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공연

연극 -이혼고백서-

시세상 2026. 4. 18. 22:24

1900년대 초 여성들의 여권신장을 위해 싸웠던 신여성이라 불리우던 한 사람의 이야긴줄은 몰랐다.
현대이야로 단순하게 생각했었는데 내용은 사뭇 지진하며 긴장감도 어느정도 지속된다.

신여성에 대한 작품 전시회도 가끔식 하고 연극도 '사의 찬미'나 이번 '이혼고백서'같은 것들이 있을텐데
아무래도 연극은 극적 요소를 부각하기때문에 어떤면에선 지금의 감각에 맞춰서 그때를 상상하는것에는
좀 무리가 따른다. 1970~80년대를 간접적으로 느끼고 싶다면 유튜브같은곳에서 KBS 옛날 기록 방송을 보면 되는데
어딘가 모르게 다른 세상같은 기분이 들 정도로 시대와 형태가 많이 바뀌었다. 40년전으로만 돌려도 이런데
100년 전이라면?
현대인들 감각에 맞게 세상을 바꿔놔서 그나마 볼수있지 타임머신을 타고 그시대로 갔다면
그들의 언어조차도 낯설지 않았을까? (서울경기 사투리를 제외하면 아예 알아듣지도 못했을 세상)

그 시대의 신여성이란것은 여성의 낮은 여권을 미약하나 신장하려고
엄밀히 따지면 자신의 자유분방함을 사회가 억누르는것들을 못마땅히 여겨 그것을 타파하려했던 여성들을 뜻하는 것일수 있다.
엄밀히 보면 이것도 먹고 살만한 부유층들에게나 해당되는 것일뿐이겠지.
(일제강점기때 돈 없고 힘없는 사람들은 국가의 노예나 다름없었기때문에 사회를 거스른다는건 쉽지 않았을듯싶다.)

윤심덕과 마찬가지로 나혜석도 자신이 하려고 했고 이끌리는 감정대로 살고자 했지만
나혜석은 윤심덕과는 다르게 관습에 타협하는 모습을 보인다.(연극에서 그렇다는것일뿐 실제는 어떤지 모름)
뜨거운 남편? 다르게 생각하면 열정은 있으나 자기 멋대로 하는 사람을 말할수 있다.
그러니 처음엔 관심을 갖지 않았겠지. 하지만 점차 그것에 익숙해져가는 자신의 모습도 발견하고
그 울타리를 벗어나서는 살아남기 힘들다는것도 본능적으로 알고 있는거 같아서
매달리는 모습도 보이지만 당시 남성의 힘은 막강했던 시기라서 신여성을 아무리 내세워도
사회에서 받쳐주는 세력이 없는이상 허공에 외쳐대는 외로운 처지로
최후는 비참하게 마무리 된다. 화가로서 명성을 얻었지만 그 모든것이 사회라는 울타리에서
홀로서기를 하지 못한 예정된 결과로 달려간 한 여성의 일대기를 그리는데
사회의 악습을 타파하기 위해 노력했던 사람들이 떠오른다.
대부분은 실패하고 성공했더라도 금세 덮어버려 수십년에서 수백년이 흐른뒤 학자들에게나 발견되는 정도일뿐이다.

물론 이런 사람들의 노력이 초석이 되어 지금의 한국이 되었고 세계가 되었다는 것은 알겠지만
'시작은 미약하나 그 끝은 창대하리라'의 성경책 구절이 있듯 이들의 노고는 분명이 지금을 과정이라보면
언젠가 그 끝은 창대할거 같다.
하지만 그 미약한 시작의 선봉에 선 인물은 온갖 고생과 수모를 겪어야만 한다.
그것이 선구자들이 갖는 숙명같은것이다. 이런것들은 생각하며 나혜석이란 인물을
연극속에서 찾아보면 대단히 서글퍼지는 연극이 아닐수없다.

모든 표현 하나 하나가 불안의 연속으로 자신의 요구와는 다른 세상을 살아가며 장님처럼 두드려가며
시간을 걸어야 하는 나혜석을 보고 있노라면 가슴 한구석이 먹먹해진다.
그렇지만 그렇게 어둡기만 한 연극은 아니다.
전체적인 서사가 마치 인상파의 회화를 보듯 표현들이 서정적이면서도 인상적으로 다가오는데
한조각 한조각 퍼즐처럼 그려나가는 대사들을 모으고 모으면 나혜주라는 인물의 내면이
눈앞에서 그림으로 펼쳐지는거 같다. (작가가 회화를 좋아하나? 표현들이 좀 산들거림)

전에 봤던 연극 '사의 찬미'는 당시의 여성상에 대한 묘사보다는 사랑드라마란 인상이 강했는데
이 연극은 그 시대에 한발짝 더 들어가 여성들이 겪었던, 나혜석와 윤심덕이 느꼈던 세상을
조금 더 느낄수 있는 뛰어난 묘사와 표현 그리고 훌륭한 연기까지
많은것들이 잘 어우러져 무겁게 다오면서도 봄바람같고 때론 외줄을 타기듯 숨막히는 멋진 연극이었다.

하지만 무대시설이 너무 빈약했다는것과 나혜석의 말로가 좀더 비극적으로 표현되었더라면하는 부분?

좀더 좋은 무대장치들이 있으나 크기는 크지 않아서
배우들의 표정과 시간이 멈춰진 호흡과 뜨거운 열정과 격정에 가득찬 눈빛
이 모든것이 느껴지는 그런 무대에서 다시 볼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출연 : 조혜석, 송흥진, 이현호, 고규빈, 김지영, 백운철, 서보찬, 서혜주, 엄태준, 윤주희, 임성덕
연주 : 엄태훈, 장정윤

-추신-
세금으로 운영되는 국공립 극단 공연의 티켓가격은 최저임금 두배를 넘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