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순간부터 내가 나이먹는 다는것을 느끼기 시작한거 같다.
허리가 아퍼서 누워있기도 하고 허벅지안쪽 신경통이 더 심해지기도 하고
병원신세도 졌고 난생 처음 119도 불러봤다.
이것때문만은 아니지만 이상하게 공연이 죽음에 관련된것들을 본의아니게 많이 고르게 된다.
(본의 아니라는것은 크게 신경 안쓰고 포스터정도만 보고 고르는데 이러함)
이번 사자의 서 역시도 그렇다.
사람의 죽음과 저승에서의 심판(이건 좀 상투적인 설정이라 좀 달라질때가 되지 않았나)
국립극장을 오면 자꾸 국립국악원이 생각난다.
비슷해보이는데 이상하게 음향이 너무 다르다.
국립국악원은 소리의 조화가 영 별로인 반면에 국립극장은 웅장하면서 섬세함 그 자체다.
해오름, 달오름, 하늘극장 모두 뛰어난데 국립국악원의 우면당, 예악당, 풍류사랑방 모두 별로다.
왜 그럴까.
오늘은 맨앞자리라서 보는것은 조금 불편했지만 소리만큼은 일품이었다. 물론 공연도 일품이었다.
국립무용단은 원래 다(?) 하는건가? 현대무용, 한국무용 이것 저것 다 국립무용단이라고 적힌거 같던데
국립현대무용단, 국립고전무용단 뭐 이런식이 아니 그냥 퉁쳐서 국립무용단?
과연 오늘 공연이 한국무용이었을까?란 생각도 든다.
전위적이며 추상적인 저들의 표현은 옛부터 내려온 춤이라 하기엔 너무 현대스럽고 서양스럽다.
음악도 무척 세련된것이 국악이라 하기에도 좀. 오히려 한국 장단이 중간에 무용으로 표현되는데 결이 좀 맞지 않아 어색하다고 느껴질 정도였다.
아무튼 전체적으로 나는 이해하긴 어려웠다. 무용을 많이 접해본적도 없고 직관적인 표현의 형태인 무용(발레같은?)이라면
그다지 부담없겠지만 현대무용의 그 전위적 형태를 이해하기엔 어려움이 크다.
현대 예술이 전반적으로 극단적인 추상화를 극대화 하는거 같기도 하고
근본적인 원인은 내 이해력이 심각하게 달려서 그런것이겠지만 이해 안되는걸 어떡하겠나.
하지만 이렇게 난해한 부분은 1장(총 3장)에 일부분 국한된것으로 봐야 할거 같다.
2장부터는 과거를 회상하는 것인데 별다르게 이해 안될것도 없고 특이한것도 없다.
진부한 사랑 전개와 미칠듯한 외로움만이 남겨지는 암흑의 고요함같다고 할까
(연극 와일더의 '우리읍내' 같이 불꽃 튀다가 사그러들어 천천히 어두워지는 희나리 같이 식상한 전개)
70분정도의 짧은 공연이고 3장으로 의식의 바다, 상념의 바다, 고요의 바다 식으로 거창하게 적어놨지만
1장은 사후의 심판, 2장은 과거청년기, 3장은 죽음과 남겨진 자 정도로
2,3장은 망자의 일생을 이야기 하는데 1장의 비장함같은것은 느껴지지 않지만
연인들의 설렘과 마지막 죽음에 대한 절망뒤 잇는 고요함은 깊은 감동을 선사한다. 그렇지만 중간쯤 살짝 졸음이..
짧은 공연이라서 졸음이 올거라곤 생각못했지만 조금은 당황스러웠다. 잠도 충분히 잤는데.
그리고 표현이 일부분에선 산만하다. 많은 무용수들이 나와서 군무아닌 군무를 선보이지만
사람의 어지러움을 표현하려고 다들 저렇게 다른 표현들로 누구에게도 시선을 줄수 없도록 만드는건지
꼭 이렇게 어렵게 만들어야만 했던것인지
어떤부분은 망원경을 들고 보고 싶을정도로 집중하게 만들지만 어떤부분은 하품을 참아야 한는 부분도 있고
어떤부분은 무엇을 말하려는 걸까 란 생각만 머리속에 가득찰때도 있는
짧지만 다양한 감정(?)이 들게 하는 공연이었다.
이상하게 점점 무용이 좋아지고 있는데 괜찮은건지.. 올해는 서양고전음악쪽으로 좀 집중하려 했는데..
내년으로 미뤄야 하나. 한창 귀가 예민해져서 음악이 딱 좋은 해인데..
출연 : 국립무용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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