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떠게하면 평일에도 회사원들이 편하게 공연을 관람할 수 있을까
어렵지 않는 문제인가. 휴가를 내고 마음 편히 저녁 먹고 가면 되는것?
때때로 이런 소소한 행복이 의외로 쉽지 않은 문제가 되기도 한다.
오늘은 평일 그리고 공연관람이 있다. 여러모로 긴장되는데
시간을 맞춰 갈수 있을지, 공연은 재미있을지, 저녁은 어떻게 먹지 등등
그렇게 대수롭지 않은 고민을 하다보니 벌써 하루가 지나고 다음날 아침이다.
총 6개의 공연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서로의 연관성이 있어보이진 않는다.
(공연기회자는 주제를 연결했을지 모르지만 듣는 내입장에선 모르겠음)
첫번째인 뱃노래라는 국악관현악(오케스트라?) 공연인데
솔직히 좀 놀랐다. 그동안 들어왔던 서양의 오케스트라를 국악기로 재편성된 일종의 아류작같은 느낌을 받았기때문인데
왜 이렇게까지 서양악기를 따라해서 구성되야 하는지 연주를 듣는내내 납득되지 않았으며 이유도 찾지 못했다.
한국 정서에 맞도록 그동안 이어져온 것에서 조금씩 각색하면 안되는 것이었나 등 온갖 잡생각이 들었다.
서양에 대한 열등감의 산물일까 아니면 음악사가 원래 이렇게 진행되고 우리도 그 흐름을 지나가고 있는것일까
아무튼 저 많은 단원들이 어떤 특수 효과음을 내는 구성원인듯 오묘한 기분이 든다.
이와중에 튀는 팀파니(북치곤 너무 고급진 소리를 내는 북)와 더블베이스
악기 배치도 뭔가 서양 오케스트라와 비슷한거 같은데 고음은 해금, 저음은 아쟁? -.,-;;;
관악기는 저~ 뒤로 밀려있던데 대금은 음량이 크지도 않은데 왜 저렇게 뒤로 밀려있는지..
아무튼 지난번에도 느꼈지만 상대적으로 거칠고 약간은 불규칙한 음들이 많이 섞인 한국 악기를
합주한다는 것은 듣는 입장이나 연주하는 입장에서도 좋은 화음을 낸다는건 쉽지 않게 느껴진다.
감상하기에 좋은 자리에 앉았는데도 산만함이 느꼈것은 왜일까
한국 관현악단에도 콘마(콘서트마스터)가 있는건가? 좀 우끼긴 하지만 단체니 중간 관리자가 필요하긴 할텐데
보통 바이올린이 콘마를 하던데 국악기에선 해금(깽깽이) 연주자가 콘마역활을 대행(?)하는거 같다.
서양시스템과 같을 필요는 없지만 아무튼 보여지는 행위는 매우 비슷하다. (저 해금 연주자가 수석이려나?)
두번째 연주는 재수굿이라는데 하늘과 땅에 일이 잘 풀리도록 해달라는 굿이라고 한다.
그 동안 봐왔던 것과는 다르게 굿 도중에 관객이 막 몰려가 돈 통에 돈을 넣는다. 앞에서 덩실 덩실 춤도 춘다.
미리 기획된 것이겠으나 순간 좀 놀랐다. 관객이 난입하는것인가? 이러다 공연 망가지는거 아닌가? 온갖 잡생각이 들었지만
어느정도 시간이 흐르고 어떤 절차대로 진행되니 불안감은 사라졌다. 유지숙 예술감독은 서도소리로 유명한 분이라 황해도에서
한다는 굿을 한건지 모르지만 국악인들은 이런 여러가지를 다 해야 하는건지, 심지어 신내림받은 무당이 하는
이러한 굿판도 할줄 알아야만 생계를 유지할수 있다는것인지, 아무튼 어려운 직업군이 아닐수 없다.
신명은 나는데 전체적으로 익숙한 소리가 아니라서 그 속으로 빠져들기엔 알수 없는 벽이 느껴졌으나
서도소리 자체가 남한에서 자주 나오는 부분도 아니니
세번째 협주는 좀 난해한데.. 해금 협주곡 Verses??
Verses가 무슨 뜻인가 보니 노래,시의 구절 같은 의미라고 하고 해설을 보면 뭔가 거창하다.
하지만 들으면서 그러한 느낌을 받기엔 처음들어서 이해하기 어렵고
해금의 그 알수 없는 코맹맹이 소리때문에 더욱더 조화롭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보통 악기가 오케를 뒤로 깔고 협연할땐 독주곡은 상대적으로 부각되지만 오케를 이끌어가는 힘또한 중요하다.
그렇지만 이 곡은 왠지 전혀 그런맛이 없다. 협주라기보다는 그냥 그 속에 섞여서 가끔 솔로 파트가 있는 단원 정도?
