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는 하루
싸늘함보다 차가운 시원함이 있어야 봄일텐데 패딩이 어울리는 추운 하루다.
아르코미술관에서 전시하는것들 대부분은 난해해서 무엇인도 이해하기도 어렵지만
그래도 봄에 오는 비는 쾌쾌함이 씻기는 기분이 든다.
연극에서 SF(과학소설)내용을 다루는것은 표현의 한계로 쉽지않다.
하지만 '맨 프롬 어스'같은 영화는 미친 몰입감과 특별한 효과없는 일상의 배경에도
충분히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연극은 이정도가 한계일수 있다. 이 이상 욕심을 부렸다간
오히려 영화 우뢰매같이 전혀 SF스럽지 않은 유치함만이 가득차게 된다.
오직 말로 승부를 걸어야 하는 냉혹한 연극 속 SF 세계
이런 악조건임에도 특이하게 SF 연극제를 한다. 그것도 벌써 8회라고 하는데 SF연극이 처음은 아니지만
이 연극제는 잘 모르겠다.
5월까지 계속 이어지던데 짧은것이 대부분이라 그다지 관심이 쏠리지는 않는다.
(짧은 연극을 두편보면 그것도 나름 좋은데 서로 시간대를 맞추는게
아니라서 하루에 연이어 두편을 볼 수 있는 것은 또 다른 행운일수밖에 없다.)
케어 Care 뭔가 관리받는다는 것이고
이 연극은 신체를 통채로 복제해서 필요한 장기를 꺼내 생명을 연장한다는 것이 주된 배경이다.
전체적으로 소재는 매우 식상하고 영화 '아일랜드'가 2005년에 나왔으니 해묵은 소재의 대표격인데
이것이 SF연극제에 나왔다는것은 이쪽도 소재가 슬슬 고갈되고 있다는 의미일수 있다.
(영화조차도 이젠 멀티버스로 안되는걸 막 만들어내고 있는 형편이니 연극쪽은 더 암울하겠지)
결국은 신체 일부를 떼어내기 위해 복제된 인간을 그냥 죽여버리는 전근대방식의 복제를
연극은 말하고 있는데, 근래엔 해당 부위만 복제하거나 재생하도록 연구하고 있지 영화 아일랜드처럼 사람을 통으로 복제해서
일부 장기만 적출하고 나머지는 죽여버리는, 샥스핀때문에 지느러미만 잘라내고 몸통은 버리는 그런 무모한 짓은 지양하는것이
현대의학기술들이다. 그러다보니 전개 자체도 식상하게 진행된다. 차라리 AI 로봇이 인권(영화 아이로봇, 매트릭스)을 요구하는게
차라리 현실적 미래같이 느껴지지만, 이 극은 아쉽게도 미래 이야기인데도 불구하고 전혀 미래 스럽지가 않다.
어떤부분에선 현실일수 있다. 중국에서는 이미 동물을 복제하고 있는데 연극처럼 기억을 넣지는 못하고
특정 나이의 신체로 만들수 없다는 정도일뿐 완벽히 동일한 유전인자를 가지고 있는 객체를 복제한다.
(이런다고 이것이 같은 객체라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아무튼 그들은 그런 짓을 하고 있음)
이것들이 생명윤리에 어긋나는지는 나는 모르겠다. 신체장기만을 복제하는건 괜찮고 전체를 복제해서 일부만 쓰고 나머지는 폐기하는건 안된다?
지극히 자아보호본능이 있는 생명체 관점에보면 어느쪽이던 윤리에 어긋남은 없어보이지만 후자는 불필요한 에너지가 많이 소모되니
자본은 결코 그쪽으로 흐르지 않을것이고 누군가 나를 살려내기 위해 나를 복제하여 어떤 부위만 적출하고 나머지는 폐기한다고 하면
나는 '생명윤리에 어긋나기때문에 안된다.' 라고 말할 자신 또한 없다.
이런류의 소설의 특징은 먹히지도 않는 윤리를 들이댄다는 것인데
당장 내가 죽을 수 있는 상황에서 타인에게 위해를 가하는건 정당한 방위권 행사로 인간사회에서 많은부분을 인정하고 있다.
그렇기때문에 생존을 위한 복제분야는 억제하기에는 그 한계를 가지고 있을수 밖에 없다.
일종의 채식주의자들이 시위하는것과 비슷한 맹락으로 아무리 주장해도 내 세계가 사라지게 생겼는데 귀에 들어올리 없지 않은가.
또한 이 연극은 말로 풀기보단 다소 관객에게 상상을 유도하지만 전체적으론
비주얼적으로 무엇인가 만들어져야 극이 좀더 완성되어질거 같은 공백들이 존재한다.
영화로는 이미 나와있는거나 다름없기때문에(심지어 영화 '마녀'도 일부분은 비슷한 느낌이 있음)
별다른 기대감이 생겨나는것은 아니지만 말이다.
그런데 마지막 커튼콜 이후에 연출께서 디스토피아적으로 꾸몄다고 하는데 누구에게 디스토피아라는 것일까..
적어도 인간에겐 유토피아 아닌가?
새로운 생명체에겐 새로 탄생했기때문에 디스토피아가 아닌 짧은 생일텐데.. 짧아도 너무 짧고 상대적으로 지능이 너무 높다는게
그들이 직면한 큰 문제긴 하지만 조선시대까지 인간의 평균수명이 40~50년이라고 그 시대를 디스토피아로 보진 않으니
어떤관점에서 디스토피아라 하는지 아직은 모르겠다.
약간은 감정선을 늘려서 끄는 경향이 있어서 80분도 안되는 짧은 연극치곤 가끔은 지루함마져 느껴질때도 있다.
그렇지만 극단의 배우분들 연기는 너무 훌륭하다. 서로 호흡도 좋고
검증된 과거 희곡이나 신선함 품품 풍기는 희곡을 올리면 시너지가 엄청날듯한 극단이 아닐수 없어 차기작이 기대된다.
출연 : 김서원, 정남주, 곽지유, 김도형, 김예연, 신요셉, 한유진, 오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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