데(조금만 감정변화가 생기면 엿가락 늘어나듯 늘어짐)

100분 연극인데 이런거 다 걷어내면 60분이라도 가능할거 같은 착각이 생길정도임

그러나 졸립지는 않다.
졸리려 하다가 갑자기 도떼기 시장이 되버리니 졸릴수가 없다.

하지만 기억에 남는것은 노천명이 친일매국노라는것 한가지 말곤 없다는것도 문제고
이것 마져도 내가 그 동안 노천명 작품을 좋아했기때문에 약간의 충격이 있어서 그럴뿐
그렇지 않았다면 이것도 기억에 남지 않고 귀여운 삵만 기억에 남았을거다.

왜 이렇게 산만하고 템포도 느러지게 만들었는지
뭔가 표현을 찐~~~하게 하고 싶어서 영화에서 배우의 얼굴이 클로즈업되는걸 연상하며
감정씬을 만들었는지
감독은 천재라서 양쪽에서 서로 다른 대화를 나누는걸 쉽게 들을수 있었는지
짧은 연극은 싫어해서 어떻게든 시간을 늘리고 싶었던지

그 100분동안 정작 이들(독립군은 아니고 예술인들의 항거? 저항이라 해야 하나?)의 항적은
거의 전무하다. 그래서 남는게 하나도 없다.

내용이 몸통은 없고 꼬리만 있는 허무한 연극(꼬리가 결론도 아님)

제일 좋은 관객석에 일제강점기 시절 간판들을 놓고
이런걸 놓으려면 잘 보이도록 무대 벽쪽에 붙이던가..

간만에 시간이 맞아 두편을 볼 수 있는 기분좋은 날인데 첫번째 편은 이렇게 날라가는구나란 생각이
머리속에서 지워지질 않는다.

왠만하면 내용을 좀 간결하게 정리하고 불필요한 감정표현같은것좀 정리한
2편이 나와주길 기대하며...

출연자 : 최운학, 강민구, 안연진, 하동국, 김슬기, 현림, 이원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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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시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