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소리완창 -조주선 춘향가(김세종제)-

어느때부터였지? 하루 세시간에서 여섯시간이나 되는 완창판소리공연이 힘들지 않게 느껴진 후부터였을까?
슬슬 품질을 생각하게 된다. 내 주제에? 가사도 제대로 이해 못하면서?
장단도 모르는데? 무슨 품질? 그래도 슬슬 느껴지긴 한다. 그렇다고 평생공부해서 일가를 이룬 저들을 품평 한다는건
예의에도 어긋나고 맞지 않아보이긴 하는데 오늘은 조금 몇 마디 하고 싶어진다.
조주선 명창의 목소리나 발음 같은것은 매우 훌륭하다. 그래서 초반 이후 점점 더 기대가 되었었다.
왜 그런지 모르지만 발음이 엉망인 창자도 많고 가사집을 봐도 못 알아듣겠는 사람들이 이 분야엔 참 많다.
조주선명창은 목에 힘과 여유가 묻어나온다. 힘든 대목에서도 여유롭고 호기롭게 넘어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많은 인물들의 표현과 특징도 잘 살려서 보는 맛까지 뛰어난 훌륭한 무대가 아닐 수 없었다.
하지만 문제는 왜 이리도 많이 건너뛰는건가?다. 처음엔 콘디션이 안좋은가?싶었지만
소리를 끝까지 뛰어난 기세로 몰아붙이는걸 봐서는 몇시간을 혼자서 노래하고 연기하려면
보통사람은 어림도 없는 일일테니 대사(가사)를 까먹는 일은 이제는 아무렇지 않지만 건너뛰는 경향이 좀 많았다.
건더뛴다고 해도 4시간(20분쉬는시간포함) 가량을 소리했지만 김세종제가 6시간짜리임을 감안한다면
그리고 애초에 기획된것도 4시간30분정도를 기획하고 있었던거 같은데 그것을 감안하더라도 짤린 대목들이 많다.
6시간짜리가 4시간이하로 줄어들면 완창이라고 해야 하는건지도 솔직히 모르겠다.
물론 춘향가는 너무 인기가 있는 판소리라서 이렇게 길어졌다고 한다.
다른것들은 4시간 이내에 끝나는거 같다. 공연예술이니 초창기 내용은 1시간정도 되는것부터 시작하지 않았을까싶지만
아무튼 지금은 6시간이나 되는 황당한 공연인데 3분의1이나 잘라낸것은 개개인 사정에 따라 그럴수 있다고 보지만
내용 흐름이 매끄럽게 진행되지 않고 가위질 당한듯 툭!툭! 끊기는 기분은 좀 그렇지 않은가.
그래서 잘 보다가 갑자기 응? 이란 기분이 좀처럼 사라지질 않는다. 사라질만 하면 응?의 반복
무엇인가 리듬이 계속 끊기고 대사가 끊기는것도 초반을 제외하곤 알게모르게 계속 잘려지는 기분이었다.
이런 기분이 든다는것은 기획되지 않게 잘렸다는 소리일 수 있다.
공연 전에 기획되었다면 자연스럽게 넘어가도록 장치들이 들어가 있을텐데 전혀 그런게 없었기때문에
춘향가를 좀 들어본 사람이라면 쉽사리 느낄수 있을것이다. (내가 판소리 다섯바탕 중 유일하게 음반으로 자주 듣는게 춘향가)
초반의 기대와 다르게 뭉게지는 발음. 하지만 목의 힘은 그대로 살아있다는것은 참 특이하다.
그리고 조주선 명창은 목이 풀린 상태로 나온것마냥 처음과 끝의 음색이 크게 변화가 없이 좋은 콘디션을 보여주는데
이부분에서만큼은 찬사를 보내고 싶다.(몇시간을 동일한 목 콘디션을 유지한다는건 엄청난 노력의 산물이라 생각됨)
춘향가는 들을때마다 눈시울이 뜨거워지는데 오늘은 거의 그러지 못했다.
조주선 명창때문이 아니라 공연기획때문인데 관객석을 무대와 큰 차이 없는 조도를 유지하는 이상한짓을 했다.
그래서 주변에 꼼지락 거리는 것들이 눈에 고스란히 들어와서 엄청 산만하다.
주변이 밝아졌으니 다들 가사집에 몰두를 하고 있다.
도대체 이게 얼마나 멍청한 선택인가. 훤하게 밝으니 구입한 가사집을 안볼리 없지 않은가.
하지만 건너뛰고 바뀌고 하는통에 과연 제대로 읽으며 따라갈수 있었을까란 생각도 든다. 그러니 다들 가사집을 덮었다 열었다를 반복
어떤 노인은 계속 휴대폰을 보고 있고(한참을 지나야 관계자가 나타나서 보면 안된다고 제재)
재미 없으면 그냥 나가서 편한 의자에 앉아 전화기나 쳐다보다가 집에가지 왜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고 있는건지
어떤 사람은 뭘 그리도 열심히 적고 있는지.
판소리가 관객과 상호 작용이 필요한 한국 고유의 공연방식이지만
관객석에 조명이 켜져는 순간 관객들은 웅성웅성거릴수밖에 없다. 그러면 그냥 거리공연을 보지 뭐하러 이런 공연장을 오겠다.
오로시 공연자에게 집중하기 위해 이런 공연장이 있는거 아닌가? 그런데 관객석 조명을 켜버리는 빙신짓을 해대니 이 모양이 되지.
오늘 공연은 차마 자막을 제발 달아달라고 말을 하긴 어려운 상황이었지만 그럼에도 자막이 중앙 뒷벽에 나왔더라면
적어도 관객들이 고개 쳐박고 가사집에 몰두하는 일은 없었을것이다.
실내전통 공연에 바리에이션은 주지말자. 추임세는 이제 어렵고 어색한 시대다.
전공자들도 많이 오던데 그들이 추임세를 좀 넣어서 흥만 좀 돋궈주는 정도에서 끝내자
가사집은 집에서 천천히 읽어볼 수 있도록 공연장 관객석은 철저히 어둡게
그리고 휴대폰으로 놀고있는 사람 있으면 재빠르게 바로 제재좀 하고
가급적 가사집을 팔지 말고 무대 중앙에 가사를 표기하자. 얘네는 도대체 언제까지 이렇게 버티려는건지.
소리 : 조주선
고수 : 조용안, 조용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