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극 -독갑이댁 수레노래-

지난주에 이어 두번때 창극이다. 하반기에는 이런식으로 열편정도? 판소리 다섯편정도?
아마도 이정도 선에서 국악은 끝날듯 싶다. 이렇게 몰아서 볼 이유는 없는데 열편 일괄 할인하는
국립극장의 횡포때문에 어쩔수 없이 저렴하게 열편을 보게 된것이 좋을수도 아니면 부담스러울수도
독갑이댁? 누구누구댁이라 하면 자식중에 독갑이가 있다는 소리 아닌가? 있었나? 없었던거 같은데.
창극이라서 모두들 국악을 한다. 민요풍은 아니고 대부분 판소리 스타일로 한다.
창극이니 거칠거칠 핏줄 터질거 같이 그렇게 구성을 해야 하는건가
(민요스타일로 만들면 민요극이라 불러야 하나)
총 여덟마당으로 구성되어 처음 망량과 이매(이들은 누구지?)가 분위기를 고조시킨 후
첫째마당(1막)에 독갑이댁이 지리산에 들어오는것부터 시작하는데
열댓명의 자식을 낳았다는데 모두들 왕,장군,부장군등이 되서 서로들 싸우고 있다고들 한다.
(이게 무슨 경울까? 무슨 상황이지? 남북-한민족-이 서로 지리산에서 싸우고 있는것을 의미했던건가?)
지리산이란 곳이 한국전쟁때 빨치산토벌작전이라 해서 잔존북학군과 엄청난 전투를 벌였던곳
전라도는 조선시대에서 약탈의 대상이기도 했던곳인데 평야지대니 전쟁이 나면 표적이 되는것은 당연했을테니
한이 오죽 많았을까싶기도 하고 5.18 민주항쟁도 전라도 광주에서 벌어진 참사고
다른 지역에 비해 유독 전라도가 많은 피해를 입은건지 다른지역도 비슷한데 알려지지 않은건지
아무튼 예술적특징으로 한 맽힌 절규에 가까운 노래 스타일과 가사들은 그 지역 역사가 어땠는지 짐작하게 해준다.
그런데 공연예술이다보니 관객과 공감해야 하는 숙제가 있다. 천천히 몇날 며칠 곱씹을수 있는 영화나 책과는 다르게
시간과의 싸움을 해야 한다. 그래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돌이킬수 없는 이런 공연의 특징상 쉬우면서 지루하지 않고
요점을 정확하게 그리고 불필효하게 감정을 소모시키지 않아야 한다.
헌데 이번 독갑이댁이란 작품은 최고조로 절규하듯 나오는 피날레 아닌 피날레를 100분간 지속한다?
지리산과 남원에 외부 세력이 침략해 들어오는 통에 살기 힘들어 절규
지리산에 들어가려고 하는데 막고 서있는 강도들때문에 절규
(첫째 마당에서 화선이와 억득이의 노래는 매우 신선하고 너무 좋았어서 기억에 남지만 이 창극의 전부라는게 안타깝다.)
이무기에 자식들이 모두 잡혀 먹혀서 절규
이무기가 아파서 절규.
황당하게 이무기가 막내아들이어서 절규
이무기(막내아들)을 죽음(승천)으로 부모로서의 절규
화선이가 억득이를 만났지만 헤어지므로 절규(헤어진건지 죽은건지 모르겠음)
독갑이댁이 지리산에 절을 짓고 화선이를 떠나는 대목에서 절규
판소리를 들으면 기승전결이 분명히 있고 감정의 고저, 기복, 리듬, 흐름이 있기때문에 감정을 추수릴 시간이 있다.
그런데 '독갑이댁 수레노래'는 도대체가 감정을 추수릴 틈이 없이 절규 절규 절규.
중반부 부턴 저들의 절규가 소음으로 혹은 무감각으로 다가온다.
감정이란게 좋을때도 평화로운때도 때론 안정감 있게 어느때는 심박이 올라가도록 강렬한 흐름을 타기도 하고
생각할 여유나 눈물흘린 시간, 한숨도 좀 쉬고, 웃을땐 좀 웃는 등 여유가 있어야 될텐데
주마가책(走馬加鞭)말처럼 시종일관 미친듯이 달리기만 한다.
그래서 감정이 저 하늘 위에서 내려올줄 몰라서 순시간에 지쳐버린다. 배우들이야 각자 대목을 나눠서 자기 할걸 하면 되지만
관객들은 그 모든것을 한몸으로 다 받아야 하지 않는가. 그런데 그렇게 설사똥 싸듯 미친듯 뽑아내면 지쳐서 감정을 추스릴수가 있나.
어머니의 사랑은 좋다. 모성애는 동서고금과 모든 동물 세계에서 으뜸 아니던가.
창극에 신파가 늘 들어가는거 같긴 한데 좀 심하게 넣어있다.
툭하면 어머니의 사랑을 이용하여 눈물을 짜내는 최루성 신파는 좀 지양할때가 되지 않았나.
중후반부터는 분명히 착잡하고 슬프고 우울한 내용들이긴 한데 감정이 꽉! 닫혀버려서 감흥이 거의 없다.
엄밀히 보면 초반에 감정을 다 소신하게 만들어서 이 후 자극들에 반응하질 않는다. 그렇다고 지루한건 아니지만 감동으로 다가오지도 않았다.
떼창 참 좋지만 이런건 피날레같은곳에서만 좀 쓰고 나머지는 주제를 명확히 드러내도록
관객에게 호소하듯. 소리를 내지르지 말고 조곤조곤, 판소리다섯바탕도 처음부터 끝까지 지르기만 하는건 없지 않은가
다들 높은 경지의 배우들이라서 어떤 상황이던 고품격의 공연을 보여주는 분들인데
무엇인가 구성이 사람을 너무 지치게 만들지 않았나란 아쉬움이 있었다.
하지만 화선이와 억득이의 노래는 정말 특이하고 신선하고 매력적이었고
이들의 장면에선 눈시울이 유독 뜨끈뜨끈해질정도로 생각나는 대목이었다.
(사랑이야기 그런게 아니라 가사도 아름답고 음율도 좋고 감정도 좋고)
어머니의 사랑도 이렇게 어느정도 선을 좀 지키면 안되는 것일까.
출연 : 국립믹속국악원 외 많은 객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