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공연

연극 -벼개가 된 사나히-

시세상 2025. 1. 18. 22:41

뭘까? 이 기온은..
초봄같은 날에 하얀털에 쌓인 목련 꽃봉오리는 금세라도 터질거 같다.
겨울옷을 꺼내 입은지 한달도 되지 않은거 같은데 벌써 봄을 생각 하는건가?
세탁기 호스가 얼었던것도 한번의 겨울 이벤트로 마무리 된듯싶다. 길을 걸어도 손을 주머니에 넣지 않아도 된다.
무언가 작년 말부터 빠르게 지나가버리는 이상한 기분. 물론 국가적인 사건사고도 있었고
개인적으로 근 20년이나 살던곳에서 나와 다른 곳으로 이사해서 아직도 적응을 못하고 있으니
하루 하루가 정신 없지만 그래도 이렇게 안개처럼 연말연시가 사라지고 있다니
2024년의 끝과 2025년 시작은 인생에서 기억될 시간인지 잊혀질 시간인지

여성국극이란게 무엇일까? 꼬맹이일때 할머니와 본적 있었던거 같기도 하고 아닌거 같기도 하고
좀 낯설지만 그렇다고 그렇게 어색한것도 아니다.
그냥 국악에 맞쳐서 소리하고(판소리도 아니고 민요도 아니고 이런 노래풍의 장르는 뭐라 해야 하나)
모든 배우가 여자지만 그렇다고 여자역할만 있는것은 아니고 남자역할도 있고 그렇다.
단지 배우들이 여자들이란것일뿐

그런데 무엇이 퀴어니스니 뭐니 하며 성소수자들을 대변한다거나 그들의 고통을 보여준다거나 하는것도 없어보이는데
무엇을 말하고자 했는지 알기 어렵다.
소개페이지에 '퀴어적 정동'이란 말이 나오는데 무슨 말일까? '젠더퀴어적 존재'는 또 무슨 존재일까? 뜻대로 보면 성소수자인데
그러면 성소주자라고 하면 될 것을 그지같은 소개가 아닐수 없다.

그리고 여성국극은 여성배우들만 나와서 남장을 해서 남자배역도 하고 그런것일뿐 이게 무슨 젠더를 교란한다는건지
남자가 여자역할을 하면 젠더 교란인가? 그냥 그럴뿐인데

1900년 초에 나온 여성국극이 여성의 인권을 높이기위한 노력의 산물도 아니고 단지 기녀들의 일종의 해방과 더불어 나온
또 다른 직업군일뿐이었고 이것이 쭉 이어져오다가 한계에 봉착하니 사라졌던것일뿐인데
전체가 여성출연자지만 남장을 한다고 해서 젠더를 교란하니 전복하니 계급경계 어쩌구 저쩌구. 뭔가 우낀 소리같다.

전체 흐름이 이렇다보니 도무지 봐도 봐도 무슨 내용인지를 모르겠는데 니마이, 산마이 이건 또 뭔 개소린가.
그냥 주역, 조역, 엑스트라 이런식의 통영되는 단어를 쓰던가.
자막도 나오던데 괄호로 해석이라도 적던가. 계속 말하길래 배역의 이름인줄 알았다. 가다끼는 또 뭔지(악역을 뜻한다고 함)

이런 시대착오적인 단어들과 흐름들은.. 뭐랄까? 국극이 왜 사라졌는지 한편으론 좀 이해가 되는듯 싶다.

총 2막으로 이루어졌는데 1막은 이렇게 어떤 여성의 인물이 어떤 위치까지 오르는 성장드라마같은 면을 보여준다.
제대로 본건지 아직도 모르겠지만.

2막은 아랑애사라는 옛살이야기(드라마 '전설에고향'에서도 나옴)인데 난 2막인 이게 훨씬 멋지도 재미났다.
극적인 시나리오에 구슬프고 멋있는 창과 연기들 그리고 각종 무대장치들
여자들만이 연기하는 여성국극이라기보다 창극단의 좋은 창극 한편을 본 느낌이다.
좀 짧고 아무래도 소재 자체가 좀 오래된 것이고 다소 호러적인 면이 부각되야 훨씬 재미있는 내용인데
너무 줄여놓은 감이 크고 호러적인 면이 거의 사라졌다는게 아쉽고 무엇보다도 여성국극이란 정체성 차원에서 보면
그 특성이란게 무엇인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일반 창극하고 크게 다르지 않아서 남녀 혼성 극단의 공연과
다름없어 보인다. 판소리가 예전엔 남자들만 하다가 이제는 남녀 누구나 하듯 특별한 이유가 없다면
남녀 혼성 극단이 어떤 장르 어떤 소재를 다루더라도 웬만하면 자연스럽다.

이들이 보여주려고 했던 여성국극의 특징은 뭐였을까?
아직도 모르겠다. 기획하고 연습하고 공연할땐 그들이 추구하려던 여성국극의 무엇인가를 보여주고자 했을텐데
아쉽게도 나는 그것을 찾을 수 없었다.
단지 여성들만으로 구성된 좋은 창극단이 한국에 있다. 정도일뿐

그러니 젠더니 퀴어니 그딴 소리 하지말고 여성들로만 이루어졌다면 그들만이 했던 수많은 이야기들을
무대에 멋지게 올려주길 기대해본다. 기왕이면 이번과 같은 창극으로

출연 : 박수빈, 이미자, 황지영, 김미영, 강다인, 이주영, 이소자