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공연

연극 -감찰관-

시세상 2026. 5. 3. 21:18

사회풍자극이라고 하는 감찰관. 이런 블랙코미디는 예전이나 지금이나 항상 훌륭한 소재다.
푸시킨이 실제로 겪었던 일화를 바탕으로 니콜라이고글이 쓴 희곡이라고 하니 러시아도 부패 됬던 시기였을까?
지방관료가 부패했다는것은 사회 형태가 그러했다는것일수도 있었으니
단순히 재미있는 일화로 희곡을 만든것은 아닐거다. (대중의 호응은 사회적 현상에 맞아야 함)

사다리움직임연구소란 극단의 의미가 무엇인지 모르겠으나
극단 이름처럼 움직임이 크고 약간은 기괴하기도 하고 코믹하기도 해서 해학스러움을 높기이 위한 
광대(크라운)적 요소들이 다분하다. 잘 기억이 나질 않는데 이런 형태의 연극들은
몇년에 한번 이상씩은 접해지는거 같다.
하지만 이 극단이 올렸던 '이방인'도 봤었는데 지금과 같은 느낌까지는 아니었던것 같다.

전체적으로 가면과 같은 분장으로 자신을 감추면서 표정의 다채로움으로 심리묘사를 훌륭히 표현한다.
관객입장에서 한번에 모두 표정을 알아챈다는게 쉽지는 않을만큼 다양하지만
일단 등장인물들이 많기때문에 처음 보는 입장에서 주된 인물 몇명에게 집중하는것만으로도
피곤함이 밀려오는데 하이텐션으로 시작부터 끝까지 지속된다는것은 배우들이야 자신들의 역할때만
몰입하면 되지만 관객은 모든 시간을 몰입하지 않으면 감정이 깨지기때문에 이렇게 팽팽한 상태로
연극을 두시간동안 집중한다는것은 단순한 일은 아니다.

내용자체는 단순한 플롯이다. 지방 관료가 떠돌이를 착각해서 감찰관이라 생각하고
자신의 비리가 들통나지 않기위해 온갖 비위를 맞춘다는 것이다.
물론 나중에는 모든것을 알게 되어 분노하지만 이미 이반 홀레스타코프(푸치니)는 떠나간 뒤.
시장을 오래도록 했기때문에 주변 인물도 함께 비리에 동참하였으니 감찰관에게 잘 보이기 위해 노력한다.
이정도의 이야기다.

희곡에서는 시장이 심하게 부패한 인물로 묘사되진 않는다고 한다.
그다지 멍청한 인물로 그려지는것도 아니라고 하고. 외국 공연을 유튜브같은곳에서 봐도
아주 엉망인 사람으로 표현되진 않는다.
그런 반면 이 극단에서는 광대분장과 도구들 그리고 무대 디자인들이 철저하게 부패된 관료와 매관매직처럼
모든 구성들을 채워간다. 이것은 이 극단의 정체성에 관련된 문제인지 아니면 원작 희곡을
연출은 이렇게 해석한것인지까지는 알수 없지만 예전 '이방인'도 상대적으로 거칠고 날카롭게 표현한것을 보면
극단의 색채를 이어가기 위해 원작을 찢어놓은게 아닌가란 상상을 해본다.

예리한 칼날로 도려내는것은 좋은데. 문제는 높은 긴장감이 유지되며 발생하는 감정의 피곤함이다.

극이란게 고요할때도 있고 괴팍해야 할때도 있고 좀 다스려야 할때도 있기 마련인데
처음부터 시작해서 미치게 덤벼들기를 두시간. 그 중 초반 한시간은 흥미롭게 집중할 수 있었는데
나머지 반은 좀 지친상태로 몸에 힘을 풀어놓고 눈과 귀에만 피를 공급할수밖에 없는\
기운빠진 상태로 지속된다는게 한편으론 정신적 고통이라고 봐도 될법하다.

관객도 좀 쉬게 해줘야 하는데 이렇게 미친말처럼 달려가면
나중에 관객도 정신줄을 놓아버릴수 있다. 시끄럽고 부산스러우니 졸진 않겠지만
그렇다고 감명이 생기는것도 아닌 멍~한 상태로 맽음 될수 있는 위험한 상태가 된다는 것인데
아쉽게도 거의 비슷하게 진행된거 같다. 끝까지 웃는 사람도 있었지만(극히 없었음)
내용이 잘 안들어고 어느부분에선 지루함 마져 들어서 저 파트는 좀 빨리 끝내줬으면 하는 감정도 들었었다.
이 부분만 떼어내서 보면 결코 지루하거나 불필요한 부분이 아님에도 이미 정신적으로 지쳐가고 있으니
필요한 부분임에도 이런 생각이 드는것일거다.

간결한 흐름의 코믹하면서 풍자적인 구성은 좋은데
한국에서 인기있는 블랙코미디류를 보면 전체적인 흐름은 분명히 코미디라서 관객이 웃고
배우들은 날뛰지만 관객이 지치지 않도록 심리적 휴식의 시간이 주어져서
다시 웃을수 있는 기력을 회복하고 소진하고 또 다시 회복하고 극장을 나올때 '잘 봤네' 라는 기분으로 나와서
집에선 침대에 푹 쓰러져 단잠을 잘것이다.
이부분에서 이 극단은 너무 기운차게 달려만 가다가 지쳐버린게 아닌가 싶다.
조금은 호흡을 다듬을 시간도 관객에 주어지길 바라며 나머지 이틀 공연도 만석이 되길 바란다.

코미디라도 아이들이 볼만한 극은 아니고
봄보단 가을이 어울릴거 같은 연극인데 가을에 다시 해주려나.

그나저나 요즘 왜 이렇게 보고 싶은 연극들이 많을까. 좀 멀어져야 하는데.

출연 : 이지선, 임채현, 조성경, 최이영, 강정탁, 박해린, 이강민, 최승민, 이병희,
김한빈, 이상민, 백승연, 전박이진, 한하연, 이예린

-추신-
세금으로 운영되는 국공립 극단 공연의 티켓가격은 최저임금 두배를 넘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