게다가 해금소리를 잘 듣다보면 여느 현악기와는 많이 다른 답답한 소리가 있다. (깽깽이,깡깡이,앵금이란 이름이 괜히 나온게 아님)
이런 악기가 수많은 악기들을 이끌수 있을리가..
게다가 현 한개로 연주하는것 치곤 화려한 테크닉이 있지도 않고 솔로 연주가 아니니
여운을 깊게 만들기도 벅차보인다.
시조를 표현하기에 좋은 악기였을까. 저들의 선봉에 설 수 있는 악기였을까?
우리가 보통 협연을 할때 보면 바이올린은 있지만 비올라는 상대적으로 적다.
소프라노는 많지만 있지만 메조나 알토 협연은 상대적으로 적다.
테너는 많지만 바리톤, 베이스는 적다.
오보애는 협주가 있지만 바순 협주를 본적있는가? (찾아보면 있긴 있음)
이런 현상은 다 그만한 이유가 있는것이다.
먹어들어가는 이 소극적인 소리는 사람의 심묘함을 표현하기에 뛰어날수 있을지 몰라도
대중들 앞에서 용기있고 호소력깊게 연설할수 있는 소리는 아니다.
네번째는 3중 협주곡 舞散饗(무산향)
아쟁, 가야금, 대금과 국악관현악단
모두 솔로일때 뛰어난 악기들이긴 한데
잘 모르겠다. 좋다 나쁘다를 판단하기엔 독주할때를 제외하곤 그냥 국악관현악단의 일원으로 섞여든다.
음량이 좀더 크기때문에 저들의 연주를 골라낼순 있지만 산조를 대편성으로 만들면 산만해지는 느낌이 지워지지 않는다.
그냥 솔로 파트에서 가야금은 참~ 매력적인 악기란 생각이 드는 정도와
해금보다 아쟁의 협주곡이 좀 생기면 훨씬 매력있지 않을까란 생각이 들게 한다.
아쟁의 연주 테크닉이 비약적으로 화려해져야 하겠지만.....
다섯번때는 호적 풍류 협주곡
아~ 내가 개인적으로 태평소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트럼펫같이 쭉! 뻗는 소리도 아니고
음량이 작은것도 아니다보니 왠만해서는 너무 튄다고 할까?
이 악기는 특이하게도 관악기(금관악기라 해야 하나?)에 대금처럼 청이 있는것도 아닌데
소리가 매우 거칠다. 옹알옹알 하듯 말려드는 소리도 특이하지만 내 취향은 분명히 아닌 음색을 지녔다.
그런데 이번은 달랐다.
대편성 곡을 이끄는데는 그 우월성이 탁월하단 생각이 든다.
원래 꽹가리가 그 역활을 하는거 아니었나?싶을정도로 훌륭히 존재감을 드러낸다.
관악기류가 뻗는 소리에 좋기때문이기도 하지만 편곡이 극적으로 무척 잘 되서 사람들로 하여금
환호성을 자아내게한다.
아마도 한국의 색이 지워지지 않으면서도 협주곡으로서의 솔로 매력과 대편성곡의 웅장함을 잘 표현한 곡으로 생각된다.
모든 협주곡들이 이렇게 화려할 필요는 없지만 일단 대중의 관심을 받기위해선 어느정도 필요하지 않을까....
마지막으로 가야금,아쟁,거문고의 산조 협주곡 時節風流(시절풍류)인데
산조는 독주가 제일 잘 어울리는 곡으로 생각은 되지만
현악기 삼중주도 아니고 이들 뒤엔 국악관현악단이 있는 협주곡 형태라 특이하다.
서양악기 현악기 삼중주 오케 협연곡이 뭐가 있을까? 인터넷에서 찾아보니 베토벤 3중 협주곡이 있는데
바이올린, 첼로, 피아노 그리고 오케스트라(유튜브에 나와있으니 보면 됨)
일단 피아노가 다중주에 끼게되면 오케스트라는 좀 의미 없어지는거 아닌가 싶지만 아무튼 훌륭하다.
삼중주도 아니고 협주라고 하기엔 솔로가 삼등분되니 좀 섭섭하고
가야금이 가장 돋보이고 개인적으로 거문고를 좋아하지만 아쟁도 훌륭하다.
이들 개개인 모두 뛰어난 기량을 펼친다만 역시 관현악 협주라면 이들의 전체 조화를 보지 않을순 없다.
결론은 잘 모르겠다.
귀명창이라했던가 듣는 관객 또한 그 능력이 되야 감동도 올라갈텐데..
서양 오케스트라와 느낌이 달라서인지 이런 구조가 아직은 낯설기때문인지
아무래도 좀더 자주 들어봐야 할듯싶다.
올해는 서양 오케를 좀더 집중해서 관람을 할까싶었는데 국악 오케도 관심이 많이 가는 계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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